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의 한.일 경제
이종윤.김현성 지음 / 이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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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국이 일본을 추월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었던 때가 있었다. 90년대. 일본은 버블의 붕괴로 침체로 빠져들고 있었다. 한국은 올림픽 이후 더욱 개가를 올리며 성장을 구가하고 있었다. 양국경제의 격차가 10년이니, 5년이니 하는 논의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IMF가 찾아오고, 다시 회복되는 듯한 한국경제는 성장의 힘을 잃고 말았다.


이제 긴 침체기에 빠져 있던 일본경제가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잃어버린 듯 했던 성장의 활력을 다시 구가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런 한국과 일본의 경제를 비교분석하는 책이다. 이 책의 논지는 명쾌하고 과감하다. 아무도 잘 지적하지 않던 부분에 대해 용감하게 분석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를 모방하며 발전시키를 압축하며 단기간에 고도성장을 구가해온 한국형 발전모델 자체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세계의 상황이 변했고, 중화학 공업 위주로 발전을 구가해온 한국형 모델은 더 이상 변화한 세계에서 먹히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했음에도 한국은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자본의 형태가 다르다는 것을 지적한다. 일본은 이미 금융자본주의가 상당한 수준으로 발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금융구조가 상당히 취약하다는 것이다. 규모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취약하다. 그런 금융구조에서 산업이 발달하는 것을 지원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책은 우리경제가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경제를 보는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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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핵협상과 동북아질서 - 1990년대의 교훈 나남신서 313
남찬순 지음 / 나남출판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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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문제가 돌파구를 찾아가는 듯하다. 이 책은 북한이 핵을 선택한 원인이 무엇이었을까를 논하는 책이다. 북한이 핵을 선택한 원인을 알아야,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공산권이 무너진 후 세상은 많이 변했다. 북한이 밀접한 정치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던 중국과 러시아도 변했다. 북한 또한 변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그 후의 사태전개는 그렇지가 않았다. 한반도에는 여전히 냉전이 유지되고 있었던 것이다.


평화협정을 위해서는 북미간의 회담이 필요했으나, 미국은 여전히 북한에 대해서 만은 빗장을 걸어놓고 있었다. 북한이 무너지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당시의 전망을 실제로 그랬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북한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북한으로서는 살아남기 위한 독자적인 방법을 찾아나서야 했다. 마침 북한의 식량사정이 결정적인 수준으로 다급해졌다. 북한은 코너로 몰린 것이었다. 그래서 북한이 빼든 카드가 바로 핵이었다. 북한이 강경태도를 취하자 북한에 대한 제제가 강해졌다. 더 빨리 무너지게 하기 위함이었다.


북한에 대한 제제의 수위가 높아질수록 북한의 대응수위도 더 강해졌다. 북한은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노력을 했고, 결국 아직까지 살아남아있다. 그리고 이제 6자회담이라는 통로를 통해 물꼬를 틀기시작하고 있다. 긴 과정을 통해서 결국 애당초에 있었어야 했던 자리로 되돌아 온 것이다.


이 책은 그동안 있었던 그런 과정을 알려주는 책이다. 오늘날 진행되는 북핵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제 해결의 물꼬를 트고 있는 북핵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위해서는 그 문제가 진행되어온 과정을 알 필요가 있다. 우리는 왜 지금의 상황으로 오게 되었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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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본주의와 한국.대만 - 제국주의 하의 경제변동
호리 가즈오 지음, 장지용.박섭 옮김 / 전통과현대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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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보기에 따라서 대단히 ‘불손하게’ 보일 수 있는 책이다. 일본은 한반도에서 엄청난 압제와 수탈을 강행했으며, 일본의 지배가 한국사회의 내재적인 발달을 막았고, 그 결과 오늘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전근대성과 근대성의 혼란이 탄생하는 온상이 되었다는 기존의 관념들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 책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이 불손하게 보일 수 있는 두 번째 이유가 있다. 일본사람들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내용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지은 저자가 일본 사람이니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쉽겠지만 이 책의 내용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일본이 조선반도에 행한 수탈은 인정하더라도, 일본이 조선반도의 공업화와 근대적인 삶을 이식하는데 끼친 영향은 인정해야 한다는 상당히 ‘불쾌’할 수도 있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우리의 근대에 대한 서적이 발간된 적이 있었다. 일제하에서 문화계에서 활동한사람. 기업을 꾸린 사람들 중에서, 그저 평범하게 살았던 사람들은 전부 친일파인가라는 질문을 하는 책이었다. 그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정치적 상황에 ‘순응했다는 죄’를 지고 있다. 그러나 독립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들 중 유명해진 사람은 무조건 죄인인가라는 의문을 던져볼 때 우리가 가지고 있던 일제 강점기라는 근대의 시기를 보는 관점은 사뭇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내 기억으로 그 책은 그렇게 주장했던 것 같다. 근대라는 것은 그저 근대라는 개념으로만 받아들이자. 우리의 근대는 일제 강점기라는 시기를 통과하며 존재했었고, 그 시기에 살았던 사람은 일제에 부역했다기 보다는, 일본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던 근대를 그저 받아들이고 향유했던 보통 사람들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자고 했던 것 같다.


이 책은 같은 이야기를 산업에 대해서 되풀이 하고 있는 것 같다. 한반도의 공업화가 일본이 한반도에서 수탈한 자원을 보다 가치가 높은 것으로 가공하기 위해서였든, 대륙진출을 위한 병참기지로서 이용하기 위한 것이었던, 일본 강점기에 한반도의 공업화가 상당히 진전되었던 것은 사실로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그리고 해방 이후에 한국경제의 발전은 한국인의 강렬한 반일의식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산업구조와 산업기술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었다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우리의 산업구조는 미국보다도 일본과 더 밀접하고, 수출이 늘어나면 대일무역역조가 더욱 고착화되는 과정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자는 것이기도 하다. 과거의 현실을 현실로 인식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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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속 고구려 왕국, 제 - 중국 역사책에는 있지만 우리 국사책에는 없는
지배선 지음 / 더불어책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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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제’를 연상케 하는 국가가 중국대륙에 존재했었다. 55년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중국의 산동지역에 신라보다 큰 영토를 차지하며 4대를 이어왔던 왕국의 이름이다. 고구려가 멸망한 뒤 고구려의 유민 이정기와 그의 후손들이 세웠던 나라이다. 이 나라는 한때 낙양을 공격할만큼 세를 불리기도 했었다.


중국이 천하의 중심이라는 중화주의라는 이데올로기로, 한족들이 오랜 세월 변함없이 중국대륙의 주인노릇을 해왔다는 주장에 적지 않는 타격을 줄만한 이야기인 셈이다. 55년은 수나라가 존재했던 시간과 비교할만한 시기이다. 또 그 당시 수나라가 차지했던 땅의 규모는 그다지 넓지가 않았었다. 그렇다면 제나라는 중국의 정사속에 자리를 잡을 만한 위치를 차지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그 기록을 찾기란 어렵다. 중화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사료를 취사선택해서 남긴 때문이다.


이제 잊혀진 역사들이 서서히 복권되고 있다. 중국의 대륙에는 한족만이 아니라 훨씬 다양한 종족들이 주인노릇을 하며 흥망을 되풀이 했다. 지금의 한족이라는 개념도 유전자 분석결과 동질적인 집단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 넓은 땅에 살며 흥망을 거듭했던 여러 종족들이 세월을 거치며 혼성된 인구집단이 지금의 소위 한족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정기에 대한 첫 책이 발간된 것이 불과 수년전이었다는 기억이 난다. 당시는 중국의 사료에서 이정기라는 고구려 출신의 장군의 존재를 찾았는데, 그는 산동지역에서 독자적인 세력을 일으켜서 대를 거듭하며 실질적인 지배를 했었다는 정도의 주장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뒤를 이은 연구를 통해 이제 우리는 한반도와 인접한 중국대륙에서 한민족의 나라가 거대한 땅을 차지하며 존재했다는 것을 밝힐만한 단계로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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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하기 위해 살다 - 마르케스 자서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민음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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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소설영역의 대가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가 쓴 자신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또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이기도하다. 소설은 하나의 긴 이야기이다. 또한 우리의 삶 또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마르께스는 말한다. 산다는 것은 나의 이야기를 기억한다는 것이라고. 그러나 기억은 부정확하다. 사람은 자신이 경험했던 것을 그대로 기억하지 않는다. 자신의 내면과 자신이 살았던 삶이 교감하면서 삶은 재구성되어간다. 그래서 그가 살았던 삶은 그가 기억하는 삶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내 오랜 고민이었던 호접몽의 딜렘마를 그는 그렇게 쉽게 풀어버린다. 내가 인식하는 현실이 얼마나 정확한 현실인가 하는 의문말이다. 그는 말한다. 우리는 현실을 인식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내 삶의 현실이 내가 살아가는 구체적인 현실을 부분적으로 받아들이고, 그리고 그 삶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인식하는 현실은 현실이기도 하고 현실이 아니기도 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억 그 자체이다. 그 기억이 아무리 기괴한 것이더라도. 내가 살아가는 자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그 기억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물고기가 공기 중을 헤엄쳐가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것이지만, 그의 내면에서 그런 상상이 일어난다면 얼마든지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만들 수 있고, 그런 이야기 구조가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방식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우렐리우스 대령이 수없이 황금물고기를 만들고, 녹이고, 만들고, 녹이고를 되풀이 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아침에 일어나고 밤에 자고를 되풀이하며, 실제로 삶에 변화는 없이 하루하루 녹슬어가는 세월을 그보다 더 좋은 방식으로 표현할 수가 있겠는가. 그러나 그의 글이 자아에만 침착해 현실을 기피하는 것은 아니다.


마콘도라는 그가 창조한 마을은 콜롬비아의 현실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는 이야기 모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유나이티드 프루츠라는 회사의 바나나 수탈과 콜롬비아의 내전과 폭동같은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삶을 가장 구체적인 방식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면의 이야기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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