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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부위별로 팝니다
애니 체니 지음, 임유진 옮김 / 알마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넌픽션이라고? 책의 첫부위에 쓰여진 넌픽션이라는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소설보다 더 매끄럽게 쓰여진 문체로 이루어진 흥미진지한 내용때문이었다. 사실 무척 재미있는 읽을 거리였다. 우리들은 사람의 시신을 절단하는 살인마와, 죽은 시체가 일어나서 걸어다니는 좀비에 관한 책들을 얼마든지 접하는 세상을 살고 있지 않은가. 죽은 사람의 시체를 절단해서 팔아먹는다... 사실 그리 별다른 쇼킹한 내용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것이 소설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실 소름끼치는 일이기도 하고, 왠지 속이 좋지 않아지는 내용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줄곧 두가지 감정에 사로잡혀야 했다. 모르던 이야기를 무척 재미있게 풀어가는 글을 읽는 흥미로움과, 모르고 있던 엄청난 비리를 깨닳아가는 가슴 아픔에 대한 양가감정을...
요즘 매장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넘쳐나는 화장수요로 인해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화장장 설립문제도 시끄럽다. 매장을 하더라도 15년씩 몇번을 거치고 나면 결국은 화장을 해야 한다. 언젠가... 내가 죽고 나면 나도 화장을 당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그런데 나의 마지막 존엄성. 나의 마지막 정체성인 나의 시신에 내가 의도하지 않은 일이 생기게 된다면. 그리고 그런 일들이 미국에서 이미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면...
이 책이 고발하고 있는 것은 아주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분명히 현존하고 있는 '수요'와 그 수요를 맞추기 위한 '사업'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을 통해서 비로소 깨닳은 사실이지만, 사실 시체(사람의 죽은 몸)에 대한 수요는 많다. 외과의사들이 자신들의 수술능력을 높이기 위한 실습을 위해서도 죽은 사람의 몸이 필요하다. 산 사람을 대상으로 연습을 하는것보다는 죽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겠는가.
그러나 문제는 그 방법상의 정당성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시신을 기증한다. 자신의 시신이 인류를 위해 도움이 되라는 의미에서 자신의 신체를 훼손할 것을 허락하는 문서에 서명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서명을 하지 않은 시체들도 자신의 의사와 관련없이 사용될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시체들의 공급에 돈이 따라다닌다는 것이다. 물론 시체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공급 하는 사람을 부양하기 위한 정당한 돈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시체산업이 음성적인 산업이 되면서, 불법적인 시체의 매매에 따른 이익은 엄청나게 된다. 엄청난 이익을 위해서 시체의 거래는 윤리적인 부당성 뿐 아니라, 시체의 거래에 따른 정상적인 의학상의 안전 절차를 무시하게 된다. 시체산업이 음성적이 되면서 더욱 많은 이윤이 생기고, 동시에 더욱 많은 위험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이 책을 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야, 그 문제를 해결할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 해부실습용으로 가난한 나라 사람들의 시신을 수입한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다. 가난한 나라의 고아들이 아무런 이유없이 사라진다는 기사들도 본 적이 있다. 그 아이들의 장기를 불법적으로 떼내서 팔기위한 납치 때문이리고 한다. 산 사람들, 돈 있는 사람들, 권력있는 사람들을 위해 희생당하는 것이다. 무고한 사람들, 착한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 순진한 사람들이. 우리사회에 존재하는 이 검은 커넥션을 이 책은 생생하게 고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