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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쓸쓸한 영혼 여성 작가들 - 숙명 같은 삶을 딛고 전설이 된 15명의 여성 작가들
김대유 지음 / 시간여행 / 2025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성실하게 읽고, 솔직하게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김대유. 남자였다.
이전 책 "성, 사랑의 길"을 읽으면서도 줄곧 저자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궁금했다. 글체를 보면 남자같은데, 성에 대한 깊은 이해는 남자보다는 여자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근데 이 책을 보니 남자가 맞다.
김대유는 대단한 작가다. 내가 이 전의 "성, 사랑의 길"이라는 책은 작년에 내가 읽은 이 백여 권의 책 중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좋은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성과 사랑에 대한 다양하고 폭넓은 스펙트럼을 아주 자연스럽게 풀어갔다. 이는 능숙한 필력과 함께 상당한 인문학적 지식, 그리고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는 쓸 수 없는 글이었다. 작가가 갖추어야 할 역량을 골고루 갖추었기에 좋은 책을 쓸 수 있었다.
세상에는 단순히 글만 쓸 수 있는 사람, 전문 지식은 많지만 그걸 글로 풀어낼 능력이 없는 사람, 그리고 인문학적 지식이 없어서, 글을 읽으면서 안타까움을 느끼게 하는 책들이 너무나 많다. 세 가지 중 두 가지만 갖추어도 괜찮은 책이 나오는데, 작가는 세 가지를 모두 갖추었다.
이 책은 여성작가들에 대한 책이다. 이런 책이 대충 어떤 스타일로 풀어가는지는 알기에 사실 걱정했다. 이제는 나무위키나 챗gpt 등으로 한 작가에 대한 전기나 자잘한 내용들을 얼마나 쉽게 접하는가. 그런 것들로 책을 만드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그런 책들은 사실 볼 필요가 없다. 그냥 내가 검색해서 보면 되니까... 주로 이런 책들은 책을 팔아서 돈을 벌겠다는 마음보다는, 책을 만들어 자신의 저작 목록에 하나라도 더 올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애용한다. 몇 백만원만 써서 출판 비용만 내고, 한 두달 내용 정리하고, 거기에 자신의 생각이나 명언 몇 개 잘 편집해서 올려서 한 권의 책이 만들어 진다. 그래서, 이 책을 받기 전에 혹시 이 책도 이런 부류로 분류되는 책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이런 식으로 책을 편하게 만드니 말이다.
하지만, 다행히 이 책은 그런 범류의 책이 아니다. 김대유는 자신의 필력과 경험, 그리고 독서력으로 이 책에 숨을 불어넣었다. 단순히 위키에서 베끼거나 전기를 서술하는 식이 아니라, 자신의 글체로 글에 깊이와 재미를 부여했다. 이런 류의 책 중에서 가장 모범적인 서술 방식이 아닐까 싶다. 이런 책은 쉽게 만드는 게 아니다. 수많은 독서와 인문학적 성찰이 있어야 가능하다.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남자로서 이렇게 여성 작가들에 대해 깊이 있는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좋은 책은 보면 즐겁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