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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라, 눈물이 네 몸을 녹일 것이니 - 인도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
이화경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참 아름답다. 참 잘 보았다. 참 열심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느낀 감정들은 이러 말들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이 책은 참 아름다운 책이다. 표지를 장식하는 신비한 푸르른 바탕위로 뛰어가는 꽃을 든 소녀의 뒷 모습을 보라. 이 책은 그 소녀만큼이나 순수한 마음으로 인도라는 비밀스러운 곳을 향하여 기쁘게 달려가는 저자의 마음이 잘 담긴 책이다. 사진들도 글도 저자의 마음도 책의 내용도 참 아름답다.
이 책은 소설가인 저자의 감성이 물씬 풍겨나는 책이다. 소설가가 쓴 책이라서 그런지 책의 첫 페이지부터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예사롭지가 않다. 사진만 보면서 휘리릭 채장을 넘기게 되지 않는다. 저자의 글이 주는 감칠맛 나는 맛에 붙잡혀 한페이지 한페이지를 찬찬히 읽게 되는 책이다. 여행에 관한 책이긴 하지만 쉽게 읽어넘길만한 가벼운 책은 아니다. 찬찬히 읽으면서 저자의 영혼이 인도와 만나는 것을 알게되면서 느끼는 매우 감동적인 책이다.
저자는 나는 인도에서 이런 것을 보았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저자는 인도를 대상화하지 않는다. 자신을 완전히 열어놓고 자신이 어떻게 인도로 달려갔는지, 인도가 어떻게 저자에게 달려왔는지, 인도와 저자는 어떤 사랑을 함께 나누었는지, 그 아름답고 가슴 아프고 흥미로운 사연들을 철저히 일인칭의 시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저자의 시각으로 인도를 만나면서 마치 나 자신이 인도를 여행하는 것 같은 깊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인도는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인도는 우리에게 그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곳이다. 인도는 거대하고 복잡하고 다양하다. 그래서 인도에 다녀오는 사람마다 서로 다른 인도를 보여준다. 인도는 인도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그러나 인도는 자신의 품안에 큰 비밀과 엄청난 매력을 감추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인도를 찾아가고 인도에 관한 책들이 또 출간되고 있다.
인도가 그립긴 하지만 그 어렵고 먼 나라를 찾아갈 용기가 선듯나지 않는 나 같은 사람은 그저 책을 꼼꼼히 읽으면서 인도를 만나고 또 만날 뿐이다. 이 사람의 시선에서 한번, 또 저 사람의 시선에서 한번. 그렇게 내 속에 서로 다른 인도의 모습들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나는 어느새 내 나름대로의 인도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인도. 내가 바라는 인도. 내가 그리워하는 나의 인도...
저자는 무척 감성이 풍부하다. 저자가 인도를 향해 출발한 이유를 밝히는 장면에서 그 감성은 책을 읽는이의 마음을 잡고 흔들어 놓는다. 많은 사람들이 저자와 같은 이유에서 인도를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꺼이 저자의 시선을 따라서 이 책속에 담긴 인도를 여행해본다. 아름답다. 책 표지의 아름다움 처럼 이 책의 내용도 아름답다. 푸근하고 절박하고 신비롭고, 그래서 단지 인도에 대한 또 하나의 지식을 얻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신선한 느낌으로 살아가야할 이유를, 의욕을 품게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