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형의 만만한 과학책 - 과알못도 즐겁게 만드는 대한민국 최고의 과학 멘토
이과형(유우종) 지음 / 토네이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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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소중하지만 그 소중함을 잊기 쉽다. 근대에는 그 과학을 맹신해 철학조차가 경원시하던 때가 있었다.

과학에 대한 맹신은 과학이 갖고 있는 허술함을 잊게 한다. 과학은 귀납적인 연구를 통해 그 지경을 넓혀가지만, 귀납적이라는 용어 자체가 단 하나의 예외도 인정할 수 없는, 예외가 출현하면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수많은 진리라 믿던 과학적 지식들이 근대와 현대를 거치며 생성되고 무너져 내려왔다. 잘 모르지만 그 대표적인 분야가 물리학이나 천문학이 아닐까 싶다.

아뭏튼 과학을 대할 때 늘 맹신은 위험하다는 전제 조건을 늘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나에게 과학은 힘들고 난해하다. 고등학교 때도 늘 낙제점이었고, 수학과 물리, 화학 등 이과는 모두 너무 힘들고 어려웠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 왜 좀 더 공부하지 않았나 하는 후회가 든다. 아마 공부 자체가 싫었던 것 같다. 그 여파를 지금 그대로 받고 있다. 나이가 들면 이과에서 멀어질 줄 알았는데 왠걸, 자격증을 따려니 다시 이과로 돌아가야 한다. 이럴 줄은 몰랐다.

과학도 이젠 슬슬 좋아해야 하는 때가 된 것이다. 재미있으면 된다. 수학이나 과학도 마찬가지다. 의무나 시험 때문이 아니라, 재미있으면 된다. 얼마 전 이상한 나라의 수학? 이런 제목의 영화를 통해 내가 깨달은 것이 바로 재미였다. 이 책의 서두에도 재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렇다. 우리가 과학에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미가 있으면 된다. 재미있으면 그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이 스스로 싸인다. 그래서 과학을 싫어하던 나에게 이 책은 과학을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이과형이 아니라 이과아저씨인 저자의 책은 재미있다. 일단 그 첫번째 임무는 완수한 셈이다.

이 책을 통해 새로 알게된 것들이 있다.

우주 최초의 빛은 우주배경복사는 지금도 우주에 넘치지만, 가시광선만 볼 수 있는 우리 눈에만 보이지 않는다는 것. 파장이 시간에 비례해 길어지면서 마이크로파가 된 것.

에디슨이 귀신을 믿었고, 전자기파를 이용한 귀신 소통 장치를 만들려고 했다는 것

책은 평범한 과학적 지식 외에 좀 더 깊은 곳까지 들어간다. 그래서 어른이 읽어도 손색이 없다. 기존의 알던 과학적 지식을 넘어 좀 더 깊은 곳으로 안내하니 꼼꼼히 읽을 필요가 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좀 더 과학적인 사람에 다가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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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기의 어반스케치
백승기 지음 / 성안당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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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미술반에 들어가 그림을 그린 적이 있다

그 때 같이 했던 친구들이나 선후배 중 여럿은 전문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됐다.

물론, 생각해 보면 그림그리는 것보다 더 많이 맞은 것 밖에는 기억이 없다. 나에게는 미술이 좋은 점과 나쁜 점이 함께 추억 속에 존재한다. 당시 많은 고등학생들에게 선생님이나 선배들에게 맞는 건 당연한 것처럼 여겼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고등학생이 얼마나 나약하고 미약한 존재인지, 그래서 돌봄이 필요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된다. 그 때는 고등학생만 되도 성인이라 믿었는데, 지금 보면 얼마나 연약한 존재였나.

무튼 그 당시에도 미술반에서 유화나 수채화를 그리고, 일년에 한번씩 미전을 열어 전시회를 하던 기억은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지금도 때로 시간이 되면 그림을 그리고 싶은 감정에 휩싸일 때가 많다.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에 대부분은 포기할 때가 많지만, 예쁜 수채화 그림들을 보면 마음이 당긴다.

이 책에 나오는 어반 스케치도 수채화다, 그림을 보면 당시 그리던 수채화가 생각이 나서 추억에 잠기게 한다. 당시 선배나 우리가 몰랐던 기법들, 어떻게 보면 세밀한 묘사보다는 느낌을 중시하는 그런 수채화법에 더 호감이 간다. 형태와 색 중 이미 색이 대세가 된 지 오래됐다. 색 또한 객관적인 색채보다 주관적인 색체, 개인적인 색채로 바라보는 세상이 더 가치있는 예술이 되어 버린 지금, 이런 그림들은 나에게 즐거운 추억과 함께 새로운 도전의 세계로 안내한다. 프롤로그에서 말하는 구도보다느 자유롭게 그리라는 말, 여기에서 저자의 그림에 대한 사랑을 느꼈다. 아마 많은 그림들을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면서 느낀 그림을 시작하는 기본 자세가 이 말 속에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저자는 우선 어반스케치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준비물에 대해 말해준다. 사실 준비물을 준비하는 건 쉽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림 그리는 일보다 더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바로 준비물이라고 생각한다. 수채물감이나 붓, 용지, 먹, 나무 젓가락, 물통 등에 대한 설명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선긋는 법에서 단순히 칠하는 법부터 차근차근 가르쳐 주는 것이 많은 가르침에서 나오는 노하우 같다.

이 책을 통해 이젠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묘사가 서툰 부분이 있지만 조금씩 연습해 볼 생각이다. 언젠가 좀 시간이 지나면 강릉 카페거리의 어느 한 카페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내 자신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그런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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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흔들린다 - 경제, 정책, 산업, 인구로 살펴본 일본의 현재와 미래,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정영효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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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우리 나라와 애증의 관계다

비슷하지만 비슷하지 않은 나라, 지리적으로 인해 가까이 할 수 없지만 가까이 해야 하는 나라, 비슷한 듯 하면서도 비슷하지 않은, 모든 면에서 닮은 듯하지만 닮지 않은 나라가 일본이다. 어떻게 이렇게 차이가 있는지 신기하다.

저자는 젊었을 때도 일본과 연이 있었고, 20년 특파원으로 가 있으면서 여러 지표들로 일본의 현재를 바라본다. 일본 내와 외국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경제적 지표들이 (잘은 모르지만) 일본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책의 내용 대부분도 이런 지표와 통게들로 가득하다.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이런 지표들을 사용한 것 같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일본의 장인정신이 이제는 그 빛을 발하지 못하게 됐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장인이 만들어 내는 마모가 거의 안 되는 나사의 경우, 예전에는 이런 기술이 첨단 기술이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크게 도움이 안 되는 기술이라는 것, 가장 큰 원인은 몇 십년 동안 기기를 사용하기 보다는 몇 년 동안만 사용하고 다시 새로운 기계로 바꾸는 현실의 세태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건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 준 내용이었다. 우리는 휴대폰을 예로 들어도 많이 써야 3년 내외이고, 그 후에는 다른 기기로 바꾼다. 특별히 문제가 없어도 속도가 늦어졌다는 이뮤만을 바꾸는 우리. 그 안의 모든 부품은 거의 정상이다. 하드웨어가 문제가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문제가 되니, 하드웨어 전체를 바꿔 버린다. 이건 어떻게 보면 낭비이지만 어떻게 보면 이 시대의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좋은 점과 나쁜 점 모두를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시대가 올바른 시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몇 년 마다 습관적으로 기계를 바꾸는 우리에게 더 문제가 아닐까? 내구성이 필요없는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 많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역설적으로 내 스스로를 반성하게 됐다. 이렇게 되면 기술적인 진보는 결국 기술적인 쇠퇴와 함께 한다. 아, 도가 맞구나. 번영이 곧 쇠퇴인 셈이다.

책 내용의 대부분이 경제적 지표로 덮여 있는 만큼 내용도 대부분이 경제적인 것들이다. 보통 우리가 말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중 경제에 집중되고, 사회는 뒤에 조금 언급된다. 일본 정치의 후진성(한 정당의 수십 년 집권)이야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좀 더 다양한 면에서 일본의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일본을 한국으로 바꾸면 이 이야기각 결국 미리의 우리 이야기라고 말하지만, 책을 보면서 느낀 점은 일본의 특수한 상황이 더 지배적이라는 생각이다. 이 내용이 우리 나라에 그대로 적용될 일은 없어 보인다.

일본은 대국이 맞다. 정치, 경제적으로 부침이 있지만, 일본의 저력은 아직 스러지지 않았다. 일본이 어떻게 변해야 할지, 자신들의 모습을 제대로 보게 된다면 달라지지 않을까? 일본의 무서운 저력을 우리는 역사에서 보고 경험했다. 흔들리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 언제 또 튀어오를지 모르는 존재, 그게 일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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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 인생 절반을 지나며 깨달은 인생 문장 65
오평선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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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책의 내용은 삶에 대한 저자의 단상이라고 볼 수 있다. 퇴직 이후의 삶, 늙어감에 대한 저자의 생각들이 담담하게 적혀 있는데, 사실 이런 책들은 많다. 그리고 내용 또한 거의 대동소이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처세술에서 나오는 내용들이 다 비슷한 것처럼 책 내용은 사실 거의 비슷하게 이루어 진다. 이는 어찌보면 인간의 삶이 비슷하다는 것, 누구나 다 삶에 대한 성찰을 하되 그 방향이나 기준은 어느 정도 문화적, 역사적, 사상적 유사성으로 인해 별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건 인간의 한계이자 인간의 축복일 수 있다. 한계는 축복이기 때문이다.

그럼 무엇이 글을 특별하게 할까?

이 점에 대해 항상 글을 쓰는 사람들은 고민해 봐야 한다. 무엇이 내 글을 특별하게 하는지.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특별한 경험, 예를 들어 "죽음의 수용소에서" 같은 책일 것이다. 저자에 말하고자 하는 삶의 태도에 대한 주제는 누구나 말할 수 있는 것이지만, 저자가 경험한 미라클한 삶이 이 메시지를 전할 때 우리는 더 큰 감동을 받고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저자의 철학적, 또는 삶에 대한 성찰이다. 글을 보면, 저자의 필력도 보이지만, 저자의 사상적 깊이도 보인다. 똑같은 소재와 똑같은 주제를 말하지만, 저자가 쓰는 글에서 품어내는 향기는 각기 달라 어떤 글은 비린내가 나기도 하지만, 어떤 글은 묵향기가 듬뿍 나고, 시처럼 읽히기도 한다. 가장 아름다운 글이 바로 이런 글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무엇보다 글을 쓰려면 자신만의 철학을 가질 정도로 철학적인 성찰을 할 것, 그리고 사실 그대로 담백하고 순수하게 글을 적을 것 등이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특별한 게 없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렇다. 일반적인 삶에 대한 글들과 대동소이한 내용들이고, 그 전개가 깊이가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그래서 깊이 우물이 아니라 낮은 냇가를 걷고 있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책의 수준이 낮다는 것은 아니다. 보통이라는 의미이다. 좀 더 특별한, 삶에 대한 특별한 책이 되려면 더 많은 성찰의 깊이가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는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야 한다. 그러려면 단편적인 지혜가 아니라, 그 지혜를 묶어 보여줄 줄 아는 더 큰 철학적 깨달음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나무나 숲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더 큰 무언가를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진로와 리더십에 대한 강연을 한다고 적혀 있는데, 그렇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책 제목이 인상적이다. 나이 먹어감을 익어간다는 시적 표현이 마음에 들어 책을 들었다. 또한 중간 중간 삽입되어 있는 그림들도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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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의 벽 - 최고의 노인정신의학 전문의가 전하는 행복한 노년의 비밀 80세의 벽
와다 히데키 지음, 김동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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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제 60세가 조금 넘은 의사이다. 30년 이상 노년과 관련된 업무에 종사해 왔지만, 아직 80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많이 남은 사람이다. 그럼 80이 되보지 못한 사람이 80세의 벽에 대해 논하는 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처음에 들었다.

하지만, 저자가 주장하는 것을 들어보면, 아직 젊지만? 애 늙은이가 맞다.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해 저자는 노령에 이르러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해 나름대로의 철학을 갖고 있다.

책에 의하면 남자의 평균 수명은 약 80, 그 중 남의 도움이 필요한 기간이 약 10년, 그러니까 건강하게 홀로 지낼 수 있는 시간이 평균적으로 70까지라는 말이다. 그럼 그 뒤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맞다. 나도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지금 삶에서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자신의 삶을 마무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래서 저자가 처음으로 주장하는 것이 80세가 넘으면 건강검진을 안 받아도 된다는 것이다. 즉, 건강에 대해 염려하기 보다는 남은 인생에 더 진지하게 임하라는 것인데, 첫 주장부터 강하게 다가와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고 저자의 주장을 그대로 다 따르기는 무리가 있다. 글을 보면 저자의 주장이 때로는 억지처럼 보이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도 잘 추려내면서 읽는다면 나름대로 노년의 삶에 대한 좋은 어드바이스가 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저자는 잔존기능을 남기는 44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잔존기능은 남아있는 기능들을 잘 활용하는 법인데, 내용은 나름 괜찮은 것 같다.

전체적으로 책을 평가한다면 미흡한 부분이 여럿 보인다. 특히 대부분의 내용이 육체적인 결과 관계되어, 인문학적인 성찰이나 정신적인 성숙을 위한 논의는 거의 대부분 배제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성숙이다. 몸보다 중요한 것이 마음이다. 그런 부분이 거의 배제되어 있는 것이 이 책의 아쉬움이다. 그리고 내용이 깊이 있다고는 말할 수 없겠다. 저자는 간결하게 주장은 하지만, 그 주장이 뭐랄까 좀 허술하고 자기 주장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어떤 것들은 괜히 하는 말처럼, 허언처럼 들리기도 한다. 쉽게 말해서 의사 같지 않다. 그래도 나름 신선한 내용들도 있으니, 나이드신 분들이 보신다면 좀 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기도 하다. 각자 읽고 각자 취하고, 버리고 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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