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하나의 예술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어쨌든 간에 예술 작품은 건설적인 기능을 합니다. 누구도 파괴할 목적에서만 열심히 일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뭔가를 새롭게 건설해내기를 소망합니다. 어떤 이야기가 잔혹하고 서글픈 사건들로 채워지더라도 그 이야기의 효과는 언제나 정반대의 것입니다. 따라서 즐거운 이야기는 즐거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잔혹한 이야기는 반어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동정과 두려움을 느끼면서 간혹행위를 거부하게 되니까요. 따라서 예술은 내재적으로 개방적입니다. 예술은 우리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관대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촉구합니다. 예술은 또 닫힌 문을 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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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에서 오가는 배들은 모든 사람의 소원을 싣고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 배가 조수에 밀려들어온다. 그러나 어떠 사람에게 그 배는 바라보는 이의 눈앞에서 결코 사라지는 법이 없으면서도 결코 육지에 와 닿는 일 없이 하염없이 수평선을 떠다닌다. 그가 자기 꿈이 세월에 의해 철저히 조롱당했다고 체념하고 시선을 거둘 때까지. 그것이 남자들의 인생이다.
한편, 여자들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은 모두 잊어버리고, 잊고 싶지 않은 모든 것을 기억한다. 꿈은 곧 진리이며, 그들은 그에 따라서 행위하고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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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 독자에게 협화음을 끌어낸다면 『크로이체르 소나타는 불협화음을 끌어냅니다. 『크로이체 르 소나타』에서 남녀 간의 사랑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정욕의 완곡한 표현에 불과합니다. 결혼은 계약에 따른 매춘이고, 정욕이 부적절하게 채워지는 감옥입니다. 남자는 도덕적으로 타락한 존재이고 여자는 섹스를 싫어합니다. 자식은 짐이고, 의사들은 사기꾼입니다. 유일한 해결책은 섹스를 완전히 끊는 것입니다. 그 해결책이 인간의 종말을 뜻한다면 더더욱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남자와 여자가 항상 상대로 인해 불행하고, 일부 남자는 부인을 죽이고 싶은 충동에 빠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남녀 간의 관계를 암울하게 해석하며 완전히 지워버리고 싶은 심정이 읽히고, 물론 그 시대의 사회적 제약에 대한 톨스토이의 좌절감이 반영된 것이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지나치게 극단으로 흘러가 불쾌한 기분마저 불러일으키니다. 따라서 이 소설이 발표되었을 때 독자들이 보인 반감은 오늘날에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톨스토이가 『크로이체르 소나타』에서 도를 넘어 극단에 치우친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이 소설에는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혁명 - 즉 페미니즘의 근저에 있는 모든 요인들, 위선과 폭력, 죄책감과 분노- 이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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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문학상의 좋은 점 중 하나라면, 독자들이 놓칠 수도 있었던 작가나 책에게 관심을 갖게 한다는 것입니다. 문인의 삶은 지표 아래에서 움직이는 용암처럼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시 단편소설, 장편소설이 출간되면 여기저기에서 서평을 받습니다.
 판매량은 대단하지 않고 세상은 곧 잊지만, 그래도 작가는 계속 글을 씁니다. 따분한 삶처럼 들릴 겁니다. 하기야 대부분의 작가가 금전적으로 가난합니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려는 열망, 단어들과의 씨름, 글이 잘 써진 날의 행복감, 반대로 글이 한 줄도 써지지 않는 날의 좌절감 등은 보이지 않는 곳에 감춰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리어왕이 틀렸다는 걸 입증해냈다는 기분, 또 무(nothing)에서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기분입니다. 책은 요정이 들어 있는 병입니다. 책을 문지르고 열면, 우리 마음을 빼앗는 요정이 뛰쳐나옵니다. 요정이 있는 병을 갖고 있다고 상상해보십시오. 정말 흥분되지 않습니까.
 세상에는 그런 병들이 사방에 널려 있습니다. 하지만 병을 문지르지 않는 사람이 너무나 많습니다. 때로는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때로는 부당한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야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사이에도 작가는 쉬지 않고 글을 씁니다.
그리고 어느날, 다섯 명의 독자가 어떤 책을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더할 나위 없는 독자들입니다. 문학상의 심사위원들이니까요. 정확히 말하면, 그들이 문학상을 누군가에게 주겠다고 결정한 것입니다. 그 순간, 책 세계를 덮고 있던 구름들이 사라지고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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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그대가 세상을 잊을 것이고, 곧 세상이 그대를 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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