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 신은 개구리 보짱 1 - 풍선껌을 불다 장화 신은 개구리 보짱 1
최은옥 지음, 김유대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보짱만 들으면 일본 캐릭터 같다.

일본에서 이름 뒤에 짱을 붙이는 건 친근한 표현인데, 대충 보면 그렇게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짱이 우리말이란다. 배짱의 정신적 버전 같다. 뜻은 마음속에 품은 꿋꿋한 생각이나 요량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글을 읽으면서도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우리말이다. 어떻게 보면 죽어가는 단어일 수도 있겠다. 보짱있는 아이다 라는 식으로 쓰면 되겠다. 이런 좋은 말이 왜 죽어가는지 모르겠다.

책으로 돌아와서,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말 안듣는 청개구리의 현대판 후속작으로 보면 되겠다. 죽은 엄마 개구리가 하늘나라 연못가에서 아이가 비가 오는 날 더 이상 슬피 울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어딘선가 목소리가 대답한다. 아이가 장화벗기 시험을 통과한다면 너의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렇게 해서 보짱은 빵간 장화를 신은 채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에, 힘찬이네 집에 오게 된다. 활기차고 말썽많은 보짱이 여러가지 일을 겪으며, 주로 터트리며, 힘찬이와 사이가 좋아지고, 아이들과 함께 그리고 할머니와 함께 주변 사람들과 선한 관계를 이루며, 성장해 가는 이야기가 주요 테마가 되겠다.

빨간 장화 밑에는 숫자가 써 있는데, 처음 써 있는 숫자가 99. 보짱이 좋은 일을 하고 책 마무리에 가서는 97로 바뀌었다. 이럴 수가. 그렇다면 앞으로 이 책이 적어도 50여 권 정도는 더 나와야 이야기가 끝날 수도 있다는, 어쩌면 대하 장편 소설이 될 수도 있겠다. 보짱은 현대에서 아이도 낳고, 중년이 되어야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이 이야기를 만든 작가가 어떤 이야기로 이 긴 공간과 틈을 메꿀지 궁금하다. 작가의 역량에 따라 보짱이 아이들의 친근한 캐릭터가 될 수도 있고, 잊혀지는 캐릭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보짱이 모든 미션을 클리어해서 고향으로 돌아가면, 어머니 소원대로 비오는 날 더 이상 울지 않게 된다면, 우리가 아는 청개구리가 아니게 되는데? 그럼 더 이상 비오는 날 개구리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나? 그럼 미션이 클리어 되는 걸 반대해야 되나? 아리송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