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생존경제학 - 경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
미네르바 박대성 지음 / 미르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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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난 미네르바를 모른다. 유명한 인터넷 논객이라는 것만 알뿐, 아고라란 곳에 들어가 본적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책이 내가 미네르바의 글을 접하는 첫번째 경험인 것이다. 그러나 리먼 브러드스의 파산을 예견했다는 그의 그 대단한 식견은 우리나라의 경제를 바라보는 이 책을 통해서도 충분히 느낄수 있다.

 

이 책은 서민경제학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우리나라의 경제현상을 들여다 보는 책이다. 최근의 미국발 경제위기를 계기로 현재의 한국경제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살피는 많은 책들이 출간되었고, 나도 그중에 몇권들을 읽어보기도 했다. 이 책은 미네르바의 유명세를 떠나서도 책이 가지는 일반 서민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우리경제의 현실과 전망이라는 독창적인 시각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책이다.

 

나는 여지껏 그런 입장을 가진 책을 만나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계급적인 시각이 아니라 서민이나 일반인이라는 극히 지당하면서도 아무도 접근하지 않은 문제에 대한 그의 신선한 접근은 그가 철저히 비주류이기 때문이기에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사회의 비주류를 자처하는 좌파성향의 경제서들은 사실 비주류의 주류를 대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철저히 진정한 의미에서의 비주류, 즉 보통사람들의 입장에서 한국경제를 조망하고 있기에 더욱 뜻깊은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을 평하기에 뜻깊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책은 당장 우리들이 하루하루 겪고 있는 현실이 왜 그러한가를 속 시원하게 설명해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을 위한 경제학이나, 이념을 위한 경제학 책이 아니라, 오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경제현실을 있는 그대로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미네르바는 이 책을 통해서 오늘날의 국정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비 서민, 비 보통사람적인 정책을 펴고 있는 가를 깨닿게 해준다. 그러나 이 책은 결코 오늘의 국정운영자를 비판하기 위한 책이 아니다. 정파적 목적을 가지고 쓰여진 책이 아니라, 이 책은 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주류언론에서 발표하는 내용과는 다르게 느껴질수 밖에 없는가를 명쾌하게 설명하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감탄과 함께 느껴지는 시원한 카타르시스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책을 읽는 사람에게 정신을 버쩍 들게 하는 충격 또한 가지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언론이 말하는 것처럼 몇년 더 참고 기다리면 좋은 세월이 다시 오는 것이 아닐것이라는 것을 깨닿게 해주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들 앞에 펼쳐질 경제 현실이 이땅에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에게 얼마나 견디기 힘들과 아픈 세월이 될 것이며, 마냥 그 아픈세월의 끝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무망한 것인지를 너무나 명쾌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보통사람이 잘사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왜 우리나라 경제운용의 틀이 완벽하게 바뀌지 않으면 안돼는가에 대한 구조적인 설명을 매우 쉬운 필치로 설명해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매우 감동적이면서도 매우 무시무시한 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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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 이웃나라 - 新일본 체험기
정원 글 사진 / 버무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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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타쿠. 우리들도 심심치 않게 듣는 단어이다. 오타쿠에 대한 특집방송들도 몇번인가 본적이 있다. 가깝고도 먼나라이지만 실제적으로 점점 더 가까와지는 나라. 그 일본에 대한 우리들의 관심도 점점 깊어지고 있다. 그 나라를 이해하고 소개하는 책의 깊이도 더욱 깊어진다. 이 책은 오타쿠라는 코드를 통해 일본을 이해하고, 그런 일본에 대한 이해를 통해 오타쿠란 존재를 바르게 이해하고자 하는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무척 잘 기획되고 꼼꼼히 논리적 전개를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 무척 스피지하게 읽힌다. 쉽기도 하지만 이해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잘 정제된 문장과 군데군데 적당하게 삽입된 사진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에 쏙 빠져들게 만드는 것은 저자가 펼쳐내는 일본 사회에 대한 분석이 무척 흥미로워서 딴 생각을 할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일본사회는 섬나라라는 특성을 무척이나 잘 내면화 한 나라이다. 섬이라는 폐쇄성과 산을 제외한 얼마되지 않는 땅에서 많은 인구가 살을 부비면서 살아가는 나라다. 그런 나라에서 사는 일본인들은 가급적이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습관을 체득한 모양이다. 그냥 일본여행에서는 느끼기 힘들지만 일본에서 생활하는 저자에게는 그런 모습들이 명백하게 보이는 것 같다.

 

저자는 오타쿠에 대한 접근도 그런 방식으로 해 나간다. 일본 사회의 경직성과 폐쇄성, 일본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답답함. 그네들 스스로도 그런 느낌이 들수 있을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 일부 감수성이 예민하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찾은 일종의 탈출구가 바로 오타쿠라는 것이 아닐까하는것이 지은이의 생각인듯하다. 무척 독창적이면서도 매우 설득력이 있는 추론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갈수록 일본사회에 만연하는 오타쿠라는 존재가 우리가 생각하듯이 사회부적응의 잠재적 범죄자이기만 한것은 아니다. 그들은 남들과 다른 존재일뿐 그들 자체가 사회병리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이라는 사회조건과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현대 일본의 문화풍토가 시대를 따라 적응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시대의 산물이 오타쿠라고 생각하는 것이 나을것 같다.

 

오타쿠는 그들 나름의 문화를 창조한다. 아직 주류문화로 인정받지는 못하지만 그들의 생활양태, 그들이 자신들끼리 소통하는 방식, 오타쿠를 겨냥한 산업... 이런 것들이 분명히 하나의 문화적 패턴을 이루고 있고 그것을 서브컬쳐라고 칭하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오타쿠의 대부분이 일본사회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입장으로 여겨지는 것은 사실인것 같다.

 

그러나 저자는 오타쿠에서 일본의 미래를 보기도 한다. 일본문화는 예전부터 엔터테인먼트적인 성격이 강했다.  요즘도 일본은 게임이나 게임기, 만화나 영화등의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오타쿠 문화는 바로 이런 내성적이고 섬세한 분야에 강한 문화이기도 하다. 실제로 많은 오타쿠들은 그런 분야들 중 하나에 있어 독보적인 수준에 올라있기도 하다.

 

바로 이점이 저자가 오타쿠에게서 긍정적인 면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모든 오타쿠가 긍정적인 오타쿠인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실리콘 벨리에서 수많은 기업들이 실패를 하는 중에 강한 기업이 성장하듯이, 수많은 오타쿠들중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이는 긍정적인 오타쿠가 나오고 그들을 돕는 기업가가 나타날때 일본의 문화는 한층 더 높은 수준의 비약을 할 수 있으리란 것이 저자의 견해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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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눕는다 - 김사과 장편소설
김사과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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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렇다. 삶은 잔인하다. 삶은 사람에게서 모든 좋은 것들을 뺴앗아간다. 아름다운 추억도 희망도 푸르던 청춘도 아무런 댓가없이 타오르던 사랑도.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빼앗는 댓가로 우리들에게 하루의 안식과 하루의 음식을 안겨준다. 그리고 마지막에 늙은이의 모습으로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는 텅빈 눈을 선물할 것이다. 그가 성공을 했건 실패를 했건, 돈을 벌었건 빈한한 삶을 살았건.

 

삶은 우리에게 자유를 준다. 선택할 사람은 전적으로 우리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세상은 불공평하다. 한결같이 자유를 스스로 포기하는 쪽으로 유도하기 떄문이다. 더 좋은 대학을 위해, 더 나은 직장을 위해, 더 진급을 하기 위해, 더 오래 직장에서 버티기 위해, 자식들의 뒷바라지를 더 하기 위해... 삶은 우리들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유예하고 포기하게 만든다.

 

진정한 자유. 완전한 자유. 완벽한 자유. 그런 것을 추구하는 사람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삶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거의 모든 것을. 안락한 잠자리, 굶주리지 않을 자유, 최소한의 문화를 누릴 권리... 자유의 댓가는 너무도 크기에 우리는 그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 마침내 우리에게 남아있는 단 하나의 소중한 권리. 생명마저도 자유의 댓가로 희생해야 하기도 한다.

 

이 책이 바로 그 자유의 댓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풀처럼 싱싱하고 시그러웠던 청춘이 사회의 제약을 벗어나 자유를 추구한 결과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책은 발칙하다. 우리가 감히 상상하지 못한 금기를 깨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기를 깨는 그 모든 것들은 아름답지 않던가. 우리가 안전한 범위에서 아주 가끔 즐기는 일탈이 아름다운 것처럼, 삶을 포기하는 댓가로 얻는 희열은 무척이나 멋지다. 사람에 따라서는 죽음과 맞바꿀 만큼이나...

 

물론 미학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그러나 미적이 감성과 실제의 삶이 분리가 된다면 그 삶은 스스로로부터 소외된 삶이 아닐까. 자신의 삶이 충분히 아름다우면 우리는 미학을 추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1960년대를 풍미하던 히피들의 삶이 혹 그런 삶에 가까웠을까. 그들 역시 사회가 제시하는 삶을 떠나서 그들만의 자유를 추구했었다. 그러나 그 정도는 달랐다. 완벽한 자유를 추구한 사람들에게는 모진 고통이 따랐을 것이다. 적당히 참여하다 적절하게 빠져나온 사람들은 지금 세상의 피라미드의 끝부분에서 세상을 내려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완벽한 자유는 큰 희생을 요구한다.

 

이 책은 이 지긋지긋한 세상에 자신이 적응하도록 자신에 대한 쇄뇌를 더 이상 중단한 반역자들의 삶을 다룬다. 그 반역의 참을수 없는 아름다움과 그 반역이 치루어야 하는 엄청난 댓가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책을 덥고 한숨을 쉬면서 나는 생각한다. 그 끔찍한 아픔에도 불구하고 그 반역의 순간만은 정말 아름다웠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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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함께 늙어갈 것이다
카미유 드 페레티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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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한 구석에,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지만 그리 잘 보이지 않는 곳에 그들이 기거하는 그들의 공간이 있다. 아름답고 고운 이름을 붙인 그곳에는 저마다 이름과 사연과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생활을 하고 있다. 그들은 저마다 각자의 방과 각자의 욕실, 그리고 각 사람들이 가지고 온 자신의 물건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다. 그런 그들은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머무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휴계실, 혹은 식당. 혹은 예배실, 혹은 안뜰이라고 불리는 그리 크지 않는 공간에서 그들은 만나고 헤어지고 다투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각자의 외로움을 달랜다.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은 노인들을 위한 쉼터 혹은 요양원이다. 치매에 걸린 사람, 정신병에 걸린 사람. 혼자서 생활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모여서 그들만의 세상과 그들만의 삶을 꾸려가는 곳이다.

 

전직 변호사, 전직 담배가게 주인.... 이들 모두에게는 이곳에 들어오기 전의 삶이 있다. 누구나 태어날때부터 늙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언젠가는 푸른 청춘을 누렸던 사람들이 저마다의 과거를 뒤로 멀리 떠나 보낸 후에 모여든 곳이 바로 그들의 새로운 거처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곳에서도 과거와 연을 끊지 못한다. 과거로 부터, 과거에 사랑했던 사람으로부터, 과거의 상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치매나 그 어떤 것으로 거의 정신줄을 놓은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에게도 그들만의 아픔이 있다. 가끔씩 벌떡 벌떡 그들에게 다가와 시퍼런 칼날을 겨누는 상처가 나이가 지긋이 든 그들에게도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어떤이는 끊임없이 누군가가 찾아아서 자신을 찾아주기를 원하고, 어떤  이는 온전하지 못한 정신 상탱서도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 그 누군가를 여전히 그리워하고 있다.

 

그들 모두는 외롭다. 그들만 외로운 것이 아니다. 그들을 보살피는 간호사도, 그 시설의 원장도, 그시설에서 일하는 청소부도...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아픔과 저마다의 상처를 지니고 있다. 그 지극한 진리를 작가는 이 요양원이라는 제한된 공간안에서 무척 독특한 방법으로 독자들에게 각인시킨다. 슬프면서도 우아하고 재미난 에피소드를 통해서도 고독을 느끼게 한다.

 

모든 사람이 과거를 그리며 아파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일평생 한번도 바다에 나가본 적이 없는 노인은 자신이 선장이 되어 먼바다를 멋지게 항해하는 꿈을 꾼다. 그 꿈과 자신을 일치시켜 스스로를 선장이라고 부르며, 그 요양소를 배삼아서 그의 노년의 마지막 날들을 살아간다. 그리고 수차례의 실패를 거쳐 그는 마침내 그 요양소를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그 탈출이 얼마나 오래갈지.... 그가 진정으로 먼 바다로 나가는 배를 탈수  있을지....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꿈을 놓지 않는다. 때로는 우아한 꿈을, 떄로는 어린시절의 아픈 상처를 극복할 꿈을... 그런 인간 군상의 아픔과 희망과 상처의 극복을 노인들의 요양소라는 공간을 통하여 절묘하게 잘 표현한 작품이 바로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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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 IRIS 2 - 첨단 첩보 스릴러
채우도 지음 / 퍼플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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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을 읽으면서 사실 드라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오랜만에 제대로된 한국 드라마를 보며 무척 반가왔고, 그 드라마의 원전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다. 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내가 무척 반갑게 기다리면서 보는 오랜만의 드라마를 만든 원전을 읽어보는 또 다른 느낌을 간절하게 기대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드라마와는 또 다른 묘한 기분을 느낄수 있었다. 드라마와 같은 스토리 심지어 같은 대사를 다루는 부분을 읽으면서도 그런 느낌은 강하게 묻어났었다. 드라마와 원전이 얼마나 같을 수 있는지, 또 얼마나 다를수 있는지. 드라마가 주는 감동과 글로 된 텍스트가 주는 감동은 또 얼마나 비슷하고 또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그리고 무척 큰 만족감을 맛보았다.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동유럽과 일본 중국 미국 심지어 북한내부를 무대로 펼쳐지는 장대한 이야기가 어떻게 한사람의 운명과 철저하게 엮여져 들어갈수 있는지를 이렇게 잘 설명할 수가 있을까. 드라마를 보면서 늘 궁금하였던 두 절친한 친구가 서로 적으로 갈라서게 되는 이유를 이 책을 통해서처럼 잘 이해 할 수 있을까.

 

민족과 강대국의 힘. 남과 북. 남자와 여자. 사랑과 증오. 흔한 레퍼토리지만 사실 우리들의 삶에 경제라는 것, 하루의 밥벌이라는 것을 제외한다면 이것 말고 또 다른 중요한 것이 있을까. 이 책은 장르소설과 본격문학을 무척 성공적으로 조화시킨 작품으로 매김을 받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끔 한국의 장르문학을 읽어본 적이 있지만 이 책만큼 완결성을 가진 책을 보진 못했다.

 

이 책엔 지나친 저질스러움도, 너무 거대한 스케일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 책이 다루는 서사의 규모가 결코 작다는 것이 아니다. 현대 세계에서 한국와 중국의 전면전을 벌이는 스케일은 크지만 허황한 소설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은 상당히 피부에 와닿는 내용이다. 결코 사실은 아니겠지만, 전혀 이루어질수 없는 것도 아닐수 있는 내용. 딱 아슬아슬하게 읽히는 소설의 틀로써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규모를 적절하게 잘 찾아냈다는 느낌이 든다.

 

예상과는 다르게 이 책의 중심에는 음모와 민족과 거대한 힘의 격돌이 자리하고 있지 않았다. 이 책은 드라마적인 스토리라인을 따라서 무척 다이내믹하게 진행되는 스피디한 진행을 벌이지만, 책에 등장하는 대사 한마디 한마디를 결코 허술히 할수가 없다. 그 한마디의 대사를 놓치면 이 책이 가진 깊이를 놓칠수 있는 책이다. 첩보액션스릴러를 표방하지만 이 책은 그 이상을 추구하는 책이다.

 

흔하고 흔한 것이 사랑이야기다. 그러나 당신이 겪어본 사랑은 그렇게 흔하고 흔한 것이었는가? 그렇다. 이 책은 그 사랑이야기를 빠르게 전개되는 거대한 음모의 한가운데서 너무 진하지 않게 썩어 넣었다. 거대한 역사의 변동의 한가운데서 벌어지는 운명적인 사랑. 그것처럼 우리들의 가슴을 애자하게 하는 것들이 있었던가.

 

닥터 지바고가 그랬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그랬고, 해바라기가 그렇지 않았었던가. 이 책은 저자의 첫장편소설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권에 걸친 책의 완성도가 무척 높다. 감히 위에 열거한 내 인생의 영화들의 거대한 감동들과 비교할만하다고 하면 내가 너무 지나친 것일까... 아마 아닐 것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드라마  아이리스가 방영될 시간을 기다리는 내 심정을 생각하면 결코 그 영화들보다 못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으로 난 아직 방영되지 않은 드라마의 나머지 내용을, 그리고 미처 드라마가 다 담아내지 못하는 그들의 숨가쁜 삶의 세밀한 부분들을 남김없이 읽을수 있었다.

 

많은 책들이 훌륭한 출발과는 달리 후반부의 감동이 약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이미 초반에 후반부의 내용이 예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뒤로 갈수록 그 밀도와 감동이 더욱 높아지는 퍽 드문 책이었다. 이 작가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것이 그 때문이다. 앞으로 또 어떤 작품이 나에게 나타날 것인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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