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조각과 회화 외에 다른 프로젝트에는 일절 관여한 적 없던 그가 <고도를 기다리며>의 무대 디자인에 참여했다는 사실, 그것은 그만큼 그가 이 연극의 내용에 큰 감명을 받고 공감했다는 뜻이 됩니다.




"내가 본 것을 복제하겠다"는 불가능한 이상을 이루고자 끝없는 작업의 굴레에 빠져있는 자코메티의 모습. 그 모습에서 누구인지도, 언제 올지도 모르는 고도를 한없이 기다리는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의 모습이 데칼코마니처럼 겹칩니다.

심장이 쇠약해지며 세상을 떠나기 5년 전, 60세 자코메티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무대장치로 사용될 '나무'를 제작한 연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 아닐는지, 다시 말해 자코메티는 이 연극을 보며 자기 역시 고도가 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에스트라공, 블라디미르와 다를 바 없는 인간임을 깨닫게 된 것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나무'는 자코메티의 작업실에 대한 비유 아니었을까? - 192쪽




첫문장 : 시골길,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2017년도에 내가 남긴 글


수전손택 누님의 <타인의고통>을 읽고
보스니아내전을 찾아봤어요.

지옥과 다름없는 전쟁의 한복판 사라예보에서
사무엘베케트 <고도를기다리며>
연극을 올렸다지요.


요즈음은 어떤가요?
20세기동안 20개가 넘는 나라에 침공을 해서 8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이라는 나라.
눈앞에서 산산조각난 부모와 아이들을
두눈으로 보고 자라온 그들이
현재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상상해 본적 있나요?

지금 누님이 살아계셨다면
트럼프 땀좀 흘렸을텐데 아쉽습니다

‘삶을 지배하는 것은 고통‘이라는
베케트의 말처럼,
‘삶은 아비규환, 그 자체다‘라는
요조의 말처럼,
고통을 이해하는 길이
삶의 본질에 한걸음 다가서는 게 아닐까요.

이 책이
타인의 고통을 잘~들여다보는 시간이
되었음하네요^^


2017.12.21. 북프리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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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달리(1904~1989)

스페인, 초현실주의

대표작 : <기억의 지속>, <삶은 콩으로 만든 부드러운 구조물-내란의 예감>,<잠에서 깨어나기 전에 석류 주위를 나는 벌 때문에 꾼 꿈>




결론적으로 달리는 <라파엘로풍의 목을 한 자화상>에서 유럽이 수백 년간 축적한 고전주의 수법에 19세기에 탄생한 인상주의 수법을 융합하는 실험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87쪽




항구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만인과 반대로 행동하고 싶은 나의 욕망은 내가 괴짜 짓을 하도록 몰아갔다. 88쪽



대학 미술사 시험 도중 심사위원인 교수들에게 "심사위원들을 합쳐 놓은 것보다 내가 더 똑똑하고, 주어진 문제를 내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심사받기를 거부"한다고 말하며 퇴학당합니다. 89쪽



초현실주의를 한마디로 말하면 '무의식으로 예술하자는 생각'입니다. 94쪽

쉽게 말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가져와 (이성이 아닌) '무의식으로 예술하자'는 것입니다. 96쪽



<꿈의 해석>을 읽은 후 '인생 최대의 발견'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 달리. 프로이트의 열혈 팬이 되어 평생에 꼭 한번은 그를 만나고 말겠다는 열망을 품습니다.99쪽



바로 초현실주의의 영화의 고전으로 기억될 <안달루시아의 개> 103쪽

정말 충격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장면은 영화의 첫 장면으로 눈동자를 면도칼로 가르는 장면입니다. 104쪽

초현실주의자들은 <안달루시아의 개>에 찬사를 보냅니다. 105쪽



수백 년간 이어온 유럽의 '고전적 수법'에 20세기 초 미술의 중심지 파리가 낳은 '초현실주의'를 절묘히 융합해 '혁신'이라는 근대미학의 핵심가치를 획득하고 있습니다. 113쪽



달리의 1934~1935년 작<초현실주의 아파트로 사용될 수 있는 매 웨스트의 얼굴>에는 당시 할리우드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던 배우 매 웨스트의 얼굴이 등장합니다. 117쪽



이로써 달리는 회화나 조각 형태의 작품에서 벗어나 가구로 쓸 수 있는 '상품이자 작품'을 처음으로 만듭니다(1960년대 미국 뉴욕에서 탄생하는 팝아트의 뉘앙스가 피어오르기 시작하죠?) 119쪽



미술가가 셀럽이 되어 순수 미술의 영역을 벗어나 상업적 행보를 벌이는 것. 이런 예술가상은 달리가 최초였고, 이는 미래의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며 영향을 미칩니다. 대표적으로 앤디 워홀, 그 이후 제프 쿤스, 이후 데미안 허스트, 무라카미 다카시까지 그 계보를 이어오고 있죠. 127쪽



그는 물질 세계의 본질을 회화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해답이 (물질의 최소 단위인) 원자에 있다고 여기며 원자물리학, 양자역학 공부에 빠져듭니다. 프로이트보다 하이젠베르크와 아인슈타인을 신봉하기 시작하죠. 129쪽



황금, 다이아몬드, 루비 등 값비싼 보석으로만 제작한 <시간의 눈>,<천사 십자가>,<우주 코끼리>,<미슐랭 노예> 등 초고가 장식품이자 작품을 디자인해 판매하죠. 131쪽



혈육인 가족과도 연을 끊으며 자신은 고아라 선언한 그는 모든 재산과 작품을 국가에 위임한다는 유언장을 작성합니다. 142쪽



프로이트는 "고전 회화에서 나는 무의식을 찾지만, 당신의 회화에서는 의식을 찾는다"라고 말하며 무의식으로 예술을 한다는 초현실주의의 오류를 지적합니다. 1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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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유럽의 회화는 20세기 초에 이르러 '회화는 눈에 보이는 것을 고스란히 재현하는 것'이라는 오래된 고정관념을 깨고 벗어납니다. 즉, 그리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화가가 더 자유롭게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바로 이것이 피카소와 브라크가 20세기 초에 활짝 연 현대미술 혁명의 요체입니다. 37쪽




미의 진리는 '등가적 이원성을 기초로 한 평형상태에 있는 관계'이고, 그것은 회화에서 조형적으로 '수직선과 수평선의 직각 대립'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이론적 결론을 내린 그. 55쪽




우선 미의 진리를 표명하기 위해 회화에 들어갈 모든 조형 요소(형태, 선, 색채)를 심화시켜(자연의 껍데기 내부로 깊이 파고들어 조형요소의 본질을 발견해) 완전히 순수하게 만드는 원칙을 세웁니다.

자연의 모든 형태를 심화시키면 '평면'이 되고, 자연의 모든 선을 심화시키면 '직선'이 되며, 자연의 모든 색채를 심화시키면 '빨강, 파랑, 노랑(삼원색)'과 '흰색, 검은색, 회색(삼무채색)'이 된다고 몬드리안은 결론 내립니다. 68쪽




이렇게 자신의 회화가 창작되는 원리와 원칙을 문자언어로 명확하게 표명한 예술가는 참으로 드뭅니다. 71쪽



몬드리안 신조형주의의 핵심이 무엇인가 묻는다면 결국 '관계를 조율하는 것'이라 답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예술가는 모든 영역에서 자신의 시대를 이끌어야 합니다'

(...)

몬드리안에게 신조형주의는 회화에서 시작해 건축과 도시를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 인간, 사회까지 개혁하는 새로운 이념이었습니다.(...)

고스란히 현대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게 계승되며 현대건축으로 실현됩니다

.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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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4 The Namsan
- BookFree 요물님과 함께

서양 근대미술과 한국 근,현대 미술을 지나, 피카소 이후 점점 가까워지기 힘든 서양 현대미술의 거장들을 만나보는 시간입니다.

피트 몬드리안부터
살바도르 달리
알베르트 자코메티
잭슨 플록
마크 로스코
앤디 워홀. 6명입니다.

작가는 5년 만에 출간이 이루어진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더 나아가 예술가의 삶, 생각, 감정, 철학, 그리고 예술을 융합해 풀어내는 과정에서 예술 그 자체에 대한 이해의 깊이와 폭을 넓히기 위해 애썼습니다. 독자가 단순히 예술가의 생애와 작품 관련 지식을 접하는 것을 넘어 ‘예술이 무엇인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몸으로 체감하는 것을 돕기 위해 사색을 거듭하며 글을 써나갔습니다.
이것이 한 문장, 두 문장 써 내려갈때마다 심사숙고한 이유이며 5년 만에 출간이 이루어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 7쪽

글은 쓸수록 느는 것 같지만,
사실 쓸수록 더 어려워집니다.
한편, 예술가가 새로운 표현 방식을 창조하듯, 글쓴이로서 글을 쓰며 새로운 글쓰기 방식을 만들어갈 때 느끼는 희열은 말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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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프로그램 중에
<무쇠소녀단>,<골때녀>를 좋아하는데, 그녀들의 숱한 연습, 부상, 눈물의 반복에서 오는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질때가 많습니다.
그 벅찬 희열은 지루한 반복연습, 고통스러운 과정, 권태와 무능을 극복하는 자신과의 싸움이 없었다면 가져갈 수 없겠지요.

예술의 삶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그냥 예술가, 예술에 대한 피상적 탐구와 해설을 갖고 왔더라면 방구석 미술관 시리즈는 이만큼 사랑받지 못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들의 삶에서 왜 그런 작품이 나올 수 밖에 없었는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공감하는 체험을 선사하는 소중한 시간으로
3번째 들어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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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의 가르침은 청소년기 의식의 통합과 적절한 페르소나 형성에 이바지한다

그러나 논어에는 분명 공자가 '다루기 어려운 사람들'에 관한 언급이 있고 논하기를 거부하는 영역이 있다.

그것을 나는 공자의 그림자, 혹은 논어에 나타난 유교문화의 그림자라 말하고자 한다.

그것은 무엇인가.

그 첫째는 여자와 소인(小人)이다.


"오직 여자와 소인은 다루기 어렵다. 가까이 하면 불손해지고 멀리하면 원망한다."


여자와 소인을 중국의 하녀나 머슴을 일컫는다고는 하지만 이를 비천하게 여긴 것은 사해(四海)안에 모두 형제가 있고 덕으로서 야만인도 교화시킬 수 있으며 인간은 교육이 문제일 뿐 신분의 차이는 문제가 안된다는 공자의 말에 비추어 매우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 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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