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선택 - 전 세계를 뒤흔들 시진핑호 중국에 대비하라!
양중메이 지음, 홍광훈 옮김, 강준영 해제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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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중메이 지음, 홍광훈 옮김, 강준영 해제, RHK출판사, 2012

 

앞으로 최고지도자로 중국을 이끌 시진핑은 어떤 인물이며 그가 다스릴 중국에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지 100% 정답은 아니라도 유사 답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시대마다 영웅이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민중의 힘을 의식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에는 복지와 평등을 우선으로 하는 존경받는 지도자가 나올 것이라는 상식적이고 이론적인 나의 생각이 책속의 내용을 통해 공유할 것으로 기대했다.

 

옮긴이의 글을 읽으면서 나의 생각에 슬슬 균열이 생겼다. 시진핑보다 저자인 앙중메이가 누구인지를 설명하는 이 글은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이정표였다. 반체제인사로 낙인이 찍혀 고향을 방문하지 못하는 중국연구가인 앙중메이는 역사를 전공하였으며 일본에서 역사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또한 저널리스트로서의 오랜 활동을 통해 습득한 많은 지식을 바탕으로 중국에 대한 저술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이 책의 단점으로 중국을 악의 축이라고 규정하는 그의 편향(?)된 시각을 중심으로 글을 전개시키고 있다고 역자도 지적했듯이 책의 전반적인 흐름은 현재 중국의 왜곡된 경제 불평등과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중국 권력자들이 어떤 비전을 제시할 것인가를 서술하고 있다. 겉으로는 발전과 평화를 누리는 듯 보여도 여러 이권과 이익이 충돌하고 경제·정치·문화의 주도권을 쥐려는 활화산 같은 속내를 지닌 중국의 중심에 시진핑이 서 있다.

 

당 중앙 최고 간부 중 한 명인 아버지 시중쉰이 1960년대 반대파에 의해 반동분자로 낙인이 찍히자 하루아침에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표현이 지나친 감이 있지만-경험을 어릴 때 겪은 시진핑이 14억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되는 과정은 예측과 의외가 공존하는 한 편의 드라마 같다. 덩사오핑이 장쩌민과 후진타오를 후계자로 지명하여 사후 자신의 가문이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안전망을 구축했듯이 장쩌민도 자신의 가문이 대대손손 부귀를 누리도록 하려고 후진타오에 이어 시진핑을 후계자로 지명하는 과정은 북한의 세습과 다르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시진핑보다 더 유능하고 개혁적인 인물이 있는데도 시진핑을 후계자로 키운 이유가 궁금했다. 자신들의 말을 더 잘 들을 것 같아서? 자신을 최고 지도자로 키워준 은혜에 보답을 확실히 할 것 같아서? 10년간 시진핑의 집권 하에서 중국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면 이런 물음의 답을 찾을 수 있겠지만 현재로는 시진핑이 깨끗하고 공정하며 그리고 자격 있는 지도자로 보기는 어렵다.

 

어느 집단이든 명암은 있게 마련이다. 특히 권력의 암투에서 너무도 달콤한 명에 비해 암은 잔인할 정도로 무섭다. 그들이 선택한 최고 지도자 시진핑은 과연 어떤 점에서 지도자감일까? 책을 거의 다 읽었는데도 명확하지 않다. 1945년 혁명 이후 재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을 때 당시 마오쩌둥과 함께 개국 원로에 속한 시진핑의 아버지 시중쉰은 권력에 아부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의 생각에 어긋나는 당의 결정에 대해 과감하게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정도(正道)의 관료였다. 이러한 아버지를 보고 자란 시진핑은 집안이 몰락한 이후 방황기를 거치고 난 후 마음을 고쳐 먹고 농촌에서 근면과 성실로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면서 여러 사람과 친분을 쌓았다. 나중에 복권되어졌긴 하지만 그의 아버지 시중쉰이 몰락하는 모습에서 권력의 냉혹함을 깨달았으며 자신은 이런 경험을 겪지 않겠다는 의지로 칭화대학을 나오고 여러 관직을 거쳤다. 상하이 서기관을 마지막으로 중앙당 임원으로 발탁되어 고속승진을 한다. 그의 이런 인생 과정은 어릴 때 경험이 만들어낸 처세술의 발로가 아닌가 싶다. 더 이상 아버지처럼 권력의 중심부에서 팽을 당하거나 모함을 당하지 않겠다는 암묵의 각오와 인사가 만사라는 생각에 원만하고 광범위한 인간관계를 통해 개인적으로 명예와 부를 이어가겠다는 마음 저변이 추동한 표면의 현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개인의 신념이 전체의 이익과 조화를 이루면서 대의를 이뤄나가는 일은 불가능하진 않지만 힘든 일일 수 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내년 한 해(2013)가 향후 10년간의 시금석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가 독서를 많이 하고 짧은 글이지만 저신이라는 필명을 써서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밝히기는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모든 글은 오롯이 자신의 맘이 가는대로 옮긴 글이 아니라 누군가 읽을 것을 염두에 두고 쓴 글 같다. 다시 말해 사람들의 반응을 계산해서 쓴 글이다. 20113월에 <쉐시스바오>에 실린 글을 보면, “옛말에 탁상공론은 나라를 망치고 실사구시는 나라를 번성하게 한다라는 말이 있다.”고 적고 있다. 침소붕대할 수는 없지만 이 글이 그의 철학을 나타내지 않나 싶다. ‘실사구시’(사실에 토대로 하여 진리를 탐구하다) 이론이 아니라 실제 체험과 실천을 토대로 중국을 다스리겠다는 그의 마음을 표현한 글이다.

 

내년 2013년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인 박근혜와 중국의 5세대 지도자인 시진핑이 지도자로서 자격이 있는지 검증을 받게 될 시기이다. 부디 다수의 국민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배려하고 힘쓰는 그런 지도자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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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이란 무엇인가 - 루소·퇴계·공자·융에게 교육의 길을 묻다
한석훈 지음 / 한언출판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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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이란 무엇인가 - 한석훈, 한언출판사

 

책을 읽기 전에 과연 선생을 정의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를 가졌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선생을 정의하는 것이 가능할까이다. 일반적으로 선생의 책무는 학생을 상대로 한 올바른 교육자의 책무와 같으며 누구나 다 익히 알고 있는 참되고 올바르며 학생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분이라는 통념과 다르지 않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선생에 대한 기본 입장은 같았으며 시대가 수 십, 수백 번 바뀐다 해도 여전히 선생에 대한 정의는 거기서 거기다. 이런 의미에서 제목 선생이란 무엇인가에서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선생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있을까 궁금했다.

 

저자는 서강대 사학과를 나와 미국 톨레도 대학에서 역사학 학사, 교육학 석사를, 시카고 대학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고 지금은 시간 강사로 학생을 지도하시는 분이다. 이런 저자의 경력을 보고 역사적인 관점에서 선생님이라는 존재에 대해 탐구하겠다는 추측을 했고 글을 읽으면서 나의 추측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였다.

 

책의 뒤표지에 이런 말이 있었다. ‘선생은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지식으로 가는 길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선생은 지식으로 가는 길을 가르치는 사람, 즉 지식의 안내자란 말이며, 지식 지도나 이정표라는 말이기도 하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서론에서 저자는 자신이 선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책을 쓰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4가지의 이유를 들었다. 조금 삐딱하게 읽으면 난 이런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라고 들릴 수 있는 이유들이지만 저자의 깊은 맘속을 헤아려보자면(이게 가능한가?) 저자는 자신에게 엄중한 사명이 내려졌고 최선을 다해 부응하겠다는 결심의 말로 볼 수도 있다.

 

구성을 통해 책을 살펴보면, '1장 잠자는 학교에서는 파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학교 교육 현장을 보여주었고 제4장부터 제6장까지는 선생이란에 대한 물음에 답이 될 수 있는 글을 적고 있다. 7장은 행복을 향한 걸음 : 학생, 세상, 선생 자신의 행복이라는 제목으로 학생, 사회, 선생이 가져야 할 가치는 행복 추구임을 강조하였다.

 

원론적인 이야기가 섞여 있었지만 자신의 경험과 여러 철학과 역사 자료를 이용하여 새로운 관점으로 학교 현실을 바라보면서 문제는 학생이 아니라 선생으로 작게는 학생과의 관계, 크게는 사회와의 관계에서 어떻게 학생들을 지도하여 올바른 인간으로 안내할지 많은 고민을 선생님들이 해야 한다고 했다. 선생이 이런 자기 성찰을 해야 하는 이유로 필자는 평생 선생으로 남아 있을 나 자신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48p.)를 들었다.

 

2장부터 저자는 본격적으로 선생의 의무와 책임, 자격 등을 여러 지식을 배경으로 설명한다. 특히 선생도 인간임을 강조하고 그 또한 노력하는 존재이지 이미 이상을 실현한 완성체가 아니라고 하고 노자의 화광동진(和光同塵)’을 인용한 부분이 와닿았다. 이상만 추구하여 빛만 우대해도 치우침이고 생존에 함몰되어 먼지만 뒤집어쓰고 사는 것도 치우침이기에 빛과 먼지가 공존하는 자신의 전체성을 수용하라는 저저의 말은 이 책 전반을 꿰뚫는 명제가 아닐까 생각했다. <애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라는 밤거리의 순찰 선생으로 불리는 미즈타니 오사무 선생을 인용하면서 선생은 그 자신을 끌어낼 원천인 라는 존재의 깊숙한 내면과 드넓은 외연을 볼 수 있어야 하고 나 자신을 잘 아는 자기 인식이 최우선 과제’(71p.)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비슷한 이야기로 그는 심층심리학에서 대사회적 인격을 일컫는 페르소나persona’(83p.)라는 용어를 가져와 정상적인 사람도 이런 가면을 쓰고 산다고 하면서 '가면이 가진 부정성보다는 페르소나의 이면에 있는, 혹은 내면에 있는 자신을 늘 이해하기 위한 모험을 감행하라고 했다. 참으로 공감이 많이 가는 대목이었다.

 

어떤 인간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을 할 수 있을까. 성인군자인들 자신을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이 갖는 의의를 선생이면 누구나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평소 고민하고 있는 문제일테고 이 나라 선생은 누구나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저자는 동서양의 철학과 앞서간 자들의 이론과 삶을 예시하면서 (루소, 듀이, 퇴계, 공자 등) 이런 고민을 어떻게 올바르게(?) 할 수 있는지 그 방법과 사례를 적고 있다. 공감을 하면서 읽었고 특히 승산 대선사의 일화(230p.)를 통해 제시한 불입문자(문자를 세우지 않는다)’는 다소 철학적이지만 깊이 새겨야 할 생활지침이 아닌가 생각했다. 뭐든지 말로 체계를 세우려는 합리성의 원리가 때로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비인간적으로 만들 수가 있다. 이것을 선생에게 적용시키면 학생과 자신을 도식화시켜 온전한 인간의 모습은 없고 지식을 매개로 한 남-남의 관계에서 ()’은 사라지고 ()’만 남지 않는가라는 생각을 했다.

 

어떤 선생이 되어야 하나라는 말을 종합적으로 요약할 수 있는 대목으로 유네스코 포럼에서 에드가 포르라는 사람이 했다는 ‘learning to be'(279p.)라는 말을 필자는 제시하였다. 'learning to have'와 대비되는 말로 소유가 아닌 존재를 위한 배움을 강조한 말이다. 여기에 저자는 ’teaching to be'라는 말을 만들어 선생이면 누구나 존재를 위해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누구의 존재일까. 저자는 선생의 존재라고 했지만 난 여기에 덧붙여, ‘teaching someone to be'도 넣어서 선생 자신의 존재를 위해서 뿐 아니라 자라는 아이들의 존재를 위해서 노력하는 선생이 되어야 균형이 맞지 않을까 생각했다.

 

참으로 소중하고 보람된 읽기였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려주는 신호등으로 오랫동안 곁에 두고 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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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한 법은 없다 - 범죄 유발성 형법과 법의 유통 권력자들
박영규 외 지음 / 꿈결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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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을 보고 참담한 생각이 들었다. 법의 보호를 받고 법망 안에서 안전한 사회적 삶을 산다고 생각하는데 나를 위한 법이 없다니 별 괴상망측하기 짝이 없었다. 특히 소제목인 ᆞ범죄 유발성 형법과 법의 유통 권력자들ᆞ은 법이 생물이 되어 나를 위협하고 이 생물의 조정자인 권력보유자가 나를 지배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을 증오해야할 때가 왔고 법을 최소화시켜야 바로소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는 선언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책을 통해 교감을 한 저자 류여해씨는 독일 유학파로서 대한민국의 귀한 인재이며 법률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고 대한민국 헌법의 미래를 걱정하는 참된 인간이다. 그가 유학생활을 마치고 대법원 재판연구원을 걸쳐 5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국회사무처의 법제실 법제관ᆢ에 들어가서 본 그곳 세상은 그의 안내를 따라 글을 읽는 내내 공무원의 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필자를 통해 엄정한 법을 만들고 심의하기 위한 첫 관문으로서의 자리가 아니라 국회의원의 비위에 맞춰 대충 법률안을 만드는 곳이 국회사무처의 법제실이라는 부정적인 현실의 단면을 보았다. 비록 필자가 그들 법제실 직원이나 국회의원들의 실적주의를 비난만 하고자 쓴 이야기는 아니지만 유령야간잔업 문제의 경우 일전에 TV에서 보도됐던 적이 있을 정도로 공무원의 탐욕과 무사안일주의를 단적으로 보여준 대목이라 충분히 공감이 갔다.

 

글을 읽을수록 국가의 중추이자 국민의 방패가 되어야 할 법이 오히려 거미줄 같이 법의 지배하에 놓인 국민을 옥죄는 현실이 눈에 들어와 불편하였다. 악법은 말할 것도 없고 난무하는 특별법이나 인기 영합형 입법사례 등은 야경꾼이 필요한데 야경꾼을 관리-감독하는 자가 더 큰 권세를 가지게 되는 주객전도의 상황과 비슷하다. 과연 법을 만드는 자나 법을 집행하는 자들은 누가 시키고 누구를 위해 그런 일을 하는지 알기나 한지 되묻고 싶고 궁극적으로 그들의 존재의미는 무엇인지 따지고 싶었다.

 

특히 특별법의 경우 깊이 고찰하지 않은 포플리즘이 낳은 기형아가 될 수 있다는 점에 크게 공감하였고 불필요한 다량의 법 양산의 부작용으로 판, 검사와 변호사들도 제대로 법조문을 알지 못한다는 대목에서는 거대한 괴물로 법이 둔갑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를 느꼈다. 더불어 필자는 법이 공정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국민의 편에 서 있을 것이라는 과도한 기대’(123)는 하지 말라고 하면서 국민이 법을 모르면 무관심 속에서 소수의 강자가 대다수 약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법이 만들어진다’(123)는 무서운 말을 하고 있다. 법이 엄정하고 공평하며 약자를 보호하며 선의의 편이다는 말을 하기가 두려웠다.

 

파트23장에서 필자는 검찰과 경찰의 힘겨루기를 얘기한다. 제 밥그릇을 지키려는 어처구니 없는 그들의 논리로 인해 위치추적에 관한 법조차 제대로 입법하지 못하여 무고한 시민이 살해되는 사건에 대한 글을 읽고 정의 없는 정의사회’(158)에 살고 있는 나 자신의 현주소를 곱씹게 되었다. 그들이 민중의 지팡이이고 국민을 위한 일임을 전제로 화합하며 양보하는 대승적 자세를 보여주기를 바랐다.

 

특히 특별채용이라는 법을 통해 법이 악용되는 사례를 이야기하는 대목은 참으로 인상깊게 읽었다. 고려시대에도 상피제(서로 피한다)-친인척 관계에 있는 사람은 같은 관청에서 근무하지 못한다(174)-라는 제도가 있었다는데 과거 800년 이상쯤 전의 제도보다 진일보하지 못한 우리네 법이 왜 그리 처량하게 느껴지는지 울분이 솟았고 기득권자들의 논리에 함몰되어 일수벌금제를 통한 차등벌금제도 제대로 실시하지 못하는 이 나라가 과연 민주국가인가라는 회의를 느꼈다. 여기서도 거미줄 법이 생각났다. 돈 있고 빽 있는 재벌이나 권력자들은 거미줄을 뚫고 나가고 힘없고 돈 없는 소위 민초라는 자들은 이런저런 법에 걸려 고충을 당하구나 싶다.

 

그래서 필자는 마지막 장에서 법에 무관심하면 비극이 일어난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이 대목 중에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함무라비 법전을 보러 온 독일 어린이 단체 인솔 교사에게 필자가 아직 법을 알기에는 이르지 않나요?’라고 한데 대해 인솔 교사가 한 말이 특히 감동적이었다. “아무리 어려도 알 건 알아야 하지 않나요? 법은 이 아이들이 태어나서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아이들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니까요” (244)

 

우리들 국민들이 잘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나부터가 어렵고 귀찮아서 가급적 송사에 휩싸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법을 기피한 점을 반성하게 되었다.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을수록 법은 신중하게 만들어질 것이고 공정하게 적용될 것이다. 필자가 우리 법전에 원칙과 상식에 어긋하는 법이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을 발견할 때마다 참으로 두렵고 슬펐다(280)‘고 하면서도 그래도 희망을 본다‘ (278)고 한 것처럼 나 자신도 나 자신의 변화를 통해서 입법기관, 사법기관, 행정기관이 자기이익에 급급한 집단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봉사체로 당당히 거듭날 것이며 현재도 이런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는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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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못된 남자 - 고성국의 대선리뷰
고성국 지음 / 정은문고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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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를 통해 1인자를 보다

 

왜 ’대통령이 못 된 남자’의 소제목이 ‘고성국의 대선리뷰’일까? 대선이 끝나고 나면 여기에 등장하는 2인자-대통령이 못 된 남자-가 분명 나오기 때문이라는 생각 때문? 일단 제목을 ‘대통령이 못 된 후보’라고 바꿔야 한다. 박근혜가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이 자리에 들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여자이니 ‘대통령이 못 된 남자’가 될 수 없다.

 

역대 대통령 선거 과정과 결과를 짚으면서 낙선자들은 왜 대통령이 되지 못하였는지 짚어 본 책이다. 승자독식, (아바의 노래처럼) ‘Winner takes All'이라 대통령이 된 자만 기억하는 일반 양식에서 낙선자를 돌아보고 낙선의 이유와 평가를 책으로 써낸 일은 참으로 뜻깊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더불어 낙선자지만 올바른 전략과 진정성을 가진 분들을 만날 수 있어 즐거웠다. 기록자료를 통해 대선 후보들이 어떻게 선거를 치렀으며 어떤 장벽을 만났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장벽을 넘거나 넘지 못하였는지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성공한 자가 성공담을 늘어놓는 것만큼이나 실패한 자가 실패를 거울로 삼는 모습은 비록 당시보다는 퇴색하긴 했지만 여전히 의미 있게 와 닿았다.

 

책을 읽는 동안 저자가 TV토론에 나와서 이번 대선전망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다. 대선 주자들을 분석하고 대선전망을 각자의 관점으로 분석하는 자리기에 논쟁이 있지는 않았지만 개인의 주관은 말을 통해 나타나는 법이라 다소 여당성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후 이삼일 후에 그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다는 말이 나왔다. 선입견을 가지면 안 되지만 평론가가 누구를 지지한다고 하니 그의 글도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평론가도 자신의 시각이 있기에 그럴 수 있지만 공개적으로 편향된 주장을 하게 되면 평론가가 가진 시각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더구나 그가 YTN으로부터 방송출연금지까지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좀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이 책에서는 가급적 중심을 잡고(평론가 본연의 자세) 글을 써내려가려는 흔적을 읽을 수 있었지만 사람이란 100프로 객관적일 수 없는 존재이기에 독자로서 본 서평자는 일정 부분 그의 글에 신뢰를 갖기가 힘들었다.

 

대선이 불과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왜 이 책을 냈을까. 다시 질문을 던져본다. 사람들이 대선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이런 책이 잘 팔릴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안했다면 거짓말이고 했다고 하면 상식일 것이다.

 

이런 류의 글들이 꾸준하게 나와서 국민들이 올바른 지도자상을 갖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단 글을 쓰는 분들이 최대한 객관성을 가져서 읽는 이의 시야를 넓혀줄 수 있는 책이 많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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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리더십 - KBS스페셜, 나를 행복하게 할 리더는 누구인가?
이재혁.K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서승범 정리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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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리더십 - 이재혁, KBS스페셜 제작팀, RHK출판사

 

처음 책을 읽기 전에 항상 제목을 먼저 본다. 책의 제목에는 저자나 역자의 고민이 담겨 있으며 책 전반에 흐르는 메시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의 제목은 책의 얼굴이다.

 

이번에 만나게 된 행복의 리더십행복리더십을 결합하고 있다. 리더십과 행복을 어떤 의미로 연결했을까? 통상적으로 제목을 통해 독자의 시선을 끄는 그렇고 그런 제목일까? 상업적인 의도의 제목? 여러 생각이 꼬리를 무는 물음을 던졌다.

 

읽으면 알겠지라는 생각으로 서문부터 정독하였다. 의외로 답을 쉽게 찾았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행복의 리더십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였다. 여기에서 필자는 가장 핵심적인 세 문장을 강조했다. “행복의 리더십은 를 행복하게 만드는 리더를 찾는거야”, “행복의 리더십은 진정한 행복을 보여주는 리더를 찾는거야”, “행복의 리더십은 리더 자신의 행복을 위한 길이기도 하지.” 이 세 문장과 그에 따르는 설명만 읽는데도 가슴이 조금 벅찼다. 특히 마지막 문장은 리더에게 바라고 싶은-대선 후보에게 바라고 싶은-명제였다. ‘행복의 리더십은 리더 자신의 행복을 위한 길이라니!

 

지금까지 리더십에 대한 나의 의견은 리더는 자신의 추종자나 국민을 위해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이 되어야 한다’, ‘자신의 안정과 행복보다 타인의 안정과 행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나와 나를 둘러싼 여러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대리인 정도였다. ‘자신의 행복을 위한 길이 행복의 리더십이라는 말은 리더는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니 내가 생각한 리더의 개념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리더 자신도 내가 행복해지듯이 행복해야 한다. 얼마나 좋은가. 리더나 리더를 사랑하고 따르는 사람이 다 행복하다면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많은 사람의 공감과 이해를 구해야 하고 소통과 믿음을 공유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필자가 본문에서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을 첫 번째 리더로 다룬 것은 행복과 리더십이 얼마든지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2003년에 취임하여 2010년에 퇴임을 한 룰라는 임기를 마치고 난 후에도 83%라는 국민의 지지를 얻고 있다. 너무 부러운 대목이다. 전직대통령하면 가문의 영광이 아니라 오명과 불명예의 족쇄가 되는 부끄럽고 치욕스러운 이름으로 여기는 대한민국의 현실과 너무 대조적이다.

 

다른 리더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룰라의 경우 모든 정책이 조국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서 이루어졌다. 특히 쌍방향 리더십이란 말을 말로가 아닌 실천한 인물이다. 부자를 배척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동참하도록 유도하며, 국민의 분열을 막고 국민이 자발적으로 정부의 정책에 동참하도록 여러 가지 통합정책을 실시한 점은 리더와 리더를 바라보는 국민이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단편소설이 그렇듯 백과사전식 책은 읽을 때나 읽고 난 후에 독자인 나의 머리를 무겁게 하고(복잡하게 하고) 지그재그 흩어지는 조각생각들로 채운다. 그래서 이왕 글을 읽을거면 기승전결의 구조를 가진 책을 선호한다. 이번 책도 이런 불편함을 예상했다. 행복, 리더십을 이야기하다 알게 모르게 끼어들 현학적이고 도식적인 지식의 나열들이 사고의 일부로 들어왔다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러 사람, 여러 나라, 여러 직종, 여러 사건이 계속 책의 두께를 위해 연구비교를 위한 사례수집의 이름으로 들어올 것을 예상했다. 생각한대로 비빔밥이 될 정도의 스토리와 인물을 만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100프로라고는 할 수 없지만 나름 통일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억지로 글을 이어가고 이야기를 만들어갔다는 느낌보다 스토리 하나, 인물 한명 한명을 머리보다는 몸으로 만났다는 느낌을 받았다. 순전히 나의 느낌이지만 현재 내가 느끼는 생각 그대로이다. 기업가와 기업(구글괴 시스코, 엔씨소프트, 일본항공 CEO 이나모리 가즈오, 유누스 그라민 은행 총재, 그라민폰과 이크발 카디르)와 정치인(처칠, 히틀러, 빌리 그란트,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 전 싱가포르 총리 리콴유, 이스라엘 대통령 시몬 페레스), 기타 여러 사건과 인물들(핑핑푸 교수, 칠레 광부, 조지프 슘페터 등)으로 나눠서 전개한 내용들을 보면서 스페셜 제작팀의 기획과 편집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생각을 하였다.

 

특히 히틀러와 홀로코스트를 이야기하면서 프로이트 심리학을 끌어와서 이드와 초자아를 중재하는 자아가 유발하는 전이현상이 일방통행의 소통을 낳아 히틀러라는 괴물과 홀로코스트라는 재앙을 낳을 수 있다는 경고는 참으로 유익하였다. 소통에는 쌍방을 전제로 한다는 사실을 다 알지만 우리들 인간이 갖는 인식체계가 너무 허약해 일방적인 사고나 방식을 쌍방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대목에서 개인이 철저하게 무장하여 리더를 잘 선택하고 잘 파악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정말 미워질 것 같다. 개인은 모이면 큰 물줄기를 이루겠지만 분열하면 너무도 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차는 리더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리더가 진정성을 갖고 개인의 미래를 위해 초석이 되고 디딤돌이 된다면 많은 개인은 이를 인정하면서 힘을 실어줄 것이다.

 

대통령 선거일이 얼마 안 남은 이 시점에 훌륭한 리더, 진정 국민을 섬기는 리더가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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