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57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박혜경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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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의 5대장편 중 하나인 악령! 인간본성 심연의 끝을 알아가는 기대로 읽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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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닮았다 - 과학적이고 정치적인 유전학 연대기 사이언스 클래식 39
칼 짐머 지음, 이민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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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닮았다.

칼 짐머 / 사이언스 북스


TV속 연예인들을 보면 저 사람은 어떤 유전자를 받았기에 저렇게 예쁘고 피부도 좋을까? 어쩌면 저렇게 노래를 잘 할까? 부러울 때가 있다. 결국 그들은 자신의 부모와 조상들에게서 받은 유전자에 의한 외모와 재주를 타고난다. 물론 개인의 노력이나 과학의 힘을 빌어 우월한 재주와 외모를 가질 수도 있으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조상이 가진 나쁜 유전자도 후손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유전 될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조상이 물려준 유전자는 때로는 축복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거대한 저주가 될 수도 있다. 이를 보면 조상들의 의학적 가계도 구성도 앞으로는 결혼의 필수 조건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살아가면서 '유전'이라는 말에 대해 얼마 만큼의 심각성을 가지고 있을까? 실상 유전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유전은 우리에게 각기 다른 많은 요소를 의미하고 , 때로는 이 요소들이 우리 안에서 상충하기도 한다.


유전의 역사! 과학 저술가 이자 칼럼, 저널리스트인 칼 짐머는 예일 대학교에서 생물 물리학 및 생화학 겸임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이 웃음이 닮았다. 라고 정해진 것은 저자인 칼 짐머의 딸과 아내의 웃는 모습이 너무 닮은데서 착안한 제목이라고 한다.


유전이라는 개념을 과학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데 노력한 종의 기원 작가 찰스다윈도 그 답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실패했었다. 과거에는 경험을 통해 부모가 자녀에게 물려주는 형질이 각기 다름을 알게 되었다. 부모가 살아가면서 획득한 형질이 후대의 자녀에게 유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고 그리스 신화에 보면 한 사람이 살아가면서 획득한 형질이 그 사람이 생산하는 새로운 생명체에도 유전된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한다.


이 말을 곱씹어보면 유전이 꼭 나를 낳아준 부모나 조상에게만 받는 것으로 정의한다면 오산이라는 말이다. 우리의 몸은 하나의 세포가 몸을 구성하는 수 조개의 세포를 가계도를 만들어 내고 있으므로 우리에게는 더 광범위한 유전에 대한 재 정의가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1200년대 독일의 철학자 알베르투스 마그누스는 기질과 출생지의 습도가 피부색을 결정한다고 주장했으며, 인도 사람들이 수학에 특히 능한 것은 인도가 행성의 영향을 유난히 강하게 받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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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고대부터 학자들은 사람이 살고 있는 장소도 인간의 근본 '씨'에 영향을 미침을 다양하게 설명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4 대륙의 민족 특징과 유전의 영향성 까지 파악할 정도 였다고 하니 놀랍기도 했다. 피와 종족, 혈통 등의 역사적 분석은 과거부터 지속되었지만 학문적으로 구체화하여 연구한 것은 20세기 초 유전학이 탄생하면서 유전에 대한 기존의 개념과 가치를 유전자라는 언어로 해석해 둔 것이다.



이 책에서 칼 짐머는 자신의 경험과 역사적 분석을 조합해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 유전에 대해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해 준다. 유전과학과 유사과학으로 통해 기존 지식의 개념과 사례들을 알려주며 유전에 대한 기본적인 관념을 알 수 있도록 독자들을 이끌어 주었다. 유전은 생물학의 중요한 토대이며 또 이 연구에 대해 무한한 가능성을 알려주기도 한다.



내가 가장 궁금한 것은 지능에 대한 부분이었다.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하고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아버지가 자녀 모두를 국내 최고 대학으로 보낸 예를 보았다. 지능은 유전에 의한 것 인지가 무척 궁금했다.다양한 연구를 보면 유전이 지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지능 이외에 흡연이나 음주,이혼율 에서 티비 시청 패턴까지 유전과 연관되어 있음도 부정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놀랍다.


우리는 유전의 범위를 실험실 너머의 세계로 확장할 필요가 있음도 강조한다. 거대 강국인 미국에서는 가난과 불평등의 원인을 생물학적 차이로 돌리고 있음을 몇 세기 동안이나 쉽게 보아왔다. 미국의 빈부격차는 사람이 나고 자란 환경의 산물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이를 온전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실제 미국의 끈질긴 불평등은 어떤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에 의해 생겨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 합의는 또한 세대를 거치며 몇 백 년 동안 지속되기도 했다.




챗gpt등 인간의 지능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의 높은 인공지능이 발달한 요즘, 인간의 유전자 하나쯤 바꿔버리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닐 것이다. 머지않아 중국에서는 슈퍼 천재 아기를 생산할 것이라는 우려도 가진다. 그러나 유전의 힘을 도덕의 굴레를 씌워 무시하고 회피할 것이 아니라 심각한 위험을 야기하지 않는 한 인간의 삶에 이로움을 주는 유전자는 활용해 더 개선할 방법을 찾아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원래 그렇다." 유전은 조상이 우리에게 물려주는 것! 이라는 라는 편견과 왜곡된 생각이 전부가 아니다. 현재 우리 안에서도 계속해서 진행되는 유전자에 대해 본래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인종주의나 성차별로 얼룩진 유전과 관련된 빛과 그림자를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어 이 책을 통해 매우 흥미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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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슬픔의 거울 오르부아르 3부작 3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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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슬픔의 거울

피에르 르메트르 / 열린 책들


55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작가로 데뷔한 피에르 르메트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프랑스 문학의 거목이 될 수 있었다. 프랑스 문학의 특징이 그 나라에서나 통하는 유머나 위트 그리고 다양하게 난해한 부분들이 있어 즐겨 읽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의 편견을 조금은 사라지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일단 이 책은 가독력이 아주 좋다. 소설책 두께로는 수준이 벽돌 책이긴 해도 전혀 거리낄 필요가 없다. 배경은 2차 세계 대전을 앞둔 시기이고 첫 번째로 초등 교사를 하며 카페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는 루이즈의 시점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소설에서 그녀는 무척 마르고 갸름하고 오뚝한 코, 반짝이는 푸른 눈, 예쁜 입술을 가진 과묵한 여성이라고 소개된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으나 자신의 미모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루이즈는 아이를 갖고 싶어 했고 아기가 없으면 결혼도 할 수 없다는 특이한 이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20년째 같은 자리에 앉아 커피를 주문하는 단골손님이 엉뚱한 제안을 한다. 제안을 허락하면서 루이즈는 빠져 나오기 힘든 굴레 속으로 들어간다. 그 안에서 그동안 묻혀 있던 비밀과 오해가 하나씩 풀려가며 조금씩 루이즈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 전쟁터에서 만난 병사 바른 생활 사나이 가브리엘과 항상 불순한 파동을 일으키며 온갖 술책과 부정 거래를 일삼는 라울 랑드라드 병장이다 . 둘은 정반대의 성격이나 이후 필연적인 이끌림의 운명으로 이어진다. 독일군의 공격으로 최전선에서 무너진 둘은 본의 아니게 함께 동행하는 탈영병이 된다. 또 다른 페르낭이라는 인물은 아픈 아내를 혼자 피난가게 하고 자신은 남아 독일의 아주 중요한 정보를 얻게 된다.


번째는 시민들에게 진실을 보도해야 할 공보국에서 일하는 데지레의 시점이다. 그는 전쟁의 실제의 상황과 영 다른 상황을 시민들에게 보도하며 가짜 뉴스를 남발한다. 사람들은 그들이 믿고 싶어하는 것을 믿었고 수줍음과 매력과 견고함이 뒤섞인 이 소탈한 청년을 사랑했다. 자신의 신분까지 세탁하며 살아가다가 점점 들통나기 시작하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이후 새로운 캐릭터인 신부의 모습으로 성당에서 살아가는 사기꾼 데지레의 모습이 아이러니했다. 날이 갈수록 그가 연기하는 신부는 더 정교하게 다듬어지고 성장해 간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기보다 목적과 수단을 가리지 않고 고통 받는 피란민들을 도왔으며 그 덕분에 더욱 의미 있는 존재로 부상하게 된다.




2차 세계 대전을 무대로 한 이 이야기는 결국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는 운명 같은 부분이 존재했다. 각자의 환경과 방식에 따라 피란민이 된 그들은 데지레의 성당에서 모두 만나게 된다. 서로 알지 못하는 그들은 알고 보면 어떤 인연의 사슬로 엮여져 있다. 전쟁 속에서도 다양한 인간들의 삶은 고통과 절망 속에서 일어나고 또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헤쳐 나가는지 감동적으로 보여주며 현실과 다름없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또한 이러한 내용들을 작가 특유의 방식으로 아주 흥미롭게 진행 시킨 소설이었다.


이 책은 1차 대전부터 시작된 시리즈로 세 번째 책이었고 이후 2차 대전 이후의 역사를 그리는 새로운 소설 큰 세상이 이미 출간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의 원 제목은 우리 고통 들의 거울 이라는데 고통은 전쟁과 별개로 그 이전에도 존재했고 이후에도 존재함을 일깨워준다. 비루하고 고된 피란 길의 광경이나 일상의 삶이 우리가 갖는 고통이었고 결국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모든 고통도 다 지나간다는 한줄기 희망이 전해져 오래 기억에 남을 책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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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에드거 앨런 포 지음, 박영원 옮김 / 새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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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에드거 앨런 포 / 새움 출판사


어린 시절부터 유달리 동물을 좋아하고 온순하며 다정했던 아이는 성인이 된 후 자신의 고양이가 손을 할퀴었다는 이유로 가지고 있던 작은 칼을 주머니에서 꺼내 고양이의 한쪽 눈을 도려낸다.


인간 내면 심리를 바탕으로 쓰인 검은 고양이! 어릴 때는 오직 공포에만 초점을 두어 이 책을 읽었다. 이번 기회에 읽은 포의 『검은 고양이』는 사이코 패스인 인간이 어느 정도까지 악할 수 있으며 그 악의 끝에 드러나는 인간의 내면 심리를 고스란히 작품에서 보여주어 오늘날에도 이어지는 사회적 문제를 그대로 상기시켜 주었다.



고통의 압박 때문에 내 안에 미미하게나마 남아있던 선함은 무릎을 끓고 말았다. 사악한 생각, 가장 암울하고 가장 악마같은 생각이 유일하게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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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대 포가 만들어낸 소설 속 살인마들은 100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사회적 모순을 상기시키며 그 모습을 종종 드러낸다. 소설 속 가해자들은 이성적으로는 아무런 문제를 보이지 않는다. 다만 타락한 내면에 도덕적인 부분은 광기를 품고 있어 한번 화가 나면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하고 살인을 일삼는다. 이러한 캐릭터는 인간 내면에서 발생되는 사회구조적 모순을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학적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위험과 폭력성을 가지고 있으며 평범한 한 사람이 조금씩 광기에 사로잡히면 어떤 행동을 하게 되고 점점 더 추악하고 난폭해지는 악마의 모습을 보여준다. 심지어 화자는 자신의 죄를 공공연히 허세를 떨며 드러내기도 한다.



이 집이 얼마나 훌륭하게 지어졌는지 말하고 싶군요. 이 벽은, 여러분 지금 가시는건가요?

이 벽은 단단하게 지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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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움 출판사에서 발행된 검은 고양이는 포의 총 10개의 단편의 수록되어 있다. 좀 특이하고 인상 깊었던 작품은 『껑충 뛰는 개구리』이다. 이 작품은 황궁의 광대가 왕에게 당한 수모를 아주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복수로 마무리하는 단편이었다. 포 작품에 등장하는 잔인함과 공포가 그대로 보였고 양심의 가책 없이 아랫사람들을 하대했던 왕에게 어릿광대가 통렬한 복수를 보여주었다. 한편으로는 섬찟하기도 했다.

『어셔가의 붕괴』는 한 가문의 몰락을 통한 죽음, 매장, 붕괴 등을 통해 인간이 겪는 공포와 두려움등을 통한 인간의 근원적 심리를 다시 보여준다. 에드거 앨런 포가 진정한 추리소설 작가임을 보여주는 대표작 『모르그가의 살인사건』은 여느 작품에서 보듯 죽음과 잔인하게 훼손되는 살인장면을 통해 또다른 공포의 한 부분을 보여준다.또한 추리소설의 원탑 셜록홈스에 지대한 도움을 준 작품이기도 하다. 나와 뒤팽의 구조는 홈스와 왓슨박사의 모습과 거의 유사해 놀라웠다.


책을 읽다보면 유명한 작가들은 시대를 앞서 가는 천재적이고 창의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다수였다. 에드거 앨랜 포 역시 그 중 한 명이다. 그 역시 부모의 죽음 후 양아버지와의 불화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불우한 유년시절과 잦은 환경의 변화로 어두웠던 삶이그의 파란만장했던 삶을 말해주고 있으며 인간 근원의 심리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그가 쓴 소설처럼 의문의 죽음에 이르고 남아있는 작품들이 그의 화려한 필력과 천재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10편의 단편 중 어느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고 높은 가독성으로 에드거 앨런 포라는 작가를 이제서야 재발견하게 되는 행운의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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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 이야기.낯선 여인의 편지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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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 이야기, 낯선 여인의 편지

슈테판 츠바이크 / 문학동네


왕을 뜻하는 체스의 어원은 '왕가의 게임'을 뜻한다고 한다. 가로, 세로 8칸의 격자판으로 총 64칸의 격자판 위에 16개의 말을 전략적으로 이용해 상대방의 킹을 잡으면 게임을 이기는 룰이다. 이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체스라는 게임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체스판 위에서 일어나는 경우의 수는 우주의 별에 비교될 만큼 헤아릴수 없다고 한다. 상대방이 두게 될 다음의 수를 미리 예측해보고 현재 자신의 수에 맞게 체스를 둔다는 것은 지금 나의 수가 상대방의 수를 결정하는 것과 같은 법칙이었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평전을 쓰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낯익은 이 이름은 얼마 전 읽었던 발자크 평전을 썼던 독일 작가였다. 1881년 오스트리아 출신이고 김나지움 출신으로 이후 빈과 베를린 대학에서 프랑스와 독일문학을 전공한 탄탄한 작가이기도 하다. 유대인이었던 그는 영국으로 피신해 생활했고 이후 브라질로 망명해 생활해 왔다고 한다.


인간 내면의 심리, 감정,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 섬세한 심리적 변화, 그리고 장면적 묘사에 충실하게 표현되어 있는 체스 이야기를 읽으며 슈테판 츠바이크라는 작가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되었고 그의 다른 작품에도 관심이 가게 되었다. 그가 프로이드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평전을 쓰기도 했으며 자신의 작품에 나오는 인간심리와 묘사가 프로이드적인 표현이 내제되어 있음을 읽기 때문이다.



체스 이야기는 폐쇄적인 구조가 보여진다.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배라는 공간, 체스 챔피언 첸토비치와 B박사의 승부, 첸토비치의 삶과 B박사의 삶이 체스판 위에 놓여지는 대립적인 구도이다. 가난한 뱃사공의 아들로 태어나 지독히도 학습능력이 떨어져 정규교육을 포기하다시피한 첸토비치가 오직 체스라는 한 분야에서만 천재적인 재능을 보인다는 서두로 시작된다. 순식간에 첸토비치는 작은 마을의 체스 챔피언이 되고, 금새 세계 챔피언으로 발돋움한다.


체스를 통해 자신만의 유일무이한 세계에서 신중한 판단으로 체스를 두며 자신만의 입지를 구축하고 성공을 얻어내는 첸토비치,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지 않기위해 가급적 아무와도 대화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자신의 무식함이 탄로날까봐 본인이 생각하기에 교양을 갖춘 사람이면 더욱 철저히 함구한다. 부족한 암기력과 상상력을 들키지 않기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느리게 체스를 두다보니 함께두는 상대방은 지칠만도 하다. 첸토비치의 이러한 치밀함은 슈테판 츠바이크가 싫어하는 히틀러의 편집증적인 모습과도 많이 닮아있다.


반면 배에서 갑자기 첸토비치와의 체스경기에 참여하는 B박사의 경우 첸토비치와는 정반대의 인물이다. 그는 빠르고 정확하며 신속하게 계산해 체스를 두며 주변 사람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출신성분도 첸토비치와는 반대로 명문가의 아들이고 충분한 교육을 받았으며 유복한 집안의 신사로 표현된다. B박사의 아버지가 옛궁정과 수도원의 재정을 비밀리에 운영하는 법률사무소를 했고 히틀러의 지시로 나치 친위대에 붙잡혀 호텔에 감금된 채 황실기밀에 대한 심문을 받는다. 심문은 불시에 이루어지며 아주 교활한 방식의 여러가지 질문들을 던진다.



진짜 질문들과 가짜 질문들, 명확한 질문들과 악의적인 질문들, 위장된 질문들과 유도질문들을 던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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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박사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도록 호텔을 무의 공간을 만들어두고 어느 하나 볼 것, 만질 것, 쓸 것 조차 두지 않고 작은 소리 하나도 허용하지 않는 모든 인간의 감각을 마비시켜버린 나치의 잔혹함도 보여진다.


침묵의 검은 바닷속, 유리종 아래 있는 잠수부처럼 살았습니다. 바깥세상으로 연결된 밧줄이 잘려 다시는 이 소리 없는 심연을 살아서 나가지 못할거라고 이미 예감한 잠수부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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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심문 중에 B박사가 슬쩍 훔쳐 얻어낸 것은 체스마스터의 대국 묘수를 정리해 둔 교본이었고 그 작은 책 속에서 무궁무진한 우주를 찾게 된다. 그동안의 정신적인 갈증을 해갈시키고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나가는 모습에서 무너진 정신을 지탱하며 살아남기 위한 독한 의지를 읽을수 있었다. 나치즘에 대항하는 이는 스스로 나치를 닮아간다고 하니 B박사의 모습 한켠에서 나치의 모습을 읽기도 한다.

항상 상상속의 게임을 즐기던 B박사와 체스 챔피언인 첸토비치의 대결!

첸토비치는 사람의 심리를 읽어내는 재주를 가졌다. 그는 아주 야비하게 B박사의 심리를 읽어낸다. 체스를 알지 못하는 나도 이 둘의 경기를 읽으며 긴장감을 놓지 못할 정도로 재미있는 내용이다.

체스이야기는 츠바이크가 생각하는 모든 가치관이 담겨져 있는듯 하다. 긴장감 있는 인물간의 대결구도와 혼란의 시대에서 츠바이크가 지켜나가야 한다는 휴머니즘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제시해 둔다.

낯선 여인의 편지에서는 열세살부터 평생을 한 남자만 사랑해 온 여자의 고백글이 담겨있다. 섬세한 심리묘사, 츠바이크의 소설에서 가장 돋보이는 탁월함이다. 현재의 시대와는 맞지 않는 지고지순한 여성의 사랑 방식이 비판적으로 보여지기는 하나 그 시대의 배경에 관점을 두고 볼 일 이었다. 좋아하는 남자가 자신을 알아봐 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한 여자가 보내는 순정 가득 담긴 편지를 읽으며 한 남자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들어버리는애틋한 이야기, 천재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글을 하나하나 곱씹어 찾아 읽어야겠음을 마음속으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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