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법은 없다 - 범죄 유발성 형법과 법의 유통 권력자들
박영규 외 지음 / 꿈결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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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을 보고 참담한 생각이 들었다. 법의 보호를 받고 법망 안에서 안전한 사회적 삶을 산다고 생각하는데 나를 위한 법이 없다니 별 괴상망측하기 짝이 없었다. 특히 소제목인 ᆞ범죄 유발성 형법과 법의 유통 권력자들ᆞ은 법이 생물이 되어 나를 위협하고 이 생물의 조정자인 권력보유자가 나를 지배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을 증오해야할 때가 왔고 법을 최소화시켜야 바로소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는 선언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책을 통해 교감을 한 저자 류여해씨는 독일 유학파로서 대한민국의 귀한 인재이며 법률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고 대한민국 헌법의 미래를 걱정하는 참된 인간이다. 그가 유학생활을 마치고 대법원 재판연구원을 걸쳐 5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국회사무처의 법제실 법제관ᆢ에 들어가서 본 그곳 세상은 그의 안내를 따라 글을 읽는 내내 공무원의 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필자를 통해 엄정한 법을 만들고 심의하기 위한 첫 관문으로서의 자리가 아니라 국회의원의 비위에 맞춰 대충 법률안을 만드는 곳이 국회사무처의 법제실이라는 부정적인 현실의 단면을 보았다. 비록 필자가 그들 법제실 직원이나 국회의원들의 실적주의를 비난만 하고자 쓴 이야기는 아니지만 유령야간잔업 문제의 경우 일전에 TV에서 보도됐던 적이 있을 정도로 공무원의 탐욕과 무사안일주의를 단적으로 보여준 대목이라 충분히 공감이 갔다.

 

글을 읽을수록 국가의 중추이자 국민의 방패가 되어야 할 법이 오히려 거미줄 같이 법의 지배하에 놓인 국민을 옥죄는 현실이 눈에 들어와 불편하였다. 악법은 말할 것도 없고 난무하는 특별법이나 인기 영합형 입법사례 등은 야경꾼이 필요한데 야경꾼을 관리-감독하는 자가 더 큰 권세를 가지게 되는 주객전도의 상황과 비슷하다. 과연 법을 만드는 자나 법을 집행하는 자들은 누가 시키고 누구를 위해 그런 일을 하는지 알기나 한지 되묻고 싶고 궁극적으로 그들의 존재의미는 무엇인지 따지고 싶었다.

 

특히 특별법의 경우 깊이 고찰하지 않은 포플리즘이 낳은 기형아가 될 수 있다는 점에 크게 공감하였고 불필요한 다량의 법 양산의 부작용으로 판, 검사와 변호사들도 제대로 법조문을 알지 못한다는 대목에서는 거대한 괴물로 법이 둔갑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를 느꼈다. 더불어 필자는 법이 공정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국민의 편에 서 있을 것이라는 과도한 기대’(123)는 하지 말라고 하면서 국민이 법을 모르면 무관심 속에서 소수의 강자가 대다수 약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법이 만들어진다’(123)는 무서운 말을 하고 있다. 법이 엄정하고 공평하며 약자를 보호하며 선의의 편이다는 말을 하기가 두려웠다.

 

파트23장에서 필자는 검찰과 경찰의 힘겨루기를 얘기한다. 제 밥그릇을 지키려는 어처구니 없는 그들의 논리로 인해 위치추적에 관한 법조차 제대로 입법하지 못하여 무고한 시민이 살해되는 사건에 대한 글을 읽고 정의 없는 정의사회’(158)에 살고 있는 나 자신의 현주소를 곱씹게 되었다. 그들이 민중의 지팡이이고 국민을 위한 일임을 전제로 화합하며 양보하는 대승적 자세를 보여주기를 바랐다.

 

특히 특별채용이라는 법을 통해 법이 악용되는 사례를 이야기하는 대목은 참으로 인상깊게 읽었다. 고려시대에도 상피제(서로 피한다)-친인척 관계에 있는 사람은 같은 관청에서 근무하지 못한다(174)-라는 제도가 있었다는데 과거 800년 이상쯤 전의 제도보다 진일보하지 못한 우리네 법이 왜 그리 처량하게 느껴지는지 울분이 솟았고 기득권자들의 논리에 함몰되어 일수벌금제를 통한 차등벌금제도 제대로 실시하지 못하는 이 나라가 과연 민주국가인가라는 회의를 느꼈다. 여기서도 거미줄 법이 생각났다. 돈 있고 빽 있는 재벌이나 권력자들은 거미줄을 뚫고 나가고 힘없고 돈 없는 소위 민초라는 자들은 이런저런 법에 걸려 고충을 당하구나 싶다.

 

그래서 필자는 마지막 장에서 법에 무관심하면 비극이 일어난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이 대목 중에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함무라비 법전을 보러 온 독일 어린이 단체 인솔 교사에게 필자가 아직 법을 알기에는 이르지 않나요?’라고 한데 대해 인솔 교사가 한 말이 특히 감동적이었다. “아무리 어려도 알 건 알아야 하지 않나요? 법은 이 아이들이 태어나서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아이들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니까요” (244)

 

우리들 국민들이 잘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나부터가 어렵고 귀찮아서 가급적 송사에 휩싸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법을 기피한 점을 반성하게 되었다.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을수록 법은 신중하게 만들어질 것이고 공정하게 적용될 것이다. 필자가 우리 법전에 원칙과 상식에 어긋하는 법이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을 발견할 때마다 참으로 두렵고 슬펐다(280)‘고 하면서도 그래도 희망을 본다‘ (278)고 한 것처럼 나 자신도 나 자신의 변화를 통해서 입법기관, 사법기관, 행정기관이 자기이익에 급급한 집단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봉사체로 당당히 거듭날 것이며 현재도 이런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는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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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못된 남자 - 고성국의 대선리뷰
고성국 지음 / 정은문고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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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를 통해 1인자를 보다

 

왜 ’대통령이 못 된 남자’의 소제목이 ‘고성국의 대선리뷰’일까? 대선이 끝나고 나면 여기에 등장하는 2인자-대통령이 못 된 남자-가 분명 나오기 때문이라는 생각 때문? 일단 제목을 ‘대통령이 못 된 후보’라고 바꿔야 한다. 박근혜가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이 자리에 들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여자이니 ‘대통령이 못 된 남자’가 될 수 없다.

 

역대 대통령 선거 과정과 결과를 짚으면서 낙선자들은 왜 대통령이 되지 못하였는지 짚어 본 책이다. 승자독식, (아바의 노래처럼) ‘Winner takes All'이라 대통령이 된 자만 기억하는 일반 양식에서 낙선자를 돌아보고 낙선의 이유와 평가를 책으로 써낸 일은 참으로 뜻깊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더불어 낙선자지만 올바른 전략과 진정성을 가진 분들을 만날 수 있어 즐거웠다. 기록자료를 통해 대선 후보들이 어떻게 선거를 치렀으며 어떤 장벽을 만났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장벽을 넘거나 넘지 못하였는지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성공한 자가 성공담을 늘어놓는 것만큼이나 실패한 자가 실패를 거울로 삼는 모습은 비록 당시보다는 퇴색하긴 했지만 여전히 의미 있게 와 닿았다.

 

책을 읽는 동안 저자가 TV토론에 나와서 이번 대선전망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다. 대선 주자들을 분석하고 대선전망을 각자의 관점으로 분석하는 자리기에 논쟁이 있지는 않았지만 개인의 주관은 말을 통해 나타나는 법이라 다소 여당성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후 이삼일 후에 그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다는 말이 나왔다. 선입견을 가지면 안 되지만 평론가가 누구를 지지한다고 하니 그의 글도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평론가도 자신의 시각이 있기에 그럴 수 있지만 공개적으로 편향된 주장을 하게 되면 평론가가 가진 시각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더구나 그가 YTN으로부터 방송출연금지까지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좀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이 책에서는 가급적 중심을 잡고(평론가 본연의 자세) 글을 써내려가려는 흔적을 읽을 수 있었지만 사람이란 100프로 객관적일 수 없는 존재이기에 독자로서 본 서평자는 일정 부분 그의 글에 신뢰를 갖기가 힘들었다.

 

대선이 불과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왜 이 책을 냈을까. 다시 질문을 던져본다. 사람들이 대선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이런 책이 잘 팔릴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안했다면 거짓말이고 했다고 하면 상식일 것이다.

 

이런 류의 글들이 꾸준하게 나와서 국민들이 올바른 지도자상을 갖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단 글을 쓰는 분들이 최대한 객관성을 가져서 읽는 이의 시야를 넓혀줄 수 있는 책이 많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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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리더십 - KBS스페셜, 나를 행복하게 할 리더는 누구인가?
이재혁.K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서승범 정리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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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리더십 - 이재혁, KBS스페셜 제작팀, RHK출판사

 

처음 책을 읽기 전에 항상 제목을 먼저 본다. 책의 제목에는 저자나 역자의 고민이 담겨 있으며 책 전반에 흐르는 메시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의 제목은 책의 얼굴이다.

 

이번에 만나게 된 행복의 리더십행복리더십을 결합하고 있다. 리더십과 행복을 어떤 의미로 연결했을까? 통상적으로 제목을 통해 독자의 시선을 끄는 그렇고 그런 제목일까? 상업적인 의도의 제목? 여러 생각이 꼬리를 무는 물음을 던졌다.

 

읽으면 알겠지라는 생각으로 서문부터 정독하였다. 의외로 답을 쉽게 찾았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행복의 리더십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였다. 여기에서 필자는 가장 핵심적인 세 문장을 강조했다. “행복의 리더십은 를 행복하게 만드는 리더를 찾는거야”, “행복의 리더십은 진정한 행복을 보여주는 리더를 찾는거야”, “행복의 리더십은 리더 자신의 행복을 위한 길이기도 하지.” 이 세 문장과 그에 따르는 설명만 읽는데도 가슴이 조금 벅찼다. 특히 마지막 문장은 리더에게 바라고 싶은-대선 후보에게 바라고 싶은-명제였다. ‘행복의 리더십은 리더 자신의 행복을 위한 길이라니!

 

지금까지 리더십에 대한 나의 의견은 리더는 자신의 추종자나 국민을 위해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이 되어야 한다’, ‘자신의 안정과 행복보다 타인의 안정과 행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나와 나를 둘러싼 여러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대리인 정도였다. ‘자신의 행복을 위한 길이 행복의 리더십이라는 말은 리더는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니 내가 생각한 리더의 개념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리더 자신도 내가 행복해지듯이 행복해야 한다. 얼마나 좋은가. 리더나 리더를 사랑하고 따르는 사람이 다 행복하다면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많은 사람의 공감과 이해를 구해야 하고 소통과 믿음을 공유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필자가 본문에서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을 첫 번째 리더로 다룬 것은 행복과 리더십이 얼마든지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2003년에 취임하여 2010년에 퇴임을 한 룰라는 임기를 마치고 난 후에도 83%라는 국민의 지지를 얻고 있다. 너무 부러운 대목이다. 전직대통령하면 가문의 영광이 아니라 오명과 불명예의 족쇄가 되는 부끄럽고 치욕스러운 이름으로 여기는 대한민국의 현실과 너무 대조적이다.

 

다른 리더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룰라의 경우 모든 정책이 조국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서 이루어졌다. 특히 쌍방향 리더십이란 말을 말로가 아닌 실천한 인물이다. 부자를 배척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동참하도록 유도하며, 국민의 분열을 막고 국민이 자발적으로 정부의 정책에 동참하도록 여러 가지 통합정책을 실시한 점은 리더와 리더를 바라보는 국민이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단편소설이 그렇듯 백과사전식 책은 읽을 때나 읽고 난 후에 독자인 나의 머리를 무겁게 하고(복잡하게 하고) 지그재그 흩어지는 조각생각들로 채운다. 그래서 이왕 글을 읽을거면 기승전결의 구조를 가진 책을 선호한다. 이번 책도 이런 불편함을 예상했다. 행복, 리더십을 이야기하다 알게 모르게 끼어들 현학적이고 도식적인 지식의 나열들이 사고의 일부로 들어왔다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러 사람, 여러 나라, 여러 직종, 여러 사건이 계속 책의 두께를 위해 연구비교를 위한 사례수집의 이름으로 들어올 것을 예상했다. 생각한대로 비빔밥이 될 정도의 스토리와 인물을 만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100프로라고는 할 수 없지만 나름 통일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억지로 글을 이어가고 이야기를 만들어갔다는 느낌보다 스토리 하나, 인물 한명 한명을 머리보다는 몸으로 만났다는 느낌을 받았다. 순전히 나의 느낌이지만 현재 내가 느끼는 생각 그대로이다. 기업가와 기업(구글괴 시스코, 엔씨소프트, 일본항공 CEO 이나모리 가즈오, 유누스 그라민 은행 총재, 그라민폰과 이크발 카디르)와 정치인(처칠, 히틀러, 빌리 그란트,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 전 싱가포르 총리 리콴유, 이스라엘 대통령 시몬 페레스), 기타 여러 사건과 인물들(핑핑푸 교수, 칠레 광부, 조지프 슘페터 등)으로 나눠서 전개한 내용들을 보면서 스페셜 제작팀의 기획과 편집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생각을 하였다.

 

특히 히틀러와 홀로코스트를 이야기하면서 프로이트 심리학을 끌어와서 이드와 초자아를 중재하는 자아가 유발하는 전이현상이 일방통행의 소통을 낳아 히틀러라는 괴물과 홀로코스트라는 재앙을 낳을 수 있다는 경고는 참으로 유익하였다. 소통에는 쌍방을 전제로 한다는 사실을 다 알지만 우리들 인간이 갖는 인식체계가 너무 허약해 일방적인 사고나 방식을 쌍방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대목에서 개인이 철저하게 무장하여 리더를 잘 선택하고 잘 파악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정말 미워질 것 같다. 개인은 모이면 큰 물줄기를 이루겠지만 분열하면 너무도 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차는 리더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리더가 진정성을 갖고 개인의 미래를 위해 초석이 되고 디딤돌이 된다면 많은 개인은 이를 인정하면서 힘을 실어줄 것이다.

 

대통령 선거일이 얼마 안 남은 이 시점에 훌륭한 리더, 진정 국민을 섬기는 리더가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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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주식시장을 이기다 - 상위 1%만 알고 있는 투자 철학의 비밀
장박원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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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서 다루는 여러 이야기를 주식시장의 원리나 생리에 맞춰서 글을 적었다. 3파트로 나눠서 1파트 19, 2파트 12, 3파트 8편 도합 39편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먼저 인문학과 주식시장을 결합시켜 글을 적고자 한 저자가 본서의 제목에 동의를 하였는지 의문스럽다. 인문학을 주식시장에 접목시킨 발상은 기발하고 높이 평가할 부분이나 이 둘이 서로 대적관계에 놓여 있다는 가정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다. 왜 대결양상으로 이 둘을 묶고 있을까. 인문학이 주식시장을 이긴다는 말은 문이 무보다 강하다(The pen is mightier than the sword)'라는 속담이 생각나고 작가 김훈이 말한 칼은 당연히 자신이 강하니 펜에게 내가 더 강하다라고 할 필요가 없고 펜은 약하니 말로라도 칼보다 더 강하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열등한 자의 자기보호 본능에 기초한 말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이 둘을 적대시하지 말고 서로 상보관계로 설정하면 어떨까. 주식도 자본과 뗄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있어 인문학만큼이나 중요한 문명기제가 아닌가.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이 책은 인문학, 주식시장을 만나다라는 정도로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2쪽에서 3쪽 안팎으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인문학 영역의 소재를 주식시장의 원리와 결합시켜서 이야기하고 있다. 각 이야기의 끝에는 스토리 에센스라는 요약문을 달고 있다. ‘스토리 에센스...‘핵심 포인트’, ‘핵심 내용뭐 이런 종류를 스토리 에센스라고 적고 있다. 이것도 너무 영어를 남발하는 것 같아 보기가 안 좋다. 영어를 안 쓰면 촌스럽고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강박관념을 알게 모르게 출판계나 글쓴이들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씁씁하기도 하다. 어찌 되었던 중요한 것은 책의 내용이고 책을 읽는 독자인 내가 느끼는 감상이니 넘어가자.

 

스티븐슨의 작품 모비딕(Moby Dick)’을 인용하면서 보이지 않는 거대한 고래를 찾아 사투를 벌이는 모습이 주식시장에서 개인이 주식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것이나 비슷하다고 하는 부분이나 15-17세기 유럽의 신대륙을 찾으러 떠나는 배에 대해 투기를 하는 것에서 주식이 태동하였다고 이야기하면서 오늘날 기업이 공모주를 발행할 때도 그때와 같이 배가 들어오면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저자의 내공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서 장세를 바라봐야 한다는 일반 투자자세부터 삼성주같이 모바일에 크게 의존하는 대장주는 위험할 수 있으니 장기보존은 하지 말라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압축적인 설명을 단 한편 한편의 내용이 보면 볼수록 정감이 갔다. 다시 말해 한편 한편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할 수 있었고 처음부터 읽는 부담없이 아무 곳이나 펼쳐서 하루동안 곰곰이 생각해보면 좋을 책이었다.

 

전체적으로 죽 읽으면서 빠르게 훑었지만 다 읽고난 후에 다시 곰곰이 새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언처럼 한편의 이야기를 하루의 테마로 삼아 꼭꼭 씹어서 소화하면 좋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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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질문 과학적 대답
김희준 지음 / 생각의힘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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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인 질문을 과학적으로 답한다는 제목만으로도 대단히 흥미로웠다. 철학적 질문을 어떻게 과학적으로 대답한다는 말인가? 과학적으로 철학적 사유를 다 이해할 수 있고 인간의 궁극적인 의문에 답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만큼 과학이 발달하여 신의 영역을 탐구할 수 있게 되었단 말인가? 책을 읽게 된 동기는 이런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차례를 보고 호기심이 더 커졌다. 중제목으로 채택한 .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 우리는 누구인가? .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를 보고 인류의 모든 역사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특히 의 첫 번째 소제목이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인 걸 보고 순간 깜짝 놀랐다. 앞의 중제목에 달린 소제목 중에 칸트‘, ’도법자연등의 동서양 사상이 가진 문제에 답을 한다는 것은 십분 이해가 되나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를 가지고 과학적으로 답을 시도한다는 것은 참으로 기발한 착상이고 대단한 발견이 아닐 수 없었다.

과학적인 이론을 아주 쉽게 써서 읽는 이가 과학의 원리를 이해하길 바라는 작가의 의도를 십분 이해하지만 몇 군데는 비과학도로서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분자, 원자, 수소, 산소등의 근원에 대한 설명이나 우주의 크기나 지구와의 거리 등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노자와 칸트의 통찰력을 과학적 측면에서 분석하는 능력은 너무도 훌륭하여 김희준씨 같은 깊이 있는 과학자 외에 누구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읽을수록 다시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 건 바로 이 때문일거다.

들어가기에서 필자는 고갱의 그림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를 화두로 삼았다. 앞으로의 이야기를 이 세 가지를 갖고 할 것이라는 암시를 깔았다. 여기의 첫 질문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는 과학의 빙뱅이론을 통해 필자는 그 해답을 구했고 우리는 누구인가는 우주 진화의 산물이라는 관점으로 풀어서 설명한다. 마지막 질문인 어디로 가는가역시 우주 가속 팽창의 발견을 통해 우주가 어디로 가는가를 설명할 수 있다고 하였다.

처음 질문과 두 번째 질문에 필자는 명확한 답을 내놓았지만 세 번째 질문은 간단하게 처리하였다. 마지막 세 번째 장이 상대적으로 분량도 작았다. 의문이 생겼다. 이 책은 첫 질문과 두 번째 질문에 많은 비중을 두었고 세 번째 질문은 더 정리해서 후속 저서에서 답을 내 놓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추측은 어디로 가는가라는 식의 예언적인 물음은 과학의 영역보다는 철학이나 점성술의 영역에서 다룰만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세 번째 장이 특이한 것은 (1) 국화 옆에서 - 서정주 (2) 불과 얼음 -로버트 프로스트 (4) 집으로 - 로버트 스티븐슨 의 시로 과학적인 대답이라기보다 철학적인 대답으로 끝을 냈다. 미래의 지구나 우주에 대한 예측은 과학보다 철학이나 문학에서 더 깊은 성찰을 한 것일까.

빅뱅에서 시작하여 여러 화학물질로 이뤄진 인간이 생겨나서 살다가 다시 자연의 원리에 따라, 우주의 운행에 따라 자연으로, 흙으로, 먼지로 돌아가는 세상과 그 속의 인간 그리고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한 권의 책이 나를 에워싼 우주의 거대한 힘을 펼쳐 보여준 것만으로도 이 책은 참으로 귀하다.

재독, 삼독을 할만한 책이고

두고두고 한 구절씩 곱씹을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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