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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도시, 자연을 닮다
심재국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3월
평점 :
처음 책을 봤을 때 제일 먼저 보는 곳은 제목, 저자 이름, 책의 핵심 어구가 담긴 앞표지이다.

제목은 『AI 도시, 자연을 닮다』이고 지은이는 ‘심재국’ 씨이다. ‘AI’와 ‘도시’를
결합한 제목이다. AI와 도시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AI 도시는 어떤 도시일까. AI 도시를 인간이 만든다는 말이고 AI 도시는 기술의 도시이기에 자연의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닐까. 여러 의문이 떠오르는 제목이다.
저자 역시 도시관련 직종을 거친 분일 거라고 생각한다.
역시나 도시계획학 박사인데다 대기업에서 32년간 근무하면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설계한 인물이라는 작가 소개를 보았다.

표지를 통해 알게 된 정보 마지막인 핵심 어구를 보자.
‘회복의 시대, AI가 만드는 미래’ ‘기술은 세상을 바꾸었다. 그러나 삶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AI 시대, 우리가 지켜야 할 삶의 기준은 무엇인가?’
2000년대 들어 세상은 확실히 기술, 과학 지배의 시대에 속하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인간은 ‘갑’이 아닌 ‘을’이 되어갔다. 질서를 유지하라고 소리지르는 것은 인간인데 실행하는 행동 대원은 사람이 아니라 ‘기계’, ‘과학’, ‘AI’이다. 스위치를 올린 것은 인간인데, 나머지 행동은 ‘기계’, ‘과학’, ‘AI’가 한다. 이 정도이면 다행이다. 시발점이 인간이기에 그나마 다행이다.
2025년 이후 ‘AI’가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이제 소리를 지르는 것과 스위치를 올리는 것이 인간이 아니라 ‘AI’이다. AI가 꾸며놓은 판 위에서 AI가 추천하고 AI가 권장하는 (소위 가스라이팅과 다를 바 없다) 행동이나 판단을 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렇게 AI가 주체가 된 세상, AI가 중심인 도시를 회복의 시대, AI가 만드는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런 도시는 자연을 닮은 도시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게 필자가 찾은 결론이다.
제목에서도 1장의 ‘AI 도시의 탄생’을 개론으로 2장 ‘바람이 흐르는 도시’와 3장 ‘물의 기억’은 AI 도시의 실체적 모습을 그린다. 4장 ‘도시의 결’과 5장 ‘느린 삶과 빠른 AI의 시간’은 정신적인 면으로 살펴본 AI 도시를 말하고 있다. 마지막 6장에서 필자는 자신이 핵심으로 다루고 싶은 ‘AI 도시, 자연을 닮다’를 말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감상자의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여 풀어보도록 하겠다.
1장의 AI 도시의 탄생에서 ‘서울’과 ‘싱가포르’를 예시로 이야기를 풀고 있다. 도시에 들어온 AI, 도시를 관찰하고 도시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는 AI가 아니라 도시의 감각 중추로 내부 운영 원리의 하나가 된다. 이 말이 뜻하는 내용을 필자는 이렇게 쓰고 있다.
기술은 인간의 감각을 이해하고, 도시는 삶과 자연의 리듬에 맞춰 조성된다, 그 결과 도시는 자연과 기술, 인간이 함께 움직이는 새로운 도시 문명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런 사고방식은 기존 기술과 인간이라는 이분법으로 생각해 온 상호관계(스마트 기술을 논할 때 볼 수 있는 관계)를 공존과 협력이라는 관계로 정립한다. 기술이, 혹은 AI가 인간을 지배하여 인간이 ‘기계의 종’ 아니 ‘노예’가 되었다거나 하는 극단적인 단정이 아니라 AI와 더불어 인간의 전통, 인간의 순리를 인정하고 공존하는 것이 작가가 말하는 ‘기술의 도시’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필자는 기술로 인해 ‘효율의 도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회복의 도시’가 이뤄져야 진정한 ‘AI 도시‘이고 ‘회복의 도시‘라고 주장한다. 이 부분이 이 책을 읽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2장과 3장에서는 구체적으로 AI가 어떤 영역에서 도시의 구성원이 되어서 도시를 돕고 도시가 진정 ‘회복의 도시’로 변모시키는가를 말하고 있다. ‘바람’과 ‘물’을 다시 회복시켜 주는 AI는 진정 도시를 회복시키는 큰 역할을 담당한다.
외사산外四山-내사산內四山으로 덮혀서 역사적으로 온전했던 바람의 흐름이 근대화 시대에 개발의 힘에 밀려 바람이 사라진 도시가 되었다. 이를 복원하고 회복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인 결과 ‘디지털 트윈 플랫폼 S-Map(Virtual Seoul)’이 탄생했고 ‘회복의 도시’ ‘회복의 서울’이 되었다. 앞서도 나왔던 같은 의미의 말이 바람을 다룬 2장에도 반복된다.
인간이 도시를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 역시 이 시대의 해답이 되지 못한다. 생명 도시는 자연과 기술, 그리고 인간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조화를 이루는 도시다. (86페이지)
자연이 도시의 숨길을 열고, 기술은 그 흐름을 읽어내며, 인간은 그 위에서 삶의 방향을 선택한다.(87) 이런 조건으로 필자는 자연-기술-인간의 조화를 지향한다.
자연풍토를 기준으로 했을 때 바람보다도 생태 친화성을 더 지닌 게 ‘물’이다. 서울을 이야기할 때 ‘한강’을 빼고서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독일 베를린의 슈프레강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말하듯이 ‘고전 풍수는 물의 움직임을 통해 도시의 생명을 읽어왔다’. ‘굽은 물길에 생기가 모이고, 두 물이 만나는 곳에서 문명이 열린다’는 말 또한 물이 도시(넓게는 ‘문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입증한다.
물의 시작부에 한자어구로 정리해 둔 물의 해석 또한 재밌었다. ‘기는 물을 만나 머문다 (氣止水交方是穴)’ ‘굽은 물길은 기를 모으고, 곧은 물길은 기운을 흩는다. (曲水聚氣, 直水散形)’, ‘동서로 흐르는 강은 빛을 품고 시간을 엮는다(東西之水, 광行其上)’, ‘물이 만나는 곳은 서로 다른 생명이 한 호홉으로 합쳐지는 자리다(合水聚氣)’, 들어가는 물길은 드러내고, 나가는 물길은 감춰야 한다. (入水宣顯, 出水宣隱)‘ 다섯 개의 글로 물에 전통적, 현대적 해석을 나열한 대목은 특이하면서 물이 도시에 미치는 영향을 쉽게 알게 해줬다. 더불어 물에 대한 풍수 개념과 현대 도시과학의 해석 또한 유용하였다. (113 사진)
도시의 물은 도시를 흐르는 강이다. 필자가 지적한 강의 방향 또한 흥미로웠다. 거의 모든 도시의 강은 동서로 흐르지 남북으로 흐르지 않는다. 이는 해의 흐름과 일치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즉 ’횡의 흐름은 기운을 열‘기 때문이고 ’종의 흐름은 생기를 가‘(121)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책이 아니었으면 알지 못했을 풍수의 진리이다.
풍수에서 말하는 ’치수(治水), 이수(利水), 친수(親水)‘도 흥미롭다. 도시에 흐르는 강마다 이 세 가지 중 하나에 속한다고 설명하고서 서울 한강은 치수의 도시라고 한다. 로테르담은 이수의 도시이고 볼티모어는 친수의 도시이다. 필자는 이런 치수의 도시인 서울가 치수의 도시 개념을 넘어 친수로 가야 한다고 한다. 이게 바로 공존의 도시를 위한 AI 활용을 통한 혁신이라 할 수 있다.

4장에서는 앞서 언급한 바람과 물의 도시로의 공존 작업이 여러 나라의 도시를 예시로 들면서 ’도시의 결(結)-회복을 위한 압축, 연결, 순환‘을 애기한다. 5장은 AI가 바꾸는 삶의 속도를 진단한다. 본시 자연은 느린 시간에서 흐르고 AI는 빠른 시간에서 흐른다고 전제를 깐 후, 도시는 이 둘의 융합을 지향해야 한다고 한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전통과 현대가 융합해야 제대로 된 가정, 도시, 나라가 성립되듯이 자연과 AI, 전통과 AI, 과거와 AI는 서로 끌어 안고 가야 하는 협력 개체의 독립개체이다.
마지막 6장 ’AI 도시, 자연을 닮다’라는 제목에서 보듯, 필자는 자연을 기초로 하는 AI 도시가 진정한 AI 도시라고 말한다. 미래 도시 선언에서 필자가 말한 부분을 마지막으로 옮기면서 필자의 AI 도시에 적극 협력하는 개인이 되어야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기술이 도시를 움직이고, 자연이 도시를 치유하며, 사람이 의미를 완성하고, AI가 그 흐름을 조율하는 도시, 이것이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도시의 표준이다.(2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