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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황제의 발견 - 천의 얼굴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
이바르 리스너 지음, 안미라.김지영 옮김 / 살림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로마의 역사를 쓰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여러모로 보아도 역사책 같아 보이지 않는 책. 그러나 로마의 역사는 황제들의 역사를 떠나서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다. 역사를 보는 새로운 관점인 민중사나 미시사에 관한 입장 혹은 체제분석을 통해 역사를 파악하려는 입장이 아무리 강해져도, 역시 공화정을 이끌어온 주요인물들이나 황제들 개개인의 역사를 파악하지 않고서 유구한 로마의 역사를 말하기는 무리인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로마의 황제를 발견’한 것이다.
반 인물적인 역사파악을 하려는 역사학의 움직임에 대해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다. 역사에 관한 문학에세이를 쓰는 사람이나 역사에 대한 개인적인 소감을 피력하는 사람이 아니라 역사학자로서는 쉽게 하기 힘든 결정이다. 그러나 그는 용감한 사람이고 이런 저적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이 책은 로마의 탄생부터 멸망까지를 통사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로마를 수많은 황제들을 다 열거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 황제들의 중요한 이야기를 선별적으로 다룬다. 이 또한 역사학자로서는 쉽게 하기 힘든 결정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보면 그가 무엇을 시도했는지를 알 수가 있다. 그는 철저히 황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황제는 역사속에 공중에 떠있는 부유물과 같은 존재는 아니다. 그가 선택한 황제들의 길고 짧은 삶 속에서 선택적으로 골라진 에피소드들은 그 당시의 로마의 역사를 훌륭하게 재구성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코 어렵고 힘들지 않은 역사책. 쉽게 술술 읽히면서도 로마의 역사를 보는 일정한 관점을 가지게 되는 역사책이 탄생한 것이다.
그는 말한다. 고대의 역사가들 또한 그랬을 것이라고. 플라타르크나 다른 로마시대의 역사가들도 자신과 같은 일을 했을 것이라고. 오늘날 오늘날의 관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그들 과거의 역사가들 역시 복권될 필요성이 있다고. 그들이 전하는 자료의 객관성과 그들이 취한 취사선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고. 그래서 그는 길고 나열적으로 되기 쉬워 산만해지는 역사에 골격을 세우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선이 굵고 쉽게 인식되는 강렬하고 묵직한 이미지의 새로운 로마의 역사가 우리 앞에 선을 보이게 된 것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