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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 - End of Pacific Series 2
오소희 지음 / 에이지21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그녀는 그곳에서 욕망을 버렸다. 라오스는 그렇게 사람들에게 욕망을 버리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나라인것 같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대체로 비슷하다. 그러나 사람들이 사는 곳마다 조금씩의 특성은 있다. 그리고 그것을 발견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에겐, 그 특성이 예리하게 느껴진다. 여행을 좋아해서 꼬마 아이를 데리고 1.5인 여행을 하는 그녀는 그곳에서 욕망을 버렸다. 그럴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라오스인은 벼가 자라는 소리를 듣는다.' 이 말은 참 가슴에 와닿는 구절이다. '너무 많이 일하고, 너무 많이 생각하는 것은 좋지가 않다'는 말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그들은 벼를 심고, 벼가 자라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보다는 그저 벼의 소리를 관조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래서 빈궁하고, 그래서 저개발국의 상위자리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빈곤이 때로는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깨닿게 하기도 한다. 사람이나 나라의 가치는 경제력만이 아니니까...
사람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여행을 가면 자신이 머물러 있던 곳이 더 잘 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떠나면 돌아올 것을 그리워하는 것이 여행이지만,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고, 또 여행을 떠날 것을 꿈꾼다. 많은 여행기들 가운데 그녀의 책들이 유난히 나의 마음을 이끄는 것은 나 또한 그녀와 비슷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곳에 있고, 나는 이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