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계를 찾아서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 - 정운영의 마지막 칼럼집
정운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9월

다른 세계를 찾아서

오늘날의 세계는 신자유주의가 내지르는 현기증 나는 질주에 어쩔줄을 모르고 있다. 인간으 진보에 대한 믿음은 희미해지고 한때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신자유주의에 투항하고 있다. 누구도 거스를수 없는 도도하게 흐르는 대세인 것 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의 물결이란게...

반면에 신자유주의에 대해 강한 반대를 외치는 그룹이 있다. "더 나은 세계는 가능하다." 혹은 "신자유주의는 저지가 가능하다."라는 구호를 크게 걸치고는 결사반대 투쟁을 벌이는 대안없는 반대론자들의 모습이다. 반대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다는 그들의 노력이 왠지 낡고 헛되게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중도를 위한 중도를 주장하는 사람이 아니다.  의미있는 대안을 원할 뿐이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이라는 이 시대가 가지는 엄청난 변화의 패러다임은 올바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정말 어렵게 한다.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하듯이, 희미한 속에서라도 암중모색은 계속 되어야 한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명심하라는 이 책에는 그런 모색을 한 흔적들이 역력하게 들어있다. 그 역시 아직 뾰족한 대안을 찾지는 못한 듯하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은 양비론 비슷한 모습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글과 글이 이어지지 못하고, 각편의 글이 논리적인 연결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급하다고 해서 급조된 반대논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좋은 일이 아니지 않겠는가. 이 책의 곳곳에는 그러한 현실인식에 대한 저자의 안타까움이 잘 스며있다. 나는 그것이 좋다. 그는 때로는 신자유주의의 비인간성에 한숨을 쉬고, 때로는 인간의 얼굴을 잃어버리는 진보주의자의 폭력성에 고개를 젖는다.

나는 그의 이런 글들에서 번민하는 지식인의 괴뇌를 읽을수가 있다. 그리고 그가 이 세상을 걸으며 곱씹었던 번민의 편린들을 함께 나누며 동류의식을 느끼는 것으로 위안을 받을수가 있다. 이 세상에는 그와 마찬가지로 따뜻한 심장을 가지되, 명확한 해결책을 가지지 못하기에 가슴 아파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좋은 위안이 될 것 같다.

도전적 페미니즘

페미니즘의 도전 - 한국 사회 일상의 성정치학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05년 11월

도전적 페미니즘

이 책은 나에게는 무척 어렵게 느껴졌다. 책을 구성하는 글이 어렵지는 않았다. 글의 내용을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었다는 뜻이다. 페미니즘에 대해서 나는 동의한다. 그러나 이 책은 방금 내가 적은 것과 같은 동의를 거부한다. 그것이 내가 이 책을 어려워하는 이유이다.

이 책을 적은 저자 자신도 페미니즘이 힘들다고 말하고 있다. 자신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페미니즘운동을 하고 있느냐는 시선을 받는다는 것이다. 페미니즘을 여권신장운동 정도로 생각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도전일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책에 담긴 말들은 구구절절히 옳다. 내 서투른 안목으로는 단 한구절도 반박할만한 곳이 없어보였다. 페미니즘의 문제가 얼마나 광범위하고 얼마나 뿌리가 깊으며,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이 얼마나 지난한 것인가를 처절하도록 잘 이해하도록 해준 좋은 책이다.

그러나 나 자신이 페미니즘에 대해서 안다고, 혹은 페미니즘 근처에 얼씬을 할 생각 조차도 못하도록  만든 아주 정직하고 솔직하고 두렵기도 한 책이다. 페미니즘의 도전이란 그런 것이었던 것이다.

외국여행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책

노플랜 사차원 유럽 여행 - 읽고만 있어도 좋은
정숙영 지음 / 부키 / 2006년 5월

외국여행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책

나는 왠지 바람이 든 듯하다. 자신이 있는 자리에 충실해야 할 터인데, 이유없는 이유로 자꾸만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딱히 어딘가 떠나고 싶은 곳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이곳이 아닌 어떤 곳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바람처럼 가볍게, 바람처럼 정처없이 그렇게 움직이고 싶은 것은 내가 그런 방랑의 핏줄을 타고 난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살아가는 이 팍팍한 현실이 너무나 답답하기 때문인지 알수가 없다.

떠나고 싶다. 떠나고 싶다. 떠나고 싶다... 나는 그렇게 †œ두리를 하는것인지, 아니면 스스로에게 주문을 거는 것인지 입에 발린 말을 계속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자연히 서점을 가더라도 여행에 관한 책들 앞에서 한없이 시간을 보내게 된다. 내 서가에는 여행에 관한 수많은 책들이 꼽혀 있다. 처음에는 여행의 정보에 관한 책들을 주로 구입을 했었다. 요즘 사는 책들은 여행에서의 구체적인 경험들에 관한 책들을 사기 시작한다.

방랑에 대한 나의 그리움이 조금씩 구체화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여행의 대상을 그리워 하던 나의 독서가, 차츰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관점을 바꾸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던 차에 접하게 된 이 책은 바로 내가 원하던 그런 책이었다. 처음에는 독특한 문체로 진행되는 뜬금없는 여행에 관한 이야기에 당황을 했었지만, 내용을 읽어갈수록 내가 원하던 바람처럼 자유로운 그런 여행을 하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노플랜을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마치 바라기라도 한 것처럼 계획없는 여행을 하게 된 결과는 저자의 자유로운 삶의 방식을 생각해보면 백번 잘된 것같다. 그렇기에 이와 같은 책으로 우리와 만날수 있게되지 않았는가 생각을 해본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을 서술하는 글의 자유로움과 이 책에 실린 내용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면서 나도 언젠가 그러한 여행을 즐길수 있을 것이라는 대리만족을 느끼며 아름다운 시간들을 보내었던 독서경험이었다.

그래 뜨거운 관심을 가지자

뜨거운 관심 - 소중한 사람을 놓치지 않는 1%의 힘
하우석 지음 / 다산북스 / 2006년 8월

그래 뜨거운 관심을 가지자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쉽지가 않다. 힘들고 팍팍한 세상이 아닌가. 살아간다는 것 자체도 버거운 느낌이 든다. 나, 내 가족에 관해서만 관심을 가지는 것도 힘들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에게, 직장동료들에게까지 관심을 가지라니...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 주변에 존재하고 있는 그들은 결코 나와 관련이 없는 그저 존재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곳에 존재하고 있고, 나의 관심없는 대응에 그들이 고통받고 아파하고 있을수도 있다는 것을 깨닿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은 나쁜일을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관심을 가지되, 그저 의례적인 '차가운 관심'이 아니라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뜨거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차가운 관심과 뜨거운 관심이라는 개념은 나는 이 책에서 처음으로 접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그 정반대되는 차이를 깨닿고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잊어버릴수가 없다.

무척 섬세한 감성이 스며들어 있는 책이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철저하게 깨달은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들의 관계에 대해서 좋은 말들을 하는 다른 많은 책들과 달리 책상위에서 나온 책이 아니라, 삶에서 직접 깨닿고 느낀 체험에서 나온 글이기에 더욱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을 것이다. 그래서 뜨거운 관심을 가지고 세상을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이처럼 강하게 일깨워주는 것일게다.

가족을 만들어 가는 법

아는 만큼 행복이 커지는 가족의 심리학 ㅣ 토니 험프리스 박사의 심리학 시리즈 1
토니 험프리스 지음, 윤영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6년 2월

가족을 만들어가는 법

우리는 가족은 공동체라고 생각한다. 맞다. 가족은 공동체이다. 그러나 공동체이기 때문에 그저 저절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가족은 공동체이기 때문에 공동체 안의 구성원들을 배려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들은 막연히 가족은 당연히 주어진 것이고, 가족들은 당연히 서로를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가족들이 서로를 존경하고 배려하고 사랑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은 결코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많은 노력이 필요한 과정이다. 오히려 많은 가족들은 가족 구성원이 서로를 괴롭히고 상처를 주고 힘들게 한다. 가족이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가족들이 주는 괴로움으로 부터 벗어나는 것은 그만큼 더 힘이든다. 가족이 서로를 그렇게 괴롭힌다는 것은 굉장한 역설이 아닐수 없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런 생각이 싹 사라져버린다. 이 책은 가족들 상호간에 일어나는 심리적인 상호관계를 놀랄만큼 자세하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 책에 포함되어 있는 여러가지 사례들은 가족들이 때로 서로에게 얼마나 무관심한지, 가족들이 서로에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얼마나 큰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인지, 가족내부의 심리적인 폭력이 얼마나 잔인하게 사람을 병들게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사랑스럽고 화목한 가족이라는 것이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닳을수 있다. 가족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노력을 통해서만 건전하게 자랄수 있는 살아있는 유기체이다. 건전한 가족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가족구성원 전체가 다른 이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닿게 해주는 소중한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