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 산문선 열린책들 세계문학 256
조지 오웰 지음, 허진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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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well pictured in 1943

얼마 전 스타북스 출판사에서 조지 오웰에 대한 신간인 『동물농장』에 대한 책을 보게 되었다.

눈에 딱 뛰는 돼지 그림이 표지를 장식하면서 무언가 강렬하게 독자들에게 말을 걸어 오는 것을 느꼈다. 책 소개에 따르면 동물농장은 20세기 영미문학의 가장 중요한 작가인 조지 오웰의 대표작이라고 말한다. 오웰의 작품 중 유일하게 유머가 가득한 작품으로서 간결한 문체와 예리한 풍자가 돋보이며 소설을 통해 사회 비판적 역할을 풀어내고 있는 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스탈린주의를 비판한 최초의 문학작품이며 정치 풍자소설로는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싶었지만 기회가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 그의 산문집이 열린책들 출판사를 통해서 나오게 됨으로 그의 대표작은 아니지만 그가 쓴 에세이 중에 냉철한 통찰을 보여주는 빼어난 산문들을 분야별로 골고루 엄선한 선집을 보게 되는 기회가 생겨 기쁜 마음으로 보게 되었다.

"오웰의 최고 걸작은 바로 에세이들이다" -『데일리 텔리그래프』

<오웰의 글은 에세이에서 시작하고, 그의 에세이는 경험에서 시작한다>라는 평이 있다.

그만큼, 오웰의 에세이에는 그의 사상과 문학을 이루는 기초가 된 단상들을 넘어 그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경험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음을 보게 된다. 실제로 오웰은 에세이들을 발전시켜 여러 장편소설을 완성하기도 했으며, 자신에게 강렬한 영향을 미친 체험들과 사회 이슈들에 대한 생각을 에세이로 솔직하게 기록하였다고 그에 대해 평가한다. 그러므로 그가 남긴 에세이들은 그의 실제적인 내면 세계의 모습을 확연히 필체로 남기고 있어 소설 속에서 볼 수 없었던 오웰 자신의 사상을 면밀히 곁에서 지켜보는 시간이 되어 진다.

특히 이번 책에 세번째 나오는 「코끼리를 쏘다」의 글은 맨 처음 읽은 부분이면서 이 부분을 읽고 그의 팬이 되었다고 말할 정도로 너무나 재미있게 보고 많은 생각의 이념들을 남긴 에세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에세이는 그가 버마에서 제국 경찰로 살았던 일의 경험을 쓴 에세이다.

이야기는 간단하며 마치 빨려들어가듯 읽었다. 어느 날 이른 아침이었다. 그는 5년간 버마 제국 경찰로 일할 당시 자신의 관할구역 내에 발정 난 코끼리가 사슬을 끊고 시장에서 난동을 피우고 있다는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이 코끼리는 방금 말했다시피 야생 코끼리가 아닌 버마인들이 길들이는 코끼리였다. 큼직한 사슬로 묶어 두었지만 발정이 났기에 한 번에 끊어버렸다. 코끼리는 이미 대나무 집을 한채 부수고 암소 한 마리를 죽인 상태이다. 그리고 쓰레기차와 맞닥뜨렸을 때 그 차를 뒤집어 버리는 괴력을 보여줬다. 이윽고 그 코끼리는 인도인중 피부가 검은 드라비다인 '쿨리(하층 노동자)'를 무참히 뭉개 버렸다. 즉 사망케 하였다. 이에 오웰이 총을 들고 오자 동네 사람들은 그에게 코끼리의 행방을 적극적으로 알려주며 코끼리를 처리해 주기를 바랬다.

그러나 문제는 그가 코끼리를 쏠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다. 마치 살인행위처럼 느껴졌고, 게다가 이 짐승의 주인도 생각해야만 했다고 한다. 그런데 군중은 그가 그 코끼리를 죽이고 어서 빨리 자신들에게 그 고기를 제공해 주기를 열망하고 있었다. 그는 코끼리 상태를 보니 이미 발정기가 이미 지나갔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코끼리는 매우 평화롭게 풀을 뜯어 흙을 털고는 입에 넣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다시 날뛰지 않는지 조금 지켜보다가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는데 자신 뒤로 이미 적어도 2천 명의 군중이 그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1분마다 사람들이 더 늘어났다고 한다.

분명 집에 갔어야 했는데 그는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등을 떠미는 2천명의 의지가 느껴졌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그는 무기력하게 돌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사람들이 그를 비웃을까봐 코끼리를 향해 총을 쏘기 시작했다. 인도인들은 그 모습을 보며 마치 극장의 커튼이 올라갈 떄처럼 숨죽이며 행복한 모습으로 지켜보았다. 코끼리는 총 다섯 번의 총소리와 함께 무너졌으며, 이후 그는 죽지 않는 코끼리를 향해 소총으로 코끼리의 심장과 목구멍에 수없이 발사를 하게 된다.

마취총에 맞는 모습이다. 하지만 인간이하의 짓임을 보게 된다

지켜보던 군중은 코끼리의 숨이 멎자 단숨에 달려들어 뼈만 남긴 채 해체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다. 그는 "왜 코끼를 쏘았는가?"이다. 마지막 부분에 그의 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나는 오로지 바보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서 내가 코끼리를 쏘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을까 종종 생각했다." p40

오웰은 이 작품에서 "저자의 판단 아닌 외부의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분명 그는 코끼리를 쏘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다. 코끼리를 쏘기 전 그는 분명 죄의식, 균열, 망설임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러나 총을 쏘지 않으면 비겁하다는 손가락질을 받으리라는 상상을 하는 순간 이미 코끼리는 총을 맞고 죽어 버렸다. 단지 바보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한 행동이 자신이 굳게 지켜야 할 중요한 생명을 하찮게 여기게 만든 것이다. 그건 생명이 아니었다. 그건 바로 그가 주체적으로 지켜내야 할 '자기 주관적 가치'였다.

그는 코끼리를 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자유'를 쏜 것이다. 분명 지켜내야 할 '윤리'가 있고, 인간이 가진 '삶의 기준'이 있것만 그는 그 모든 것을 단지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 살인자가 된다.

이후 그는 1972년 5년 만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영국 경찰 제복을 벗어던지게 되는데 그 뒤 그는 스페인 내전에 참가한다. 이 행보는 무수한 함의를 지닌다고 하는데 그것은 이러하다. 즉 그는 언뜻 보면 제국주의의 실상과 폭압을 폭로하는 것 같지만 이 작품에서 그는 지배자 또한 피지배자의 모습을 갖추는 존재로 전락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코끼리를 쏠 때 무언의 압박을 보내어 백인(그 자신) 폭압자의 소임을 다할 것을 종용한 것은 지배 계급이 아닌 피지배 계급인 군중이다. 다시 말해 군중이 원하는 지배자의 모습이란 “그 자신의 자유”마저 피지배자의 욕망에 할당하는 것, 끊임없이 서로를 식민화시키고 지배하고 있음을 이 책은 날카롭게 보여주고 있다.

다시 정리하면 "피지배 국가의 주민들뿐 아니라 지배자인 백인들의 자유와 인격마저 파괴하는 제국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코끼리를 쏘다라는 에세이에 담겨 있는 것이다.

이후 영국으로 돌아온 오웰은 전업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사회 극빈 계층의 삶을 똑바로 인식하기 위해 일부러 런던과 파리의 빈민가를 떠돌며 부랑자와 막노동자 생활을 하였다고 한다. 그는 늘 소외된 사람들의 삶의 실상을 보고자 하였다.

이렇게 선별된 오웰의 산문은 단순한 에세이가 아닌 사회 문제를 진단하고 비판하는 냉철한 진보적 지식인이며 우리 시대의 삶을 깊이 있게 사고하게 만들어 인간이 주체적인 존재로 살아가길 바란다. 무엇보다 그는 시대적으로 양차 대전과 제국주의, 전체주의, 히틀러의 등장과 횡포 등을 생생하게 목도한 경험자로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부당하게 억압하고 학살하는 야만성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항거하고자 한 사상적 작가이다. 그 과정 속에서 오웰은 어떤 경우에도 압제자가 아닌 피압제자의 편에 서는 것이 옳다는 결론을 내리며 자신만의 세계를 그려 나간다. 이러한 생각은 이번에 나온 책에서 첫번째 쳅터인 「나는 왜 쓰는가」(1946)에 잘 담겨 있다.

이 책의 한 문장

"작가가 자신의 존재를 지우려고 끊임없이 싸우지 않는 한 읽을 만한 글을 쓸 수 없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좋은 산문은 창유리와 같다. 나는 어떤 동기가 가장 강한지 단언할 수 없지만 어느 동기를 따라야 하는지는 안다. 내 작품들을 돌이켜 보면 항상 〈정치적〉 목적이 없을 때는 생명력 없는 글을 썼고 화려한 문단, 의미 없는 문장, 장식적인 형용사에 현혹되어 전체적으로 실없는 글이 되었다." p18

"책방은 어느 수준 이상으로 저속해지기 힘든 인간적인 장사이다. 기업 조합은 식품점이나 우유 배달부를 압박하여 없애 버렸지만, 소규모 독립 책방은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근무 시간이 아주 길고 ─ 나는 시간제로 일했지만, 책방 주인은 책을 사러 끊임없이 원정을 떠나는 시간을 빼고도 일주일에 70시간씩 쏟아부었다 ─ 건강에 좋지 않은 삶이다. (...) 그러나 내가 책 장사에 평생 몸담고 싶지 않은 진짜 이유는 그 일을 하면서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잃었기 때문이다. 책 장수는 책에 대해서 거짓말을 해야 하고, 그러면 책을 싫어하게 된다. 더 나쁜 것은 끊임없이 먼지를 털고 책을 이리저리 옮겨야 한다는 사실이다. (...) 그러나 나는 책방 일을 시작하자마자 책을 사지 않게 되었다. 5천 권이나 1만 권씩 되는 책을 한꺼번에 보면 따분해 보이고, 심지어 구역질까지 났다." p1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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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거짓말 두 번째 이야기 인문학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2
박홍규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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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먼저 저자의 프로필을 넘어 화려한 저술 활동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저자가 집필한 책만 하더라도 공저 포함해서 알라딘 공식 자료에 의하면 214종이나 된다. 번역한 책만해도 18권이 넘는다. 한 마디로 괴물이다. 단 한권의 책을 만들어 내는 것만해도 쉽지 않건만 어떻게 저자는 이러한 방대한 지식의 향연을 펼치는지 입을 다물지 못하겠다.

이 책은 인문의 출발과 고대의 인문 이야기인 『인문학의 거짓말』에 이어지는 중세의 인문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인문학의 거짓말』에서 고대 인문에 대해 쓰면서 부처나 예수도 아나키스트라고 불렀다. 반면 서양의 주류 사상인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렇지 않다고 비판했는데 그의 이런 주장에 대해서 관심이 가졌다. 그리고 그들과 대립한 사상가로 오쇼 라즈니쉬와 알렉산더 대왕을 통해 알게 된 디오게네스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즉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사상과 대립한 사상가로 디오게네스를 내세운다. 괴짜 철학자인 디오게네스는 예수로 이어졌으나, 예수의 아나키즘은 바울과 콘스탄티누스 등에 의해 배신당하여 서양 중세 1,000년의 세월 동안 왜곡되었다는 그의 주장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서양이 자신들의 종교였던 기독교를 아나키스트 예수의 믿음으로 되돌려야 그 제국주의를 끝낼 수 있다는 그의 논지가 이 책을 통해 펼쳐지게 된다. 책 머리(프롤로그)에 나오는 그의 글을 통해 나오는 부분을 정리했는데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이 책에 대해 홍보를 다했다고 본다.

이어서 저자는 흔히 생각하는 중세에 대한 얘기를 서양 중심이 아닌 인도, 이슬람, 중국, 한반도의 중세 중심으로 이 책을 펼쳐나간다. 서양 중세는 이 책에서 4분의 1정도 언급되었다. 특히 암흑시대라고 알려진 서양 중세와는 달리 비서양 중세는 개명시대였음을 새롭게 주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국사에서도 삼국시대와 고려시대가 가장 찬란한 개방(개명)적 시기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비서양 근대가 암흑기가 찾아옴에 있어 서양 근대의 제국주의 침략으로 암흑시대로 전락했다고 하는데 이들의 영향은 즉 서양 중심의 근대는 2019년 '코로나 19'라는 결과를 결국 맞이하게 했다는 것이 저자의 논지다. 조금 더 길게 보면 16세기부터 시작된 제국주의 침략의 결과라고 하는데 이런 그의 주장이 더욱더 이 책을 읽게 만드는 요소인거 같다. 그래서 그는 흔히 신대륙 발견을 말할 때 '지리상의 발견'이라고 하는데 저자는 이것을 '지리상의 침략'으로 본다. 즉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서양 중심의 중세 인식을 비틀어 보고자한 것이다.

이것에 대한 저자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보자. 저자는 1983년에 일본에 공부하러 간 이유 중에 하나가 노동법의 선배 교수로서 일본 교수들이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일본의 역사학자로서 역사 교과서 논란을 일으킨 '이에나가 사부로'가 쓴 "일본 문화사"를 보면 적어도 우리가 아는 상식인 일본 중세 문화는 한반도에서 크게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거의 언급하고 있지 않음을 발견했다. 또한 미국에 가서도 일본 문화사에 대한 책을 읽어 보니 당시 유명했던 '폴 발리'의 '일본 문화사' 또한 한국에 대한 것은 없었다. 그러나 미국 책만 아니라 서양 책 모두가 그러하고, 여기에는 한국만 아니라 비서양이 존재하지 않았다. 즉 세계사 속에 중세란 오직 서양 중심의 중세였다. 비서양의 중세가 있지만 그러나 그건 서양이 바라본 중세였다는 것이다. 아니 세계사가 서양사였다. 조금 거기에 무엇을 보탠다면 중국사나 일본사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서양 중세를 암흑기라 보지 않으려고 하는 최근의 경향에 반론을 제기하고 반대로 인도, 이슬람, 중국, 한국의 중세를 그 각각의 역사에서 가장 찬란한 개방적 시기로 새롭게 보고자 한 것이다. 한 마디로 근대가 시작하면서, 즉 서양이 세계를 침략하기 시작하면서 비서양은 몰락하기 시작했으며 여전히 포스트모던이즘이니, 세계화니 라는 말이 나와도 서양 근대의 제국주의는 살아서 움직이고 있음을 이 책은 끝으로 말해주고 있다.

암튼 이분은 대단한 학자이며 범접할 수 없는 인문학자임은 틀림이 없다.

이 책의 한 문장

버트런드 러셀은 방대한『서양의 지혜』에서 이 책에 대해 단 서너 줄로 말한다.

"내용의 대부분은 오로지 골동품 연구가나 흥미를 느낄 정도의 것이다." 이 책이라 할 때 중세 인문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진 책인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론』을 말한다. 저자는 러셀의 말을 가져와 이 책만 아니라 중세 문헌의 대부분이 해당된다고 말한다.

반면 종래 무시되었던 중세인이라도 지금 우리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고 재조명해야 될 사람이 있으니 바로 '펠레기우스'다. 펠라기우스는 원죄설을 부정하고, 누구나 착하게 살면 영혼은 구제를 받는다고 가르쳤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펠라기우스를 반박해 바울의 편지에서 숙명론, 즉 예정조화설(예정론)을 이끌어냈고, 이를 종교개혁 때 장 칼뱅이 채택했다. 나는 러셀처럼 가톨릭에서 그것을 폐기한 것을 매우 현명한 것이었다고 보고, 마찬가지로 '츠베탕 토도로프'처럼 그 둘의 논쟁이 지금까지 우리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본다. p25

"적어도 1,000년까지 기독교의 이단 배척으로 중세에는 인문이 없다시피 했다.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도, 건축이나 회화를 비롯한 예술도, 대학을 비롯한 각종 학교도, 도서관도 이단이라는 이유로 배척되었다. 우리 사회에 떠도는 지진을 신이 정권에 내린 저주라고 보는 요설은 과학과 의학을 배척한 중세 기독교에서 나왔다. 서양에서도 중세에는 분서갱유가 끊이지 않아 책이 사라졌다. 그래서 히틀러 시대에 유대계를 포함한 반체제 지식인들이 대거 미국으로 이주했듯이 기독교 치하의 지식인들이 아랍권으로 대거 이주해 인문을 이전시켰다.

이슬람국가가 저지른 성상 파괴 운동도 서양 중세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중세 인문은 서양이 아니라 아랍과 인도와 중국 등에서 꽃을 피웠다. p22

이 책은 세계를 보는 눈을 달리해 주는 책이다. 그동안 우리는 서양 중심의 세계관에 비춰 동양과 비서양권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저자의 통찰력을 통해 그 모든 눈꺼풀이 하나씩 풀어헤쳐진다.

처음 이 책을 대할 때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되었는데 저자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아주 논리정연하고 글을 연결하는 기법이 뛰어나며 저자 특유의 관점이 보인다. 저자가 발견한 관점인지 아니면 저자 또한 다른 글을 통해서 얻은 통찰력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저자의 관점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주고 있는거 같아 기존의 인문학적 세계관을 벗어나는데 큰 도움을 얻게 된다.

그래서 이 책만 아니라 먼저 나온 책을 통해서 저자의 시선으로 세계를 다시 새롭게 사유하고 싶은 마음이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바가 때론 편향적인 입장에서 바라봄으로 서양적 사고나 기독교 세계관을 이렇게 바라보아도 되는가 하는 의구심 또는 아쉬움도 있다. 어차피 양쪽에서는 서로의 입장에서만 보니까 진정한 객관적 사실은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서양 중심으로 똘똘뭉쳐 있거나 기독교 중심으로 생각하는 이성을 향해 흔히 니체를 일컬어 '망치를 든 철학자'라고 하듯 '망치를 든 인문학적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책을 열심히 읽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정중와부지대해(井中蛙不知大海)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세상을 내 아집으로만 바라보는 고집센 영감이 될 것이다.

정약용이 이런 말을 하였다. "열집 남짓사는 시골에서 퉁소좀 분다고 이름나도 서울기생방 일급연주자 앞에선 고개도 못드는 수준이며 잘 모르는 것들이 조잡한 운구로 스스로를 도연명이나 사령운에 빗대고 어설픈 글로 왕희지나 왕헌지에 빗댄다고 했다."

그렇다. 겸허히 책을 보게 되는 시간이 되어 좋았다. 세계를 좀 더 인문학적인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준 저자에게 심심한 감사를 보낸다.

단 한권의 책밖에는 읽은 적이 없는 사람을 경계하라

-디즈레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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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레이하 눈을 뜨다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 3
구젤 샤밀례브나 야히나 지음, 강동희 옮김 / 걷는사람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러시아의 신예 작가 구젤 샤밀례브나 야히나의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한・러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의 세 번째 작품집

이 책은 표지에서 주는 묘한 매력으로 인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에 대한 찬사가 또한 책을 읽게 만드는 요인임을 말하고 싶다.

'톨스토이 문학상'을 받은 것만으로도 이런 책은 독서의 계절에 맞게 서재에 꽂혀 있어야만 하는 책이다. 그리고 한・러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면서 공동번역으로 출간했으니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보게 되었다.

저자인 그녀는 러시아의 신예 작가로서 '혜성'처럼 나타났다. 이 책 『줄레이하 눈을 뜨다』는 저자의 데뷔작이자 구소련을 대표했던 유배문학의 미덕을 갖춘 정통 소설로 평가받는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이 책의 서문을 쓴 류드밀라 울리츠카야는 서문에서 이런 말을 했다.

“현시대 문학의 필수 요건을 갖추었으며 제대로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여주인공의 운명과 부농추방운동 시기의 타타르 농민들에 관한 이야기는 최근 몇 십 년간의 현대 산문들에서는 흔히 볼 수 없었던 사실적이고 진정성 있는 흥미로운 주제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는 한 마디를 더 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떻게 젊은 작가가 지옥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연민을 통해 이토록 강렬한 작품을 만들어 냈는지 믿기 힘들 따름이다. 나는 진심으로 작가에게는 훌륭한 데뷔를, 독자들에게는 위대한 작품을 만나게 된 것을 축하하고 싶다."

그는 이 신예 작가인 '구젤 샤밀례브나 야히나'를 러시아 문학의 전통을 잇는 ‘위대한 작가 대열’에 기꺼이 올려 놓는다.

이 책은 현재 베스트셀러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35개의 언어로 번역되고 있다.

구젤 샤밀례브나 야히나 (ГУЗЕЛЬ ШАМИЛЕВНА ЯХИНА, 1977~)

책의 스토리

유배문학의 미덕을 갖춘 정통 소설 - “지옥에서 피어난 사랑의 대서사시”

『줄레이하 눈을 뜨다』는 1930년에서 1946년 사이 행해진 러시아 부농의 '시베리아 강제이주'를 배경으로 펼쳐진 이야기다. 매서운 눈보라가 치는 겨울, 타타르스탄의 척박한 시골마을인 율바시(러시아 바시키르 공화국 쿠가르친스키 군의 한 마을 지명)에서 이 책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주인공인 줄레이하는 숨죽인 발검음을 내딛고 있다. 조심스럽게 누군가 깰까봐 노심초사하며 한 곳을 향해 움직이는 긴장감을 처음부터 주면서 이 책은 한 여성의 인생으로 초대한다. 그녀는 열다섯 살에 나이 많은 부농 무르타자와 결혼하여 네 명의 딸을 낳았지만 모두 얼마 안 돼 죽어 버리는 아픔을 겪었다. 이런 경우 주변에 따뜻한 남편이나 시어머니가 있다면 그래도 마음에 위안을 안고 살아가겠지만 줄레이하는 서른 살이 되도록 악귀 같은 시어머니 우프리하(타타르어로 잔인한 악귀 노파, 마녀를 뜻한다)에게 온갖 구박과 천대를 받으며 식모와 다름없는 결혼 생활을 하며 고된 노동에 시달린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은 엄격하면서 무시를 일삼는다.

그러던 어느 날 이그나토프가 이끄는 공산주의(붉은군대)자들에게 남편이 살해 당하고 전 재산을 몰수당한 후, 태어나서 한 번도 떠나 본 적 없는 율바시를 떠나 강제이주의 장소인 머나먼 시베리아로 향하는 열차에 오르게 된다. 이때 그녀는 임신한 상태였다. 수 개월간에 걸친 수송 과정에서 이주자들의 대탈주가 벌어지고 안가라강에서 바지선의 침몰에도 최후까지 살아남은 이들은 마침내 끝없이 펼쳐진 타이가 숲을 마주하고 있는 시베리아에 도착하게 되는데 이곳에서의 정착은 쉽지 않았다. 굶주림과 혹독한 추위, 강제 노동으로 그들의 삶은 피폐했지만 이주민들은 혹독한 환경을 이기며 노동수용소를 짓고 이곳에 정착하게 된다. 얼마 후 유배지에 도착하자마자 아들 '유주프'를 낳게 되는데 이 여정을 그려내는 작가의 솜씨와 글은 가을밤 나에게 문학의 행복을 일구게 하였다.

그 문장 가운데 특히 다가온 문장을 적어 본다.(특히 아들은 그녀 인생에서 처음으로 낳은 남자아이다. 그래서인지 더 애착적인 마음도 있음을 보게 된다.)

그녀는 아들과 상관없는 모든 것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딘가 먼 곳에 남겨진, 지난 삶의 무르타자(그의 씨에서 태어난 아이라는 것을 잊기로 했다), 그녀에게 끔찍한 예언을 남긴 우프라하, 그리고 딸들의 무덤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이며 내일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오늘이고, 지금 이순간이었다. 어느 날 아침 옷 속에서 작은 숨소리가 들리지 않더라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아들의 생이 멈춘다면 그녀의 심장도 곧바로 멎을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그녀를 버티게 했고 힘을 충만하게 했으며, 어떤 알 수 없는 용기를 불러일으켰다.

기도는 가끔, 그리고 일하는 사이사이에 빨리했다.... 갑자기 알라께서 다른 일로 바빠서 시베리아 밀림의 외딴곳에 머물게 되어버린 배고픈 서른 명의 사람들을 깜박한 걸까? (...)

고뇌에 지친 불쌍한 사람들을 못 보고 지나쳤으며 그들이 사라진 것도 잊어버린 걸까? 그녀는 기도의 끝을 맺을 수가 없었다(두려웠다!). 대신 조용히 기도했고, 하늘에서 알아듣지 못하도록 속으로 중얼거렸다. p392-393

그리고 인생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인데 엄청난 시련 속에서 자신의 삶을 싸워나가는 중 남편 무르타자를 죽인 붉은군대의 간부이자 유배지의 감독자인 이그나토프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 사랑은 아들 유주프를 수용소 바깥으로 탈주하도록 하는데 도움이 되었고, 그 아들은 자신이 살지 못한 자유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도록 함으로 새로운 미래를 꿈꾸게 하고 있다.

이그나토프가 줄레이하를 보며 사랑에 빠지게 되는 시초를 적어 본다. 만일 책 표지에 나오는 여성이 주인공 줄레이하라면 나 또한 아마도 마음이 몹시 그녀를 향해 눈길을 줬을 것이다.

"괜찮은 여인이다. (...) 이그나프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그 여인을 바라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녀의 몸매가 눈에 들어오는 것을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말에 올라탄 모습이 마치 왕좌에 앉아 있는 듯하다. 안장에 앉아 걸어갈 때는 몸이 사뿐사뿐 흔들린다. 허리를 꼿꼿히 세우고, 흰색 털코트로 가려진 가슴을 앞으로 내밀며, 마치 고갯짓으로 '이그나프 동지, 있잖아, 응 자기야, 그래 .....' 하며 말을 하는 것 같다. p125

혹독한 세상을 마주한 여성이, 시베리아라는 춥고 황량한 불모지에서 한 여성이자 어머니가 돠어 세상을 어떻게 싸워 나가며 자아를 발견해 나가는지 이 책은 매우 큰 스케일의 무게감으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지옥 같은 노동수용소 안에서 따뜻하게 데워주는 모닥불 같은 ‘성스러운 모성’애를 여기서 보게 될 것이며 더불어 ‘사랑과 연민’이 빚어낸 강렬한 대서사시와 같은 깊은 묵직함을 이곳에서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영화나 다큐에서 봤던 눈보라치는 황량한 시베리아가 눈에 그려진다.

책 속에서

신이여, 모든 것이 당신 뜻에 달렸습니다! 줄레이하가 깨진 창가로 가 몸을 숙인다. 무르타자가 셔츠를 열어젖히고, 모자도 쓰지 않은 채 도끼를 들고 밖으로 뛰쳐나간다. 도끼로 거칠어진 눈보라를 위협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행히다. 만약 누군가에게 잘못 휘두르기라도 했다면, 그는 마음의 죄책감을 느꼇을 것이다. p83

죽음은 누구에게나 다가온다. 모두의 안에 숨어 있거나 바로 가까이에 있기도 하며, 고양이가 되어 발아래에서 애교를 부리고, 먼지가 되어 옷 위에 앉고, 공기가 되어 폐 속으로 침투한다. 죽음은 어디에나 있다. 늘 전투에서 패배하는 어리석은 삶보다 더 교활하고, 똑똑하며 강력하다. 죽음은 백 년은 거뜬히 살 것 같았던 강한 무르타자에게도 찾아왔고 그를 데려갔다. 이제 자신만만한 우프리하도 곧 데려갈 것이다. 새로운 농사를 기대하며 남편과 함께 딸들의 묘지 사이에 묻어두었던 곡물들 또한 비좁은 나무 상자에 갇혀 봄 동안 썩어 죽음의 제물이 될 것이다. (...) 줄레이하가 방 구석에 있는 크고 깊숙한 양청 양동이로 만들어 놓은 화장실에 갔을 때, 그녀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달아올랐고, 그제야 아직 죽은 게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다. 죽은 이는 부끄러움을 알지 못한다. p194-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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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83가지 새 이야기
가와카미 가즈토.미카미 가쓰라.가와시마 다카요시 지음, 서수지 옮김, 마쓰다 유카 만화 / 사람과나무사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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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권위의 조류학자가 들려주는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83가지 기상천외한 새 이야기!

이 책은 새에 관한 이솝우화이다. 지어낸 이솝우화가 아닌 실제하는 이솝우화라 생각된다.

읽으면서 새에 대한 정보나 지식을 얻을 뿐 아니라 새에 대해 달리보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중세 신학자인 토마스 아퀴나스가 한 말이다.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을 조심하라.'

다양성 있게 책을 보기 위해, 책이 보이자마자 '이 책, 읽고 싶은데'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더군다나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새 이야기라고 하니 재미있게 읽고 싶었다.

머리를 무겁게 하는 책도 읽으면 도움이 되지만 때론 가볍게 읽고 쉽은 책도 있는 것이다.

그것도 옛날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처럼 이 책이 나왔다면 패스했을 것이지만 만화와 함께 간략하면서도 흥미를 주게 만든 이 책은 독자들을 가볍게 새의 이야기로 뛰어가게 만든다.

우리가 흔히 새에 대해 가지는 잘못된 상식이 있다. 그건 바로 머리 나쁜 사람을 ‘새대가리’라는 말로 새에 대해 조롱하고 폄하하여 본다. 그런데 새는 머리 나쁜 동물일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다.

얼마 전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에 참새에 대한 방송이 방영 되었다. 참새가 아파트 에어컨 관을 통해 들어와 새끼 네 마리를 키우는 과정을 보여줬다. 새끼는 네 마리였다. 새끼 네 마리에게 먹이를 준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참새 어미는 정확하게도 새끼 네 마리에게 골고루 먹이를 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 달 후에 첫 비행을 하게 하는데 날도록 유도하는 그 모습을 보며, 참새는 그저 새 중에서 제일 하찮은 새가 아니라, 위대한 새임을 새삼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유독 참새에 대해 많은 부분을 얘기한다. 아래의 내용이 그것이다.

5. 참새가 위험천만한 변압기를 둥지로 삼는 이유

6. 참새는 왜 ‘모래 목욕’을 즐길까?

7. 참새?직박구리?동박새?오목눈이의 지혜로운 겨울나기

18. 참새는 왜 쉴 새 없이 짹짹 지저귈까?

28. 참새는 왜 씨앗이 아닌 모래를 먹을까?

47. 참새가 새끼 시절 '육식'을 하다가 다 자란 뒤 '채식'을 하는 까닭

51. 참새가 무서운 참매 둥지 아래에 둥지를 짓는 이유


그 가운데 51번째 나오는 얘기를 보자. 기막힌 얘기이니 관심 가지고 보면 좋겠다.

참새는 우리와 가장 친근한 야생 조류로서 동시에 자연에서 가장 입지가 약한 새다.

참새의 먹이는 풀씨인데 가끔 벼를 먹기에 '저 새는 해로운 새'라며 농민들의 타도 대상인 되기도 한다. 또 풀이 많은 탁 트인 환경에 살아 포식자에게 발견되기 쉬운 사냥감이다. 참매 먹이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이 바로 가여운 참새이다. 연약한 참새에게 무리를 짓는 습성은 몸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수단인데 무리가 커지면 포식자에게 습격받았을 때 각각의 개체가 잡아 먹힐 확휼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즉 한 반에 학생이 많으면 많을수록 수업시간에 선생님에게 지목당할 확륭이 낮아지는 것과 마찬가진 것이다. 그래서 먹이사슬 밑바닥에 사는 참새가 몸을 지키는 비결을 발견했으니 바로 천적인 매를 아군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참매나 솔개 등의 맹금류는 나무 위에 가지를 잔뜩 포개 겉보기에도 위풍당당한 둥지를 짓는다. 그런데 그 둥지 바로 아래 틈에 참새가 둥지를 짓는 과감한 결단을 간혹 한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옛말을 몸소 실천하는 슬기로운 생존법인 것이다.

내는 발아래 사냥감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다른 포식자는 매가 무서워 감히 다가오지 못한다. 이렇게 안전한 장소가 또 어디 있을까. 약자 나름의 생존 방식이 있는 법이다. p125

이렇게 참새 하나를 다르게 보고 이해할 수 있는 알기 쉽고 재미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 가지는 특징이다.

말나온김에 참새에 대한 47번째 이야기 하나를 더 보자.

왜 참새는 새끼 시절 육식을 하다가 다 자란 뒤에 '채식'을 할까?

그건 이러하다. 새끼 기간이 길수록 적에게 공격당할 위험이 커진다 그래서 부화한뒤 약 2주 사이게 뼈를 만들고 날개를 만들고 근육을 만들어 성조(成鳥)와 같은 수준의 크기로 자라나야 한다.

이 시기는 그래서 단백질이 풍부한 동물성 먹이가 필요하다. 새들은 곤충이 급속하게 늘어나는 초여름 무렵, 새끼의 식욕이 가장 왕성해지는 시기에 맞추어 번식한다. 식욕이 왕성한 성장기 아동이나 청소년은 밥상에 고기 반찬이 없으면 시무룩해지듯 새나 사람이나 성장기에는 고기가 당기며, 필요한 것이다.


이 외에도 이 책은 새에 대한 알고 싶은 정보를 가지고 와서 흥미를 준다.

먼저 눈에 들어온 부분을 언급해 보면....

• 시체처리반 까마귀가 지구를 살린다?

• 참새는 왜 쉴 새 없이 짹쨱 지저귈까?

• 딱따구리가 '숲속의 가정파괴범'으로 불리는 까닭

• 까마귀는 왜 철사 옷걸이를 건축 재료로 사용할까?

• GPS도 없는 제비는 어떻게 정확히 같은 장소로 찾아올까?

• 검둥수리의 기막힌 생존 전략, ‘형제 살인’

• 오스트레일리아 대화재의 방화범은 독수리와 매라는데?

• 곤충에게 잡아먹힌 새가 있다는데, 사실일까?

• 육아를 수컷에게 맡기고 다른 수컷과 밀월을 즐기는 호사도요 암컷

이렇게 책은 새에 대해 생활사를 간략하게 재미있게 유익하게 다루어주고 있다.

길다면 지루할 것이며, 너무 짧다면 정보가 부족하지만 이 책은 이 두 가지를 잘 조합해서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는 글을 통해 우리가 알아야 할 새에 대한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가져온다.

이 책은 조류학자인 '가와카미 가즈토' 외 두 명의 저자가 있고, 거기에 만화가인 '마쓰다 유카'에 의해 지어진 상당히 전문적인 책이다. 특히 만화가인 마쓰다 유카의 그림은 저자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매우 잘 표현해 주고 있다. 그는 시즈오카현 출신으로서 무사시노미술대학교 시각전달디자인학과를 졸업했으며 대학 재학 당시부터 조류의 생태에서 착안한 일러스트와 만화를 제작했다고 한다. 주요 저서로 『시조새짱』 『메추라기의 시간』 등이 있다.

이렇게 필요 적절한 사람들이 서로 만나 새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들이나, 새에 대해 무관심해 있는 사람들에게 똑똑한 과학잡학사전으로 다가와서 신선한 '지적 충격'을 주게 될 것이다.

앞으로 나는 하늘 높이 나는 새를 보며 다른 이와는 다른 눈을 가지며 보게 될 것이다.

이 책의 한 문장

박새나 참새와 비교했을 때 기온이 높아도 발가락까지 깃털로 감싸곤 하는 작박구니는 아무래도 추위를 많이 타는 모양이다. 한편 동박새와 오목눈이는 한 나뭇가지에 두 마리에서 열 마리까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온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추위를 함께 견딘다. 멀리서 보면 꼭 새가 조롱조롱 열린 것 같은 모습으로 매서운 찬바람을 마주하는 것이다.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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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업 - 스타벅스 하워드 슐츠의 원칙과 도전
하워드 슐츠.조앤 고든 지음, 안기순 옮김 / 행복한북클럽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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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높은 평가와

인정을 받는 기업이 되겠다"

글을 쓰듯 서평을 쓸대에 어떤 문구로 시작하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 하나의 문구에 사람들이 서평을 읽고 책을 사볼까하는 마음을 가지기 때문이다. 서평을 쓰며 두 가지가 생각이 났다.

그건 '택배기사 사망'에 관한 얘기와 '스타벅스 서머레디백'에 관한 사은품에 관한 것이다.

처음에는 스타벅스 기획상품(MD)이 먼저 생각났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택배기사에 대한 과로사'를 다루는 것이 더 책에 맞는 취지가 아닌가 싶다. 그 이유는 스타벅스의 CEO인 하워드 슐츠의 기업 정신에 더 부합되기 때문이다. 뒤에서 다루겠지만 스타벅스는 설립 초기부터 직원들에게 의료보험 혜택과 학비 지원 등 다양한 복지 혜택을 제공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러 사회 현안에 대응하여 토론회를 열고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등 사회 변화를 촉구하는 데 힘쓰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현재 택배 회사는 노동자를 자신들의 부의 도구, 일벌레로 밖에는 생각하지 않는다. 10월 12일 사망한 택배 노동자(30대 김씨)는 7일 오전 7시에 출근하여 다음 날 새벽 4:30분까지 택배 물량 420개를 배송하였다. 그리고 밥 먹고 씻고 또 바로 출근해야 한다. 너무 힘들어 동료에게 보내 문자이다. "집에 가면 5시, 밥 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 가면 한숨도 못 자고 또 물건정리(분류작업)를 해야 한다. 어제도 2시 도착 오늘은 5시. 돈 벌라고 하는 건 알겠는데…너무 힘들어요"

악덕업주들은 기업 본연의 정신을 다시 세우며, 사람을 중요시 하는 기업으로 반드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며, 그를 통해 기업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엎드려 배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처음 생각난 '스타벅스 서머레디백'에 관한 것을 말해본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한창 민감할 때이다. 그런데 스타벅스 매장 앞에서는 새벽같이 사람들이 몰려왔다. 눈쌀을 지푸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거리두기 또한 잘 이루어지 않았음도 언급해 본다. 그럼에도 레디백을 차지하려는 욕망은 무엇인가? 그것 또한 하워드 슐츠만의 기업적 마케팅이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다.

스타벅스는 이미 고급 브랜드로서 사람들에게 명품을 입혀주는 야릇한 욕망의 분위기를 주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커피 회사가 된 것은 단순한 노력을 넘어 창조적인 꿈과 희망, 인간애가 담겨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어쩌면 눈앞의 이익을 포기하고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제도들을 도입한 것이 기업에 손해를 줄거 같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해 온 하워드 슐츠는 자신의 회사 스타벅스를 인간 존엄성과 이익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회사로 만들고자 했고, 결국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스타벅스를 세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쾌거를 이루어 내게 된다. 이 모든 것은 바로 스타벅스를 이끌어 온 CEO 하워드 슐츠의 경영 철학 때문인 것이다.

Howard Schultz

이 책 《그라운드 업》을 통해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이러하다.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한 적 없는 어린 시절의 경험을 가져와 인간이 어떻게 존엄성을 유지하며 이익의 균형을 맞추면서 기업을 세워나갈 것인지 마치 자서전을 보듯 들려준다.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한 오랜 관념에 어떻게 도전하며 헤쳐나갔는 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결국 우리가 살아가고 일하고 있는 곳에서 자신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의미있는 성공은 무엇인지 그것을 인간애적인 경영 철학으로 우리에게 들려준다.

어린 시절의 얘기/계단은 내 피난처

계단에 다시 선 슐츠

특정인을 넘어 훌륭한 인물에 대한 어린시절의 얘기는 어떤 소설보다 재미있는 소소한 맛을 가진 행복을 주는 '코스트코의 치킨 베이크'와 같다. 핫도그 세트만 먹다 최근에 이걸 먹었는데 왜 진작 먹지 않았지 할 정도로 비싼 음식은 아님에도 소소한 맛의 행복을 주고 있다.

그는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처럼 가정 형편이 평탄하거나 부유하거나 안정된 가족이 아닌 상당히 불안하며 좋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다. 그가 세살 때 정부가 도시 빈민가를 위해 만들어 놓은 임대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된다. 한 마디로 빈민가 출신이다. 책을 보면 계단이라는 단어가 인상적으로 나오는데 그는 도박판으로 변한 집이 싫어 계단을 피난처로 삼아 웅크리고 있는 불쌍한면이 부각이 된다. 어머니의 우울증과 자살 얘기, 외할머니의 과격함, 아버지의 무능력함, 심지어 대학 생활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피를 팔아서까지 학비를 댔던 이야기 등이 고스란히 감춘바 되지 않고 드러나고 있어 독자로서는 안타까움과 연정을 느끼면서 마치 무언가 빨려들어가듯 그의 책이 읽혀지고 있다.

아래 사진은 슐츠의 아버지다

"아버지는 매일 소파에 누워 지냈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가로 인간'이라고 불렀다. (...) 나는 살아오는 내내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자주 떠올리며 자극을 받았다. 아버지를 보며 존엄성을 빼앗긴 삶이 어떤 것인지를 알았다. 어머니를 보며 기차의 종착역이 내 인생의 종착역이 되지 않게 하리라 다짐했다. 일하고 배우고 계획을 세워 이곳에서 벗어나 꿈을 펼치겠다고 생각했다." p5-6

"외할머니는 이혼하고 나서 불법 카드 도박판을 열었다. (...) 외할머니는 은행인 동시에 노름판 주최자였다. (...) 외할머니에게는 사업이었고, 내게는 정신적 상처였다."

"복도 맞은편에 사는 친구 빌리와 다른 이웃들에게 우리 집 속사정을 숨기려고 안간힘을 썼다. 누군가 늦은 밤 우리 집에서 터져 나오는 소음이나 정상적이지 않은 시간에 낯선 사람들이 출입하는 것에 대해 묻기라도 하면 나는 너무나 창피해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p 19-21

책은 자서전처럼 스토리 형식으로 이어져간다. 책을 읽는 것이 두께에 비해 지루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이 주는 장점이며, 글이란 바로 개념정리나 딱딱한 조가비 같은 형식이 아니어야 함을 어렵게 쓰는 경영 철학자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이 책은 한 인간이 보인다. 경영과 성공은 그저 뒤따라오는 행운이다. 이 책은 용기와 희망을 주며,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세상의 기준을 명료하게 제시해주는 이정표다. 그가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30년을 노력하며 도전하는 얘기가 마치 내가 좋아하는 히말리야 등산을 정복해 나가는 다큐를 보는거 같다. 이 책은 기업가만 아니라 소규모 상공인도, 종업원도 함께 읽으며 일이 주는 방향성에 대해, 내가 하고 있는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독자들을 흥분되게 한다.

하워드 슐츠가 작성한 스타벅스 최초의 사명 선언문을 보자.

우리가 활동하는 커뮤니티에서 경제적· 지적· 사회적 자산이 되겠다” p62

최초의 사명문에 모든 것이 이미 담겨 있다. 그는 단순히 커피를 많이 팔아 큰 부를 이룰 목적으로 사업을 하지 않았으며, 스타벅스와 연결된 지역사회와 커뮤니티에 기여하고 싶어했다. 특히 슐츠는 1980년 사업을 시작하면서 커피를 통해 사람들이 관계를 맺고 공동체를 형성하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했고, 그 공간을 구현해낸 것이 바로 스타벅스였다.

이런 스타벅스는 이후 "40년 동안 77개국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일상이자 휴식"이 되었다.

또한 더불어 처음 부분에 언급하였듯 그는 직원 사랑에 최고의 CEO이다.

그는 경영에 관한 사명 선언문을 만들었다. 그는 아버지가 일할 기회를 한 번도 누리지 못한 종류의 기업을 만들려고 노력하였으며, 사회적 양심과 수익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을 넘어 분투했다. 즉 직원에게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인간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윤리, 진실성, 공유, 지지, 협동, 배려, 존중, 충성 같은 이상"을 첫 사명 선언문에 담아 직원들에게 충분한 복지를 제공해 주었다. 당연히 그런 혜택을 받은 직원들은 성장동력이 됐음은 두말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이렇게 슐츠는 기업이 사회문제에 적극 나서서 대안을 마련해 주는 역할을 해야한다며 인종차별 문제나 청년 실업, 난민의 문제까지 이슈가 되는 일마다 목소리를 냈고 회사 경영 정책에도 반영하여 나갔다. 참으로 본 받을만한 존재이며 위인처럼 느껴진다.

"나는 누구나 바닥을 딛고 일어설 기회(Ground Up)를 가질 수 있다는 약속을 믿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그 약속은 갈림길에 있다."

그는 좋은 이웃이 어떠한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이상적 인간상을 제공해 준다.

그를 일컬어 "커피 제국을 만든 빈민가 소년"이라고 한다. 그가 빈민가였기에 그는 빈민의 아픔을 가슴과 경영에 다 품었다. 이런 책은 필독서로서 각 학교마다, 도서관마다 비취되어야 할 책이다.

그리고 자신의 서재에도 이 책은 눈에 띄는 자리에 있어야할 책이다. 독자인 나는 이 책 또한 자부심어린 마음으로 서재 중심에 꽂아 놓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내 놓은 인간중심의 경영을 품고 내 인생을 설계하며 나아갈 것이다.

좋은 책은 행복을 넘어 감사가 나온다. 이 책을 집필한 하워드 슐츠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번역본을 통해 한국에 소개한 번역자 '안기순' 번역자에게도 심심한 감사를 전한다. 그리고 소장용책으로 잘 만들어 준 출판사 '행복한 북클럽'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바이다.

아참! 이 책은 슐츠에 대한 사진 자료도 매우 풍부하다. 그것도 사진 하나에 정성이 담겨있고, 선명도가 매우 뛰어나 보는 이들이 매우 지루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물론 그의 글만으로도 이 책은 반지의 제왕처럼 재미있지만 금상첨화(錦上添花)처럼 사진은 독서를 더 행복하게 하고 있다.

선한 천사

나는 스타벅스의 설립자들, 빌 세이츠 시니어, 나를 도와주웠던 초기 투자자들, 아내 셰리, 장인, 스타벅스가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준 수없이 많은 사람을 떠올렸다. (...) 그들은 선한 천사가 우리 가운데 있으며, 그 선한 천사는 바로 타인을 돕기 위해 기꺼이 발 벗고 나서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손수 입증해 보였다.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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