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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던라이츠
호시노 미치오 글.사진, 김욱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대지... 광활하고 끝없이 펼쳐진 땅. 산과 강. 그리고 평원들... 얼음에 덮이고 눈으로 가득한 차가운 땅. 나무 한그루 만나기 힘든 땅이지만, 그곳을 메마른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땅. 그들에게 그 대지는 어머니이자 풍요로움으로 가득한, 삶 그자체인 곳이었다.
누구의 땅인지, 어디까지가 경계인지의 개념이 없는 사람들. 아무의 소유도 아닌 그 대지에 모두가 몸을 의탁하며 살아가고, 모두가 뿔뿔이 흩어져서 살아가지만 모두가 가치관과 서로에 대한 사랑을 공유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 순박하다고 말하기에 앞서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들.
메서운 추위로 포장된 그 광활한 땅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빈한하지만 풍요로운 사람들의 삶을 너무나 사랑하여 그곳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쓴 책이다. 이 책은 그곳에서 그가 만난 그곳을 너무나 사랑하여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곳에서 생명을 바친 사람들, 그곳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다 쫒겨난 사람들, 자신의 삶의 터전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 위에 지나가는 바람같은 세월에 관하여 적은 기록들이다.
지난 반세기. 우리가 알라스카라는 이름만으로만 막연히 알고 있던 곳에서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알레스카에서 핵실험을 하려던 계획이 있었다는 것을 우리가 들은 적이 있었던가. 알레스카 바다밑에 핵폐기물이 붙혀져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고 있는가. 알레스카 유전개발과 관련한 수많은 일들에 대해서 우리가 아는 것이 무엇이었던가.
그러나 우리의 관심이 미치지 않았던 그런 문제들은,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었다. 그곳을 사랑하여 먼곳에서 그곳으로 삶의 자리를 옮겨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무척 중요한 일이었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이 그런 일과 마주치며, 그땅의 주민들과 같이 눈물흘리고 같이 기뻐하고 같이 슬퍼했던 기록이다.
책이 참 아름답다. 글이 시같다. 알래스카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처럼 시원한 글들이다. 알래스카 눈덮인 빙하가 갈라져 나가는 것같이 쩍--- 하는 소리가 내 가슴속에서 느껴지게 하는 멋을 부리지 않은 서늘한 글들로 가득찬 소박한 책이다.
사무치는 그리움에 대해서, 삶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무엇인가 억지스럽지 않은 감동을 느끼고 싶을때, 사람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일어날때.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아니더라도 한번쯤 꼭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은 책. 그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