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고금에 [맹자]를 완독한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 보는데, 과연 그들이 [맹자]를 읽었는가? 물어 봤을 때 도올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자구의 의미에 관해 정확한 번역을 했을지라도 번역은 대응이 아니라 상응이고, 그 상응은 오늘의 살아 숨쉬는 독자들의 삶의 의미체계와의 상응이다.
도올은 고전번역에 있어 누구보다도 문법적 구조의 치열한 직역의 바탕위에서 맹자를 우리 실존의 지평 위에 등장시키기 위해 텍스트의 한계를 초극하려고 노력하였다. 지나친 의역이나 가필이 있지 않은가 하고 말할지 모르겠으나 번역은 어디까지나 번역일 뿐 원문은 손상시키지 않았다한다.
그리고 독자들이 시중의 소설보다 더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들려고 노력하였다고 ˝서˝에 밝히고 있다.
지금까지 도올 선생의 [논어],[노자],[중용]을 읽으면서 솔직히 어떤 소설보다 쉽고, 재미있었다.
그동안 읽어왔던 어떤 에세이나 자기계발서류의 문장들보다 감동적이었고 묵직했다.
아이러니한게 21세기 신간책들에서 보이는 문장보다 더 현실적이고, 더 깊은 마음 속을 두드렸다.
고전문학에서 ˝고전˝의 향기를 느꼈고,
서양철학에서 ˝고전˝의 치열한 문법을 배웠으며,
동양철학에서 드디어 ˝고전˝의 속살을 만졌다.
2차원에 존재하는 종이안의 활자가 홀로그램으로 3차원으로 튀어 나와 실제 살아가는 내 삶의 모든 곳곳에 묻어 함께 한다는 느낌은 실로 감격스럽다.
독서와 지성과 인성은 별개라지만,
반드시 그렇게 자책할 것만은 아닌 듯하다.
적어도 공자가 가장 중요시한 ˝호학˝은
모든 면에서 ˝배움의 자세˝를 말하니까.
또한, 자사가 중요시한 ˝신독˝의 자세, 노자가 중요시한 ˝물˝의 철학은 우리의 지성과 인성은 ˝완성형˝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목적달성의 지표가 아니라 이루기 위한 과정을 말하는 것이니.
˝철학은 반드시 현실적 문제를 대변해야 하지만 현실의 해결 그 자체만으로 만족할 때에는 그 현실을 제기한 시대적 패러다임이 바뀌면 꼭 폐기되어 버리고 만다. 철학은 영원한 인간의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그리고 영원히 비판자적인 젊음을 유지해야 한다.˝ -110쪽
조기가 맹자 내편 7편, 외편 4편에서 외편 4편을 잘라내고, 내편 7편을 각각 상,하로 나누어 14편으로 편찬한 [맹자장구]가 현존하는 주석서 중 유일한 것이며 신주로서 주희의 [맹자집주]를 든다.
이 [맹자]에서 맹자가 어떻게 인간의 영원한 문제에 대해 접근했는지, 위나라의 양혜왕이 맹자에게 나라의 이로움에 대해 묻는 그 유명한 양혜왕 상편의 원문으로 들어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