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좋아한게 그림마다 꽃이여
김막동 외 지음, 김선자 기획 / 북극곰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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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막동, 김삼덕 어르신을 비롯한 12명의 어르신의 그림과 말소리를 담은 이 책 ‘꽃을 좋아한게 그림마다 꽃이여’는 어떤 책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 따뜻한 인생이 담긴 명저이다.

책이란 무엇인가, 책을 왜 읽으며 책을 통해 뭘 얻으려고 하는가. 책을 쓰는 사람의 마음과 책을 통해 전달되는 책 속 인간의 마음에 나의 마음이 담겨 제3의 마음을 느끼고 나누는 게 그 목적 아닌가.

이 책에 담긴 마음은 그림과 글, 각각 반반씩 마음을 담아서 전해진다. 어르신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어르신들의 어릴 때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이 담긴 그림과 글은 눈물과 웃음을 던져주고 그 눈물과 웃음이 나의 눈물과 웃음을 만들어낸다. 어느 그림과 글 하나 하나가 마음을 흔들지 않은 게 없다. 진한 그림과 글이라 할 수 있다.

때로 무슨 말인가 모르는 것도 있긴 하지만 맘 전달에는 전혀 상관이 없다. 한 마디로 찡하다.

장이 넘어갈 때마다 시절이 바뀐다. 어릴 적 갓난애 때부터 시작해서 625 전쟁 때를 거치면서 초등시절을 넘기고 커서, 시집갈 나이의 일과 시댁과 서방으로 인해 고생한 일,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자식들 생각과 노년이 된 자신의 형편으로 이어지는 한 인생의 그림과 글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소꼴 먹이러 가는 게 힘들었다는 말과 도망간 소 때문에 몽둥이로 맞을 뻔 한 일이 재밌기도 하지만 그때의 가난이 눈에 밟혀 마음이 아팠다.




문방구에 가서 돈이 없어 사탕을 몰래 내 먹은 이야기와 중학교에 가고 싶은데 못 간 게 맘 아프다는 얘기가 지은이도 가슴에 묻힌 슬픔이라고 했다. 이 글을 읽는 나도 가슴이 너무 아팠다.



그리고 펼쳐지는 시집살이와 노년 생활도 어릴 때와 다른 바 없는 서글픔의 시간이다. 편한 날 별 없이 사시는 어르신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그림이 너무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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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의 시간 - 결국 현명한 자는 누구였을까
안석호 지음 / CRETA(크레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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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게 아니다. 책과의 만남을 통해 독자는 좋게 말해서 모르는 동네를 순회하는 것이고, 정확히 말하면 모르는 바깥세상을 기웃한다. 책을 들고 읽기 시작할 때 이방인이면서 친분을 지닌 지인이 되고 싶어 딴에 집중한다. 시간이 흐르고 책장이 넘어가면서 관계의 지도가 펼쳐진다. 한 번 만나고 말 사람, 다시 더 만나고 싶은 사람, 절친이 되어 인연을 맺고 싶은 사람으로 사람 관계가 나뉘듯 책과의 관계도 이와 마찬가지로 나눠진다. 그냥 두고 가버리고 싶은 책도 있고 계속 파고 들고 싶은 책도 있단 말이다

 

이번에 만나게 된 '장벽의 시간'(안석호, 크레타 출판사)은 잔잔하게 장벽의 배경을 설명해 주고, 장벽에 얽힌 당사자들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며, 장벽이 갖는 의미를 전달해 주는 다시 또 만나고 싶은 책이자 저자이다. 안석호님의 다른 책을 구해서 읽고 싶다. 그래서 내 입장에서 절친이 되고 싶은지 살펴보고 싶다

 

장벽이 있든 없든 한 번 세워지면 장벽에 갚힌 사람의 마음에 흐르던 감정과 소통의 자유는 멎는다. 그래서 장벽은 세워지면 안 되는 장애물이고 불순물이다.

 

1장의 베를린 장벽에서 19살인 동독병사 슈만이 간신히 장벽을 넘어 서독으로 가서 30년 가까이 살았지만(49) 장벽이 무너진 후 고향인 동독에 갔을 때 서독 탈출자인 자신을 배신자로 바라보는 고향 사람들을 만난 후 10년이 지난 후(59)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내용이 가장 맘 아픈 장면이었다.(89) 정치인들의 정권유지 편리를 위해 시민만 고통을 받는 살벌한 장벽 설치는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보안 목적이라고 말하면서 팔레스타인을 고립시키는 이스라엘 장벽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영역만 올바르고 다른 사람의 영역은 불순하니 경계를 지어 나의 순수를 그들의 불순으로 얼룩지게 하면 안된다는 자의 행동으로 장벽은 장애물이 되고 만다. 이스라엘의 행위는 더더욱 잔인하고 비겁하다. 팔레스타인의 영토를 서안과 가자지구로 분리하고서 자신의 땅이 신성하다고 말하는 이스라엘이 과연 자신의 종교인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후손이 맞는가?

 

장벽이 그린라인을 그대로 따라서 만들어졌다면 길이가 약 320km여야 했지만 계획된 것은 2배가 넘었다. 이스라엘 정부의 초기 계힉에 따르면 완성될 경우 동예루살렘 일부를 포함해 서안 지구의 10% 이상이 이스라엘 쪽에 포함되도록 경로가 설계됐다.(130)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이나 멕시코-미국은 경제선진국이 경제후진국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약자-강자의 공식이 적용된 경우이다. 문제를 미리 방지하여 서로가 인정 후 안전을 추구하기 위한 조그만한 시도가 작은 울타리의 국경이어야 제대로 된 국경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땅에 살면서 이웃과의 협력으로 즐거운 삶을 살아가는 게 나라와 나라의 경계가 존재하는 이유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슬프다.

 

팔레스타인이나 멕시코인들이 한 나라의 떳떳한 시민이 되어 자신의 영토와 자신의 문화, 자존을 지켜서 후손들이 당당하게 세계의 한 국민으로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그들 내보의 시민들조차 목에 걸린 밥그릇을 위해 자신의 나라가 아닌 잘 산다는 이스라엘이나 미국에 빌붙어 살아가려고 한다. 그래서 장벽은 없어지지 않는다. 강자가 이를 이용해 약자를 약탈하기 위해 더 높이 세우는 게 장벽이다

 

멕시코 산업과 노동시장은 미국이라는 거인에 종속되다시피 했다. 경제 협력과 무역 확대에도 멕시코 경제와 산업,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대미 종속화가 심화했고, 이는 곧 멕시코에서 미국으로의 이주 행렬로 이어졌다. (195)  

 

이런 종속관계가 강자 입장에서도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듯이 인건비가 미국의 10분의 1 수준 밖에 되지 않는 멕시고 근로자와 싸고 풍부한 멕시코 자원, 90%를 미국에 의존하는 멕시코 경제 등은 미국 시장이 없다면 경제가 지탱하기 힘들다. (230) 미국 시장도 마찬가지이다. 멕시코 인력과 자원 그리고 소비시장이 없다면 미국 기업 역시 제대로 된 발전을 이룩할 수없다. 이런 관계를 분명히 하고 서로 협력하면서 공정한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히스패닉이 없으면 패닉이 올 거라는 말까지 나온다'(223)

 

물리적으로 마지막 장벽인 한반도 DMZ장벽은 당사자인 남한사람인 나로서 아찔한 장벽이다. 앞 장벽과 너무나 다른 DMZ장벽은 슬픔의 장벽이고 원통의 장벽이다. 2차 대전 후 소련과 미국이 한반도를 갈라놓은 것부터 원통하고 김일성이 통일명목으로 전쟁을 일으킨 것 또한 원통하다. 제대로 국가로서 기능을 세우지 않고 정권욕에 빠진 이승만도 슬픈 인간이고 막무가내 한반도를 자신의 지배하에 두려고 까분 김일성도 슬프디 슬픈 인물이다. 그래서 625 전쟁이 터졌고 3년간의 전쟁 후에 세워진 DMZ비무장지대가 오늘날에도 가면 볼 수 있는 아픔의 장벽이다. 남과 북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미국과 멕시코, 서독과 동독처럼 인종이나 경제로 눈에 띄게 기울어진 국가는 아니다. 얼마든지 대화를 할 수 있고 얼마든지 서로 원조를 하면서 살아갈 수가 있다. 그런데 왜 못하는가? 이승만과 김일성이 제대로 나라를 챙기지 못했기에 아니 하지 않았기에 지금과 같은 상황에 묶여 미국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딱한 처지에 묶여 있다.

 

동독이 세운 베를린 장벽이나 이스라엘의 분리장벽, 미국이 세우고 있는 멕시코 국경장벽 등도 마찬가지다. 모두 정치 상황이나 경제적인 이유, 또는 구조적인 결함 등으로 인해 인력과 물자가 장벽을 넘나드는 것을 완벽하게 차단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한반도 허리를 자를 비무장지대는 다르다.(289)

 

<장벽: 인간의 또 다른 역사>의 저자인 클로드 케텔은 휴전선을 가리켜 "세계에서 가장 길고 폐쇄적인 국경"이라고 불렀다. (289)

 

마지막 장벽을 작가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라 하였다. 물리적으로 가로놓인 장벽이 아니란 말이다. 이런 장벽은 너무 무섭다. 희망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가시적인 장벽은 제거하면 된다는 비가시성의 희망을 주지만 보이지 않는 장벽은 심리적으로 사람을 억압하여 정신적 질병에 걸리게 한다. 그래서 무섭다

 

에필로그에서 필자는 마지막 장의 보이지 않는 장벽과 연관된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시대의 보이지 않는 장벽이 어떻게 드러나는가를 설명한다. 그렇다. 이런 예기치 못한 외부압력이 등장하니 선진국이니 문화 문명 최고 나라니 하는 나라들의 민낯을 볼 수 있다. 장벽을 가-비가시적으로 치고 사는 나라들은 장벽의 무서움을 느끼게 된다

 

어떤 장벽이라도 만들어서 안 된다는 교훈을 뼈 속 깊이 느낄 수 있는 읽기가 되어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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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나를 위한 다짐 - 내 삶을 일깨우는 챌린지 프로젝트
서동주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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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페이지(5)에 들어가기 전 페이지(쪽수로는 4쪽에 해당)에 마크 트웨인이 말한 말이 기록되어 있다. 이 말은 ‘20년 후, 당신은 실행했던 일보다 실행하지 않았던 일로 실망할 것이다.’라는 말로 시작된다. 처음이 있으면 끝이 있어야 한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늘 상기시키는 나에게 이 말은 의 빈 곳을 들여다 보게 만든다. 끝을 내기가 두렵고, 끝을 제대로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로 실행을 미루면서 자신의 얄은 약속에 만족하는 연약한 가 보였다.

 

서정주의 책(아니, 오히려 플래너)은 자신과의 약속을 180(6개월)동안 끈기 있게 밀고 나가도록 도와주는 조력자임과 동시에 실행이 두려운 거대한 계획을 과감하게 실천해 나가라는 예언자의 말과 같다. 180일간의 프로젝트 목표와 기록의 tip은 책에 손때가 묻을 정도로 기록해 나가면 반드시 꿈이 이뤄진다는 약속이다. 매일 15, 아침 저녁마다, 3일 이상 건너뛰면 안되고 강박에 사로잡히지 말고 자유롭게 기록해라는 말은 어느 하나 귀중하지 않은 말은 없다.

 



180일 동안의 기록 안내 설명이 복잡하게 보일 수 있다. 여기에 부담을 가지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의 기록이 아니라 자신의 기록이기에 자신이 보고 자신이 행하게 될 일을 기록하는 것이다. 매일 아침, 저녁 각각 10분씩만 투자해서 기록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꼭 맞는 말이다. 시작을 거창하게 잡아서 기록하는 것은 하루 이틀 혹은 1주일, 1달 안에 끝낼 일이지 장장 6개월에 걸쳐서 일어날 일은 아니다. 간단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자신의 계획을 하루 하루 기록해 나가는 일, 그래서 180일까지 계획과 목표가 제대로 실천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설명절이 끝난 후 첫주 첫날인 2021215일 월요일을 시작으로 계획을 세울 생각이다. 180일동안 기록으로 목표한 일을 달성한 후 다시 책을 구입하여 2021년 후반을 기록하고자 한다. 여러 가지 계획에 관한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 직접 계획을 세워나가는 게 백번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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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가 되는 토론의 기술 - 세상을 바르게 이해하고 주장에 힘을 더하는 토론 연습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16
이강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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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은 여러 사람이 각자의 주장을 전개하여 서로를 인정하고 서로의 생각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들쳐 반성하고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기본틀을 기초로 한다. 이런 토론의 기본을 망강하고 토론하면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은 주장의 우세이다. 경쟁사회에 살다보니 뭘 하든 남보다 더 잘해야 하고 남에게 지면 안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토론의 목적을 잊고 오로지 승·패만 따지게 된다. 아주 잘못된 태도이며 토론의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안다. 그럼, 토론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토론의 장이 될까? 이런 토론의 기본을 알고 싶어 무기가 되는 토론의 기술을 읽게 됐다.

 

필자는 토론은 어떠한 논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타당한 근거를 통해 뒷받침하는 과정의 연속이며 상대측으로부터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참여자는 주장에 대한 논리적인 모순을 줄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반복해서 경험하면 논리적 사고에 도움이 되고 자료와 근거의 상관관계를 따지다 보면 주장의 타당성을 높이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내가 가진 생각의 근거를 말할 때 겪는 어려움을 줄일 수 있다고도 한다. 이런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런 토론의 아웃라인을 잘 익혀서 토론 때에 문제가 없도록 해야한다는 결심이 선다. 하지만 글과 말의 차()는 커서, 혼자 있을 때 들었던 생각을 타인에게 전달할 때 어려움을 만나게 된다.

 

4명의 고1학생과 심미관 선생님이 함께 실제 토론을 전개한다. 너무 흥미롭다. 첫 번째 주제인 회식메뉴는 양념치킨vs프라이드치킨을 통해 토론의 첫 실례를 들춰보게 되었다. 처음부터 배움을 익히게 된 내용은 토론의 논제(주제)는 찬반이 분명해야 하고 평서형 문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양념치킨과 프라이드치킨 중 어느 것을 회식메뉴로 선택해야 하는가를 토론할 때의 논제는 오늘 회식메뉴는 양념치킨이 아니라 프라이드치킨이어야 한다이다. 양념치킨을 선호하는 사람은 반대의견을 낼 논제이며 프라이드치킨을 좋아하는 사람은 찬성의견을 내게 되는 논제이다. 왜 양념치킨을, 왜 프라이드치킨을 회식메뉴로 정해야 하는지 자신의 주장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 토론의 중심이다. 찬성 입론과 반대 입론 후 반박 발언을 통해 주장의 근거를 따지게 된다. 무엇보다 주어진 논리적 순서가 중요하다. 그리고 신비 선생님이 토론의 목표는 상대방의 주장보다 자신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너무 와 닿는 말이다. 설득력있게 남을 이해시키는 능력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무수히 많이 하지만 제대로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첫 논제를 따라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토론을 할 때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예의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말이 너무 와 닿았고 꼭 지켜야겠다는 마음의 다짐을 하였다.

 

연이어서 이어지는 논제가 너무 흥미로웠고 앞으로 타인과 논쟁을 벌일 때 참고해야 할 것들이었다. 게임중독은 질병이다, 기본소득제를 시행하자, 여성할당제 실시하자 등 하나같이 토론의 사례를 보여주는 재밌는 내용이다.

 

토론할 때, 주어진 논제가 되는 내용 중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나의 찬성과 상대의 반론, 혹은 상대의 찬성과 나의 반론 중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넘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늘 토론을 할 경우, 혹은 상대와 하나의 논제로 이야기를 해 나가는 경우 어느 것이든 긍정적으로 상대를 인정하고 서로 화합하는 경우를 경험하기가 힘들다. 자신의 주장을 드러내고 상대의 주장을 경청하면서 서로의 생각들을 들춰보고 강화와 수정의 과정을 거치는 제대로 된 토론문화가 널리 퍼지면 좋겠다.

 

인정하지 않은 사회는 끝내 붕괴될 수밖에 없다. 특히 나라의 중심을 잡아가야 할 정부와 국회가 하는 행동을 보면 너무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상대 당이 옳으면 옳다고 인정하는 모습을 도무지 볼 수 없다.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이 잘못되었음이 판정되면 정정당당하게 이번에는 우리의 생각보다 상대의 생각이 옳아 우리의 생각을 접고 상대의 생각을 따르겠다고 말하면 안될까. 생각을 접으면 약하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이 국민의 수준을 무시하는 행동임을 알면 좋겠다. 정부 행정 담당자나 국회의원들 등 나라 살림을 이끌어가는 집단이 자신의 주장이 잘못됐을 때 인정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많이 연출되길 바란다. 이런 점에서 이번 도서는 많은 시사거리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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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 한국 의료의 커먼즈 찾기
백영경 외 지음 / 창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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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민영화는 건강을 위협한다는 논제를 단 첫 번째 대담에서 백제중 선생님은 자기결정권에 대해 강한 주장을 내셨다. 특히나 지금같은 코로나 시대에 이러한 자기결정권이 배려가 아닌 비난과 혐모의 결과를 낳는다는 점을 지적할 때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의 속마음을 들춰보게 되었다. 지금과 같은 시대라고 꼬집어 이야기하지 않아도 의료계에 대한 주변상황은 배려와 편의도모 실천행동(=의료 공정)보다 의료 이익을 추구한다. ‘비대면이라는 표어를 달고 원격의료진료라는 민간집단이 이익창출을 위해 내세우는 주장을 백제중 선생님은 강하게 비판한다. 민간이 이익추구하고 정부는 공공의료를 우선시해서 주치의와 가까운 병원 설립 정책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말에 백분 동의한다.

 

백영경 : 국가 입장에서는 환자에 대한 책임을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끝내려 하고, 병원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환자를 수익 창출을 위한 기반으로 활용하고 가족들은 자기 가족 구성원에 대한 책임을 시설에 떠맡기는 양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백재중 : 일종의 카르텔이죠 (57-58pp.)

 

이런 잘못된 행태의 의료진단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서울대 간호사인 최원영 선생님과의 대담은 평소에도 의사선생님보다 간호사선생님의 헌신이 더 눈에 띈다고 생각은 했지만 대담을 읽고서 더욱 더 이런 생각을 체감할 수 있었다. 과잉되게 존재해도 돌아가도 돈을 벌 수 있는 게 병원이라는 말에는 병에 걸린 사람만 억울하지 병을 고쳐주는 사람은 돈도 벌고 자신의 기술 인정도 받는 거꾸로 된 세상이 눈에 들어와 무척 불편하였다. MRI 사진을 통해 수술해야 한다고 하면 당연히 의사선생님의 말은 법과 같아 따르지 않으면 안 되는 판사와 똑같은 의사 선생님의 지위를 어떻게 매김질해야 하는지 난감하였다. 최원영 선생님이 병원이 궁극적으로는 돈을 버는 곳이어서는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소방서나 파출소처럼 필요한 곳에 있고 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공공의 시설이 되어야 해요.불이 나면 119를 부르고 누구나 소방서의 노동력과 자원을 쓸 수 있듯이 병원도 그렇게 변해야 한다고 봅니다’(92p.)라고 말 할 때 속이 후련하고 의사나 간호사, 병원 등이 다정한 이웃, 친구, 동료로 다가왔다. ‘적당한 규모, 적당한 위치, 병원에서 의료인들이 환자 치료 이외의 것들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은 너무도 다정다감한 병원과 의료인들을 꿈꾸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결혼 준비는 몇 달에 걸쳐 많은 준비를 하는데 왜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할 때, 죽음이 어찌 보면 결혼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고 할 때는 공감이 바로 되었다. 서생님이 말씀한 대로 공공의료와 삶을 마칠 수 있는 권리는 종종 마주치는 일상이 되길 바란다.

윤정원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은 공공정책이 적용되어야 할 여성, 소수자 등을 배제하는 한국사회의 실태는 단순히 선진 메뉴얼을 따르는 후진 국가의 실태라고 한 것과 이지은 선생님이 두려움이 정상성을 막기에 제대로 된 의료시설을 받을 자격을 갖지 못한다고 할 때 대외적으로 선진국이라는 위상을 갖춘 대한민국 의료는 진정 다른 의료, 선진, 창조의료의 길로 나가야 할 시점이 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다른 의료, 선진 의료는 모방이 아닌 창조의 길이며 짧은 시간안에 이뤄지는 신기루는 아니다. 오랜 시간이 걸려도 영구적으로 병원과 의사, 간호사 그리고 의료관련 종사자들과 환자가 대동한 소통과 화합의 길이 열리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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