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
조윤제 지음 / 앤페이지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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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자녀 교육은 반드시 부모의 삶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자녀 교육에 대한 좋은 책이 나왔다. '아버지 정약용의 인생강의'라는 책을 매우 인상 깊게 읽었는데 거기에 필적할만한 책이 나와서 손에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 이 책은 <다산의 마지막 공부>, <다산의 마지막 습관> 등을 집필한 인문고전 대표 작가인 조윤제라는 저자의 첫 자녀 교육서이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좀 더 자세한 (자녀 교육에 대한)도움을 얻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진다.

저자는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꼭 알아야 할 인문고전 속 지혜와 덕목을 여섯 가지로 나눠 책을 구성했다. 그리고 각 단락마다 역경을 딛고 큰 성취를 이룬 사람들의 실천 자세를 소개함으로써 삶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교육 방법을 알리고자 했는데 그 방법들은 주로 다산 정약용의 《다산시문집》과 《안씨가훈》에서 찾았다.

다산 정약용은 말 그대로 학자로서의 표본이며 배울 점이 많은 위대한 학자이다. 18년간의 험난한 귀양 생활 중에서도 500여권에 달하는 《여유당전서》를 완성했을 뿐 아니라 두 아들에게 편지를 통해 끊임없는 자녀 교육에 힘을 쏟아 부었다. 이런 가르침이 있었기에 한 아들은 관직에 진출하고, 다른 아들은 뛰어난 시안과 문학자가 된다. 또 한 사람인 중국 남북조시대의 문인학자로서 안치추라는 사람이다. 귀족의 자제로 태어나 관직에 진출했으나 포로가 되어 두 차례나 적국을 전전하는 험난한 삶을 살았다. 그 또한 그런 와중에 자신의 뼈저린 체험을 바탕으로 자손들에게 훈계의 글을 남겼다. 그가 남긴 《안씨가훈》은 중국 명문가의 최고 가훈서로 인정받고 있는데, 이 책에서 우린 소중한 자녀교육의 통찰과 실천의 방법을 얻게 된다.

이와 같이 저자는 인문고전 속 지혜와 덕목을 여섯 가지로 나눠 독자들에게 정리하여 알려준다.

Part 1. 본립도생(本立道生) 근본이 바로 서면 길이 열린다. 인성이 바른 아이가 인생에서 성공한다.

Part 2. 자승자강(自勝者强) 나를 극복할 수 있을 때 가장 강해진다.(자기조절 능력을 갖춘 아이)

Part 3. 학고창신(學古創新) 과거를 배우는 아이가 미래를 창조한다

Part 4. 영정치원(寧靜致遠) 맑고 안정된 마음이 크게, 멀리 이룬다.(머리보다 마음이 똑똑한 아이)

Part 5. 서이행지(恕而行之) 자신을 사랑하는 아이가 타인도 사랑할 수 있다.

Part 6. 선승구전(先勝求戰) 먼저 이긴 다음 싸워라. 즉 자신을 지킬 줄 아는 아이가 경쟁에서 이긴다.

이 여섯 가지 지혜는 부모와 함께 자녀들에게 매우 중요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 특히 이 책은 부모를 위한 책이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자녀 보다 부모에게 꼭 필요한 자녀 교육서이다. 줄을 치며 배워야 한다. 학교 교육에 부모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의 교육 방향은 '온전한 사람'을 만들기 보다 생산적, 경제적, 성공적 인간을 양산하는 교육으로 나아가고 있다.

무엇이 되기 전에 '사람이 먼저 되는 것이' 중요하다.(p126-127 참조) 위나라 문후의 스승이 된 자하(子夏)가 말하길 '도덕을 갖추면 이미 학문을 이룬 것이다'는 뜻으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子夏曰 賢賢易色 事父母能竭其力 事君能致其身

與朋友交言而有信 雖曰未學 吾必謂之學矣

자하왈 현현역색 사부모능갈기력 사군능치기신

여붕우교 언이유신 수왈미학 오필위지학의

그 뜻은...『자하가 말하였다. "어진 이를 어진 이로 대하기를 마치 여색을 좋아하듯이 하고, 부모를 섬길 때는 자신의 힘을 다할 수 있으며, 임금을 섬길 때는 자신의 몸을 다 바칠 수 있고, 벗과 사귈 때는 언행에 믿음이 있다면, 비록 배운 게 없다고 하더라도 나는 반드시 그를 배운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 사람됨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이고 공부다. 그런데 그런 부분에서 현대 교육은 대단한 실패다. 특히 부모가 본이 되지 않는 교육은 허공에다가 손짓을 하는 행위다. 아이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예기》 「곡례」에 실린 자녀에 대한 가르침을 보면 보이는 것, 행동하는 것, 듣는 것 세 가지다. 즉 삶의 모든 모습이 교육이다. 따라서 먼저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삶으로 보여주자. 먼저 “어린 자식들에게는 남을 속여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속이지 않는 정직한 삶을 보여줘야 한다. 또한 바른 방향을 향해 서며, 비스듬한 자세로 듣지 않도록 가르친다.”

일례로 열녀전에 보면 '맹모삼천지교'의 고사에 이어 또 다른 고사가 실려 있는데 이런 내용이다.

"맹가(孟軻맹자의 본명)가 어렸을 때 옆집에서 돼지 잡는 일이 있었다. 맹가가 어머니에게 "동쪽 집에서 돼지를 잡아 무엇을 하려고 합니까?"라고 묻자 어머니는 "네게 주려고 잡는다"라고 농담한 뒤 곧 후회했다. '지금 막 배우기 시작한 아이를 속이는 것은 불신을 가르치는 것이다'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서 곧바로 돼지고기를 사서 맹가에게 먹였다."

평소 생활에서 작고 사소한 거짓은 그다지 염두해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남이 보지 않으니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니까' '이번 한 번만 하고 안 할 거야'라는 등 이런 모습은 심하게 탓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잘못을 저지르고 후회하고 반성하는 것이 평범한 사람의 일상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녀 앞에서는 그 기준이 엄격해야 한다. 작은 잘못과 사소한 거짓이라도 허용한다면 자녀의 머리에 무의식적인 거짓된 삶과 잘못된 방식의 삶이 자리잡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부모의 정직한 삶, 올바른 삶의 자세, 배려하는 대인관계는 자녀에게 가장 큰 가르침이 될 것이다.

《설원》 〈반질〉에 실려 있는 고사를 보면 확실하게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증자(공자의 제자로 유학의 계승자)는 3년 동안 데리고 있던 제자 공명선이 글 읽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자 의구심이 나서 물었다. '선아, 네가 내 문하에 있은지 3년인데 배우지 않음은 어째서냐?'

그러자 공명선이 이렇게 대답했다.

'어찌 감히 배우지 않겠습니까? 스승께서 뜰에 계시는 모습을 보니, 부모님이 집에 계시면 꾸짖는 소리가 개와 말에게조차 이르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것을 기뻐하여 배웠으나 능하지 못합니다. 스승께서 손님을 응대할 때 공손하고 검소하여 태만하지 않으시므로, 저는 이것을 기뻐하여 배웠으나 능하지 못합니다. 스승께서 조정에 있을 때 아랫사람에게 엄격하면서도 상처를 주지 않으시므로 저는 이것을 기뻐하여 배웠으나 능하지 못합니다. 이 세 가지를 기뻐하여 배웠으나 능하지 못하오니 제가 어찌 배우지 않으면서 스승의 문하에 있었겠습니까?"

공명선이 증자에게 배운 세 가지의 글이다. 즉 부모에 대한 효도, 손님을 대할 때의 정성, 아랫사람에 대한 배려의 자세를 증자의 평소 모습에서 배웠다. 참된 교육은 이러함을 부모들은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이 책은 고전에서 수많은 인용을 통해 직접적으로 가르치기보다는 비유와 은유로 스스로 생각하도록 이끌어주고 있다. 고전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며, 현대 교육에서 배우지 못한 가르침을 배우는 시간이 될 것이다. 특히 이 부분이 아버지로서 자녀를 대함에 있어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된다. 그 부분을 언급하며 본 서평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진항은 백어와 대화하면서 중요한 세 가지 사실을 알게 된다. 시와 예를 중요하게 가르치는 것은 당연하지만, 공자가 자식에게 거리를 둔다는 것을 알고 기뻐했다는 것이다.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이 안지추가 쓴 《안씨가훈》에 실려 있다.

"부자 관계는 존엄하므로 스스러없이 친해서는 안 되지만, 골육 사이에는 애정이 있어야 하므로 소원해서도 안 된다. 부자 관계가 소원하면 아버지의 자애로움과 자식의 효도가 서로 맞물리지 않고, 스스럼없이 대하면 태만함이 생기게 된다. '명사 이상은 부자가 서로 거처를 달리한다'는 것은 스스럼없이 친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이며, '가려운 곳은 긁어드리고, 아픈 곳은 짚어드리며, 이불을 개어 매달고 베개를 상자에 넣는다'는 것은 소원하지 않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p23

아버지와 자식간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할까를 고민했다. "나는 아버지처럼 하지 않고 친구처럼 자녀를 키우겠다"며 자녀를 키웠는데 그런데 말이다. 사랑스런 마음에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으니 버릇이 나빠지는 것이며 예를 지키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거리를 두면 부모자식간의 애정이 사라지고 딱딱한 관계가 되어 진다. 참 쉽지 않은데 좋은 충고에 한 수 배우게 된다.

책을 열어볼수록 진귀한 보물을 이 책에서 만나게 된다. 자꾸만 넘겨보며 읽고 숙고하고픈 책이다.

부모 교육서에 꼭 필요한 필독서임을 독자는 마음다해 추천하는 바이다!!

이 책의 한 문장

'나는 날마다 세 가지 점에 대해 나 자신을 반성한다. 남을 위하여 일을 도모하면서 진심을 다하지 못한 점은 없는가? 벗과 사귀면서 신의를 지키지 못한 점은 없는가? 배운 것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것은 없는가?' 증자가 말했던 세 가지는 바로 충실함과 믿음, 배움으로 스승인 공자가 늘 강조했던 것이다. -논어 '학이'에 실린 글, p62

'배우고 난 뒤에 자신의 부족함을 알게 되고

가르치고 나서야 어려움을 알게 된다.

부족함을 알게 되면 스스로 돌아볼 수 있고

어려움을 알게 되면 스스로 노력하게 된다.

그러므로 가르치는 것과 배우는 것은 서로를 자라게 한다. (교학상장).

<열명>에서 '가르침은 배움의 반이다(효학반)'라고 했다. -예기 '학기'에 실린 글, p146

초한지에 등장하는 한신은 젊은 시절 한량이었다. 그가 시장에서 만난 불량배의 다리 밑을 기어서 지나간 것은 유명한 일화다. 한신은 훗날 왕이 되고 나서 그 건달을 다시 만자나 이렇게 말했다.

"그 당시 나를 욕보일 때 내가 너를 죽일 수 없었겠는가? 죽여도 내게 아무 이름이 따르지 않을 것이기에 참은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다. [...] 자존심은 스스로 높아지려는 마음이고, 자존감은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p273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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