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오늘날 우리사회를 움직이는 핵심동인인 시장에 관한 개론서라고 볼수 있을만한 책이다. 사람들은 갈수록 국가는 위축되고 시장만이 커지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시장은 국가의 규제마저 벗어나서 제마음대로 움직이고 마침내 우리가 당면한 미국발 금융위기 같은 엄청난 재앙을 가져온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런 모든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단지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중요하다고 말하는 책이다. 이 책이 알려주듯이 시장은 근대의 발명품이 아니다. 아주 옛날부터 시장은 존재했었다. 우리들이 상상하는 고대의 모습은 힘을 가진자의 전횡에 상인들이 쩔쩔매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계에서 가장 상인을 천대시 했며 사농공상의 계급적 서열을 중요시했던 우리나라의 과거에서도 상인의 역활은 결코 작지 않았다. 나라를 움직이고 경제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형식으로든 시장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은 혁명초기에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보이는 듯 했던 옛 소비에트연방이 결국은 더 이상의 경제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고 만 역사적 경험에서도 알 수 있다. 시장은 효율적이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시장이다. 물론 시장이 만능인 것은 아니다. 유가가 오른다고 기름의 수요가 줄어들오 다시 유가가 안정을 찾게 되지도 않는다. 가격에 비탄력적인 것은 몇몇 특수한 품목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언제 어디어서 어떤 수요가 갑자기 발생할때 그에 대비해서 즉각적으로 충분한 공급을 제공할 방도는 시장이 아니라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그것을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시장이다. 또 시장이 항상 공평한 것도 아니다.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은 사람이라는 수많은 경제주체들이다. 큰 경제주체와 작은 경제주체들.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힘의 불균형과 수요와 공급의 일시적인 비탄력성을 이용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익을 얻는다. 그것이 어떤이에게는 엄청난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불공정한 횡포로 보일수가 있다. 그것이 또한 시장이 갖는 묘미이기도 하다. 오늘날의 세계에서 시장의 힘은 점점 커져가서 때로는 국가마저 압도할 정도가 되었다. 국가 스스로가 국가경쟁력을 내세우며 시장에 국가를 세일하기도 한다. 외환위기때 우리나라가 취한 태도가 바로 그런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건실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시장을 필요로 한다. 미국발 금웅위기는 시장의 종말을 고한 것은 아니다. 단지 시장에 좀더 자율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우쳐 주었을 뿐이다. 그러나 무너져가는 월스트리트에 미국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마라도 죽을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당장에 미국과 세계경제가 큰 혼란을 겪을 수는 있겠지만, 자신들의 행동에 책임을 지게 만드는 선례를 만들어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모럴해자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었을것 같기 때문이다. 불과 일년이 지난 지금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기관들이 벌이는 보너스 잔치를 보면 시장에 정부가 개입한 것이 가져온 부작용의 씁쓸함을 느낄수 밖에 없다. 시장은 그렇게 정부를 이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부도덕성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시장은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시장을 어떻게 활용하고 시장에 어떻게 참여하는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모두가 경제주체이고, 우리모두가 자신이 인식하든 않든 시장 참여자이기 때문이다. 시장이 한사람 한사람에게 갖는 의미를 잘 정리한 이 책은 그래서 소중한 지식을 다시금 되세기는 의미에서 읽어볼 가치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