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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흔들린다 - 경제, 정책, 산업, 인구로 살펴본 일본의 현재와 미래,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정영효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12월
평점 :
일본은 우리 나라와 애증의 관계다
비슷하지만 비슷하지 않은 나라, 지리적으로 인해 가까이 할 수 없지만 가까이 해야 하는 나라, 비슷한 듯 하면서도 비슷하지 않은, 모든 면에서 닮은 듯하지만 닮지 않은 나라가 일본이다. 어떻게 이렇게 차이가 있는지 신기하다.
저자는 젊었을 때도 일본과 연이 있었고, 20년 특파원으로 가 있으면서 여러 지표들로 일본의 현재를 바라본다. 일본 내와 외국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경제적 지표들이 (잘은 모르지만) 일본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책의 내용 대부분도 이런 지표와 통게들로 가득하다.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이런 지표들을 사용한 것 같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일본의 장인정신이 이제는 그 빛을 발하지 못하게 됐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장인이 만들어 내는 마모가 거의 안 되는 나사의 경우, 예전에는 이런 기술이 첨단 기술이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크게 도움이 안 되는 기술이라는 것, 가장 큰 원인은 몇 십년 동안 기기를 사용하기 보다는 몇 년 동안만 사용하고 다시 새로운 기계로 바꾸는 현실의 세태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건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 준 내용이었다. 우리는 휴대폰을 예로 들어도 많이 써야 3년 내외이고, 그 후에는 다른 기기로 바꾼다. 특별히 문제가 없어도 속도가 늦어졌다는 이뮤만을 바꾸는 우리. 그 안의 모든 부품은 거의 정상이다. 하드웨어가 문제가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문제가 되니, 하드웨어 전체를 바꿔 버린다. 이건 어떻게 보면 낭비이지만 어떻게 보면 이 시대의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좋은 점과 나쁜 점 모두를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시대가 올바른 시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몇 년 마다 습관적으로 기계를 바꾸는 우리에게 더 문제가 아닐까? 내구성이 필요없는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 많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역설적으로 내 스스로를 반성하게 됐다. 이렇게 되면 기술적인 진보는 결국 기술적인 쇠퇴와 함께 한다. 아, 도가 맞구나. 번영이 곧 쇠퇴인 셈이다.
책 내용의 대부분이 경제적 지표로 덮여 있는 만큼 내용도 대부분이 경제적인 것들이다. 보통 우리가 말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중 경제에 집중되고, 사회는 뒤에 조금 언급된다. 일본 정치의 후진성(한 정당의 수십 년 집권)이야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좀 더 다양한 면에서 일본의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일본을 한국으로 바꾸면 이 이야기각 결국 미리의 우리 이야기라고 말하지만, 책을 보면서 느낀 점은 일본의 특수한 상황이 더 지배적이라는 생각이다. 이 내용이 우리 나라에 그대로 적용될 일은 없어 보인다.
일본은 대국이 맞다. 정치, 경제적으로 부침이 있지만, 일본의 저력은 아직 스러지지 않았다. 일본이 어떻게 변해야 할지, 자신들의 모습을 제대로 보게 된다면 달라지지 않을까? 일본의 무서운 저력을 우리는 역사에서 보고 경험했다. 흔들리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 언제 또 튀어오를지 모르는 존재, 그게 일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