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수잔손택의 <타인의 고통>을 꺼내 들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내 자신의 '얕음'과 '허세'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 준 책이었지요.

빈곤포르노라는 용어 안에 얼마나 많은 인류의 지성과 실천을 담아냈는지를 묵도할 때, 타인의 고통에 다가서는 길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손택의 관찰에 따르면, 사방팔방이 폭력이나 잔혹함을 보여주는 이미지들로 뒤덮인 현대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타인의 고통을 일종의 스펙터클로 소비해 버린다. 타인의 고통이 '하룻밤의 진부한 유흥거리'가 된다면, 사람들은 타인이 겪었던 것 같은 고통을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도 그 참상에 정통해지고, 진지해질수 있는 가능성마저 비웃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손택은 이렇게 주장한다.

연민은 쉽사리 우리의 무능력뿐만 아니라 우리의 무고함(우리가 저지른 일이 아니다)까지 증명해 주는 알리바이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타인의 고통에 연민을 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그러니까 오히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함을 극복하고, 잔혹한 이미지를 보고 가지게 된 두려움을 극복해 우리의 무감각함을 떨쳐내야 한다고.


"특권을 누리는 우리와 고통을 받는 그들이 똑같은 지도상에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의 특권이(우리가 상상하고 싶어하지 않는 식으로, 가령 우리의 부가 타인의 궁핍를 수반하는 식으로)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해 보는 것, 그래서 전쟁과 악랄한 정치에 둘러싸인 채 타인에게 연민만을 베풀기를 그만둔다는 것, 바로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과제이다"


- 수잔손택 <타인의 고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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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11-17 15: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햐아~ 이건 딴 얘긴데, 쿠키님 서가는 정말 깔끔하군요.
쿠키님 보셔서 아시겠지만 제 책상은 폭격 수준인데 말입니다.ㅎㅎ
사실 무슨 정신으로 사진을 올렸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버텨보려구요.ㅋㅋㅋ

북프리쿠키 2022-11-17 15:13   좋아요 1 | URL
ㅎㅎ 이것 또한 허세의 일종 아니겠습니까. 좋은 말로 하자면 자기만족이구요.
텔라님은 텔라님 책상에서 자기만족을 느끼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