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문학상의 좋은 점 중 하나라면, 독자들이 놓칠 수도 있었던 작가나 책에게 관심을 갖게 한다는 것입니다. 문인의 삶은 지표 아래에서 움직이는 용암처럼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시 단편소설, 장편소설이 출간되면 여기저기에서 서평을 받습니다.
 판매량은 대단하지 않고 세상은 곧 잊지만, 그래도 작가는 계속 글을 씁니다. 따분한 삶처럼 들릴 겁니다. 하기야 대부분의 작가가 금전적으로 가난합니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려는 열망, 단어들과의 씨름, 글이 잘 써진 날의 행복감, 반대로 글이 한 줄도 써지지 않는 날의 좌절감 등은 보이지 않는 곳에 감춰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리어왕이 틀렸다는 걸 입증해냈다는 기분, 또 무(nothing)에서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기분입니다. 책은 요정이 들어 있는 병입니다. 책을 문지르고 열면, 우리 마음을 빼앗는 요정이 뛰쳐나옵니다. 요정이 있는 병을 갖고 있다고 상상해보십시오. 정말 흥분되지 않습니까.
 세상에는 그런 병들이 사방에 널려 있습니다. 하지만 병을 문지르지 않는 사람이 너무나 많습니다. 때로는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때로는 부당한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야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사이에도 작가는 쉬지 않고 글을 씁니다.
그리고 어느날, 다섯 명의 독자가 어떤 책을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더할 나위 없는 독자들입니다. 문학상의 심사위원들이니까요. 정확히 말하면, 그들이 문학상을 누군가에게 주겠다고 결정한 것입니다. 그 순간, 책 세계를 덮고 있던 구름들이 사라지고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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