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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 이웃나라 - 新일본 체험기
정원 글 사진 / 버무리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오타쿠. 우리들도 심심치 않게 듣는 단어이다. 오타쿠에 대한 특집방송들도 몇번인가 본적이 있다. 가깝고도 먼나라이지만 실제적으로 점점 더 가까와지는 나라. 그 일본에 대한 우리들의 관심도 점점 깊어지고 있다. 그 나라를 이해하고 소개하는 책의 깊이도 더욱 깊어진다. 이 책은 오타쿠라는 코드를 통해 일본을 이해하고, 그런 일본에 대한 이해를 통해 오타쿠란 존재를 바르게 이해하고자 하는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무척 잘 기획되고 꼼꼼히 논리적 전개를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 무척 스피지하게 읽힌다. 쉽기도 하지만 이해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잘 정제된 문장과 군데군데 적당하게 삽입된 사진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에 쏙 빠져들게 만드는 것은 저자가 펼쳐내는 일본 사회에 대한 분석이 무척 흥미로워서 딴 생각을 할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일본사회는 섬나라라는 특성을 무척이나 잘 내면화 한 나라이다. 섬이라는 폐쇄성과 산을 제외한 얼마되지 않는 땅에서 많은 인구가 살을 부비면서 살아가는 나라다. 그런 나라에서 사는 일본인들은 가급적이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습관을 체득한 모양이다. 그냥 일본여행에서는 느끼기 힘들지만 일본에서 생활하는 저자에게는 그런 모습들이 명백하게 보이는 것 같다.
저자는 오타쿠에 대한 접근도 그런 방식으로 해 나간다. 일본 사회의 경직성과 폐쇄성, 일본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답답함. 그네들 스스로도 그런 느낌이 들수 있을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 일부 감수성이 예민하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찾은 일종의 탈출구가 바로 오타쿠라는 것이 아닐까하는것이 지은이의 생각인듯하다. 무척 독창적이면서도 매우 설득력이 있는 추론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갈수록 일본사회에 만연하는 오타쿠라는 존재가 우리가 생각하듯이 사회부적응의 잠재적 범죄자이기만 한것은 아니다. 그들은 남들과 다른 존재일뿐 그들 자체가 사회병리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이라는 사회조건과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현대 일본의 문화풍토가 시대를 따라 적응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시대의 산물이 오타쿠라고 생각하는 것이 나을것 같다.
오타쿠는 그들 나름의 문화를 창조한다. 아직 주류문화로 인정받지는 못하지만 그들의 생활양태, 그들이 자신들끼리 소통하는 방식, 오타쿠를 겨냥한 산업... 이런 것들이 분명히 하나의 문화적 패턴을 이루고 있고 그것을 서브컬쳐라고 칭하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오타쿠의 대부분이 일본사회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입장으로 여겨지는 것은 사실인것 같다.
그러나 저자는 오타쿠에서 일본의 미래를 보기도 한다. 일본문화는 예전부터 엔터테인먼트적인 성격이 강했다. 요즘도 일본은 게임이나 게임기, 만화나 영화등의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오타쿠 문화는 바로 이런 내성적이고 섬세한 분야에 강한 문화이기도 하다. 실제로 많은 오타쿠들은 그런 분야들 중 하나에 있어 독보적인 수준에 올라있기도 하다.
바로 이점이 저자가 오타쿠에게서 긍정적인 면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모든 오타쿠가 긍정적인 오타쿠인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실리콘 벨리에서 수많은 기업들이 실패를 하는 중에 강한 기업이 성장하듯이, 수많은 오타쿠들중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이는 긍정적인 오타쿠가 나오고 그들을 돕는 기업가가 나타날때 일본의 문화는 한층 더 높은 수준의 비약을 할 수 있으리란 것이 저자의 견해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