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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 조각가들 - 타이레놀부터 코로나19 백신까지 신약을 만드는 현대의 화학자들
백승만 지음 / 해나무 / 2023년 4월
평점 :
약에 대한 책.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고리타분하고 전문적인 내용들로 꽉 차 있을 것 같다. 사실 인터넷에서 내가 먹는 약에 대한 정보를 봐도, 그 내용이 전문적이라 도대체 무슨 말이 적혀있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서 마음먹고 읽으려 해도 몇 줄 안 읽고 포기해 버린다.
약에 대한 책이 이 책처럼 재미있기도 쉽지 않겠다. 약에 대한 책 자체가 별로 없기도 하고, 다른 책은 읽어 본 적이 없으니, 섣부른 판단일 수 있지만, 그만큼 이 책이 약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초보자의 입장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나고, 처방전을 받아 약을 구입하면서도, 그리고 그 약을 먹으면서 몸을 치료해 가면서도 사실 약은 의사에 비해, 약간 서브같은 느낌이 든다. 뭐랄까.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만큼 내가 약에 대해 소홀히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이 책을 통해 약의 통사를 봤다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19세기 전만 해도 많지 않은 약들이, 어떤 전문적인 연구가 아닌 실수나 우연, 아니면 경험적으로 발견되어 섭취되어 왔다는 사실, 그리고 그 약들을 아직도 먹고 있다는 사실이 새롭다. 그리고 아직도 타이레놀의 약효기전을 알지 못한다는 것도 놀랍다.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주는 약에 대한 정보들은 우리에게 약에 대한 새로운 지식 뿐만 아니라, 약이 개뱔되는 과정에 대한 어려움, 그리고 그 분자 조각을 통해 새로운 조각이 발견되는 드라마틱한 과정에 대해 알게 해 준다.
사실 아직도 코로나 치료제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미 코로나가 발생한 지 4년이 지났고, 수많은 경험과 고생, 그리고 아픔을 겪었지만, 내가 알기로는 아직도 치료제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4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고, 수백명, 수천명의 분자전문가들이 조각을 해 나가도, 아직도 우리에게 피에타 조각과 같은 아름다운 조각은 발견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 자못 놀랍다. 화학은 어디까지 더 발전해야 할까? 아직도 미지의 영역에서, 아직도 우연을 기대하며 약의 출현을 기대해야 할까? 아직도 우리가 질병의 치료를 위한 화학적인 진보, 코페르니쿠스적인 진보가 필요한가
재미있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아뭏튼 이전보다 약에 대한 내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이 이 책에서 얻은 가장 큰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