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발레리아 도캄포 그림, 아네스 드 레스트라드 글, 이정아 옮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원작 / 우리동네책공장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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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오후 4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갈수록 난 더 행복해질 거야. 4시가 되면, 벌써, 나는 안달이 나서 안절부절못하게 될 거야. 난 행복의 대가가 무엇인지 알게 될 거야! 그러나 네가 아무 때나 온다면, 몇 시에 마음을 준비해야 할지 알 수 없을 거야. 의례가 필요해.

 

의례가 뭐야?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것도 모두들 너무 잊고 있는 것이지.여우가 말했다. 그건 어떤 날을 다른 날과 다르게, 어떤 시간을 다른 시간과 다르게 만드는 거야. 이를테면 사냥꾼들에게도 의례가 있지. 그들은 목요일이면 마을 처녀들하고 춤을 춘단다. 그래서 목요일은 경이로운 날이지! 나는 포도밭까지 산책을 나가지. 만일에 사냥꾼들이 아무 때나 춤을 춘다면 모든 날이 다 그게 그거고, 내게는 휴일이 없을 거야.

 

어린 왕자라는 책이 유명하며,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라는 말을 들었다. 참으로 이 책은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은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무엇보다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린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바치는 이야기라고 전하지는 책이다. 생텍쥐페리라는 특이한 이름과 왠지 모르게 익숙한 이름 속에 이 책은 누군가에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 잊히거나 상실된 것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돌아보는 자리로 돌아오게 만들어 준다.

 

다른 내용도 내용이지만 익히 잘 알려지지 않는 글 중에 문학 평론가 황현산의 번역으로 <어린 왕자>에 나오는 대목이 내 맘을 사로 잡았었다. 위에 적은 글이 바로 그 내용이다.

 

본 동화책에는 이 부분을 간단하게 기록되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을 이해할 수 없지만 위의 글을 통해 저자가 가진 생각을 이해할 수 있어 어른들에겐 전체 소설을 읽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나 무언가 책의 내용을 그림 언어로 가져와 상상의 나래를 펼치도록 도와주는 책은 바로 지금 보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이 동화책의 그림은 아르헨티나 작가인 발레리아 도캄포가 그렸다. 그는 미술 공부를 하고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그래픽 디자인을 가르쳤으며, 지금은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2008년에 볼로냐도서전에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고 한다. 이 책은 현대적이면서 클래식한 그림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보여 준 작품이다.

 

아시다시피 어린 왕자는 사랑하는 장미꽃 한 송이를 남겨 두고 자신의 별을 떠나 여행을 하다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되고, 그리고 장미꽃이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내용을 다루는 동화이다. 비행기 조종사였던 지은이는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완성했다. 한 편의 시와 같고 동화와 같은 이 책은 그림을 통해서 환상적인 세계를 그려주고 있어 마음 안에 있는 어린 아이를 깨워준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하는 핵심은 진정한 삶의 의미는 돈이나 권력, 지식, 명예 등이 아닌 책임 있는 사랑에 있음을 이야기 해준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어린 왕자가 여우를 만나면서 이루어진 대화라 생각된다. 길들인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다니 새로운 눈뜸의 시간이다.

 

이 내용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지구별에서 장미꽃을 지켜 보는 가운데 여우가 갑자기 나타났다. 여우를 본 어린 왕자는 자신과 같이 놀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여우는 미안하다며 난 길들여지지 않아 못 놀게 된다고 말을 하며 거절의 말을 띄웠다. 이때의 대화는 그대로 옮겨 본다.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인데?”

 

관계를 맺는 것을 뜻하지. 네가 날 길들인다면 우린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거야. 나에게 너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고, 너에게 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거지.”

 

관계를 맺는 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되는 귀한 대목이라 생각된다. 이렇게 갈등이 많은 지구별에 살아가는 우리는 길들임을 다르게 생각하고 사는 거 같다. 길들임을 가스라이팅처럼 생각하거나 억압하며 상대방을 나보다 못한 존재로 취급함으로 자신을 부각시키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그 관계는 무수한 갈등을 양산한다.

 

그러나 길들임의 조건은 서로를 구속하거나 억압하지 않는 것임을 이 책에서 배우게 된다. 그래서 어린 왕자는 여우에게 이런 말을 한다.

 

만약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내 삶에 햇빛이 비치는 것과 같을 거야. [] 제발 나를 길들여 줘.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데?” 하며 묻는다. 이때 여우의 대답이다.

 

인내심을 가져야 해.”

 

처음에는 나한테 거리를 두고 멀리 떨어져 있어. 내가 너를 곁눈질로 볼 테니 너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 줘. 말은 오해를 만들기 때문이지. 매일 이렇게 하면 너와 나는 조금씩 가까워질 거야.”

 

그렇다. 타인과의 관계는 시간이 필요하다. 인내가 필요하다. 그러면서 그 시간 속에서 관계라는 보석을 만들어 가는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어른인 나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순순해지며 단순해 지는 거 같다. 그래 그렇게 세상을 한 걸음, 한 걸음 사는 거야하고 가르쳐 주는 거 같다.

 

동화 같은 책이지만 내 마음에 한 편의 삶의 울림을 주고, 먼 우주별로 여행을 하도록 해주고 있다. 소중한 책을 동화로 만나 보게 되어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이 책의 한 문장

 

만약에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네가 장미꽃과 함께 보낸 시간이 네 장미를 소중하게 만들어 준 거야. 사람들은 이 비밀을 잊었지만, 너는 잊으면 안 돼.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영원히 책임감을 가져야 해. 그래서 너는 네 장미꽃을 책임져야 하는 거야.”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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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만에 배우는 철학 수첩
일본능률협회 매니지먼트센터 지음, 김정환 옮김, 오가와 히토시 감수 / 미래와사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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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무지로부터의 탈출이다. 이 책은 철학의 개념을 잡고 싶어서 선택하게 되었다. 철학책을 몇 권 읽었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한 눈으로 파악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이 책은 30일이라는 시간 속에서 그것도 매일 15분만 투자를 하면 철학에 대한 기초를 배우고, 사고할 수 있도로 해주고 있다. 한 주제에 대해 깊이 봐야 그 철학에 대해 알 수 있겠지만 철학 전문가를 통해 정리해 놓은 이런 책도 분명하게 도움을 주리라 생각이 된다. 특히 이 책은 30일의 성과를 기록할 수 있는 다이어리가 앞 부분에 넣어져 있는데 하루의 배움을 요약하는 메모를 통해 나만의 철학적 지식을 쌓아가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 책은 3개의 칼럼과 함께 무엇보다 그림과 이미지를 통해 어렵고 복잡한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고, 각주의 설명으로 내용을 보충함으로 이해되지 못한 부분을 더욱 명확하게 해주고 있다. 어려운 용어가 무진장 나온다. 그러나 무서워할 필요가 없는 것은 저자가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다.

 

 

철학책을 든다는 것은 삶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함일 것이다. 어떤이는 허영을 위해 지적 유희를 누리려고 철학을 찾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 철학이란 "삶이 정말 무엇인지"를 알고자함이다. 왜 우리는 존재하고, 왜 우리는 살고 있으며, 어떤 것이 가장 좋은 삶이며, 어떤 것이 참 진리인지를 알고픈 욕망이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우리는 모두 자기 인생의 철학자다"라는 말을 하는데 삶의 고민이 있고 그것을 깊이 숙고하는 사람이라면 철학자인 것이다. 우리는 삶에서 의문을 그냥 흘려보내거나, 타인의 의지대로 삶을 흘러가게 내버려두기도 하지만 기어코 삶에 대한 질문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경우도 있다.

 

 

왜 일을 해야 하며, 나의 삶은 왜 힘들고, 누군가에게 맞춰야만 하는지 그리고 인간관계는 왜 어려운지와 같은 이 질문은 스스로 해결하기엔 너무 어렵다. 그래서 이 책은 해결 방법을 철학으로 알려주고 있다. 어려운 철학이 저자의 손에 들려 쉬운 이해로 다가오게 하니, 개념을 잡는데 굉장한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사람들은 일상의 혼란을 겪고 있다. 더군다나 러시아 푸틴을 통해 세계는 지금 전쟁에 휩싸여 있다. 전쟁이 일어나면 기존에 추구하던 삶의 방식은 생존적 삶의 방식으로 바뀌며 삶이 정말 어떠해야 하는 지에 대해 매우 민감해 있게 된다.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누리던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만일 갑자기 중국과 북한이 도발을 해온다면 우리는 삶이 주는 다변적인 행복을 고스란히 잃어버리고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이때 우리의 민낯이 드러나게 되고, 평범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살인하거나 생존하기 위해 남의 것을 훔치는 일도 다반사로 일어날 것이다. 어쩌면 이때는 철학은 '개 풀 뜯어 먹는 소리'가 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철학은 우리의 삶의 이유와 문제를 해결해 주는 통로가 되어 주리라 생각된다.

 

 

더불어 철학을 이해함에 있어 지금까지는 단순히 난해한 고전을 읽거나 어려운 토론을 하는 것만이 철학이라는 오해가 만연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철학의 연구일 뿐, 진정한 의미에서 철학을 하는 것이 아니다. 철학을 한다.’는 것은 철학의 지혜를 활용해 세상 또는 자신의 인생에 관해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그 전에 있었던 철학자들에게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 책은 첫 단락에서 철학의 기본 의미를 파악하도록 하면서 철학이 성립되기 이전 시대의 철학자에서 시작하여 중세 세계의 철학자, ....20세기의 철학자들을 거쳐 현대 철학자들까지 전체를 정리해 주고 있다. 현대 철학에 와서는 다양한 가치관을 배경으로 철학적 견지가 출현하면서 매우 세분화, 전문화 되어 가고 있다. 끊임없이 세계는 다양하게 발전해 간다. 이런 시대 속에서 '나 자신 또는 사물을 어떻게 파악하며 살아가야 하는가?'를 생각하기 위한 축이 되어 주는 철학은 분명 삶의 의문을 던지는 자들에게 해답처럼 무언가를 안겨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장점은 현실의 문제를 여러 다양한 각도에서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철학 이해를 한 후에 나오는 내용들은 현실적 문제를 다루고 있어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바로 대비해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삶이 힘든가" DAY 9에 나오는 부분을 보면서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편견과 동조 압력을 이겨내라"고 말해 준다. "타인에게 맞추고 마는 내가 싫다면" DAY 10을 통해 "집단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을 무시하지 말고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며 행동하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거나, 자유에 갑갑함을 느끼거나, 돈이 있고 애인이 있다면 행복할까하며 고민하고 있거나, 인생이 불안해서 견딜 수 없거나, 왜 일을 해야하며 법을 지켜야 되는 지를 알고 싶거나, 자살이나 안락사는 개인의 자유인가, 아닌가에 대해 궁금하다면 또는 '죽음'이란 정말 어떤 것이며, ''은 존재하는가?에 대해 궁금하다면 이 책은 얼마든지 의문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고 있다.

 

 

한 주제마다 제법 압축적으로 요약된 부분임에도 알차게 내용이 기록되어 있고, 그 주제에 대한 문제의 답이 필요적절하게 정리되어 있어, 철학적 고심이 해소되는 느낌을 받게될 것이다.

 

 

DAY 9에 나오는 '삶이 힘들다' 부분에 대해 언급해 보고자 한다.

 

'왠지 삶이 힘들어..., 나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서 괴로워'라고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그것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에는 보이지 않는 인간관계나 가치관, 상식 등에 얽매인 탓이 아닌지 봐야 한다. 인간의 가치관이나 상식은 주위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형성된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따라 어떤 일정한 가치관, 상식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과연 당연한 것일까 하고 물어야 할 것이다.

 

혹시나 삶이 힘들게 느껴지는 근원에는 '에피스테메'가 있지 않는가? 프랑스의 철학자인 푸코는 근대 사회는 다수파가 구축한 세계이며 성 소수자 등의 소수파는 격리와 배제의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고 비판한다. 본인이 성 소수자이기에 그런 괴로움을 더 느꼈다. 그래서 생각하기를 '힘듦의 원인이 '에피스테메'에 의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즉 에피스테메란 '한 시대의 사회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 가치관, 의식, 인식, 상식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시대에 나타난 상태'일 뿐 보편적, 정대적인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상식은 시대나 환경에 따라 변한다. 장소를 바꾸기만 해도 해방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자신을 괴로비는 것이 있을 때 원점으로 돌아가서 정말로 그것이 보편적인 것인지 생각해 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성 소수자에 대해서 이런 생각을 가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바뀌어도 옳고 그른 잣대는 있다고 본다. 특히 성 소수자는 개인의 욕망을 합리화하고자 한다. 그런식의 '에피스테메'는 결고 옳지 않다고 보며, 다른 문제에 대해선 에피스테메와 같은 생각은 얼마든지 좋다고 생각한다.

 

 

삶이 힘들다고 생각하는 자에게 저자는 타인의 눈을 신경 쓰는 '동조 압력'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동조 압력이란 집단 속에서 소수파가 압력을 느끼고 다수파의 의견, 태도에 맞추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은 특히 동조 압력이 강한 사회로 평가 받는다. 주위와 동저하지 않으면 '분위기 파악을 못한다.', '제멋대로다.'와 같은 꼬리표가 붙고 고립되며, 집단에서 배제되는 사태도 번번히 발생한다.

 

그렇기에 독일의 철학자인 후설은 '본질직관'이라는 사고법을 통해 사물을 바라볼 때 모든 '고정관념'을 버린 다음 실제적 의미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본질을 발견하라고 한다. 쉽게 말해 자신의 가치관을 일단 지우고 모든 것을 제로베이스에서 생각해 보묜 중요한 사실이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 방법밖에 없어'라는 경직된 생각에서는 타개책이 탄생하지 못한다. 먼저 가치관을 의심하고, 세상의 상식에 의문을 품으며, 시점을 바꿔봐야 한다. 현재 코로나로 인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가 백신을 접종 권고 받고 있다. 어쩌면 강제적 제약을 하며 통제를 하기에 또는 전문가란 자들이 나와서 백신을 꼭 맞아야만 코로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하기에 너나 없이 1,943(227일자)명 이상의 공식 사망자가 나오고, 부작용자가 40만명을 넘고 있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벌떼처럼 2차를 맞고, 3차도 현재 많이 맞은 상태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영국 정부는 코로나 사망자 90%가 백신 접종자들라고 보고서 발표를 했는데 이런 보고가 연일 나옴에도 공영 방송만 본 사람들은 정부가 말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있는 실정이다. 어떤 경우는 옆에 이웃이 3명이나 사망자가 나왔음에도 백신 안 맞으면 죽는다 생각하고 백신 맞기에 급급하다.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이 대부분 맞았기에 자신이 안 맞으면 소외되고, 무언의 압력을 받는다. 그래서 그 무언의 압박을 참지 못하고 불나방처럼 달려든다. 결국 피해를 당하면 그때서야 모두 후회를 하더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현재도 여지 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동조압력'을 벗어나 '본질직관'을 하며 면밀히 살핀다면 얼마든지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게 되리라 생각된다.

 

 

인간이 고민하고 있는 모든 문제는 결국 철학적 사고로 나아간다. 이 책은 그런 철학적 사고를 잘 활용하도록 도와주며, 여러 사례와 철학적 설명을 통해 고민 해결사처럼 답은 선사해 주고 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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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정치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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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지인 중에 한 분이 이런 말을 했다. "정치인들은 애미 애비도 없는 인간들이다. 정치를 위해선 부모도 이용하고, 부모를 버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제 대선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서로가 피터지게 네거티브하며 지금까지 계속 달려오고 있다. 떄론 진절머리 나고, 유치원 아이들과 다를바 없어 보인다. 33일 야당 후보인 국민의 힘 윤석열과 국민의당 후보인 안철수가 단일화를 이루었다. 야당 입장에서 호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걸 두고 여당은 '야합'이라는 단어를 썼다. 며칠 전에 이재명 후보와 김동연 후보가 단일화를 이루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단일화를 통합과 화합의 정치라고 말하며 자신들의 단일화는 '()'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내용이지만 참으로 '내로남불' 정치다. 국민의힘에서도 내가 하면 통합’. 남이 하면 야합’. 민주당의 내로남불 DNA’는 절대불변"이라며 역공했다.

 

 

이 책 저자인 강준만은 좀비 정치에서 한국의 좀비 정치를 실날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는 너를 물어뜯어야만 내가 산다’, ‘그들을 물어뜯어야만 우리가 산다는 반정치가 정치를 타락시켰음을 주장하고 있다. 물론 내로남불은 여야를 막론하고 저질러지며,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저자는 특정 정치적 신념이나 노선을 내세워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증오하면서 욕설과 악플로 공격하는 정치적 광신도들의 의식과 행태는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광신도라는 말을 썼는데 실제 주위에 둘러보면 이런 사람들이 많다. 광신도를 비판하지만 사실 무조건 '나는 야당이야', '나는 여당이야' 하는 것도 광신도들의 의식과 형태와 다르지 않다.

 

 

저자가 말하듯 지금 한국 사회는 증오를 선동하는 좀비 정치의 메커니즘만 존재할 뿐이다는 정의가 매우 정확한 표현이다. ‘좀비 정치란 소통을 거부하면서 상대방을 물어뜯으려고만 하는 행위를 말한다. 살아있는 시체가 좀비다. 머리 속이 비어있기 때문에 생각을 못하고 맹목적으로 움직인다. 사고 능력이 없어 소통도 안된다. 그러나 살아 있는 사람들을 물어뜯어 자신처럼 만들려고 하는 본능이 발휘될 땐 무섭게 돌변한다. 어떤 분이 말하듯 여의도에 가면 쉽게 이런 자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좀비가 되어 "우리 후보는 선()이고, 상대 후보는 악()"이라고 규정한 후 무조건 상대를 물어 뜯는다. 물론 사실관계를 확인하거나 맥락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는다. 이들은 각기 "우리 편이 얘기하는 건 진실이고, 상대편이 말하는 건 거짓"이라고 강조하며 자기 얘기만 앞세운다. 대선이라는 거대한 산맥이 가정에서도 편가르기가 되어 서로를 '타인'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이게 무슨 망국인가? 과연 내가 뽑는 대통령이 '메시야'라도 되는 것인가? 왜 이렇게 종교인들까지도 난리가 아니다. 기독교도 현재 양진영으로 나뉘어서 서로를 비판하고 있다. 때론 목숨걸고 달려 든다. 언제 그렇게 독립투사가 되었다고 난리가 아닌 모습을 보고, 정치인들이 이 나라에서는 참으로 통치하기가 편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그만큼 편든다는 것은 그만큼 세뇌 시키기 좋다는 것이며, 무뇌증을 가진 국민을 속이기에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젠 국민이 속아서는 아니 될 것이다. 재난 지원금으로 달래는 정치인들의 수를 읽지 못한다면 평생 속으며 당할 것이다. 플라톤이 한 말이다. 이젠 이런 말도 많이 들어서 식상하지만 그러나 곱씹어 듣는 다면 결코 이 말은 보통의 말이 아닌 것이다. "정치를 외면한 대가는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를 당하는 것이다."

 

 

그렇다. 이젠 국민이 스스로 깨어나 정치인들을 손에 가지고 놀아야 한다. 물론 나쁜쪽으로 말한 것이 아니다. 정치인들이 국민 무서운 줄을 알고 제대로 정치를 하게끔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면에서 이 책 좀비 정치는 매우 유익한 책이라 생각된다. 대표적 진보 논객으로 알려진 저자는 진보에 치우치지도 않고, 균형잡힌 시선으로 보수의 입장도 대변하며 공명정대한 정치가 이루어지길 바라며 이 책을 썼다.

 

 

한 신문 칼럼에서 저자는 MBC를 강하게 비판했는데 그의 말이다.

 

나는 김건희 녹취록논란은 김건희와 윤석열의 자업자득이라고 보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엔 관심이 없다. 내가 관심을 갖는 건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다. MBC가 아니어도 녹취록 방송은 어차피 다른 매체들에 의해 이루어질 텐데, 왜 굳이 공영방송이 두 개로 쪼개진공론장의 한복판에 사실상 어느 한 쪽을 편드는 역할로 뛰어들어야 한단 말인가? 이게 6년 전 MBC 기자들이 그토록 울부짖었던 방송 민주화인가? [...] 하지만 공익적 가치가 매우 높은 대장동 사태에 대해선 그런 열의를 보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이른바 선택적 공익은 피해야 하는 게 아닐까라고 비판했다.

 

특히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2020년 출간)'라는 책에서 그의 이런 말은 속이 시원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사례들을 일일이 정리하다가 중도에 그만두고 말았다.

 

거의 모든 게 내로남불이었기 때문이다.”

 

균형잡히 시각으로 진보와 보수를 바르게 비판하며 잘한 것은 잘했다. 못한 것은 못했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참으로 필요하다.

 

 

그런면에서 전 국회의원 정두언은 이른바 진영 논리에서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다른 의견을 경청하고 인정하는 정치인이었다고 말한다. 좌면 어떻고 우면 어떻다는 것인가?”라는 말로 대변되는 그의 실용주의 개혁 노선이 이를 증명해준다. 전 국회의원 윤희숙 또한 여권뿐만 아니라 야권을 향해서도 내로남불을 중단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왜 윤희숙은 이런 말을 했을까? 정책 전문가로서 정치에 입문한 후 정치가 안 바뀌면 정책도 의미 없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윤희숙처럼 진영 논리와 내로남불의 정치를 바로잡으려는 정치인은 드물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현재 양당(이재명, 윤석열) 대표 후보의 모습을 실랄하게 다루어 주고 있다. 현 대통령인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이준석, 유시민, 정청래, 김원웅, 박노자, 조은산, 진중권, 김동연, 윤희숙, 정두언, 박용진, 김의겸, 권경애 등을 골고루 다루어 준다. 매우 핵심을 잘 터트려 주고 있는데 제 1장에서는 이재명 후보에 대해 '만독불침 투쟁사'라며 이렇게 말한다. 수많은 사건과 의혹이 있지만, 그는 무협지에나 나오는 만독불침을 현실 세계에서 구현해 보이는 자로서 개인적 차원에서는 박수를 보낼 만한 일이지만, 공적 차원에서는 의문이 들수 밖에 없는 인무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개인적 차원에서 괜찮은 사항이지만 이것이 국가적 차원에서 발휘될 때에는 좀 이상하고 무모한 방향으로 흐른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명언 같은 말을 한다.

 

이재명은 화려하고 추상적인 언어의 성찬에만 주력하고 있는데,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대선 후보라면 철학과 열정과 진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 2장은 윤석열 후보의 리더십에 대한 내용이다. 국민의힘의 내홍과 윤 후보의 말실수 논란은 윤석열 리더십의 부재 또는 한계라고 지적했는데 국민들도 수긍하고 있는 바다. 최근에는 기차 좌석에 발을 올려 놓는 행동으로 아직도 검찰총장의 때가 벗겨지지 않는 모습을 보며 '애고'라는 생각을 했다. 거기에 당대표 이준석은 '치킨 게임'을 하며 과도한 자기중심주의 정치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하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진단을 잘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제 3장은 문재인 대통령 혹은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오만을 다뤄주고 있어 너무 좋다고 말하겠다. 저자가 말하듯 내로남불은 문재인 정권의 상징이자 속성처럼 되어 버렸다는 비판이 왜 이렇게 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다. 문재인은 2017년 대선 때 뇌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 등 ‘5대 중대 부패 범죄와 반()시장 범죄를 저지른 기업인 등에 대한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공약했다. 그런데 202112월 박근혜의 사면에 전 총리 한명숙의 복권을 끼워 넣었고 더구나 야당에서는 이번에 이명박 사면을 뺀 것은 나중에 문재인의 최측근 김경수 사면을 끼워 넣기 위해 남겨둔 카드라는 말이 나오는데 도통 말과 행실이 너무 달라 문을 뽑은 나로서 실망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 책을 보며 알게 되었는데 문재인의 대선 공약이었던 ‘5대 인사 원칙’, 집권 이후 내세운 ‘7대 인사 원칙을 약속했지만, 문재인은 그것을 지키지 않았다. 문재인은 야당 동의 없이 임명한 장관급 인사가 30명을 넘는다. 노무현 정권 3, 이명박 정권 17, 박근혜 정권 10명 등 도합 30명을 넘어선 기록이라는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공무원의 복종 의무를 강조하는 동시에 공무원의 영혼을 강력히 통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명실상부한 청와대 정부가 되고 말았다는 대범한 외침은 저자를 달리보게 만드는 문장이라 생각된다.

 

 

이어서 나오는 제 4장에는 '너는 어느 편이냐? 물으면서 유시민, 정청래, 김원웅, 박노자, 조은산을 다뤄주고 있다.

 

 

정치에 대해 잘모르는 자로서, 관심 없는 자로서 이번 정치에는 무엇이 문제일까하며 고심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그런 고민에 대해 속시원하게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되고 있다. 역시 사람은 책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판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속고 속이는 기득권들에게 당하고 살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저자 강준만과 같은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정말 없을까? 있었는데 정치판에 들어가니 똑같이 좀비 정치가가 되어 버리는 것일까?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국민과 정치인은 이런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며 선진국으로 달려가야 할 것이다. 결코 경제만 좋아졌다고 해서 선진국이 아닐 것이다. 정치를 하는 국격도 선진국을 닮아가야 선진국일 것이다. 그런면에서 희망이라는 작은 단어를 정치 앞에 떠올려 본다. 물론 정치하는 인간들을 믿지 않지만 말이다. 정치에 대해 입문하고 싶고, 현재의 정치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이 크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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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영어 독학 단어장 - 하루 30분, 100일 완성 + 영어 회화 및 2,000개 이상 단어 습득 + QR 코드 및 MP3 파일 무료제공
이민정.장현애 지음 / 반석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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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공부함에 있어서 좋은 교재는 너무 중요하다. 무엇보다 요즘 아이들에겐 흥미도 있어야 겠고, 지루하지 않고 힘들이지 않게 공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앱을 통해서 많은 영어 공부법이 나오지만 책이 주는 묘미는 또한 다르기에 책을 통해 자녀들에게 영어를 공부하도록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며 독자 또한 잃어버린 영어도 공부할겸 서평을 신청하게 되었다.

정말 이 책대로 공부를 따라하면, 100일이면 영어 단어 2,000개 이상을 알게 된다. 시간이 조금 길다고 할수도 있는데 30분은 투자해야하지 않겠나 싶다. 물론 개인에 따라 20분에서 10분이면 가능하다. 그래서 영어에 대한 열심을 낸다면 50일 안에 2,000개의 단어를 습득할 수 있다.

저자는 수많은 영어 책 가운데 이 책의 특징을 이렇게 잡았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보를 가능한 많이 담고자 노력했다. 단순한 어학 서적은 너무나도 많다. 그렇기에 저자는 다양한 정보를 넣어 미국 생활을 보여 줄 수 있는 살아있는 느낌을 담아서 책을 편찬해 주었다.

대화식으로 나오는 문장과 함께 그날 배울 단어가 아래에 나온다. 무엇보다 QR코드를 활용해서 대화를 들으며 귀를 트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책을 보면 알겠지만 한 번쯤은 반드시 사용할 단어들을 모아서 크게 10가지 주제로 구분하여 제시하였다. 대주제 안에는 관련 있는 여러 개의 소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매일 날짜별로 제목을 통해서 그날 배울 내용들을 미리 예상하고 배우도록 하였다. 머리말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언어는 단지 말만 잘하는 것이 아닌 그 안에 어떠한 정보와 지식이 담겨 있는 것이 더욱더 고급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미국의 지리적, 환경적, 문화적 요소 들을 발췌해서 단어와 문장에 녹여내는 작업을 해보았다.

책은 참으로 디자인 부분도 좋고, 그 안에 있는 그림자료도 너무 상황에 맞게 잘 그려져 있다. 한 눈에 무엇을 배워야할지, 어떤 뜻인지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초등학생만 아니라 영어를 손놓고 있는 어른들에게도 이런 기본적인 단어 공부를 함에 있어 매우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영어 단어장은 난해하면 안 된다. 괜히 책을 어렵게 만들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단연 으뜸이며, 지금까지 나온 초등영어 단어장 가운데 탑이라고 감히 말하겠다.

이 책의 특징 및 활용방법

이미 앞 부분에서 이 책에 대한 특징과 활용방법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있다. 추가적으로 말한다면 이 책 한권이면 2,000개 이상의 단어를 배우는 장점이 있다. 또한 대화를 통한 주제를 이해하도록 함으로 짧게 관련된 대화인데 매우 효과적으로 이해가 된다. QR코드는 이미 기본으로 깔려야 하니 이건 말할 것도 없다. 다만 이 책은 너무 좋은 단어장이니 영상 만화를 통해서 그 대화 장면을 보면 아이들에게 흥미를 주지 않을까 생각된다. 개정판으로 기대하는 바이다.

이미지를 통한 시각적 암기 효과에 대해 말한다면 여기 나오는 이미지는 너무나도 잘 그려져 있어, 이 단어의 의미를 보다 더 쉽게 이해를 하도록 하고 기억에 더 오래 남도록 해준다.

특히 본 교재는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5개 Unit이 끝날 때마다 연습문제를 제공해주고 있다. 그래서 이 연습 부분에서 자신의 실력을 체크하고 반복함으로서 영어를 더욱 꼼꼼하게 잡아주는 효과가 있다.

요즘 아이들은 공부하기가 너무나 좋다. 조금만 열심을 낸다면 기본 바탕은 이 교재를 통해 충분히 딱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좋은 교재를 매끄럽게 잘 편찬하며 저술한 저자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리고 중고등학생 교재도 이렇게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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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 사회주의 고전의세계 리커버
G. D. H. 콜 지음, 장석준 옮김 / 책세상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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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 사회주의(guild socialism)라는 말은 생소한 단어이다. 그래서 알고 싶었다. 사회주의지만 뭔가 다른 좋은 사회주의라는 생각이 우선 들었다. 어떤 분이 말하듯 옛 소련의 붕괴로 지구상에 정통 사회주의의 불빛이 사그라든 21세기에 미국식 자본주의의 폭주에 제동을 걸 만한 새로운 대안 사상이 태동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물론 사회주의는 실패했다. 그것도 철저히 실패를 했다. 그런데 이 책은 좀 더 개선된 사회주의를 말하며 꿈을 꾸고 있다. 이 책이 과연 대안이 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조금은 머리가 아픈 내용들이 즐비해 있다. 물론 이 책을 읽는 나는 이것이 대안이라고 보지 않는다. 물론 현재의 자본주의 또한 정답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자 했고, 마치 내가 이 책을 읽고 소위 빨갱이 사상에 물들지 않을까 조심하며 읽고자 했다. 물론 이 말을 진심으로 믿으면 안 될 것이다. 합리적, 이성적, 객관적 관점에서 어느 것이 더 나은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선입견 없이 읽어 나갈 것이다.

 

먼저 용어부터 정리하고 가자. 길드(guild)라는 뜻이 무엇인가이다. 길드라는 이름은 중세에서 따왔다. 중세 내내 기독교 문명권 지역에서 산업 조직의 지배적인 형태는 독립 생잔자 혹은 상인이 생산이나 판매를 규제하는 연합인 길드Gild 혹은 길드Guild였다. 그 뜻은 '협회(조합)', 또는 '중세 시대 기능인들의 조합'이라고 정의 된다. 중세 길드는 산업에 한정되지 않았고 소도시에 존재하던 인민 연합의 공통 형태였다. 산업적 목표뿐만 아니라 사회적 목표와 자선, 교육을 위한 길드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기능이 무엇이든 모든 길드는 강한 종교적 바탕 위에서 본질도 그런 형태를 띠었다. 그러나 중세 길드 시스템은 부상, 조직, 쇠락의 길로 걸어가 결국 해체되었다고 한다.

 

그러면 길드 사회주의란 무엇인가? 이것에 대해 언급하려면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여러 나라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을 말해야 한다. 산업혁명은 자본주의 경제를 확립시켰다. 이에 따라 임금을 받는 노동자계급이 하나의 주요한 사회계급으로 등장하게 된다. 이후 자본주의가 더욱 발달해가면서 자본과 노동 간의 갈등과 모순이 첨예하게 되었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다양한 사상과 운동이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이들 중 정통 마르크스주의에 기반한 사회주의 외에, 위로부터의 국가 중심이 아닌 아래로부터의 노동자 연합체 중심으로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를 통합적으로 바라본 사회주의-민주주의 이념이 생겨났는데 이것이 바로 길드 사회주의이다.

 

초기 길드 사회주의는 중세에 길드가 생산과 유통을 통제했던 것처럼 노동자가 스스로 산업을 경영하는 사회가 자본주의 질서를 대체해야 한다는 믿음을 가졌었다. 노동의 소외를 극복하려면 생산자가 자기 노동을 다시 장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중세 전통 중 길드에 주목하여 노동자들이 이를 복원해서 생산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말하는 사회주의는 자본 독재도 아니고 국가 독재도 아닌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와 경제 민주주의를 의미한다고 하는데 말처럼 쉬운지는 모르겠다.

 

길드 사회주의의 기본 구상은 자본가의 지배가 사라진 사회에서 작업장에 뿌리내리고 산업 전체로 확대되는 노동자들의 자발적 결사체 길드가 생산 활동을 책임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길드가 생산자의 이해만이 아니라 소비자까지 포괄하는 공동체 전체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그래서 자본주의 체제에서처럼 국가기구가 따로 존재할 필요가 없고, 길드의 연합체인 전국 길드가 기존 국가의 역할을 대체할 것으로 생각을 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위로부터가 아닌, 아래로부터의 의사결정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보건 등 모든 분야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극히 소수의 인원이 대다수 국민의 이해를 대변한다고 하는 거짓된 대의민주주의에 반해 산업별 자발적 조직인 다양한 길드 평의회를 통해 스스로 자신이 속한 산업과 생활의 모든 부분을 자유롭게 통제하고 주인이 됨으로써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루고자 하였다.

 

무엇보다 길드 사회주의는 역사 발전 법칙과 계급투쟁을 논거로 삼는 독일과 러시아의 정통 마르크스주의자들과는 달리 경제 민주주의를 지향하고자 했다. 그것은 민주주의가 좁은 의미의 정치 영역을 넘어 생산과 소비 영역에서도 대중자치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자본주의를 넘어서면서도 국가사회주의의 폐단을 지양하는 체제, 즉 진정한 사회주의 또는 진정한 민주주의란 무엇인지를 풀어가려는 노력이 20세기 초의 길드 사회주의 운동이었는데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 아래 얼마만큼 적용될지는 사실 미지수이다.

 

이 책 해제 부분에 가면 재미있는 아이러니를 소개하는데 지금 유럽과는 달리 사회주의 세력이 오랫동안 배제되어온 미국에서 요즘 사회주의가 뒤늦게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2016년과 2020년 대통령 선거의 민주당 오픈 프라이머리에서 '민주적 사회주의자'로 자처하는 버니 샌더가 이 바람을 일으켰다. 이 바람으로 각종 여론 조사에서 사회주의를 지지한다는 답변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더는 자본주의를 통한 생존과 자기실현을 밎지 못하게 된 젊은 세대 가운데에 사회주의에 우호적인 이들이 많다. 기후 위기와 불평등 위기를 오직 민주적 사회주의로써만 극복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자본주의 심장인 미국에서 말이다. 그러나 정작 사회주의 국가를 자처하는 중국은 이를 저주받은 단어로 생각한다. 중국 공산당은 지금 사회주의로 나아가는 우회로라는 논리를 대며 실제로는 적나라한 자본주의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북한을 마주 대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어떤 체재로 나아가야 할지 요즘 정치를 보며 고민이 된다. 소득의 분배가 상위 2-3%에 결집되어 있는 현실 속에 중국식 체제를 감수하지 않으려면 자본주의에 만족하며 살아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체재란 결국 누군가의 권력이 들어가 결국 그 사회에서 힘을 발휘해야 사회를 바꾸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누군가에게 권력과 힘을 부여하게 될 때 사회주의가 겪은 실패나 아픔을 겪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소비에트 연방의 와해됨은 사회주의의 부실을 말해주는 실증적 모델이다. 이런 가운데 길드 사회주의가 어떤식으로 대인이 될지는 독자로선 그런 지식이 부재하여 잘 모르겠다. 러셀은 그의 책 서문에서 이런 말을 했는데 "내가 지지하는 길드 사회주의는 여전히 존중할 만한 기획으로 보이며, 나는 그 학설이 다시금 인기를 끄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왜 그는 이토록 길드 사회주의를 찬양했는지 모르지만 이 책은 인간의 희망이 담긴 유튜피아적 책이기도 하기에 시간이 될 때 다시금 정독하며 고민을 해보리라.

 

이 책의 한 문장

 

오늘날 세상을 움직이는 사회 세력들을 어떻게 평가하든, 조직된 노동자들이 산업에 대한 통제를 더욱 폭넓고 깊이 있게 요구한다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이해해야 할 가장 핵심적인 사실이다. 이 요구는 특정 국가만이 아니라 산업 시스템이 강력하게 구축된 거의 모든 나라에서 제기되며, 특정 형태에 제한되지 않고 각국의 기질과 전통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 요구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는 1830년대 영국의 오언주의노동조합운동, 유럽 대륙의 아나키스트와 공산주의자, 미국의 초기 혁명가와 개혁가 등을 통해 노동운동 역사 내내 간헐적으로나마 등장했다. 그러나 현재 제기되는 요구는 더욱 보편적이면서 뿌리가 깊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노동계급 조직의 긍정적 성취에 굳건한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선례들과는 성격이 다르다. 또한 이는 더 이상 단순히 유토피아적이지만은 않은 건설적이며 실천적인 요구이기도 하다. p19

 

길드인은 사회의 핵심 가치란 인간적 가치이며, 사회란 구성원의 의지에 따라 결집한 연합체들의 복합체로 간주되어야 하고, 사회의 목적은 구성원의 좋은 삶을 실현하는 것으로 여긴다. 더 나아가 길드인은 통치 형태가 피치자의 수동적 혹은 '암묵적' 동의에 바탕을 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사회는 완전히 민주적이고 자치적인 상태에 있을 경우에만 건강을 유지할 것으로 여긴다. 여기에서 완전히 민주적이고 자치적이라 함은 모든 시민이 원하기만 한다면 사회의 정책에 영향을 끼칠 '권리'를 지녀야 한다는 뜻일 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이 이런 권리를 실제 행사할 수 있도록 가능한한 최대의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 이런 개념은 정치라 불리는 사회 행위의 일부 특별한 영억만이 아니라 사회 행위의 모든 형태에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하고, 정치 문제만큼이나 특히 산업과 경제 문제에도 완전히 적용되어야 한다. 이것은 길드 사회주의의 민주주의관에서 관건이 되는 주애한 전제일 것이다. p22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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