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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하기 위해 살다 - 마르케스 자서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민음사 / 2007년 3월
평점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소설영역의 대가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가 쓴 자신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또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이기도하다. 소설은 하나의 긴 이야기이다. 또한 우리의 삶 또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마르께스는 말한다. 산다는 것은 나의 이야기를 기억한다는 것이라고. 그러나 기억은 부정확하다. 사람은 자신이 경험했던 것을 그대로 기억하지 않는다. 자신의 내면과 자신이 살았던 삶이 교감하면서 삶은 재구성되어간다. 그래서 그가 살았던 삶은 그가 기억하는 삶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내 오랜 고민이었던 호접몽의 딜렘마를 그는 그렇게 쉽게 풀어버린다. 내가 인식하는 현실이 얼마나 정확한 현실인가 하는 의문말이다. 그는 말한다. 우리는 현실을 인식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내 삶의 현실이 내가 살아가는 구체적인 현실을 부분적으로 받아들이고, 그리고 그 삶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인식하는 현실은 현실이기도 하고 현실이 아니기도 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억 그 자체이다. 그 기억이 아무리 기괴한 것이더라도. 내가 살아가는 자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그 기억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물고기가 공기 중을 헤엄쳐가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것이지만, 그의 내면에서 그런 상상이 일어난다면 얼마든지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만들 수 있고, 그런 이야기 구조가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방식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우렐리우스 대령이 수없이 황금물고기를 만들고, 녹이고, 만들고, 녹이고를 되풀이 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아침에 일어나고 밤에 자고를 되풀이하며, 실제로 삶에 변화는 없이 하루하루 녹슬어가는 세월을 그보다 더 좋은 방식으로 표현할 수가 있겠는가. 그러나 그의 글이 자아에만 침착해 현실을 기피하는 것은 아니다.
마콘도라는 그가 창조한 마을은 콜롬비아의 현실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는 이야기 모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유나이티드 프루츠라는 회사의 바나나 수탈과 콜롬비아의 내전과 폭동같은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삶을 가장 구체적인 방식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면의 이야기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