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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티드 맨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1-1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1
존 르 카레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재미있는 책을 발견했다. 재미있는 책에는 '보통 재미있는' 책과 '매우 재미있는 책' 그리고 '정말 재미있는 책' '재미는 있지만 골치아픈 책' 이 있다. 이 책은 정말 재미있는 책이다. 책을 읽는 순수한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하면서도, 책을 읽는 사이에 느껴지는 상투적인 누낌없이, 책을 펴는 처음순간부터 책을 덮는 마지막 순간까지 내내 긴장감을 늦추게 하지 않는 독특한 매력을 가진 책이다. 이 책에는 그 흔한 반전이나 비비꼬으는 복잡한 스토리 전개같은 것도 없다. 이젠 식상한만한 그런 소설적 기법들을 모조리 무시한채 처음부터 결말을 행해 직선으로 달려가는 그 단호함이 이 책의 무개감을 느끼게 해준다. 무지무지하게 재미있고 흥미롭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소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느리게 그 긴장을 음미하며 읽어나간 소설, 최근에 읽은 책들 중에 가장 아껴가면서 가장 여러번 손에 들면서 느리게 그 맛을 감상하면서 읽은 책.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느껴지는 사람의 삶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 대한 한차원 높은 인식에 도달한 지적 깨닳음에 다시 한번 후-- 하고 깊은 한숨을 쉬게 만드는 책.
그렇다. 이 책은 잘만든 한편의 대작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만큼 생생한 묘사와 살아서 숨쉬는 인물간의 심리묘사가 펄펄 살이있는 활어를 보는 것 같다. 그 진지함에 무척 흥미로운 소재, 그 소재가 풀려가는 긴박하면서도 어슬프지 않은 디테일에 대한 상세한 묘사. 그리고 그 큰 줄거리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되는 한방의 헤비급 펀치 같은 육중한 힘. 영화를 통해서는 결코 전달한 수 없는 생생하고 미묘한 심리적 묘사들이 글이라는 매채를 통해서 속도감이 있지만 천천히 음미해서 충분히 소화해서 읽을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책. 서문도 옮긴이의 말도 없이 알맹이만 던져져 있는 책. 그렇지만 책의 뒷 날개에 몇줄 쓰인 찬사들이 결코 과하지 않은 책. 감히 그레이엄 그린의 작품들과 비교할 수 있을 반열에 올리만한 책이지만 더욱 현대적이고 더욱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는 현대의 멋진 소설. 멋진 소설. 그 이상의 찬사가 오히려 이 책에 군더더기를 붙일것 같아 서평을 쓰기가 부담스러운 책, 좋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