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철학, 소소한 일상에게 말을 걸다>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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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철학, 소소한 일상에게 말을 걸다 - 일상에서 찾는 28가지 개념철학
황상윤 지음 / 지성사 / 2009년 2월
평점 :
책의 표지가 어지럽다. 제목도 울퉁불퉁하다. 책의 두께가 두꺼운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책의 내용이나 문체가 진지하지도 않다. 그런데 이 책을 철학책이라고 한다. 철학이 지나가다 듣고는 배꼽을 잡고 웃거나, 기절을 할만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저자는 이 책이 진짜 철학책이라고 우긴다.
책을 읽어본다. 철학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맞는 것 같다. 내가 아는 철학자의 이름도 간간히 나오고, 그들이 고민했던 철학의 주제에 관한 제목들도 '가끔' 나온다. 그렇지만 이 책은 이상한 이야기나, 황상윤(저자)이 조인성보다 더 잘생겼느니, 탈렌트 송혜교와 전지현중 누가 더 이쁘냐는 둥 쓸데 없는 이야기들로 페이지를 채우고 있다.
뭐 이런 책이 다 있어! 하고 페이지를 주르륵 넘어가면서 눈에 뜨이는 단어들로 대략 감을 잡아가면, 딱 고등학교 시절쯤 한번씩 해보았음직한 개똥철학이다. 게다가 술마시는 이야기도 번번히 등장한다. 술집에서 술잔을 앞에 놓고 젊은 혈기에 자신이 아는 용어들을 다 동원해가면서 열변을 토하는 개똥철학의 내용을 책으로 옮겨 놓은 것 같다.
딱 그런 책이다. 그런 포맷과 그런 컨셉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내용은 알차다. 이 책은 철학자에 관한 이야기나, 철학자가 말한 것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세상의 내노라 하는 철학자들이 이야기한 '이해하기 극히 어려운' 이야기를 술집에서 친구가 영화본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편안하고 재미있게 들려주는 책이다.
철학 들려주는 아저씨, 혹은 술집에서 흘려듣는 철학 정도의 제목을 정해도 될 것같고, 진짜 철학은 개똥철학같다. 라는 이름을 붙여도 될만한 책이라는 느낌이 든다. 진짜 고수는 쉽게 말한다고 한다. 이 책은 참 쉽게 읽힌다. 킥키거리며 웃음이 나온다. 그런데 그 내용은 만만치가 않다. 철학의 정통주제를 꽤뚫고 철저하게 관점을 정리한다.
한발더 나가서 황상윤은 자신을 철학교수, 철학책 저자라로 말하지 않고 철학자 황상윤이라고 말한다.이 책은 그런 선대의 고명한 철학자들의 이해할 수 없던 말을 외계어가 아니라 지극히 현대적인 한국어로 번역해서 들려줌과 동시에, 그러니까 내 생각에는 그런 철학자들이 말한 것의 미덕이나 효용은... 하는 말을 한마디씩 더 추가하는 것까지이다. 그래서 황상윤은 철학연구자가 아니라 철학자이다. 자신의 철학을 덧붙여서 말하기 때문이다.
정신없이 재미있게, 무척 흥미롭게, 술술 빠른 속도로 읽고나니 사실 정신이 좀 없기는 하다. 그런데 정말 이사람, 멋있을 것 같다. 얼굴은 어떤지 모르지만, 한번 같이 술마시면서 킥킥러리고 이야기 해보고 싶은 사람이다. 세상은 생각보다 좁다고 하니, 언제 어디서 만나질지도 모른다. 부디 그떄까지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일이 없이, 이런 책 몇권쯤 더 펴내기를 간절히 바란다.
1.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사람 : 재미없는 철학에 넌더리 났지만, 인생을 알고 싶은 사람.
2. 이 책의 좋은 점 : 진짜 철학의 정수를 가르쳐주는 고수가 쓴 책.
3. 마음에 드는 글귀 : "장소를 선정한 뒤에는 본격적으로 철학을 시작한다. 술을 마시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술에 취했다거나 속이 거북해졌다고 그만두어서는 안됀다. 화장실에 가서 속에 있는 것을 모두 게워 내더라도 술은 계속 마셔야한다. 또한 정신을 잃지 않도록 의식의 끄트머리는 꼭 움켜쥐고 있어야 한다. 철학의 길은 이렇게 멀고도 험난하다." page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