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기의 어반스케치
백승기 지음 / 성안당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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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미술반에 들어가 그림을 그린 적이 있다

그 때 같이 했던 친구들이나 선후배 중 여럿은 전문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됐다.

물론, 생각해 보면 그림그리는 것보다 더 많이 맞은 것 밖에는 기억이 없다. 나에게는 미술이 좋은 점과 나쁜 점이 함께 추억 속에 존재한다. 당시 많은 고등학생들에게 선생님이나 선배들에게 맞는 건 당연한 것처럼 여겼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고등학생이 얼마나 나약하고 미약한 존재인지, 그래서 돌봄이 필요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된다. 그 때는 고등학생만 되도 성인이라 믿었는데, 지금 보면 얼마나 연약한 존재였나.

무튼 그 당시에도 미술반에서 유화나 수채화를 그리고, 일년에 한번씩 미전을 열어 전시회를 하던 기억은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지금도 때로 시간이 되면 그림을 그리고 싶은 감정에 휩싸일 때가 많다.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에 대부분은 포기할 때가 많지만, 예쁜 수채화 그림들을 보면 마음이 당긴다.

이 책에 나오는 어반 스케치도 수채화다, 그림을 보면 당시 그리던 수채화가 생각이 나서 추억에 잠기게 한다. 당시 선배나 우리가 몰랐던 기법들, 어떻게 보면 세밀한 묘사보다는 느낌을 중시하는 그런 수채화법에 더 호감이 간다. 형태와 색 중 이미 색이 대세가 된 지 오래됐다. 색 또한 객관적인 색채보다 주관적인 색체, 개인적인 색채로 바라보는 세상이 더 가치있는 예술이 되어 버린 지금, 이런 그림들은 나에게 즐거운 추억과 함께 새로운 도전의 세계로 안내한다. 프롤로그에서 말하는 구도보다느 자유롭게 그리라는 말, 여기에서 저자의 그림에 대한 사랑을 느꼈다. 아마 많은 그림들을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면서 느낀 그림을 시작하는 기본 자세가 이 말 속에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저자는 우선 어반스케치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준비물에 대해 말해준다. 사실 준비물을 준비하는 건 쉽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림 그리는 일보다 더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바로 준비물이라고 생각한다. 수채물감이나 붓, 용지, 먹, 나무 젓가락, 물통 등에 대한 설명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선긋는 법에서 단순히 칠하는 법부터 차근차근 가르쳐 주는 것이 많은 가르침에서 나오는 노하우 같다.

이 책을 통해 이젠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묘사가 서툰 부분이 있지만 조금씩 연습해 볼 생각이다. 언젠가 좀 시간이 지나면 강릉 카페거리의 어느 한 카페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내 자신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그런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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