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을 남기기 위해 글을 씁니다. 저는 바쁜 고란입니다. 서재를 잊지 않았습니다. 요새 피곤해서 집가면 저녁잠을 디비자서 같은 책도 몇 주간 읽고 있습니다. (Hㅏ...) 며칠 뒤 전철을 한 시간 이상 타고 다른 지역에 갈 예정인데, 그때 무얼 읽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성의 변증법을 몇 시간이고 읽으며 갈까요... 역시 그게 낫겠다.
백수린 단편을 읽고 있습니다. 담백하고 우아해서 단편 안 좋아하는 저도 속이 편하네요. 여태 세 편 읽었을 뿐이라 단정짓기는 힘들지만...
저는 성격이 상당히 직설적이기 때문에 세련됨이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우아하게 넌지시 돌려 말하기, 이런 걸 전혀 못해요. 그래서 문체에서도 티가 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이 소설의 문체... 가독성도 좋고 특별히 어렵지 않으니 우습고 가벼이 여길 수 있지만 예사롭지 않다고 느껴요. 실제로는 이렇게 쓰기 어렵다. 가지런하고 담담하면서 우아한 느낌에 세련된 화법.
책 앞날개에 인쇄된 백수린의 사진에서도 그런 물먹은 먹먹함이 보여용
우리는 다음날에도, 그다음날에도 사원에 갔어요. 아마도 나는 당신이라면 나처럼 불편한 마음을 느낄 거라고 믿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거대한 나무가 사원을 뚫고 자란 폐허를 당신들은 아름답게 바라봅니다. 나는 이제 사원들을 바라보는 것이 싫어졌어요. 돌무더기에 핀 이끼와 그 위로 부서지는 빛은 틀림없이 아름다웠고, 무너져내린 것들 사이를 지탱하는 수백 년 된 나무를 보는 일은 황홀했지만, 그것을 태연하게 향유하는 행위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살점처럼 버려진 돌무더기 위에서 영어를 쓰는 아시아계 관광객과 프랑스인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폐허를 만드는 데 아무런 일조를 하지 않은 사람처럼, 이 모든 것이 그저 시간과 자연의 원리에 의해 훼손되었다고 믿으며 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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