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정치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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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지인 중에 한 분이 이런 말을 했다. "정치인들은 애미 애비도 없는 인간들이다. 정치를 위해선 부모도 이용하고, 부모를 버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제 대선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서로가 피터지게 네거티브하며 지금까지 계속 달려오고 있다. 떄론 진절머리 나고, 유치원 아이들과 다를바 없어 보인다. 33일 야당 후보인 국민의 힘 윤석열과 국민의당 후보인 안철수가 단일화를 이루었다. 야당 입장에서 호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걸 두고 여당은 '야합'이라는 단어를 썼다. 며칠 전에 이재명 후보와 김동연 후보가 단일화를 이루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단일화를 통합과 화합의 정치라고 말하며 자신들의 단일화는 '()'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내용이지만 참으로 '내로남불' 정치다. 국민의힘에서도 내가 하면 통합’. 남이 하면 야합’. 민주당의 내로남불 DNA’는 절대불변"이라며 역공했다.

 

 

이 책 저자인 강준만은 좀비 정치에서 한국의 좀비 정치를 실날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는 너를 물어뜯어야만 내가 산다’, ‘그들을 물어뜯어야만 우리가 산다는 반정치가 정치를 타락시켰음을 주장하고 있다. 물론 내로남불은 여야를 막론하고 저질러지며,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저자는 특정 정치적 신념이나 노선을 내세워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증오하면서 욕설과 악플로 공격하는 정치적 광신도들의 의식과 행태는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광신도라는 말을 썼는데 실제 주위에 둘러보면 이런 사람들이 많다. 광신도를 비판하지만 사실 무조건 '나는 야당이야', '나는 여당이야' 하는 것도 광신도들의 의식과 형태와 다르지 않다.

 

 

저자가 말하듯 지금 한국 사회는 증오를 선동하는 좀비 정치의 메커니즘만 존재할 뿐이다는 정의가 매우 정확한 표현이다. ‘좀비 정치란 소통을 거부하면서 상대방을 물어뜯으려고만 하는 행위를 말한다. 살아있는 시체가 좀비다. 머리 속이 비어있기 때문에 생각을 못하고 맹목적으로 움직인다. 사고 능력이 없어 소통도 안된다. 그러나 살아 있는 사람들을 물어뜯어 자신처럼 만들려고 하는 본능이 발휘될 땐 무섭게 돌변한다. 어떤 분이 말하듯 여의도에 가면 쉽게 이런 자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좀비가 되어 "우리 후보는 선()이고, 상대 후보는 악()"이라고 규정한 후 무조건 상대를 물어 뜯는다. 물론 사실관계를 확인하거나 맥락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는다. 이들은 각기 "우리 편이 얘기하는 건 진실이고, 상대편이 말하는 건 거짓"이라고 강조하며 자기 얘기만 앞세운다. 대선이라는 거대한 산맥이 가정에서도 편가르기가 되어 서로를 '타인'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이게 무슨 망국인가? 과연 내가 뽑는 대통령이 '메시야'라도 되는 것인가? 왜 이렇게 종교인들까지도 난리가 아니다. 기독교도 현재 양진영으로 나뉘어서 서로를 비판하고 있다. 때론 목숨걸고 달려 든다. 언제 그렇게 독립투사가 되었다고 난리가 아닌 모습을 보고, 정치인들이 이 나라에서는 참으로 통치하기가 편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그만큼 편든다는 것은 그만큼 세뇌 시키기 좋다는 것이며, 무뇌증을 가진 국민을 속이기에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젠 국민이 속아서는 아니 될 것이다. 재난 지원금으로 달래는 정치인들의 수를 읽지 못한다면 평생 속으며 당할 것이다. 플라톤이 한 말이다. 이젠 이런 말도 많이 들어서 식상하지만 그러나 곱씹어 듣는 다면 결코 이 말은 보통의 말이 아닌 것이다. "정치를 외면한 대가는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를 당하는 것이다."

 

 

그렇다. 이젠 국민이 스스로 깨어나 정치인들을 손에 가지고 놀아야 한다. 물론 나쁜쪽으로 말한 것이 아니다. 정치인들이 국민 무서운 줄을 알고 제대로 정치를 하게끔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면에서 이 책 좀비 정치는 매우 유익한 책이라 생각된다. 대표적 진보 논객으로 알려진 저자는 진보에 치우치지도 않고, 균형잡힌 시선으로 보수의 입장도 대변하며 공명정대한 정치가 이루어지길 바라며 이 책을 썼다.

 

 

한 신문 칼럼에서 저자는 MBC를 강하게 비판했는데 그의 말이다.

 

나는 김건희 녹취록논란은 김건희와 윤석열의 자업자득이라고 보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엔 관심이 없다. 내가 관심을 갖는 건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다. MBC가 아니어도 녹취록 방송은 어차피 다른 매체들에 의해 이루어질 텐데, 왜 굳이 공영방송이 두 개로 쪼개진공론장의 한복판에 사실상 어느 한 쪽을 편드는 역할로 뛰어들어야 한단 말인가? 이게 6년 전 MBC 기자들이 그토록 울부짖었던 방송 민주화인가? [...] 하지만 공익적 가치가 매우 높은 대장동 사태에 대해선 그런 열의를 보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이른바 선택적 공익은 피해야 하는 게 아닐까라고 비판했다.

 

특히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2020년 출간)'라는 책에서 그의 이런 말은 속이 시원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사례들을 일일이 정리하다가 중도에 그만두고 말았다.

 

거의 모든 게 내로남불이었기 때문이다.”

 

균형잡히 시각으로 진보와 보수를 바르게 비판하며 잘한 것은 잘했다. 못한 것은 못했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참으로 필요하다.

 

 

그런면에서 전 국회의원 정두언은 이른바 진영 논리에서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다른 의견을 경청하고 인정하는 정치인이었다고 말한다. 좌면 어떻고 우면 어떻다는 것인가?”라는 말로 대변되는 그의 실용주의 개혁 노선이 이를 증명해준다. 전 국회의원 윤희숙 또한 여권뿐만 아니라 야권을 향해서도 내로남불을 중단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왜 윤희숙은 이런 말을 했을까? 정책 전문가로서 정치에 입문한 후 정치가 안 바뀌면 정책도 의미 없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윤희숙처럼 진영 논리와 내로남불의 정치를 바로잡으려는 정치인은 드물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현재 양당(이재명, 윤석열) 대표 후보의 모습을 실랄하게 다루어 주고 있다. 현 대통령인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이준석, 유시민, 정청래, 김원웅, 박노자, 조은산, 진중권, 김동연, 윤희숙, 정두언, 박용진, 김의겸, 권경애 등을 골고루 다루어 준다. 매우 핵심을 잘 터트려 주고 있는데 제 1장에서는 이재명 후보에 대해 '만독불침 투쟁사'라며 이렇게 말한다. 수많은 사건과 의혹이 있지만, 그는 무협지에나 나오는 만독불침을 현실 세계에서 구현해 보이는 자로서 개인적 차원에서는 박수를 보낼 만한 일이지만, 공적 차원에서는 의문이 들수 밖에 없는 인무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개인적 차원에서 괜찮은 사항이지만 이것이 국가적 차원에서 발휘될 때에는 좀 이상하고 무모한 방향으로 흐른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명언 같은 말을 한다.

 

이재명은 화려하고 추상적인 언어의 성찬에만 주력하고 있는데,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대선 후보라면 철학과 열정과 진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 2장은 윤석열 후보의 리더십에 대한 내용이다. 국민의힘의 내홍과 윤 후보의 말실수 논란은 윤석열 리더십의 부재 또는 한계라고 지적했는데 국민들도 수긍하고 있는 바다. 최근에는 기차 좌석에 발을 올려 놓는 행동으로 아직도 검찰총장의 때가 벗겨지지 않는 모습을 보며 '애고'라는 생각을 했다. 거기에 당대표 이준석은 '치킨 게임'을 하며 과도한 자기중심주의 정치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하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진단을 잘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제 3장은 문재인 대통령 혹은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오만을 다뤄주고 있어 너무 좋다고 말하겠다. 저자가 말하듯 내로남불은 문재인 정권의 상징이자 속성처럼 되어 버렸다는 비판이 왜 이렇게 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다. 문재인은 2017년 대선 때 뇌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 등 ‘5대 중대 부패 범죄와 반()시장 범죄를 저지른 기업인 등에 대한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공약했다. 그런데 202112월 박근혜의 사면에 전 총리 한명숙의 복권을 끼워 넣었고 더구나 야당에서는 이번에 이명박 사면을 뺀 것은 나중에 문재인의 최측근 김경수 사면을 끼워 넣기 위해 남겨둔 카드라는 말이 나오는데 도통 말과 행실이 너무 달라 문을 뽑은 나로서 실망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 책을 보며 알게 되었는데 문재인의 대선 공약이었던 ‘5대 인사 원칙’, 집권 이후 내세운 ‘7대 인사 원칙을 약속했지만, 문재인은 그것을 지키지 않았다. 문재인은 야당 동의 없이 임명한 장관급 인사가 30명을 넘는다. 노무현 정권 3, 이명박 정권 17, 박근혜 정권 10명 등 도합 30명을 넘어선 기록이라는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공무원의 복종 의무를 강조하는 동시에 공무원의 영혼을 강력히 통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명실상부한 청와대 정부가 되고 말았다는 대범한 외침은 저자를 달리보게 만드는 문장이라 생각된다.

 

 

이어서 나오는 제 4장에는 '너는 어느 편이냐? 물으면서 유시민, 정청래, 김원웅, 박노자, 조은산을 다뤄주고 있다.

 

 

정치에 대해 잘모르는 자로서, 관심 없는 자로서 이번 정치에는 무엇이 문제일까하며 고심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그런 고민에 대해 속시원하게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되고 있다. 역시 사람은 책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판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속고 속이는 기득권들에게 당하고 살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저자 강준만과 같은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정말 없을까? 있었는데 정치판에 들어가니 똑같이 좀비 정치가가 되어 버리는 것일까?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국민과 정치인은 이런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며 선진국으로 달려가야 할 것이다. 결코 경제만 좋아졌다고 해서 선진국이 아닐 것이다. 정치를 하는 국격도 선진국을 닮아가야 선진국일 것이다. 그런면에서 희망이라는 작은 단어를 정치 앞에 떠올려 본다. 물론 정치하는 인간들을 믿지 않지만 말이다. 정치에 대해 입문하고 싶고, 현재의 정치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이 크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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