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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은 여름에 수군대는 걸 좋아해 - 아프리카 코이산족 채록 시집
코이코이족 외 지음, 이석호 옮김, W. H. 블리크 채록 / 갈라파고스 / 2021년 3월
평점 :
처음 읽은 아프리카 문학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진짜.
요즘 생소한 문학 읽기를 하고 있어용.
그래서 몽골... 읽고. 아랍소설... 사고.(안읽음ㅋㅋ)
아프리카 시를 읽었습니다.
어디선가
아프리카는 국가가 그리 많은데도
아프리카라는 말로 퉁쳐지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니까 각 국가의 정체성은 무시되고
아프리카라는 대륙이 가진 이미지로만 설명된다,
뭐 이런 걸 읽은 적이 있는데
저도 지금 무지를 행하고 있네요.
몽골 소설 아랍 소설 아프리카 시
지구 반대편의 동료시민들에게
좋은 동료시민이 되어주지 못하는군요
...하지만 그들도 나를 보면 눈을 죽 찢을 텐데
서로 딜교했다 칠까요?^^
저는 자연과는 연이 없는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내로라하는 메이저(한국일본영국미국프랑스러시아 등) 문학을 읽으며
자연에 관한 오지는 표현이 나와도
음? 먼소리고.
,,,ㅇㅈㄹ하고 넘어감
그런데 이 시집이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새롭기 때문에 매력적이라면?
이거 함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제가 (자신있게) 소개해 드리고 싶은 시는
바로...
달의 비명
달은 아직 차오르고, 아직 살아남아
새벽이 오기 직전까지
하늘 저편에 걸려 있네
태양이 서쪽으로 지자마자
동쪽의 달은 점점 더 차올라
불에 덴 듯 불그레한 얼굴로
하늘을 기어오르지
달 아기를 임신한 듯
둥글게 부풀어 오른 배를 내밀며
저 높은 하늘을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헤매고 다니다
동쪽 방향 끝에서 밤을 기어올라
지금 여기에, 거대하고, 아직 만삭의 모습으로
아직 살아남아
새날이 밝기까지
서쪽에서 빛나네
동쪽에서 뜬 태양은
지구보다 훨씬 먼 길을 돌지 (과학적인데? -고라니)
태양이 칼을 꺼내
달의 속살을
빠르게 찌르면
만삭의 몸으로 광채를 흩뿌리며
생명력이 충만한 달은
아무 말 못 하고 큰 소리로 울부짖지
이보시오, 태양 님
제 아이들은 건들지 마세요
아이들은 부디 살려주세요!
당신의 칼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저의 달 아기들을 도살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비추는 그 빛의 칼날이
우리의 빛을 찔러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있습니다
제발, 그 빛들을 살려주세요!
부디 저를, 이 달을, 빛나게 하세요!
달은 여전히 만삭의 몸으로
하늘을 떠다니며
새벽이 와도 아직 살아남아
이렇게 부르짖다
이내 시들어버리지
그러니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것이지
달의 비명을
처절하게 울부짖는 소리를
매일 하루가 시작될 때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할 때
그의 칼이 달의 아기들을
사정없이 찌를 때
달이 울부짖는 소리는
그토록 애가 끓어
새벽 첫 빛의 칼날조차
무디게 할 정도지
달은, 매일, 하루가 시작될 때마다
큰 소리로 울부짖지
이보시오, 태양 님
제 아이들은 건들지 마세요
제 아이들만큼은 죽지 않게 해주세요!
그렇게 날이 밝지
_29~31p
ㅋㅑ................................
서늘하다
달 아기가 무엇을 뜻하는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렇게 비유할 수 있다는 게... 저는 신선했고요
달이 비명을 그렇게 지르는데도
"그렇게 날이 밝지"
이 한마디로 딱!! 종결내는게
진짜대박간지고... 서늘함
이 시가 좋았던 건
아마 번역했다는 사실도 한몫하는 것 같음
번역하면 그래도 말이 좀 쉬워지거든뇨...
저는 한국시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사실 호불호가 진짜 많이 갈리고
예쁘고자 하는 문장을 안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보기엔 예쁘고 뭔 뜻인지는 모르겠는
그런 문장을 안 좋아하게 됐는데
공교롭게도 나에겐 그게 한국시였던 것임... (한국시의 문제가 아니라 저라는 독자의 문제임)
그런데 말을 어렵게 쓰지 않으면서
독특한 시선과
서늘한 칼날 같은 결말.
저의 취향에 맞습니다.
나중에 좋아하는 시집 모음으로 페이퍼를 작성하고 싶네요~!
삼삼하고 담백한데 비수처럼 푹 찌르는 시.
제가 참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