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팬이다
정명주 지음 / 매직하우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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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팬이다.
 
다 읽은 후 한 편의 추리소설을 읽은 느낌이 들었다. 본격 미스테리 소설은 아니지만 대단원으로 갈수록 살인이나 음모의 추함이 드러나서 책을 덮을 때는 조금 찜찜했다.
 
작가 정명주의 첫 소설인 본서는 가벼운 형식으로 인물군상을 추적한 한 편의 대중 드라마라는 느낌이었다. 어떤 작가가 자신의 프로필에 남게 될 책을 무책임하게 쓰겠냐만(요즘 이 말도 유통기한이 지난 게 아닌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최소한 독창성과 차별성은 확보해야 하는데 ‘나는 팬이다’에서는 독창성과 차별성을 찾기가 어려웠다.
 
처음 1/3 가량을 읽고 났을 때, 작가의 목적성을 쫓아가려고 인물에 기준을 맞췄다. 다니엘, 현, 제니, 썬, 이정석, 곰, 박재현 등의 인물들의 심리와 동선을 추적하면서 나머지 부분을 읽었다. 이 기준을 중심으로 2/3 가량을 읽고 난 후에는 인물의 심리와 동선이 너무 고정되어 있고 신파적이라 기준의 변경을 꾀하게 되었다. 사건을 중심으로 초점을 수정한 후 나머지 부분을 읽었다. 역시 뚜렷한 모양을 얻지 못하고 흐물흐물 책읽기를 끝냈다.
 
모든 글들이 독창성을 띄면서 감동과 결합되길 바라서는 안 되지만 최소한 부분적인 감동과 의미를 갖기를 바라는 게 나의 글읽기이다. 인물의 행동이 나의 추측을 넘어서든지 전체 글의 흐름이 최소한의 감동을 주길 바라는, 아님 일상생활과 관련된 글이라도 포근함이나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오든지 해야 글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이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나는 팬이다’는 이전 소설들의 합성 내지 아류라는 딱지를 붙일 수 밖에 없다.
 
다니엘이라는 유명가수의 광팬인 현을 중심으로 ‘팬’의 실체를 부각하고, 그 연장선으로 ‘썬’이라는 또 다른 광팬을 등장시켜 집착과 복수의 드라마를 생성하며 같은 소속사 가수인 ‘제니’와의 관계와 기획사 대표 ‘박재현’과의 동성연애를 배경음악처럼 깔아놓은 이 소설은 기존 단편 추리소설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이 정도로 길이로 쓸 작정이라면 좀더 고민하고 설계하여 작가 자신의 색채를 보여줬으면 어떨까 아쉽다. 소설은 독자와 소통을 전제로 하는 흐름이 긴 문학장르이다. 짧은 한 편의 시를 읽었을 때도 때로는 감동의 울림이 있는데 이번 책은 영화나 드라마 한 편을 본 것보다 못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니 참으로 안타깝다.

단지, 위안이 되는 것은 정명주의 첫 작품이며 후속작을 기대해 본다는 점이다. 물론 그때도 과연 책장에 꽂힐 정도의 무게가 나갈까에 따라 읽을 지 안 읽을 지 결정을 해야하는 문제가 남아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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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인 2014-08-25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작품인데 지나치게 악평을 한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