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방
알렉스 존슨 지음, 제임스 오시스 그림, 이현주 옮김 / 부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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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서 차를 끓이는 일과를 제외하면,

다른 집안일은 거의 하지 않고 자유롭게 글을 썼죠.

-제인 오스틴 Jane Austen

책을 읽다보면 작가에 대해서 알고 싶어진다. 그리고 어떤 장소에서 펜을 끄적이며 창작을 했는지 알고 싶어진다. 요즘 루틴이라는 말이 자주 거론되는데 작가 저마다의 의식ceremony이 존재함은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누구보다도 작가들은 테이블과 의자, 커튼, 카펫 같은 소유물을 자신의 이미지로 만들어 내며, 그곳에 지워지지 않는 정체성을 남긴다." -버지니아 울프

작가에게 중요한 의식이라면 바로 글을 쓰기 위해 특별한 장소로 가는 일인데 이 책에는 그런 특별한 장소에 대해 독자의 궁금증을 해소해 준다. 최근들어 좋아하게 된 '조지 오웰' 같은 경우 이너헤브리디스제도(스콜틀랜드) 주라섬 농가 침실에서 가운 차림으로 주로 작업을 하였다고 한다.

이 섬 같은 경우 인구가 300명 정도인 작은 섬으로서 우편물은 일주일에 두 세번 배달되고, 가장 가까운 이웃이 약 1.5킬로미커 밖에 살았으며, 약 30킬로미터 안에는 전화기가 없어 손님도 불편하고 오웰 자신도 불편한 공간이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전기도 온수도 없고, 아주 기본적인 이동 수단밖에 없었으니 작가로서는 최상의 공간이라 생각된다. 오웰 자신도 처음엔 힘들었지만 지낼수록 점점 이 섬에 빠져들었고, 일기에서 언급되듯 광대한 자연에 대한 감상으로 가득하였다고 한다. 바로 이곳에서 그 유명한 《1984》가 탄생되었다.

이렇게 작가에게는 그들만의 안정되고 평온한 공간이 있다. 욕실에서 사과를 끝도 없이 먹는 가운데 아이디어를 얻어 추리소설 아이디어를 떠올린 ‘애거사 크리스티’, 책상으로 변신하는 여행 가방을 들고 다닌 ‘아서 코넌 도일’, 자메이카의 별장에서 제임스 본드를 탄생시킨 ‘이언 플레밍’, 노트와 커피만 있으면 어디서든 쓰는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 함께 살고 함께 쓸 때 가장 행복했던 ‘브론테 자매’, '바다가 보이는 자택의 옥상 전망대를 바라보아야만 영감이 떠오른 빅토리 위고' 등 모든 작가에게는 그들만의 창작 공간과 루틴이 있음을 알게 된다.

하늘과 바다가 이 방에 운치를 더해 준다네.

어둑한 모퉁이와 탁 트인 시야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몽상을 즐길 수 있지.

친구이자 프랑스 언론인 오귀스트 바크리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그렇다. 이 책은 우리가 오래도록 사랑하며 만나고 싶었던 작가는 물론 작품이 탄생한 순간을 바로 곁에서 목격한 증인, 작가의 ‘공간’이 들려주는 공간적-시각적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신의 에세이 〈위인드들의 집〉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하는데 수긍되는 바이다. 즉 "집과 방은 사람의 성격에 큰 영향을 미치니 누군가를 자세히 알고 싶다면 전기를 여러 권 읽는 대신 그가 살던 집을 한 시간 둘러보라" -서문중에서.

작가의 숨결이 머문 공간을 방문하는 것은 작가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것으로서 영국의 계관 시인 앨프리드 테니슨 같은 경우 괴테의 집을 찾았다가 "신성한 서재"에 완전히 반해 버렸다고 말하였다. 이 책은 그러한 작가의 숨결을 보여주는 특별한 책이다. 어떤 방해도 받지 않는 완벽한 은신처부터 시작해서 창조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습관과 집필 도구까지, 50인의 작가들이 찾아낸 최적의 글쓰기 조건을 갖춘 그들의 방을 독자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듯 호기심 가득하게 열어보는 쾌감을 누리고 있다.

이 책은 크게 작가들의 집필 공간을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소개해준다.

첫 번째 방은 가장 많은 작가가 선호하는 ‘은둔형’이다. ― 오직 홀로, 영감에 귀를 기울이는 '자기만의 방'을 그들은 진실로 원했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는 “내게 필요한 건 흔들리지 않는 책상과 타자기뿐”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그녀는 집필실보다는 욕조에 몸을 담그는 순간에 무한한 영감을 받았다. 버지니아 울프는 뒤뜰의 오두막을 ‘자기만의 방’으로 삼았으며, 이디스 워튼은 코르셋을 입을 필요가 없는 침실에서 쓰는 것을 좋아했다. 제인 오스틴 같은 경우 독립적인 집필 공간 대신, 원래 그가 살았던 햄프셔주 초턴 집 다이닝룸, 그곳에서도 빛이 가장 환하게 들어오는 창가에 아주 작은 십이각형 호구나무 테이블 위에서 매일 글을 썼다. 특히 오스틴은 테이블에서 가족 이외에 하인인 손님 등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남몰래 글을 썼다.

두 번째 방은 ― 추억과 개성이 가득한 공간에서 책을 집필한 자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은 집이나 서재를 취향대로 꾸미는 일에 유독 열성적이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직접 사냥한 짐승들로 침실을 꾸몄다. 책상이 있었지만 전기 작가에 의하면 헤밍웨이는 거이에 않은 적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책장을 책상처럼 사용했다. 가슴 높이까지 오는 책장 위에 타자기를 두고, 그 옆에 책들과 종이 더미를 쌓아두며 작업을 했다고 한다. 아마도 앉아서 하게 되면서 전립선과 엉덩이에 무리가 갔을 것이라 추측된다. 독자 또한 책상 의자에 너무 앉아 있다 보니 그 부분이 많이 약해 졌다.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1만 장이 넘는 재즈 레코드로 공간을 장식했고, 동화 작가 로알드 달은 자신과 자녀들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사진과 기념품으로 공간을 장식하였다.

세 번째 방은 ― 온 세상이 나의 집필실이라고 말할 정도로 특별한 공간에 매이지 않는다. 우선 마거릿 애트우드 같은 경우 매일 글을 쓰지 않을뿐 아니라 특별한 루틴이 없다. 글을 쓰다가 막히면 글쓰기와 관계업슨 단조로운 일을 하며 머리를 비운다. 고집하는 루틴이 있다면 먼저 손으로 글을 쓴 다음 컴퓨터로 옮겨 놓고 다시 종이외 펜으로 돌아간다. 마거릿 애트우드와 같이 아르바이트와 육아 같은 여러 일과 글쓰기를 병행하는 바쁜 작가들은 집, 호텔, 커피숍, 자동차나 비행기 안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틈만 나면 메모를 하고 글을 쓴다. J. K 롤링이 어린 딸을 유모차에 태우고 에든버러의 카페들을 돌아다니며 ‘해리 포터’ 시리즈를 썼다고 하니 장소는 더이상 세 번째 작가들에게는 특별하지 않다.

네 번째 방은 ― 자연이 말을 걸어오는 숲속이나 바다, 정원 같은 곳에서 글을 쓴다. 토머스 하디 같은 경우 나고 자란 영국 전원 마을에서 영감을 얻어 ‘웨식스’라는 작품 속 무대를 창조해 냈고, 안톤 체호프는 집에서 가까운 벚꽃 동산에 작은 별채를 지어놓고, 별채 위층 방에서 희곡 〈갈매기〉와 〈바냐 아저씨〉를 완성했다.

다섯 번째 방은 ― 자신만의 스타일로 고집스럽게 글을 써내려 갔다. 완벽한 연필을 향한 열망 가득한 '존 스타인벡'은 특이하게도 연필에 꽂인 작가다. 그에게는 연필이 많이 필요했다.

"연필이 주는 느낌이 좋아요"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새로운 책을 쓸 때마다 연필 수백 자루를 썼다.

"길고 아름다운 연필로 누리는 순수한 호사로부터, 에너지와 창의력을 얻는다"고 말하는 그는 육각형 연필보다 둥근 연필을 더 좋아했다. 연필을 고르는 또 다른 조건은 주의가 흩어지지 않도록 모두 검은색이었다. 그는 매일 아침 연필 스물네 자루로 시작하며 글을 써내려 간다.

이렇게 이 책은 50명이나 되는 작가의 일상과 고심의 흔적이 담긴 장소를 그림과 함께 독자가 궁금해하는 부분들을 해소해 주고 있다. 이 책으로 인해 작가와 훨씬 가까워졌다면 독자만의 생각일까?

머리 속으로 상상해보며 작가들 방에 들어 갔다 나오니 앨프리드 테니슨이 말한 것처럼 '신성한 서재'에 발자국을 남긴거와 같다. 언제가 TV에서 덴마크의 동화작가인 안데르센의 집필실을 보여주었는데 작가가 남긴 흔적을 영상으로나마 흥미롭게 봤다. 하물며 독자가 좋아하는 헤르만 헤세, 괴테, 마우라 아야코, 톨스토이, 월든의 저자 헨리데이비드 소로 등과 같은 집필실을 간다면 아마도 독자는 가만 있어도 흐뭇해지는 행복감을 누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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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슈 하이라이트 Vol.03 건강과 과학 과학이슈 하이라이트 3
과학동아 편집부 지음 / 동아엠앤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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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슈에 대한 잡지책을 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되어 보게 되었다. 예전엔 도서관을 통해 이런 잡지책을 많이 봤다. 도서관은 그야말로 책의 천국이다. 원하는 도서를 마음껏 볼 수 있는데 내가 사는 마을엔 도서관이 조금 멀다. 시민을 위한 도서관이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은데 암튼 내가 게을러서이다.

암튼 이런 건강과 과학 잡지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빠른 정보를 전문적으로 다루어 주기에 꼭 필요한 잡지 서적이라 생각된다. 이 서적은 최신 과학이슈를 엄선하여 기초적인 과학 지식에서 최근 동향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정보와 더불어 이해를 돕는 고품질 사진과 일러스트가 담겨 있다. 더불어 깊이 있는 분석과 상세한 설명, 풍부한 시각 자료를 통해 과학에 관심이 많은 독자와 학습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찾는 학생에게 매우 유용한 교양 도서이다.

무엇보다 이번 주제는 '건강과 과학'이기에 펜데믹 시대에 이런 정보는 굉장히 필요한 교양 지식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사람들은 너 나 할 거 없이 각종 바이러스 및 변종 바이러스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최근 정보에 의하면 바이러스 감염 증상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는 과로, 수면 부족, 스트레스에 시달려 인체 면역 체계가 약해진 현대인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다. 독자 또한 면역력이 많이 약해졌는지 코로나에 걸렸고, 몸 이곳 저곳이 이상 증상이 일어나고 있다. 내가 아는 70대 여성 가운데 한 무리는 매일 같이 운동을 하며 건강을 지켜나가고 있는데 지금까지 코로나에 안전하다. 그만큼 나이가 있어도 면역력에는 20-30대와 같은 모습을 보며 건강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가지게 되었다.

현대는 가면 갈수록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수준도 점점 발전하고 있다. 이 책은 현재 어떤 치료 방법이 개발되고 있는지, 식량 자원으로는 어떤 기술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건강 관리는 어떻게 구체적으로 해야하는지, 첨단 과학과 질병 치료 등 현대인의 건강과 질병에 관련된 전반적인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또한 항생제와 백신, 줄기세포에 의한 치료에 대해 매우 궁금했는데 그런 부분들을 충분히 설명해주고 있어 독자들의 기대에 만족을 주고 있다.

‘양날의 검’인 항생제에 대한 자료를 잠깐 보자. 항생제에는 박테리아를 죽이는 살균제와 박테리아의 증식을 억제하는 정균제, 살균과 정균 작용을 모두 하는 항균제가 있다. 항생제가 박테리아를 ‘처치’하는 방식은 크게 네 가지인데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은 박테리아의 세포벽을 터트리는 방법이다. 풍선에 바람을 계속 불어 넣으면 부피가 커지며 막이 얇아지다 결국 풍선이 터지듯 세포벽이 터지면 박테리아도 죽는다. 그러나 항생제가 박테리아를 모두 죽이는 것은 아니다. 항생제가 안 듣는 박테리아가 있는데 이는 내성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말과 글로 정보를 교환하듯 박테리아도 유전정보를 교환하면서 새로운 형질을 획득해 나간다고 한다. 그중에 지금까지 개발된 항생제 중 가장 강력한 반코마이신으로도 죽지 않는 슈퍼박테리아인 VRSA(반코마이신 내성 포도상구균)가 나타났다고 한다. 절망이다. 알다시피 내성 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는 강한 항생제가 개발이 되면 그 항생제는 사람에게 위험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항생제 남용 국가로 심각성을 띠고 있다는 뉴스를 봤다. 특히 최근 자료에 의하면 "항생제 3달 이상 처방시 미처방보다 치매 발뱅률이 44% 증가했다.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도 46% 늘었다"고 하니 항생제가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을 죽이며 몸을 오히려 망가뜨리고 있지는 않은지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2022.10.12 세계일보, 과학기술인용색인(SCI)급 학술지인 ‘프론티어스 인 파머콜로지’(Frontiers in Pharmacology) 최신호에 실렸다) p68 ‘양날의 검’ 항생제

이 책에는 미래의학기술에 대해서도 다루는데 세계 첫 줄기세포 치료제가 시중에 허가되어 판매가 되고 있다는 정보에 놀라게 된다. 이 약은 죽은 심장세포를 재생시키는 방식으로 심장질환을 치료하고 있다고 한다. 아산병원에서는 손상된 척추를 되살리는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해 2008년 3월 부터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물론 우려되는 부분도 있음을 언급해 준다. 부작용이다. 그리고 가격이 만만치 않다. 심장줄기세포치료제인 하티셀그램 1회가 1,800만원이니 감히 나서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물론 1회 사용시 심장이 완전히 치유된다면야 선뜻 돈을 내놓겠지만 부작용으로 죽을 수 있다는 사실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반가운 소식은 '바이오치아'가 곧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치아를 통째로 만드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충치 때문에 치과를 가본 사람들은 이 개발을 목매어 기다릴 것이다.

이외에도 이 책은 다이어트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려주고, 성형에 대해서, 마음 웰빙에 대해서, 휴대전화의 사용 증가로 인해 뇌종양 위험이 높아지느냐 아니냐에 대해서도 다루어주어 흥미를 갖게 한다. 

그리고 한국인이라면 유독 관심을 가져야할 다섯 가지 마음 병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질주의와 경쟁의식이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한국인은 갖가지 정신 질환과 인격 장애로 시름시름 앓고 있다. 오랫동안 분노를 참다가 생긴 ‘화병’부터 자기만의 슬픈 세계에 갇혀버린 ‘우울증’, 지나친 음주로 인한 ‘알코올 중독’, 삶에 여유가 사라져버린 ‘불면증’, 날로 증가하는 강력 범조외 함께 확률이 높아진 ‘트라우마’까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런 질환들은 쉽게 자각하기 어려운데다, 가볍게 넘기다가 큰 병으로 키우기 쉽기에 읽고 도움을 얻으면 참 좋겠다. 

​이 책은 이렇게 과학과 건강에 대해 딱딱하지 않게 독자의 시선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최신 과학이슈를 다루어주고 있다. 즉 식량 자원, 건강 관리, 첨단 과학과 질병 치료 등과 같은 현대인의 건강과 질병에 관련된 전반적인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어준다. 특히 미래 과학기술사회를 열어갈 아이들은 물론이거니와 우리 모두를 위한 과학교양 필도서로서 부족함 없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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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
조윤제 지음 / 앤페이지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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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자녀 교육은 반드시 부모의 삶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자녀 교육에 대한 좋은 책이 나왔다. '아버지 정약용의 인생강의'라는 책을 매우 인상 깊게 읽었는데 거기에 필적할만한 책이 나와서 손에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 이 책은 <다산의 마지막 공부>, <다산의 마지막 습관> 등을 집필한 인문고전 대표 작가인 조윤제라는 저자의 첫 자녀 교육서이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좀 더 자세한 (자녀 교육에 대한)도움을 얻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진다.

저자는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꼭 알아야 할 인문고전 속 지혜와 덕목을 여섯 가지로 나눠 책을 구성했다. 그리고 각 단락마다 역경을 딛고 큰 성취를 이룬 사람들의 실천 자세를 소개함으로써 삶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교육 방법을 알리고자 했는데 그 방법들은 주로 다산 정약용의 《다산시문집》과 《안씨가훈》에서 찾았다.

다산 정약용은 말 그대로 학자로서의 표본이며 배울 점이 많은 위대한 학자이다. 18년간의 험난한 귀양 생활 중에서도 500여권에 달하는 《여유당전서》를 완성했을 뿐 아니라 두 아들에게 편지를 통해 끊임없는 자녀 교육에 힘을 쏟아 부었다. 이런 가르침이 있었기에 한 아들은 관직에 진출하고, 다른 아들은 뛰어난 시안과 문학자가 된다. 또 한 사람인 중국 남북조시대의 문인학자로서 안치추라는 사람이다. 귀족의 자제로 태어나 관직에 진출했으나 포로가 되어 두 차례나 적국을 전전하는 험난한 삶을 살았다. 그 또한 그런 와중에 자신의 뼈저린 체험을 바탕으로 자손들에게 훈계의 글을 남겼다. 그가 남긴 《안씨가훈》은 중국 명문가의 최고 가훈서로 인정받고 있는데, 이 책에서 우린 소중한 자녀교육의 통찰과 실천의 방법을 얻게 된다.

이와 같이 저자는 인문고전 속 지혜와 덕목을 여섯 가지로 나눠 독자들에게 정리하여 알려준다.

Part 1. 본립도생(本立道生) 근본이 바로 서면 길이 열린다. 인성이 바른 아이가 인생에서 성공한다.

Part 2. 자승자강(自勝者强) 나를 극복할 수 있을 때 가장 강해진다.(자기조절 능력을 갖춘 아이)

Part 3. 학고창신(學古創新) 과거를 배우는 아이가 미래를 창조한다

Part 4. 영정치원(寧靜致遠) 맑고 안정된 마음이 크게, 멀리 이룬다.(머리보다 마음이 똑똑한 아이)

Part 5. 서이행지(恕而行之) 자신을 사랑하는 아이가 타인도 사랑할 수 있다.

Part 6. 선승구전(先勝求戰) 먼저 이긴 다음 싸워라. 즉 자신을 지킬 줄 아는 아이가 경쟁에서 이긴다.

이 여섯 가지 지혜는 부모와 함께 자녀들에게 매우 중요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 특히 이 책은 부모를 위한 책이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자녀 보다 부모에게 꼭 필요한 자녀 교육서이다. 줄을 치며 배워야 한다. 학교 교육에 부모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의 교육 방향은 '온전한 사람'을 만들기 보다 생산적, 경제적, 성공적 인간을 양산하는 교육으로 나아가고 있다.

무엇이 되기 전에 '사람이 먼저 되는 것이' 중요하다.(p126-127 참조) 위나라 문후의 스승이 된 자하(子夏)가 말하길 '도덕을 갖추면 이미 학문을 이룬 것이다'는 뜻으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子夏曰 賢賢易色 事父母能竭其力 事君能致其身

與朋友交言而有信 雖曰未學 吾必謂之學矣

자하왈 현현역색 사부모능갈기력 사군능치기신

여붕우교 언이유신 수왈미학 오필위지학의

그 뜻은...『자하가 말하였다. "어진 이를 어진 이로 대하기를 마치 여색을 좋아하듯이 하고, 부모를 섬길 때는 자신의 힘을 다할 수 있으며, 임금을 섬길 때는 자신의 몸을 다 바칠 수 있고, 벗과 사귈 때는 언행에 믿음이 있다면, 비록 배운 게 없다고 하더라도 나는 반드시 그를 배운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 사람됨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이고 공부다. 그런데 그런 부분에서 현대 교육은 대단한 실패다. 특히 부모가 본이 되지 않는 교육은 허공에다가 손짓을 하는 행위다. 아이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예기》 「곡례」에 실린 자녀에 대한 가르침을 보면 보이는 것, 행동하는 것, 듣는 것 세 가지다. 즉 삶의 모든 모습이 교육이다. 따라서 먼저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삶으로 보여주자. 먼저 “어린 자식들에게는 남을 속여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속이지 않는 정직한 삶을 보여줘야 한다. 또한 바른 방향을 향해 서며, 비스듬한 자세로 듣지 않도록 가르친다.”

일례로 열녀전에 보면 '맹모삼천지교'의 고사에 이어 또 다른 고사가 실려 있는데 이런 내용이다.

"맹가(孟軻맹자의 본명)가 어렸을 때 옆집에서 돼지 잡는 일이 있었다. 맹가가 어머니에게 "동쪽 집에서 돼지를 잡아 무엇을 하려고 합니까?"라고 묻자 어머니는 "네게 주려고 잡는다"라고 농담한 뒤 곧 후회했다. '지금 막 배우기 시작한 아이를 속이는 것은 불신을 가르치는 것이다'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서 곧바로 돼지고기를 사서 맹가에게 먹였다."

평소 생활에서 작고 사소한 거짓은 그다지 염두해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남이 보지 않으니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니까' '이번 한 번만 하고 안 할 거야'라는 등 이런 모습은 심하게 탓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잘못을 저지르고 후회하고 반성하는 것이 평범한 사람의 일상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녀 앞에서는 그 기준이 엄격해야 한다. 작은 잘못과 사소한 거짓이라도 허용한다면 자녀의 머리에 무의식적인 거짓된 삶과 잘못된 방식의 삶이 자리잡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부모의 정직한 삶, 올바른 삶의 자세, 배려하는 대인관계는 자녀에게 가장 큰 가르침이 될 것이다.

《설원》 〈반질〉에 실려 있는 고사를 보면 확실하게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증자(공자의 제자로 유학의 계승자)는 3년 동안 데리고 있던 제자 공명선이 글 읽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자 의구심이 나서 물었다. '선아, 네가 내 문하에 있은지 3년인데 배우지 않음은 어째서냐?'

그러자 공명선이 이렇게 대답했다.

'어찌 감히 배우지 않겠습니까? 스승께서 뜰에 계시는 모습을 보니, 부모님이 집에 계시면 꾸짖는 소리가 개와 말에게조차 이르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것을 기뻐하여 배웠으나 능하지 못합니다. 스승께서 손님을 응대할 때 공손하고 검소하여 태만하지 않으시므로, 저는 이것을 기뻐하여 배웠으나 능하지 못합니다. 스승께서 조정에 있을 때 아랫사람에게 엄격하면서도 상처를 주지 않으시므로 저는 이것을 기뻐하여 배웠으나 능하지 못합니다. 이 세 가지를 기뻐하여 배웠으나 능하지 못하오니 제가 어찌 배우지 않으면서 스승의 문하에 있었겠습니까?"

공명선이 증자에게 배운 세 가지의 글이다. 즉 부모에 대한 효도, 손님을 대할 때의 정성, 아랫사람에 대한 배려의 자세를 증자의 평소 모습에서 배웠다. 참된 교육은 이러함을 부모들은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이 책은 고전에서 수많은 인용을 통해 직접적으로 가르치기보다는 비유와 은유로 스스로 생각하도록 이끌어주고 있다. 고전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며, 현대 교육에서 배우지 못한 가르침을 배우는 시간이 될 것이다. 특히 이 부분이 아버지로서 자녀를 대함에 있어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된다. 그 부분을 언급하며 본 서평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진항은 백어와 대화하면서 중요한 세 가지 사실을 알게 된다. 시와 예를 중요하게 가르치는 것은 당연하지만, 공자가 자식에게 거리를 둔다는 것을 알고 기뻐했다는 것이다.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이 안지추가 쓴 《안씨가훈》에 실려 있다.

"부자 관계는 존엄하므로 스스러없이 친해서는 안 되지만, 골육 사이에는 애정이 있어야 하므로 소원해서도 안 된다. 부자 관계가 소원하면 아버지의 자애로움과 자식의 효도가 서로 맞물리지 않고, 스스럼없이 대하면 태만함이 생기게 된다. '명사 이상은 부자가 서로 거처를 달리한다'는 것은 스스럼없이 친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이며, '가려운 곳은 긁어드리고, 아픈 곳은 짚어드리며, 이불을 개어 매달고 베개를 상자에 넣는다'는 것은 소원하지 않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p23

아버지와 자식간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할까를 고민했다. "나는 아버지처럼 하지 않고 친구처럼 자녀를 키우겠다"며 자녀를 키웠는데 그런데 말이다. 사랑스런 마음에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으니 버릇이 나빠지는 것이며 예를 지키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거리를 두면 부모자식간의 애정이 사라지고 딱딱한 관계가 되어 진다. 참 쉽지 않은데 좋은 충고에 한 수 배우게 된다.

책을 열어볼수록 진귀한 보물을 이 책에서 만나게 된다. 자꾸만 넘겨보며 읽고 숙고하고픈 책이다.

부모 교육서에 꼭 필요한 필독서임을 독자는 마음다해 추천하는 바이다!!

이 책의 한 문장

'나는 날마다 세 가지 점에 대해 나 자신을 반성한다. 남을 위하여 일을 도모하면서 진심을 다하지 못한 점은 없는가? 벗과 사귀면서 신의를 지키지 못한 점은 없는가? 배운 것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것은 없는가?' 증자가 말했던 세 가지는 바로 충실함과 믿음, 배움으로 스승인 공자가 늘 강조했던 것이다. -논어 '학이'에 실린 글, p62

'배우고 난 뒤에 자신의 부족함을 알게 되고

가르치고 나서야 어려움을 알게 된다.

부족함을 알게 되면 스스로 돌아볼 수 있고

어려움을 알게 되면 스스로 노력하게 된다.

그러므로 가르치는 것과 배우는 것은 서로를 자라게 한다. (교학상장).

<열명>에서 '가르침은 배움의 반이다(효학반)'라고 했다. -예기 '학기'에 실린 글, p146

초한지에 등장하는 한신은 젊은 시절 한량이었다. 그가 시장에서 만난 불량배의 다리 밑을 기어서 지나간 것은 유명한 일화다. 한신은 훗날 왕이 되고 나서 그 건달을 다시 만자나 이렇게 말했다.

"그 당시 나를 욕보일 때 내가 너를 죽일 수 없었겠는가? 죽여도 내게 아무 이름이 따르지 않을 것이기에 참은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다. [...] 자존심은 스스로 높아지려는 마음이고, 자존감은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p273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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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하는 지구촌 산책 - 30년차 부부가 떠난 세계여행 이야기
주영길 지음 / 프로방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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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나는 여행에 관한 책을 또 읽었다. 이번에도 또 여행에 대한 책이다. 아마도 그건 여행에 대한 목마름 때문일 것이다. 안데르센이 말했다. "여행은 정신을 다시 젊어지게 하는 샘이다."

그렇다. 여행을 통해 내 마음 어딘 가를 새롭게 만들고 젊게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었나 보다.

그러면에서 여행에 관해 '여몽'이 말한 것이 마음에 든다. 그 여몽이 삼국지에 나오는 여몽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여행에 관한 문장은 여행에 대한 최종 목적을 충족 시키는 문장이라 생각된다.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을 얻는 것이다.

- 여몽

저자 또한 "여행은 설렘이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이다"라고 들어가는 말 첫 머리에서 말했다.

이 책은 작가 부부가 1년 동안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쓴 생생한 체험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세계여행을 떠나려는 사람에게는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며,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충분한 간접 경험으로 기분 전환을 하는 기회가 되리라 본다.

저자의 여행 동기가 들어가는 말에 나온다. 30대 중반이던 1995년 은사님을 따라 7명이 미국에 가게 되었다. 저자겐 처음으로 하는 해외여행이었는데 학회에 참석 후 샌프란시스코와 라스베이거스, 그랜드 캐니언, 스탠퍼드 대학 등 처음 접한 외국은 저자에게 큰 충격과 놀라움을 안겨 주었다.

광활한 그랜드 캐니언과 휘황찬란한 도박의 도시 라스베이거스, 자유와 젊음이 숨 쉬는 스탠퍼드 대학의 캠퍼스는 전에 경험하지 못한 많은 것을 저자에게 보여 주었다.

그렇게 여행을 하는 중 하루는 닥터 팅의 집에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아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저자는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지나니 다섯 채의 집이 빌라촌을 형성하고 있었고, 그곳을 지나 5분여를 더 가서야 닥터 팅의 집에 다다를 수 있었는데, 가는 길에 사슴이 뛰어놀고, 집집마다 커다란 정원과 수영장을 갖추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차량만 하더라도 6대가 있었고, 집 안에 들어서니 홈 짐(Home Gym)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이었다.

이때 ‘아! 이런 세상도 있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으며,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후 세계의 많은 나라를 경험하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가운데 결혼 30주년을 기점으로 세계 일주를 떠나게 되었다. 물론 떠나는 과정은 쉽지 않다. 파울로 코엘료가 말하듯 "여행은 언제나 돈의 문제가 아니고, 용기의 문제이다"는 말처럼 쉽지 않는 결단이었지만 용기를 내어서 저자와 아내는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며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물론 이런 행복한 여정에는 그가 노력한 삶과 경제력이 뒤바침 되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울산에서 개업한 후 한눈팔지 않고 20여 년을 열심히 살았다. 특히 1년을 쉬어도 충성스럽게 기다려주는 환자가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성실함과 신뢰도 그리고 친화력이 뛰어난 의사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책을 열면 좌충우돌하는 저자의 모습이 눈에 보이며 저자의 무상무념의 표정이 찍힌 사진이 보이는데, 이런 사람 안에도 여행에 대한 욕망이 자리하고 있구나를 새삼 느끼게 된다.

저자는 세계 여행 시작을 독일을 기점으로 출발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여행에 대한 흥분과 설렘이 얼굴에 웃음꽃으로 나올 정도로 꽃피었다고 하는데, 첫 사진과 두 세 번째 사진은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고 네번째 사진에 가서야 자연스러운 웃음과 행복이 보인다. 이것으로 보아 이 책은 여행에 대한 전문서적이나 여행작가가 쓴 책이기 보다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한 사람의 여행기임을 알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보면 서툰 사진과 미숙한 글쓰기가 보인다. 여행에 관한 에세이임에도 불구하고 일기 형식의 글로 책을 이어가고 있다. 일종의 일지라고 보면 되겠다. 신은 '한 사람에게 다 주지 않는다'는 말처럼 작가로서의 모습을 이 책에서 기대하면 안 될 것이다. 분명 이 책은 최근 읽은 이예은이라는 저자가 쓴 '나는 여행을 사랑하지 않는다'와는 결이 다른 책이다. 또한 헤르만 헤세가 쓴 여행에 관한 책인 '헤세가 사랑한 순간들'과는 다른 결의 책이다.

따라서 독자는 오히려 편하게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스스로 숙고하고, 가볍게 여행지에 대한 소개를 받으면 된다. 특히 부부가 함께 일생을 살고, 그 수고의 결과물인 여행을 통해 이 부부는 서로에 대한 사랑과 애틋함을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만들어가는 모습이 매우 좋아 보인다. 그거 하나면 족하지 아니한가? 이렇게 이번 여행책은 정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여행 일지에 관한 책이었다.

이 부부와 함께 '유럽,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동아시아'를 탐방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 책의 한 문장

여행이란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들어 준다. 여정을 소화하며 이국적인 풍경을 바라보고, 다른 여행자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여행지를 관찰하고 체험하기도 하며, 여행지의 역사와 문화에 심취하기도 한다. 그 모든 게 가치 있는 행위이다. [...] 이 책을 읽는 독자도 여행을 떠나보기를 권한다. 그래야 늘 자신을 개척해 나가는 삶의 자세를 갖게 될 것이다. 그런 인생이야말로 최고의 가치를 지닌 인생을 사는 것은 아닐까? p278-279

사람이 여행을 하는 것은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행하기 위해서이다.- 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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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괜찮은 태도 - 15년 동안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에게 배운 삶의 의미
박지현 지음 / 메이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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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자꾸 눈물이 왈칵나서 책을 덮었어요.

따뜻하고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다양한 사람들의 얘기

-밀리의 서재 독자평 중에서

첫 단원을 읽자 마자 참 따뜻한 사람이구나를 느꼈다. 밀리의 서재 독자평이 이 책을 다 말하고 있다. 어쩌면 이렇게 내 마음 같은지 그 문구가 마음에 쏙든다.

이 책을 손에 들게 된 이유는 두 개의 문구 때문이다.

"15년 동안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에게 배운 삶의 의미"

"어떤 순간에도 사람을 수단으로 대하지 말기를…"

15년이란 시간은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저자는 15년 넘게 카메라를 들고 국내외 곳곳을 누비면서 수많은 사람을 다양하게 만나게 된다. 노숙자부터 교도소와 고물상, 노량진 고시원, 소록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실, 시골 분교의 입학식, 알래스카의 한인타운, 해병대,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편, 법정 스님 다비식 편, 독도 경비대 편 등등 대통령까지 저자는 안 만나 본 사람이 없다. 그 만남은 단지 직업으로서의 길이었지만 저자에게는 삶의 해답을 얻는 기회가 되었고, 그들의 진솔한 얘기를 통해 따뜻한 위로와 삶의 지혜를 얻게 되었다.

원래 저자는 소극적이며 내성적인 성격이다. 아니 사회부적응자였나 싶을 정도로 저자는 예술 대학에서 사람들과 썩이는 것을 힘들어 했다. 어찌어찌하여 졸업을 했지만 사회 생활이라는 두려운 인간관계 때문에 대학 졸업 후 한동안 취직할 엄두를 못내며 지내왔다. 그러나 창작은 하고 싶은 욕망이 일어나 될 수 있는한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는 일을 찾았는데 마침 뮤직 비디오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여 조용히 일하게 되었다. 그렇게 일에 재미를 붙일 즈음에 KBS에서 VJ비디오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는 한 선배로부터 연락을 받고 저자는 ‘다큐멘터리 3일’이라는 VJ를 맡게 된다.

이것은 저자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었고 저자는 이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다큐멘터리 디렉터로 일하게 된다. 이 덕분에 저자는 자신이 얼마나 좁은 세상에서 수많은 오해와 편견에 사로잡혀 살아왔는지를 깨달게 되고, 넓은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깊이 관찰하며 정말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해준다. 이 책은 그렇게 저자의 직업에서 건져 올린 길 위에서 생생하게 배운 삶의 의미와 단단한 인생의 태도들을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그밖에 KBS 파노라마 ‘길 위의 아버지’ 연출을 담당했고, MBC ‘놀면 뭐하니 - 대한민국 라이브’, tvN ‘어쩌다 사장 1,2’ 등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VJ로 참여했다. 그녀가 찍은 영상은 다른 영상과는 다르게 따뜻한 시선과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수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화제가 많이 되었고 그 공을 인정받아 2020년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예술상 후보에 오르게 된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후회 없는 인생을 원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을 고르고 골라 이 책에 담은 얘기들이다. 5년의 시간 동안 원고를 붙들고만 있었는데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책을 세상에 내어놓는 이유가 있었는데 그건 "때론 저를 부끄럽게 만들었고, 때론 저를 반하게 만들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당신에게도 가닿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책을 내어놓았다고 말한다.

우리에게는 삶에 대한 의문점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두렵고 불안하다. 저자처럼 소극적으로 숨고 싶은 마음이 내재되어 있다. 그런데 이 책은 단단한 삶을 살기 위해 어떤 삶의 태도를 지녀야 좋을지, 결국 우리를 살아가게 만드는 힘은 무엇인지, 나와 타인, 내 인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나이 들고 싶은지….에 대해 우리에게 조근조근 부담없이 말해준다.

“혹시 길을 헤매고 있거나, 자신이 너무 싫어 못 견디겠거나, 위로가 필요한데 마음 둘 곳이 없어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때 이 책에 소개된 여러 삶들 가운데 그 어떤 것이든 당신이 읽고선 힘을 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프롤로그

첫 단락은 저자를 한층 업그레이드한 인격적 직업인으로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된다. 물론 그것은 그가 촬영한 사람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PD의 섬세한 배려적 영상 촬영으로 인한 것이었다. 저자는 암환자들이 찾는 편백 나무 숲을 찾아간다. 편백 나무는 침엽수 중에서 가장 많은 양의 피톤치드를 뿝어내는 나무로 유명하다. 피톤치드는 기분을 상쾌하게 해줄 뿐 아니라 면역력이 높아지고 암 치유에도 효과적이라 현대 의학이 포기한 자들이 이곳 전남 장성의 축령산 편백 나무 숲을 찾는 다고 한다. 그들을 취재하기 위해 그곳으로 가게된 저자와 PD는 사실 취재 목적을 살리기 위해 그들을 방송용으로 이용하며 촬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마지막 암 선고를 받은 자들에게 그런 촬영은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다큐멘타리 3일'이라는 방송 특성상 원칙상 사전 섭외 없이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을 만나 리얼하게 촬영하는 것이다. 그런데 촬영 후 PD의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사과하러 그 현장을 다시 찾아가서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말하며 그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모습을 보게 된다. 저자는 여기서 자신이 언제부터인가 사람을 방송 아이템으로만 대해 온 것은 아닐까를 깊이 생각하는 교훈을 받게 된다.

프로그램을 잘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출연자들에게 방송이 어떤 의미로 남을지, 촬영 때무에 불편한 것은 없는지 먼저 살폈어야 했다. 그 어떤 순간에도 사람을 수단으로 대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 그때 나는 배웠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 사람을 이용하거나 괴롭히지 않고 사람을 배려하면서도 충분히 좋은 방성을 만들수 있다는 것을. 그러니 아무리 일로 만난 사이라 할지라도 일을 잘하고 싶다는 욕심에 사람을 수단으로 대하면 안 된다. 일도 결국 사람이한 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일보다 사람을 앞에 두어야 하는 이유다. p19-20

이 책의 한 문장

"놓아야겠다. 용서해야겠다. 마음 속에 품고 있어 봐야 나 자신이 힘드니까 놔야겠다." p25

- 25년간 억울한 감옥살이를 한 사람의 한 마디 중에서...

한 여학생에게 졸업하면 뭘 하고 싶은지 물어봤다.

"사실 제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대학만 들어가면 다 될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대학에 들어가니까 다들 취업 걱정을 하더라고요. 저도 그냥 취업만 되면 좋겠단 생각뿐이에요."

당연히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다는 이야기를 할 줄 알았는데 많은 대학생들이 그렇게 말했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애를 써서 기껏 관문 하나를 통과했더니 또 다른 관문들이 연이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인생이었기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관문을 삶의 목표로 삼으면 안 되겠구나. 왜 그 관문으로 향하고 싶은지, 그 관문으로 가는 이유를 찾는 것이 중요하겠구나." 그래야 다음 관문이 오더라도 공허함이나 지치는 마음 없이 그 길 자체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만약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의미를 알고 가는 길이기에 걸어가는 과정에서도 분명 얻는 게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p21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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