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블루>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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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블루
김랑 글.사진 / 나무수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의 곳곳에 관한 책들이 나올떄마다 내 마음은 조금씩 불안해져 간다. 우리의 여행문화가 발달하고, 그래서 우리에게 그 이름만 어렴풋이 알려진 곳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그곳에 대한 이야기들과 사진들이 담겨진 책들이 하나씩 나올때마다,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소개될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지방에 대한 내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60억 인구가 사는 지구는 그리 작지 않다. 그러나 5000만명이 사는 우리나라의 여행가들이 지구 곳곳을 누비기 시작한지 불과 20여년. 우리에게 해외여행자유화의 시기는 30년을 넘지 않는다. 그 짧은 시간동안에 이제 우리는 지구의 거의 모든 곳들에 대한 정보를 서점에서 구할수 있게 되었다.
백야가 작열하는 북구의 오지, 유럽의 끝 스페인과 포르투갈, 아득한 동물들의 땅으로만 알고 있던 아프리카, 남 태평양의 크고 작은 섬나라들, 추운 동토의 알라스카, 남극과 맞다아 있는 칠레의 남단,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 이제 머리속에 지구본을 떠올리고 생각을 해보아도 아직도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곳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좋은 책이 나올떄마다 내가 불안해지는 이유이다. 더 이상 좋은 책이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
그럼에도 나는 오늘 또 한권의 책을 읽었고 그 책이 전하는 소식에 무척 만족을 한다. 이름은 익히 들었었다. 전쟁의 와중에 몇년간 신문을 장식했던 나라가 아닌다. 그러나 나는 사실 그 나라가 지정학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묘한 위치 어디쯤에 있다는 것만 알뿐, 그 나라 자체에 대한 지식을 가진 것은 없었다. 알려주는 매체도 없었고 그 나라에 대한 그리움을 가질 이유도 없었다. 그냥 '분쟁의 땅'이라는 낙인이 찍힌 곳이었기 때문이다.
'크로아티아 블루'라는 책의 이름과 하얀 돌벽위에 비치는 에머랄드빛 바닷물, 그리고 운치 있는 등불 하나가 담긴 이 책은 그 표지부터가 분쟁의 땅으로만 막연히 생각되어온 크로아티아의 이미지를 확 바꾸어버리기에 충분한 힘을 가진 책이었다. 책을 열어보면 저자의 여행에 관한 이야기들이 조근 조근 흘러나오면서 무엇보다 매력적인 크로아티아의 풍광에 푹 젖어버리게 된다.
3000년의 역사. 유럽 여러나라의 전통의 혼합. 그러면서도 우리의 정서에 크게 벗어나지 않되, 충분히 이국적인 매력을 풍기는 나라. 도대체 저자는 이런 나라를 어떻게 발굴해내고 찾아갔는지, 그리고 어떻게 우리에게 이렇게 매력적인 모습으로 그 나라의 이야기와 풍경들을 묶어서 보여주는지 모르겠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서유럽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지닌 또 하나의 유럽의 모습.
우주 옆에 또 다른 하나의 평행우주가 있다는 SF영화를 보는 것처럼, 유럽 바로 옆에 비슷하지만 색다른 매력을 가진 또 하나의 유럽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기시감과 이국적인 매력이 묘하게 합쳐지는 이 느낌은 사람의 마음을 거부감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힘을 만드는 것 같다.
아드리아 해를 끼고 길게 뻗은 나라의 모습에는 온톤 아름다운 바다가 가득하다. 그 바다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그들의 거리의 모습에서 풍겨나는 정감어린 모습들이 크게 강조하지 않은 사진속에 잘 배어낸다. 사진과 함께 책의 글을 읽으면서 내가 마치 그 나라를 여행하는 것 같은 느낌을 느낄수 있다.
또 하나의 나라. 또 하나의 책으로의 여행. 이젠 또 한동안은 그 에머랄드빛 영롱한 꿈결같은 풍경에 잠겨 세월을 이겨낼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좋은 책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과여 언제까지 여행책들이 나에게 이런 깊은 만족감을 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