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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 : 세상에서 너를 지우려면 ㅣ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황지영 지음 / 우리학교 / 2022년 11월
평점 :
생각할 거리가 담긴 어린이책을 쓰시는 황지영 작가의 책입니다. 아이와 작가의 책, <햇빛초 대나무숲에 새 글이 올라왔습니다>를 재미있게 읽어서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이 반가웠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 고울이는 6학년 때, 친구가 눈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고울이는 친구가 자기때문에 죽게 되었다는 죄책감에 외톨이가 되어 집에 틀어박힙니다. 사고 후, 친구의 교통사고 영상이 온라인을 돌아다니며 자극적으로 편집되어 소모되고, 친구와 고울이에 대한 악의적인 루머가 만들어져 퍼집니다.
학교에서 겉도는 고울이에게 북튜브 대회에 나가자며 친구들이 접근해 옵니다. 입상하기 위해서는 그림을 잘 그리는 고울이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고울이는 먼저 훌쩍 다가와 주는 민서, 고울이를 많이 원망했지만 걱정도 많이 한 태린이와 함께 조금씩 세상을 향해 나아 갑니다.
요즘 아이들의 클라쓰, 요즘 어른들의 민낯
작가님이 그리는 아이들은 딱 요즘 아이들입니다. 착하거나 악한 단편적인 인물이 아니고, 개인적이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지만 가족과 친구에 대한 배려도, 믿음도 있습니다. 친구에게 실망하고 미워도 하지만, 친구를 이해할 아량도 가지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치유하지는 못해도, 친구를 위해 끈질기게 노력합니다.
반면, 어딘가 꼭 있을 듯한 부끄러운 어른들도 보입니다. 고울이의 부모님은 죽은 예담이와 가족의 아픔은 무시한 채, 오직 고울이만을 보호하고자 합니다. 또 고울이의 담임 선생님도 아이들의 마음에 대한 배려따위는 없지요.
어느 세대나 이전 세대보다 똑똑하다고 합니다. 이 책의 아이들처럼 자라준다면 인성도 걱정없겠습니다. 오히려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부모 세대를 살짝 비웃어 주는 듯 합니다. 책 속의 아이들은 제가 만나본 아이들과 많이 닮아서, 우리의 미래가 밝다고 안심하게 되네요.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이 한 명만 있다면
이 책에서 고울이가 용기를 내어 나아갈 수 있게 된 데는, 친구들의 지지가 있었습니다. 자꾸만 숨으려는 고울이를 기다려 주고, 독려해 주는 친구들 덕이지요. 그런 과정을 뻔하지 않게, 현실에 있을 법하게 그린 점이 이 책의 장점입니다.
또한 부모님의 몰이해, 죽은 친구의 가족들과의 힘든 관계가 현재 진행형인 점도 공감을 자아냅니다. 이런 것은 쉽게 바뀔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디지털 시민의식 교육이 시급하다!
작가는 책에서 무책임하고 잔인한 댓글과 고인의 영상이 계속 인터넷을 떠돌며 소모되는 과정을 실감나게 그립니다. 무심코 보았던 뉴스 속 영상이, 그 사고와 관련된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무서운 폭력이 되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우리나라는 최근 또 참담한 사고를 겪었습니다. 정부와 관계부처의 대응이 미진한 사이, 마녀사냥식의 괴담이 퍼져나갔었지요. 지금도 인터넷에 가득한 사고 영상과 댓글들이, 사고 현장에 있었던 분들과 유가족에게 평생 가는 상처를 주고 있겠지요. 학교 교육 뿐 아니라, 성인 대상의 교육에서도 적극적으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청소년을 독자로 하는 책이지만, 학부모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선생님과 부모의 교육관이라든가, 디지털 리터러시 관련한 부분은 오히려 성인이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이런 책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