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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에덴 2 - 추앙으로 시작된 사랑의 붕괴
잭 런던 지음, 오수연 옮김 / 녹색광선 / 2022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리뷰를 읽으신다면 완독하셨다는 거겠지요...
그래서 스포가 있습니다! ㅋㅋ
스포를 주의하세요 저는... 가감없이 쓰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길게 쓸 여력 없어서 짧게 씀ㅋㅋ
뭐ㅋㅋ 내 안에서 무르익으면 어케 리뷰가 나오겠지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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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영화를 봤기 때문에...
미뤄뒀던 독서를 시작했음.
아니 배우 왤케 잘생김ㅋㅋㅋ
이 책을 읽으며 연필로 밑줄도 긋고 댓글(ㅋㅋ)도 달았음ㅋㅋ
먼저 저의 감상 들어가겠습니다.
1. 마틴아 겸업을 해!!!!!!!!!! 좋은 자리를 준다잖아!!!!!!!! 넌 투잡을 뛰라고 카프카도 투잡 뛰었어!!!
2. 처음에 잭 런던 그래도 작가생활 중후반에 쓴 건데 왤케 시원찮지 싶었거든??? 근데 생각해보니까 마틴 끽해야 20대 초반따리 남자애임ㅋㅋㅋ 애가 생각이 짧을 수밖에 없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
3. 루스가 마틴을 향해 찐사랑을 느낀 건지 궁금쓰. 영화 볼 땐 그리 느꼈는데 책 보니까 아닌 거 같애 ㄱ-
또한 이 책의 장점이자 특징. 들어가겠습니다.
여기부터는 진짜 스포주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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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동자 생활 묘사가 ㅈㄴ 생생함ㅋㅋㅋ 마틴의 세탁소 동료 조 왈 "나 장티푸스 때문에 아파서 2달 일 쉬느라 안했는데 진짜 개천국이었다" <<여기서 진짜 눈물 좍좍흘림 노동자 공감추
2. 배경묘사가 잘 안 나옴. 일단 내가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카뮈 에세이가 자꾸 생각나서 그런 것도 있고. 카뮈 에세이가 또 주제가 여행, 풍경, 자연이라서 묘사가 엄청 나옴. 식물 이름도 구체적으로 명시함ㅋㅋ
그런데 마틴은 계속 같은 도시를 다니고, 잭 런던이 육지생활 말고 바다생활 했던 사람이라서 바다 풍경이나 이미지 나올 때 묘사가 확 풍부해지는 것 같음.
그리고 잭 런던은 식물 이름을 구체적으로 짚어주지 않음ㅋㅋㅋ (갑자기 든 생각인데 요즘 소설들 배경묘사 딱히 없는 거 같음)
아름다운 가을날이 왔다. 따뜻하고 나른하며, 계절의 바뀜으로 잔잔히 설레었다. 태양은 뿌옇고, 부드러운 바람결이 대기의 선잠을 깨우지 않으면서 어슬렁거리는, 캘리포니아의 인디언 서머였다. 잘 짜인 직물 같은 자줏빛 안개의 막이 구릉지의 계곡을 가리고, 샌프란시스코는 고지에 몽롱한 연기처럼 누워 있었다. 그 사이에 가로놓인 만은 용해된 금속의 둔한 광택을 띠었으며, 물에 떠 있는 선박들은 움직임이 없거나 느린 조류에 게을리 밀려갔다. 멀리 타말페이 산이 은빛 아지랑이 속에 거대한 자태를 어렴풋이 드러냈고, 그 옆에 금문교는 저물어 가는 태양 아래 옅은 금빛 오솔길처럼 뻗어 있었다. 그 너머, 겨울의 거친 첫 날숨을 경고하며 내륙으로 넘실대며 밀려오는 구름을, 흐리고 드넓은 태평양이 수평선 위로 밀어 올렸다.
소거될 때가 임박했으나 여름은 꾸물거렸다. 언덕에서 서서히 바래져 갔으며, 계곡의 자줏빛을 짙게 했고, 기우는 기력과 충분히 즐기고도 남은 황홀로 아지랑이의 수의를 자아내다가, 다 살았고 잘 살았다는 차분한 만족감으로 죽어갔다. (...)
_21장 237~238p
잭 런던의 문체는 시어보다는 산문어 쓰는 거 같은데 이 부분은 잭 런던 시어 최후의 끌어치기였던듯ㅋㅋㅋ (시어도 좋고~ 산문어는 원래 좋아하고~ 산문어 사람이 시어 끌어치기해도 좋고~ 아무튼 좋았다는 뜻ㅋㅋㅋ)
3. 잭 런던은 선원임. 또 바다에서 삶의 대부분을 보내지는 않았기에 바다는 육지와는 달리 좀 예외적인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예외적 장소에 대해서 런던은 바다 관련 이미지 묘사를 생생하게 함. 도시에서 마틴이 본 풍경과는 다르게...
4. 결말부 묘사가 좋음. 진짜 처음 두 장(1장~2장)과 46장(이 소설은 46장까지다...) 마틴이 배에 승선한 이후 결말까지의 묘사가...진짜 좋은데 이걸 그냥 보면 뭔 소리인지 모르니깐 꼭 책을 다 읽어주세염ㅋㅋㅋ
5. 마틴이 노동자 1에서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있음.
먼저 루스의 교양에 감명을 받아서 책을 읽으며 공부를 해... 그러더니 글을 쓰고...... 원고를 투고하고... 결국 작가가 돼... 그 과정이 정말정말 생생해서 런던씨 본인 일기 아닌지 살짝ㅋㅋ 묻고 싶어졌음ㅋㅋ
자전적인 소설인 거 압니다 그치만!!! 이 정도면 일기 아닙니까!! 마틴이 허버트 스펜서를 읽고 어떻게 느꼈는지까지 쓰는데!! 이거 일기 아닙니까!!! 이렇게 쓴 게 나쁘다는 건 아닌데 나에겐 약간...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직설적으로 소설에 걍 해버린 느낌? 좀 별로였음. 근데 과정 자체는 진짜... 작가지망생이나 작가들 걍 눈물 철철 흘릴 것 같음 일단 난 흘렸음
6. 루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오) 아니 진짜 안 사랑한 거 같애ㅜㅜ (근데 마틴도 찐사랑까진 아니었던 것 같은데 확실히 마틴이 더 사랑하긴 한듯해...)
마틴을 자기식으로 고치고 싶어하고 글 포기하라고 하는 것도 이해력 없는 것도 (가난이나 좌절이 마틴을 각성하게 해서 취직하게 만들 거라고 생각함...표현은 다르지만 쨌든 이런거임) 짱나는데 무엇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에 마틴이 성공하고 나서 호텔방에 들어와... 그리고 내가 여기 들어오는 게 얼마나 큰 위험을 감수한 건지 어필해... 나도 알아 귀한 집 딸이 남자 호텔방에 혼자서 들어온다? 난리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는 마차 타서 같이 밤 보냈는데 결혼 안 했다고 레트 버틀러가 쫓겨난 거잖앜ㅋㅋㅋㅋㅋㅋ 근데 나는 루스의 용기도 사실 뭐 그리ㅋㅋ 행동 자체로는 엄청 위험해보이지 않는데(굶으면 어떤 사회에 살아도 죽지만 남자 호텔방 찾아가는 건 시대와 사회에 따라 ㄱㅊ을 수도 있는 것이기에...) 거기에 알고보니 지 남동생이 밤길 오가는데 보호자로 따라와줌ㅋㅋ 진짜 가식미쳤고 불쌍한척미쳤고 결국 부르주아 습성도 못 버리고ㅋㅋㅋ
7. 하지만 우리가 루스를 욕할 수 있을까요? 솔직히 마틴이 무모한 것도 맞잖습니까? 마틴 그렇게 힘들게 굶어가며 글 썼고 원고 다 써놨는데도 푸대접받고 성공 전 마틴이랑 성공 후 마틴은 그냥 원고 계약을 했냐 안 했냐 여부의 차이일 뿐인데 그리 대우가 달라지니 현타가 씨게 오겠죠... 그 현타 씨게 먹인 장본인이 루스지만... 솔직히 전업작가로 지금도 먹고 살기 힘든데 우선 자리를 잡은 뒤에 해도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학교도 초등학교 중퇴? 뭐 그랬는데 이대로 살다가는 저임금 노동자 전전할 확률이 높겠지... 제가 사회적으로 지닌 조건이 마틴보다는 루스에 더 가까워서인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마틴이 겸업을 했으면 참 좋았겠다고 생각합니다 ㄱ- 그리고 루스랑은 결혼 안 했으면 좋겠다 ㄱ- 마틴은 작품에서 내내 노동자 정체성이 강한 것으로 나오는데 이거 겸업해서 직업도 성공하고 작가로 성공하더라도 백퍼 루스랑 마찰 생김 백퍼
8. 로맨스는 계급을 능가하는 수단이었는데...
프랑스혁명이 일어나게 된 건 사상가들이 개쩌는 사상책을 내서가 아니라 루소가 쓴 신 엘로이즈 읽고 흠?? 이렇게 사랑하는데 신분차때문에 결혼을 못한다고??? 잠자리에서는 양반상놈이 똑같은디??? << 이런 평등의식이 싹터서라고 어디선가 들었는데 ㅋㅋ
아 역시 사회주의 하셔서 그런가 정말 획기적이시네요
솔직히 로맨스에서 계급문제 안 나올 수가 없는데 다들 빨갱이관점을 탑재하지 않아서 고려를 못하는 것 같음 야 그러면 평범녀인 내가 삼성가 며느리 됐는데 내가 뭐 하루아침에 모태재벌처럼 사고를 함? 당연히 괴리가 있다...
이렇게 계급 충돌 일어나는 로맨스 많았으면 좋겠다ㅋㅋㅋ
9. 근데 계급투쟁을 해서가 아니라(마틴 결국 노동자정체성 안 잃은 거 보면 투쟁이었다 ㄹㅇ) 걍 로맨스로서 재미는 없었음 작가 되는 과정이 재밌었지 그리고 계급투쟁이ㅋㅋㅋ
10. 마리아랑 마틴이 사귀는 게 나았을듯 (마리아 아줌마: 이게 무슨소리죠?)
총평: 아무튼 복잡하단 점에서 매력적인 소설인듯... 마틴도 완전히 선하지 않고 루스도 완전히 악하지 않다는 점에서... 그리고 잭 런던이 일부러 그렇게 쓴 것 같음 본인이 살아보면 모를 수가 없는듯 그렇게 배를 굶었는데 현실적으로 이상만 쫓는 것도 무리가 있고 잠재력 안 믿어주는 것도 무리가 있음 (하지만 난 루스네 가족들이 좋은 독자라는 생각은 안 들기도 하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