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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함께 늙어갈 것이다
카미유 드 페레티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1월
평점 :
세상의 한 구석에,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지만 그리 잘 보이지 않는 곳에 그들이 기거하는 그들의 공간이 있다. 아름답고 고운 이름을 붙인 그곳에는 저마다 이름과 사연과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생활을 하고 있다. 그들은 저마다 각자의 방과 각자의 욕실, 그리고 각 사람들이 가지고 온 자신의 물건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다. 그런 그들은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머무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휴계실, 혹은 식당. 혹은 예배실, 혹은 안뜰이라고 불리는 그리 크지 않는 공간에서 그들은 만나고 헤어지고 다투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각자의 외로움을 달랜다.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은 노인들을 위한 쉼터 혹은 요양원이다. 치매에 걸린 사람, 정신병에 걸린 사람. 혼자서 생활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모여서 그들만의 세상과 그들만의 삶을 꾸려가는 곳이다.
전직 변호사, 전직 담배가게 주인.... 이들 모두에게는 이곳에 들어오기 전의 삶이 있다. 누구나 태어날때부터 늙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언젠가는 푸른 청춘을 누렸던 사람들이 저마다의 과거를 뒤로 멀리 떠나 보낸 후에 모여든 곳이 바로 그들의 새로운 거처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곳에서도 과거와 연을 끊지 못한다. 과거로 부터, 과거에 사랑했던 사람으로부터, 과거의 상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치매나 그 어떤 것으로 거의 정신줄을 놓은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에게도 그들만의 아픔이 있다. 가끔씩 벌떡 벌떡 그들에게 다가와 시퍼런 칼날을 겨누는 상처가 나이가 지긋이 든 그들에게도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어떤이는 끊임없이 누군가가 찾아아서 자신을 찾아주기를 원하고, 어떤 이는 온전하지 못한 정신 상탱서도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 그 누군가를 여전히 그리워하고 있다.
그들 모두는 외롭다. 그들만 외로운 것이 아니다. 그들을 보살피는 간호사도, 그 시설의 원장도, 그시설에서 일하는 청소부도...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아픔과 저마다의 상처를 지니고 있다. 그 지극한 진리를 작가는 이 요양원이라는 제한된 공간안에서 무척 독특한 방법으로 독자들에게 각인시킨다. 슬프면서도 우아하고 재미난 에피소드를 통해서도 고독을 느끼게 한다.
모든 사람이 과거를 그리며 아파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일평생 한번도 바다에 나가본 적이 없는 노인은 자신이 선장이 되어 먼바다를 멋지게 항해하는 꿈을 꾼다. 그 꿈과 자신을 일치시켜 스스로를 선장이라고 부르며, 그 요양소를 배삼아서 그의 노년의 마지막 날들을 살아간다. 그리고 수차례의 실패를 거쳐 그는 마침내 그 요양소를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그 탈출이 얼마나 오래갈지.... 그가 진정으로 먼 바다로 나가는 배를 탈수 있을지....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꿈을 놓지 않는다. 때로는 우아한 꿈을, 떄로는 어린시절의 아픈 상처를 극복할 꿈을... 그런 인간 군상의 아픔과 희망과 상처의 극복을 노인들의 요양소라는 공간을 통하여 절묘하게 잘 표현한 작품이 바로 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