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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리더십 - KBS스페셜, 나를 행복하게 할 리더는 누구인가?
이재혁.K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서승범 정리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9월
평점 :
행복의 리더십 - 이재혁, KBS스페셜 제작팀, RHK출판사
처음 책을 읽기 전에 항상 제목을 먼저 본다. 책의 제목에는 저자나 역자의 고민이 담겨 있으며 책 전반에 흐르는 메시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의 제목은 책의 얼굴이다.
이번에 만나게 된 ‘행복의 리더십’은 ‘행복’과 ‘리더십’을 결합하고 있다. 리더십과 행복을 어떤 의미로 연결했을까? 통상적으로 제목을 통해 독자의 시선을 끄는 그렇고 그런 제목일까? 상업적인 의도의 제목? 여러 생각이 꼬리를 무는 물음을 던졌다.
읽으면 알겠지라는 생각으로 서문부터 정독하였다. 의외로 답을 쉽게 찾았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행복의 리더십’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였다. 여기에서 필자는 가장 핵심적인 세 문장을 강조했다. “행복의 리더십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리더를 찾는거야”, “행복의 리더십은 ‘진정한 행복’을 보여주는 리더를 찾는거야”, “행복의 리더십은 리더 자신의 행복을 위한 길이기도 하지.” 이 세 문장과 그에 따르는 설명만 읽는데도 가슴이 조금 벅찼다. 특히 마지막 문장은 리더에게 바라고 싶은-대선 후보에게 바라고 싶은-명제였다. ‘행복의 리더십은 리더 자신의 행복을 위한 길’이라니!
지금까지 리더십에 대한 나의 의견은 ‘리더는 자신의 추종자나 국민을 위해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이 되어야 한다’, ‘자신의 안정과 행복보다 타인의 안정과 행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나와 나를 둘러싼 여러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대리인 정도였다. ‘자신의 행복을 위한 길이 행복의 리더십’이라는 말은 리더는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니 내가 생각한 리더의 개념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리더 자신도 내가 행복해지듯이 행복해야 한다. 얼마나 좋은가. 리더나 리더를 사랑하고 따르는 사람이 다 행복하다면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많은 사람의 공감과 이해를 구해야 하고 소통과 믿음을 공유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필자가 본문에서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을 첫 번째 리더로 다룬 것은 행복과 리더십이 얼마든지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2003년에 취임하여 2010년에 퇴임을 한 룰라는 임기를 마치고 난 후에도 83%라는 국민의 지지를 얻고 있다. 너무 부러운 대목이다. 전직대통령하면 가문의 영광이 아니라 오명과 불명예의 족쇄가 되는 부끄럽고 치욕스러운 이름으로 여기는 대한민국의 현실과 너무 대조적이다.
다른 리더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룰라의 경우 모든 정책이 조국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서 이루어졌다. 특히 쌍방향 리더십이란 말을 말로가 아닌 실천한 인물이다. 부자를 배척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동참하도록 유도하며, 국민의 분열을 막고 국민이 자발적으로 정부의 정책에 동참하도록 여러 가지 통합정책을 실시한 점은 리더와 리더를 바라보는 국민이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단편소설이 그렇듯 백과사전식 책은 읽을 때나 읽고 난 후에 독자인 나의 머리를 무겁게 하고(복잡하게 하고) 지그재그 흩어지는 조각생각들로 채운다. 그래서 이왕 글을 읽을거면 기승전결의 구조를 가진 책을 선호한다. 이번 책도 이런 불편함을 예상했다. 행복, 리더십을 이야기하다 알게 모르게 끼어들 현학적이고 도식적인 지식의 나열들이 사고의 일부로 들어왔다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러 사람, 여러 나라, 여러 직종, 여러 사건이 계속 책의 두께를 위해 연구비교를 위한 사례수집의 이름으로 들어올 것을 예상했다. 생각한대로 비빔밥이 될 정도의 스토리와 인물을 만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100프로라고는 할 수 없지만 나름 통일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억지로 글을 이어가고 이야기를 만들어갔다는 느낌보다 스토리 하나, 인물 한명 한명을 머리보다는 몸으로 만났다는 느낌을 받았다. 순전히 나의 느낌이지만 현재 내가 느끼는 생각 그대로이다. 기업가와 기업(구글괴 시스코, 엔씨소프트, 일본항공 CEO 이나모리 가즈오, 유누스 그라민 은행 총재, 그라민폰과 이크발 카디르)와 정치인(처칠, 히틀러, 빌리 그란트,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 전 싱가포르 총리 리콴유, 이스라엘 대통령 시몬 페레스), 기타 여러 사건과 인물들(핑핑푸 교수, 칠레 광부, 조지프 슘페터 등)으로 나눠서 전개한 내용들을 보면서 스페셜 제작팀의 기획과 편집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생각을 하였다.
특히 히틀러와 홀로코스트를 이야기하면서 프로이트 심리학을 끌어와서 이드와 초자아를 중재하는 자아가 유발하는 전이현상이 일방통행의 소통을 낳아 히틀러라는 괴물과 홀로코스트라는 재앙을 낳을 수 있다는 경고는 참으로 유익하였다. 소통에는 쌍방을 전제로 한다는 사실을 다 알지만 우리들 인간이 갖는 인식체계가 너무 허약해 일방적인 사고나 방식을 쌍방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대목에서 개인이 철저하게 무장하여 리더를 잘 선택하고 잘 파악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정말 미워질 것 같다. 개인은 모이면 큰 물줄기를 이루겠지만 분열하면 너무도 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차는 리더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리더가 진정성을 갖고 개인의 미래를 위해 초석이 되고 디딤돌이 된다면 많은 개인은 이를 인정하면서 힘을 실어줄 것이다.
대통령 선거일이 얼마 안 남은 이 시점에 훌륭한 리더, 진정 국민을 섬기는 리더가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