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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필름이 남아 있을 때 - <스트로보> 개정판
심포 유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필름은 정지된 상태를 나타낸다. 삶이라는 것은 정지된 것이 아니다. 삶은 또 나의 의지대로만 살아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아름답고 순수하게 살고자 했으나 삶이 나를 다른 곳으로 인도하고 만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바로 우리의 영화 박하사탕이 그런 감성을 극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박하사탕을 연상하게 하는 소설이 바로 이 책 ‘아직 필름이 남아 있을 때’이다. 이 책은 다섯 장의 사진을 바탕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50대. 인생의 중년을 넘긴 나이이다. 그 시절에 한 사람의 삶이 흘러온 과정을 되짚어 본다는 것은 삶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묻는 것과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삶은... 책을 읽으면서 그런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우리는 타인과 또 삶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살아오고 살아가고 있지만, 시간을 되돌아 볼 때 우리의 불충분한 소통이 삶을 얼마나 어이없는 것으로 만들었는가를 느낄 수 있다.
한 장의 사진에서도 보는 사람에 따라서 보고자 하는 것이 보이는 만큼, 이 책에서 다른 것을 읽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에서 아직 한두 장의 필름이 남아 있을때,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갈망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