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같이 지냈던 세명의 친구

주인공인 다이스케, 히라오카, 그리고 미치요

결혼은 히라오카와 미치요가 했지만,

사랑의 감정은 다이스케와 미치요가 더 깊었습니다.

그땐 서로가 내색은 못했지만 도쿄에서 다시 만나 재회했을 때

품어왔던 사랑의 감정은 아무리 막으려 해도 들불처럼 번져나갔습니다.


부도덕에 대한 세상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미치요와 결합함으로써 '자연의 순리'대로 살 것인가.

아니면 '마음의 자연'을 포기하고, 다시 '제도의 껍질'속에 갇혀서 평생 살아야 되는가.

다이스케가 미치요를 사랑한다는 '자연의 순리'는 과연 스스로의 불륜에 대한 도덕적 비난에 대해서 회피하는 논리인가.


인간이 만들어낸 결혼이라는 제도가 곧 사랑과 등식이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반대로 불륜이라는 것은 사회적, 도덕적으로 무조건 죄악이지만, 그 속에는 '사랑'이라는 것이 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결혼이라는 제도의 껍질 속에 무수한 불행과 죄악이 난무하듯이

불륜 관계에서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적 시선은 내로남불인 셈이죠.

다이스케가 미치요를 고등학교 때부터 사랑했듯이 미치요의 대답도 같았습니다.


이 소설에서 특이한 것은 다이스케가 미치요의 남편 즉, 친구 히라오카에게 

이런 결정, 혹은 마음의 불륜(육체적 관계에까지는 이르지 않았습니다)을 고백하는 게 의무라고 생각하고 정정당당히 만나서 얘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과연 다이스케와 미치요, 그리고 친구 히라오카와 다이스케의 가족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낼까요? 그리고 "그 후"의 삶은...?





빵과 관련된 경험은 절실한 것일지는 모르지만 사실은 저열한 거지.
빵을 떠나고, 물을 떠난 고상한 경험을 해보지 않고서야 인간으로 태어난 보람이 없지. - 27쪽

다이스케는 울며 애원하여 남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할 정도로 저속한 취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자신했다. 일반적으로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가식적인 눈물과 번민과 진지함과 열성만큼 메스꺼운 것은 없다고 다이스케는 생각하고 있다. - 85쪽

현대사회는 고립된 인간의 집합체에 지나지 않았다. 대지는 자연과 연결되어 있지만 그 위에 집을 지으면 금세 토막토막 분리되어 버렸다. 집 안에 있는 인간도 마찬가지였다. 문명은 인간을 고립시킨다고 다이스케는 생각했다. - 142쪽

다이스케는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속으로 서로를 모욕하지 않고서는 감히 서로에게 접촉할 수 없는 현대사회의 양상을 20세기의 타락이라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요즘 들어 갑작스레 팽만해진 생활욕이 도의심의 붕괴를 초래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또한 그것을 신구가치관의 충돌로 간주했다. 결국 눈에 띄게 커진 그 엄청난 생활욕은 유럽으로부터 밀어닥친 해일이라고 결론지었다. - 145쪽

이따금 그러하듯이 지금 그의 기분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빛을 띠고 있었다.
그래서 너무 밝은 것을 접하면 그 모순을 견디기가 어려웠다. - 158쪽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인간의 껍데기와 이야기하는 듯해 답답해서 견딜 수 없었다.
그렇지만 자기 자신을 돌아다보면, 자기야말로 그 누구보다도 상대방을 답답하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 176쪽

다이스케는 요즘 같은 세상에 변함없는 사랑을 입에 담는 사람을 제일가는 위선자로 간주했다. - 203쪽

그는 전부터 진심을 털어놓을 때는 반드시 평소대로의 자기 자신이어야만 한다는 각오를 했었다.(중략)
왜냐하면 그는 거리낌없이 평소의 태도로 상대방에게 공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면 자기의 진심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술기운이라는, 일종의 장벽을 쌓아서 그것의 엄호를 받고서야 비로소 대담해진다는 것은 비겁하고 잔혹하며 상대방을 모욕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 279쪽

여러가지 의미에서 "그 후"이다. <산시로>에서는 대학생에 대해서 썼는데, 이 소설은 그 후에 대해서 썼기 때문에 "그 후"이다. <산시로>의 주인공은 단순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그 다음 단계의 인물이므로 이 점에서도 "그 후"이다. 이 주인공은 마지막에 기구한 운명을 맞게 된다. 그 후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쓰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도 "그 후"이다. - 3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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