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사용설명서 - 북클럽이라는 작은 커뮤니티는 꾸준히 책 읽는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지해 줍니다
변은혜 지음 / 책마음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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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읽음. 실용적이고 당장 일상에 적용하기 좋지만, 뜬금없는 내용도 다소 있는듯함. 비추하진 않으나 개인적으로 와 닿지 않는 내용이 많았음. 그러나 독서모임을 시작할 분들은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독서모임 관련 책은 그리 많지 않으니 이 책도 의미가 있을 듯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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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은 여름에 수군대는 걸 좋아해 - 아프리카 코이산족 채록 시집
코이코이족 외 지음, 이석호 옮김, W. H. 블리크 채록 / 갈라파고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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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은 아프리카 문학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진짜.

요즘 생소한 문학 읽기를 하고 있어용.

그래서 몽골... 읽고. 아랍소설... 사고.(안읽음ㅋㅋ)

아프리카 시를 읽었습니다.


어디선가

아프리카는 국가가 그리 많은데도

아프리카라는 말로 퉁쳐지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니까 각 국가의 정체성은 무시되고

아프리카라는 대륙이 가진 이미지로만 설명된다,

뭐 이런 걸 읽은 적이 있는데

저도 지금 무지를 행하고 있네요.

몽골 소설 아랍 소설 아프리카 시

지구 반대편의 동료시민들에게

좋은 동료시민이 되어주지 못하는군요


...하지만 그들도 나를 보면 눈을 죽 찢을 텐데

서로 딜교했다 칠까요?^^


저는 자연과는 연이 없는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내로라하는 메이저(한국일본영국미국프랑스러시아 등) 문학을 읽으며

자연에 관한 오지는 표현이 나와도

음? 먼소리고.

,,,ㅇㅈㄹ하고 넘어감


그런데 이 시집이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새롭기 때문에 매력적이라면?

이거 함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제가 (자신있게) 소개해 드리고 싶은 시는

바로...



달의 비명



달은 아직 차오르고, 아직 살아남아

새벽이 오기 직전까지

하늘 저편에 걸려 있네


태양이 서쪽으로 지자마자

동쪽의 달은 점점 더 차올라

불에 덴 듯 불그레한 얼굴로

하늘을 기어오르지

달 아기를 임신한 듯

둥글게 부풀어 오른 배를 내밀며

저 높은 하늘을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헤매고 다니다

동쪽 방향 끝에서 밤을 기어올라

지금 여기에, 거대하고, 아직 만삭의 모습으로

아직 살아남아

새날이 밝기까지

서쪽에서 빛나네


동쪽에서 뜬 태양은

지구보다 훨씬 먼 길을 돌지 (과학적인데? -고라니)

태양이 칼을 꺼내

달의 속살을

빠르게 찌르면

만삭의 몸으로 광채를 흩뿌리며

생명력이 충만한 달은

아무 말 못 하고 큰 소리로 울부짖지


이보시오, 태양 님

제 아이들은 건들지 마세요

아이들은 부디 살려주세요!

당신의 칼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저의 달 아기들을 도살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비추는 그 빛의 칼날이

우리의 빛을 찔러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있습니다

제발, 그 빛들을 살려주세요!

부디 저를, 이 달을, 빛나게 하세요!


달은 여전히 만삭의 몸으로

하늘을 떠다니며

새벽이 와도 아직 살아남아

이렇게 부르짖다

이내 시들어버리지

그러니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것이지

달의 비명을

처절하게 울부짖는 소리를

매일 하루가 시작될 때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할 때

그의 칼이 달의 아기들을

사정없이 찌를 때

달이 울부짖는 소리는

그토록 애가 끓어

새벽 첫 빛의 칼날조차

무디게 할 정도지


달은, 매일, 하루가 시작될 때마다

큰 소리로 울부짖지


이보시오, 태양 님

제 아이들은 건들지 마세요

제 아이들만큼은 죽지 않게 해주세요!


그렇게 날이 밝지



_29~31p




ㅋㅑ................................

서늘하다

달 아기가 무엇을 뜻하는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렇게 비유할 수 있다는 게... 저는 신선했고요

달이 비명을 그렇게 지르는데도

"그렇게 날이 밝지"

이 한마디로 딱!! 종결내는게

진짜대박간지고... 서늘함



이 시가 좋았던 건

아마 번역했다는 사실도 한몫하는 것 같음

번역하면 그래도 말이 좀 쉬워지거든뇨...


저는 한국시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사실 호불호가 진짜 많이 갈리고

예쁘고자 하는 문장을 안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보기엔 예쁘고 뭔 뜻인지는 모르겠는

그런 문장을 안 좋아하게 됐는데

공교롭게도 나에겐 그게 한국시였던 것임... (한국시의 문제가 아니라 저라는 독자의 문제임)


그런데 말을 어렵게 쓰지 않으면서

독특한 시선과

서늘한 칼날 같은 결말.

저의 취향에 맞습니다.


나중에 좋아하는 시집 모음으로 페이퍼를 작성하고 싶네요~!

삼삼하고 담백한데 비수처럼 푹 찌르는 시.

제가 참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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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7-12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쁘고자 하는 문장을 안좋아합니다. 저는 차가운 도시여자 …

아프리카 문학이라면, 저는 그 뭐시기냐, <아프리카 술집 외상은 어림없지> 를 오만년 전에 읽었던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탐정 소설 있는데. 잠시만요, ‘알렉산더 매컬 스미스‘의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가 생각나네요. 존 쿳시도 아프리카였죠? 에 또 … 뭐 그렇스니다. 존 쿳시 좋아해서 여러권 읽었었는데요. 아, 조만간 존 쿳시 봐야겠어요.

아프리카 술집, 외상은 어림없지, 를 읽었는데 그 책이 마침표가 없는 문장들로 되어있나 여튼 특이한 소설이거든요,
그걸 읽었던 당시에 좋아했던 남자가 제가 그거 읽는다고 자기도 읽어보고 제가 운영하는 개인 블로그에 독후감 남기러 왔던 일이 떠오릅니다.
아름다운 일이었죠.
네, 나윤선 시디의 그 남자입니다.

인생은 무엇일까요?

책식동물 2023-07-12 17:31   좋아요 0 | URL
아잠만. 그분 이야기 댓글. 달려고 했는데 지금 생각낫어~~~~~~~~!!!!!!!!!!! 죄송해요. 제가 아직 북플이 익숙지 않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플이 알림을 먹나ㅠㅠㅠ

아프리카 술집~ 검색해 봤는데 미리보기가 없어서 문장을 읽을 수 없는게 아쉽네요...ㅠㅠㅠ 그런데 마침표가 없는 문장들로 되어 있다고요?????????????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소설은... 문장으로 차력쇼를 한다는 점에서 제 마음을 이끄는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

예쁘고자 하는 문장... 10년전에는 좋아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느 순간 맥락이 겹겹이 쌓인 그 위에 무심하게 톡 얹어두는 투박하고 평범한 말에 더 이끌리더라고요...... 그리고 예쁜 것도 좋긴 한데 이유 없이 그저 예쁘려는 의도만 있는 문장에는 거부감이 듭니다.

하여튼... 저는 답댓글을 남기러.....^^

미미 2023-07-12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눈 내리는 체육관>이라고
조혜은님의 시집. 혹시 읽어보셨나 모르겠습니다
쉽고 (난해한 면도 좀 있지만..) 완전 비수ㅋㅋㅋㅋ
제가 좋아하는 시집인데 매운맛이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ㅋㅋ

그리고 뜬금없지만 저 구병모 소설 <위저드베이커리>먼저 읽고 나중에 <파과>읽었어요.헤헤

책식동물 2023-07-12 19:23   좋아요 1 | URL
오!!! 저. 조혜은 시인의 신부수첩을 좋아합니다. 구두코와 눈 내리는 체육관은 사기만 했어요. 미미님...... 위.베.도 그렇고 조혜은 시인도 그렇고 저 완전 동지 만난 기분이에용...

은오 2023-07-13 05: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연묘사 풍경묘사 이게뭔솔? 하고 넘어가는거 개공감입니다.... 하.. 나도 그 아름다움을 느끼고싶다...

책식동물 2023-07-13 13:18   좋아요 0 | URL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두고 아름다운 자연 묘사라고 히더라고요. 아마도 엘리자베스 일행이 펨벌리에 처음 갔을 때 펨벌리 광경을 묘사한 것을 말하는 것 같은데, 좋아하는 작가지만, 그다지요.............. 그래서 요즘은 소설을 읽을 때 공간, 배경, 자연 묘사를 눈여겨 보고 있어요. 그래도... 아직 아름답다! 싶은 묘사는 없었습니다...ㅠㅠ
 
성스러운 동물성애자 - 종도 편견도 넘어선 사랑
하마노 지히로 지음, 최재혁 옮김, 정희진 해제, 강상중 추천 / 연립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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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성애자에 대해 말하며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의심을 품기. 동물‘성애‘자는 보수적일 만큼 관계를 중시한다. 결국 섹스는 부차적인 문제고 관계의 일부인데, 이들을 보며 인간이 인간과 맺는 관계를 성찰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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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7-11 1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라니님을 동물성애 “이해” 모임(동물성애 모임 아님 주의)새로운 회원으로 모십니다. 회원 3명(한분은 잠시 알라딘 떠나셔서 사실 현재는 2명..)뿐이라 단출하지만.. 환영합니다!!

책식동물 2023-07-11 14:51   좋아요 0 | URL
환영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이해하겠습니다!!! 와와와
 
파과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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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이나 그럴까 궁금해진다. 구병모 작품을 위저드 베이커리로 만난 사람은 몇 명일까? 적어도 내가 위저드 베이커리로 구병모를 만났을 때는 파과는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내가 읽는 구병모의 네 번째 책이며, 세 번째 장편 소설.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피그말리온 아이들을 전에 읽었다.


학창시절 읽은 게 마지막이다보니 성인도 좀 되고, 대학도 좀 다니고, 사회생활도 좀 하고, 책도 좀 읽은 나는 구병모 소설에서 보이는 구병모 본인을 좀 더 잘 발견할 수 있는 짬이 생겼다. 아직 한-참- 멀었지만.


까탈스럽다. 진지하지만 유머러스하게 비꼬기를 잘한다. 더러운 말도 어찌나 잘하는지. 성깔도 있고 예리할 것이다. 멋있고 그럴싸해보이고자 하는 욕망도 있다. 특유의 탐미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문체는 체화한 면도 있지만, 의도를 갖고 그렇게 보이도록 노력했다.



이 소설의 영상화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각색이 필요하리라 본다. 파과는 전형적인 상업 영화와는 거리가 있는 구성이다. 클라이막스를 이해하려면 이전에 일어났던 일을 알아야 하는데, 태반이 과거의 이야기다. 과거가 주 무대가 되지 않고 현재와 교차하면서 과거의 일은 '어차피 끝난 일'이니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어색한 구성도 있다. 클라이막스의 사건에 직접 연관이 없고, 거기로 직결되는 사건의 디딤돌 역할을 하는 요소가 적잖이 보인다. 어떤 인물의 동기는 명확히 이해할 수 없으며 충분한 설명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구병모의 의도는 독자가 흥미를 느낄 플롯 말고, 조각이라는 한 사람의 인생의 조각(파편)을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어떤 인물은 조각에게 깊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이고, 소설에는 클라이막스와는 크게 관련 없는 이야기와 설정도 많이 등장한 것이다.


그러면서 상업성까지 있다니, 대단해.



하지만 난 취향 아님. 솔직히 읽기 힘들었다. 만연체는 힘들지 않았다. 그런데 아름답기 위해 공을 들였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니까 그게 꾸며낸 것 같다고.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또 투우라는 캐릭터, 개인적으로 내가 정말 좋아하는 타입이지만..................................................... 소신발언의 시간을 갖겠다. 그런 치명적이고 강하다고 여유롭고 지지 않는다는 설정의 캐릭터... 망가뜨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오를 지키며 쓰면 오글거리고 센 척 한다는 느낌... 안 들기 정말 어려운데 들었다. 그리고 나는...................................................망가지지 않는 센 척하는 남자는 캐릭터나 실제 사람이나 질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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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전두환의 마지막 33년 - 그는 왜 무릎 꿇지 않았는가
정아은 지음 / 사이드웨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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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것을 거부한다. 서너 살 많은 남자와 그만큼 어린 여자의 연애는 너무 흔하므로 거부한다. 남자가 잘살고 여자는 서민이고 이 여자를 괴롭히는 잘사는 악녀가 죗값을 치르는 스토리는 너무 흔하므로 거부한다. 사이코패스라고 몰아가며 희대의 악인, 사람도 아닌 악마 취급하는 것은 너무 흔하므로 거부한다. 대단히 새로운 것만을 원치는 않는다. 다만 사소하게 비틀린 균열을 원한다.


나에게 전두환은 이런 사람이다. 독재자다. 사과 없이 죽은 인면수심이다. 설령 진실로 북한의 지령을 받은 남한 빨갱이들이 폭동을 일으켜서 어쩔 수 없이 군으로 진압했더라도, 사람을 그렇게 죽여서는 안 된다. 그런데 전두환은 자국민을 그렇게 죽였다. 분명히 부정한 방법으로 쌓았을 재산을 두고 돈이 없다고 했다. 뻔뻔하다. 수치를 모르는 악인이다.


정아은은 21세기의 독자를 이끈다. 전두환이 활동했던 시기로. 그의 마음, 그가 처한 상황, 그 시기의 국내 및 국제 정세와 함께. 가독성 좋고 담담한 문장은 이입에 방해되지 않는다. 전두환이 남긴 말과 글을 분석해서 그가 어떤 사람이었고, 그러므로 이렇게 생각하고 이런 마음을 가졌을 거라고 서술한다. 우리는 그를 이해한다. 정아은이 전두환의 삶이라는 맥락을 제시해주었으므로.


전두환은 단순하고, 낮짝 두껍고자 애를 쓰고, 완전히 뻔뻔하지 못할 만큼 의식했지만, 자기 자신을 직시하고 반성할 만큼 의식하지 않았다. 잠도 편히 못 잤겠다. 정통성이 없는 지도자는 언제든 불안한 법이다. 그의 죄와는 별개로 전두환이라는 한 인간이 측은했다. 자기가 믿었던 사람이 자길 압박하고, 전국민이 살인자라고 손가락질하고,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 권력을 휘두르지는 못하고 부정적으로 언급되고, 또 언급된다. 그러면서 자기를 직시하지 않았다. 속죄는 고사하고 자기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살다 죽었다는 점이 불쌍하다.


전두환이 측은하고 불쌍하다고 해서 내가 여태 고수하던 노선이 바뀌지는 않는다. 뭔가 추가됐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그대로지만, 고려할 것이 늘어났다.


전두환을 악마화하고 증오의 말을 퍼붓는 게 신군부 세력과 그 후예들을 영영 내쫓는 일에 보탬이 될까? 그런 의문이 생겼다. 강력범죄자를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저 사람을 사이코패스라고, 저 사람이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라고 선을 긋고 절대 내 이야기는 될 수 없다고 단정짓는 게 과연 최선일까? 그런 의미에서 전두환이 악마고, 희대의 악인이라고, 저 사람이 특히 악해서 그렇다고 선을 긋는 게 적절한 태도일까? 최선일까?


이런 의문을 던진다고 해서 뭐, 어디에 도움이 될 지 솔직히 모르겠다. 어렴풋이 '범죄자를 걍 다 싸패취급하면 끝나냐??'라고 생각만 하던 것을 최근의 살인사건 몇 건과 이 책을 읽으면서 수면 위로 떠올렸고, 다른 사람에게 처음 알린다. 뭐가 도움이 될 지는 진짜 모르겠다.


하지만 전과 마찬가지로 그런 애들 다 사이코고 나랑은 전혀 관계 없다고 선 긋고 내 일상을 살러 갈 수는 없다. 행적과 결과만 보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을 나이가 들며 더 깊이 느끼고 있다. 맥락이 중요하다. 여자를 칼로 찔러 죽였다는 행적과 결과는 같지만, 누구는 길 가다가 선별해서 죽인 거고 누구는 학대 당하다가 못 참고 죽인 것은 다르지 않나. 그렇다면 처벌 역시 달리 내려야 하지 않나.


비뚤어진 마음으로 말하자면, 나라고 전두환과 크게 다를 것 같나? 어떻게 단정 짓나? 그 '사이코패스 새끼'와 내가 뿌리부터 다르다고.


그래서 나는 전두환을 악마로 여겼던 마음을 버린다. 전두환의 선조와 동시대 사람과 후예들이 모두 물러나서 한국 현대사의 흑역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의 마음이 되고 이해하고 그를 악마화하길 관두고 나와 같은 인간으로 보되, 나와 같은 인간에게 어떤 속죄를 요구할 것인지는 앞으로도 쭉 생각할 일이다.





이 관련 책 추천받습니다. 감사합니다.

문제는 전두환이 제 원죄에 대해 전면 부정함으로써 그가 영원히 ‘공’에 해당하는 사항을 인정받을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너무나 큰 죄를 저질러놓고 그에 대해 일말의 사죄도 하지 않음으로써 그의 정체성은 오직 하나, ‘살인자’로 귀결되어 버렸다. 그가 세상을 향해 "내가 잘한 점도 있었잖아!’"라고 외칠 때마다, 세상은 그가 저지른 극악무도한 죄를 인식했다. 죄를 인정하지 않는 행위가 더 커다란 죄를 낳고,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죄의 부피에 압도되어, 전두환이 한 명의 인간으로서 갖고 있었을 ‘부분적인 미덕’이 완전히 가려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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