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이 책은 우리가 오래도록 사랑하며 만나고 싶었던 작가는 물론 작품이 탄생한 순간을 바로 곁에서 목격한 증인, 작가의 ‘공간’이 들려주는 공간적-시각적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신의 에세이 〈위인드들의 집〉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하는데 수긍되는 바이다. 즉 "집과 방은 사람의 성격에 큰 영향을 미치니 누군가를 자세히 알고 싶다면 전기를 여러 권 읽는 대신 그가 살던 집을 한 시간 둘러보라" -서문중에서.
작가의 숨결이 머문 공간을 방문하는 것은 작가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것으로서 영국의 계관 시인 앨프리드 테니슨 같은 경우 괴테의 집을 찾았다가 "신성한 서재"에 완전히 반해 버렸다고 말하였다. 이 책은 그러한 작가의 숨결을 보여주는 특별한 책이다. 어떤 방해도 받지 않는 완벽한 은신처부터 시작해서 창조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습관과 집필 도구까지, 50인의 작가들이 찾아낸 최적의 글쓰기 조건을 갖춘 그들의 방을 독자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듯 호기심 가득하게 열어보는 쾌감을 누리고 있다.
이 책은 크게 작가들의 집필 공간을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소개해준다.
첫 번째 방은 가장 많은 작가가 선호하는 ‘은둔형’이다. ― 오직 홀로, 영감에 귀를 기울이는 '자기만의 방'을 그들은 진실로 원했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는 “내게 필요한 건 흔들리지 않는 책상과 타자기뿐”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그녀는 집필실보다는 욕조에 몸을 담그는 순간에 무한한 영감을 받았다. 버지니아 울프는 뒤뜰의 오두막을 ‘자기만의 방’으로 삼았으며, 이디스 워튼은 코르셋을 입을 필요가 없는 침실에서 쓰는 것을 좋아했다. 제인 오스틴 같은 경우 독립적인 집필 공간 대신, 원래 그가 살았던 햄프셔주 초턴 집 다이닝룸, 그곳에서도 빛이 가장 환하게 들어오는 창가에 아주 작은 십이각형 호구나무 테이블 위에서 매일 글을 썼다. 특히 오스틴은 테이블에서 가족 이외에 하인인 손님 등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남몰래 글을 썼다.
두 번째 방은 ― 추억과 개성이 가득한 공간에서 책을 집필한 자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은 집이나 서재를 취향대로 꾸미는 일에 유독 열성적이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직접 사냥한 짐승들로 침실을 꾸몄다. 책상이 있었지만 전기 작가에 의하면 헤밍웨이는 거이에 않은 적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책장을 책상처럼 사용했다. 가슴 높이까지 오는 책장 위에 타자기를 두고, 그 옆에 책들과 종이 더미를 쌓아두며 작업을 했다고 한다. 아마도 앉아서 하게 되면서 전립선과 엉덩이에 무리가 갔을 것이라 추측된다. 독자 또한 책상 의자에 너무 앉아 있다 보니 그 부분이 많이 약해 졌다.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1만 장이 넘는 재즈 레코드로 공간을 장식했고, 동화 작가 로알드 달은 자신과 자녀들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사진과 기념품으로 공간을 장식하였다.
세 번째 방은 ― 온 세상이 나의 집필실이라고 말할 정도로 특별한 공간에 매이지 않는다. 우선 마거릿 애트우드 같은 경우 매일 글을 쓰지 않을뿐 아니라 특별한 루틴이 없다. 글을 쓰다가 막히면 글쓰기와 관계업슨 단조로운 일을 하며 머리를 비운다. 고집하는 루틴이 있다면 먼저 손으로 글을 쓴 다음 컴퓨터로 옮겨 놓고 다시 종이외 펜으로 돌아간다. 마거릿 애트우드와 같이 아르바이트와 육아 같은 여러 일과 글쓰기를 병행하는 바쁜 작가들은 집, 호텔, 커피숍, 자동차나 비행기 안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틈만 나면 메모를 하고 글을 쓴다. J. K 롤링이 어린 딸을 유모차에 태우고 에든버러의 카페들을 돌아다니며 ‘해리 포터’ 시리즈를 썼다고 하니 장소는 더이상 세 번째 작가들에게는 특별하지 않다.
네 번째 방은 ― 자연이 말을 걸어오는 숲속이나 바다, 정원 같은 곳에서 글을 쓴다. 토머스 하디 같은 경우 나고 자란 영국 전원 마을에서 영감을 얻어 ‘웨식스’라는 작품 속 무대를 창조해 냈고, 안톤 체호프는 집에서 가까운 벚꽃 동산에 작은 별채를 지어놓고, 별채 위층 방에서 희곡 〈갈매기〉와 〈바냐 아저씨〉를 완성했다.
다섯 번째 방은 ― 자신만의 스타일로 고집스럽게 글을 써내려 갔다. 완벽한 연필을 향한 열망 가득한 '존 스타인벡'은 특이하게도 연필에 꽂인 작가다. 그에게는 연필이 많이 필요했다.
"연필이 주는 느낌이 좋아요"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새로운 책을 쓸 때마다 연필 수백 자루를 썼다.
"길고 아름다운 연필로 누리는 순수한 호사로부터, 에너지와 창의력을 얻는다"고 말하는 그는 육각형 연필보다 둥근 연필을 더 좋아했다. 연필을 고르는 또 다른 조건은 주의가 흩어지지 않도록 모두 검은색이었다. 그는 매일 아침 연필 스물네 자루로 시작하며 글을 써내려 간다.
이렇게 이 책은 50명이나 되는 작가의 일상과 고심의 흔적이 담긴 장소를 그림과 함께 독자가 궁금해하는 부분들을 해소해 주고 있다. 이 책으로 인해 작가와 훨씬 가까워졌다면 독자만의 생각일까?
머리 속으로 상상해보며 작가들 방에 들어 갔다 나오니 앨프리드 테니슨이 말한 것처럼 '신성한 서재'에 발자국을 남긴거와 같다. 언제가 TV에서 덴마크의 동화작가인 안데르센의 집필실을 보여주었는데 작가가 남긴 흔적을 영상으로나마 흥미롭게 봤다. 하물며 독자가 좋아하는 헤르만 헤세, 괴테, 마우라 아야코, 톨스토이, 월든의 저자 헨리데이비드 소로 등과 같은 집필실을 간다면 아마도 독자는 가만 있어도 흐뭇해지는 행복감을 누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