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남의 눈치를 보았습니다 - 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한 나를 위한 심리 수업
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박재현 옮김 / 샘터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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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미즈시마 히로코
 게이오기주쿠대학 의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의학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대인관계치료를 임상에 도입하고 보급에 노력해왔으며 일본 대인관계치료계의 1인자로 평가받고 있다.
학위와 학벌에 집착하는 나로써는 저자 소개를 통해 무한한 신뢰가 형성된다.

남의 시선에서 진심으로 독립하고 싶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심하게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불편한 진실과 빈번히 마주하게 된다. 아예 사람을 안만나는게 편하다고 생각하여 지금 혼자 지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집순이가 되어버린 나를 밖으로 나갈 수 있게 이끌어 주지 않을까 기대하며 읽게 되었다.

☆ 평가에 대하여... ☆
어지간해서는 남에게 부탁을 잘 하지 않는다. 모든 걸 내가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다방면에서 알고 배우려고 애썼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 것인데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된다는 생각에 모든 문제를 내 선에서 해결하려 했다. 왜 나혼자 그런 착각에 빠져 살았을까. 남의 시선을 너무 의식해서 그런 것 같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부탁을 하면 능력없는 사람으로 비춰질까봐... 무시당할까봐... 그런 걱정을 아주 어릴 때부터 했던 것 같다.

"평가에는 상대의 사정을 무시한 '단정'과 '강요'라는 폭력성이 숨어 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데 집착했을 뿐 평가 자체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다. 저자의 말을 들어보니 그동안 평가의 의미도 제대로 모르면서 왜 그렇게 집착했는지 모르겠다.
1장에서 평가의 의미를 다시 새기며 2장에서 트라우마에 대해 설명한다.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몇 가지 방법이 나오는데 무엇보다 나는 다른 사람과 적절한 대화가 나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느꼈다.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이 다를 것이다. 이 장을 통해 나에게 맞는 치유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3장에서 자신감을 찾는 법을 찾게 된다. 나는 집단상담을 진행하면서 자신감을 얻는 방법은 어느 정도 터득한 듯 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의기소침해 있다면 어서 빨리 자신감을 되찾아야 한다. 책에서 자신감의 근원을 1.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2. 지금의 나는 이걸로 좋다 3. 나는 괜찮을 거야 이 세가지 주제로 소개하고 있다.

생각을 조금만 달리하면 마음이 가벼워지기도 하고 그간 골머리 썩던 일이 별 것 아닌 것 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를 조금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나라는 틀에만 갇혔을 때 안보였던 것들이 한 발자국 물러서서 이 책의 도움을 받아 가능한 일이었다.

7장 자신의 외모와 잘 지내는 법부터는 적극 추천해주고 싶은 대상이 있다. 바로 사춘기에 접어든 소년, 소녀들. 나는 내가 엄청 못생겼다는 생각에 거리에 다닐 때 고개를 푹 숙이고 다녔다. 나처럼 못생긴 애는 연애도, 결혼도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외모때문에 괴로웠던 지난 날 이 책을 조금 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뭐든 시간이 해결해준다고는 하지만 나의 경우 남의 시선에서 해방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실 지금도 확실하게 해방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해방되는 시간을 좀 더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남의 시선이 신경쓰이고 고민스럽다면 차분한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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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이야기 1 - 민주주의가 태동하는 순간의 산고 그리스인 이야기 1
시오노 나나미 지음, 이경덕 옮김 / 살림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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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문명의 원형, 민주주의 창시자 그리스인을 둘러싼 거대 역사 스펙터클

참 사람사는 일이 예나 지금이나 쉽지 않다.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흘러야 전쟁없이 모두가 평화롭게 살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한 일인가....

역사를 참 좋아했는데 학창시절 세계사 공부를 할 때 힘든 점이 있었다.
예를 들어 페르시아 전쟁이 시험에 나온다치면 그저 누가 누구랑 왜 싸웠는지,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정도만 달달 외우면 될 것을... 나는 전쟁이 일어나게 된 계기나 과정, 이후 두 나라의 관계가 어찌되었고 주변 국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시험에 나오지도 않는 온갖 잡다한 것들이 모두 궁금했다.
한 사건에 대해 수박 겉핥기식으로 시험에 나오는 것만 달달 외운 후, 다시 다음 단원으로 넘어가는 그런 공부가 이해도 되지 않고 하기 싫었다. (결론적으로 공부하기 싫었다는 핑계를 이런 식으로 ㅋㅋㅋ)

그간 유럽의 역사를 파해치며 알게 모르게 주워들었던 상식에 살을 덧붙이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 책은 지도를 찾아 읽는 재미가 있다. 읽기 전에 한눈에 펼쳐지는 지도를 한 번 훑어보고 읽으면서 종종 다시 지도로 되돌아와 손으로 짚어가며 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 지금과 같은 지명도 있고 달라진 지명은 따로 지도에 표시되어 있다.

1장 그리스인은 누구인가?
책의 분량과 비교했을 때 다소 약소하게 소개되어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그리스신화 이야기가 많이 나와 단숨에 읽어버렸다. 몰랐던 도시국가도 알아가면서 슬슬 그리스인 알아가기 시동을 걸었다.

2장 나라만들기의 여러 모습
학창시절 간단하게(?) 배웠던 그리스의 민주정치가 실로 이렇게 복잡하고 다양한 인물과 사건 속에 탄생, 진행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창시절에는 클레이스테네스가 어느 도시국가 소속인지 리쿠르고스 헌법이 정확하게 누구를 위한 건지 알고 싶었는데 이 책을 통해 말끔히 해소했다.
무엇보다 솔론, 페이시스트라토스, 클레이스테네스, 테미스토클레스, 페리클레스 등 아테네 민주정치를 이끌어 갔던 분들의 자취를 확실하게 알 수 있어 좋았다. 태생부터 성장기, 이후 살아온 과정을 알게 되면서 구분이 명확해졌다. 고대 민주정치가 지지하는 인물이나 의견에 따라 당이 갈리고, 시민의 지지를 얻어야 권력을 쟁취할 수 있는 등 오늘날 민주주의와 비슷한 점을 여럿 발견하여 놀라웠다.

3장 침략자 페르시아에 맞서
대망의 페르시아 전쟁에 대해 알차게 배웠다. 잘 몰랐던 페르시아 역대 왕의 성향과 전략을 통해 페르시아가 대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 그리스와의 전쟁 양상이 흥미로웠다. 페르시아를 상대로 그리스 도시국가들이 때로는 협력하며 때로는 맞서며 대응하는 모습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흥미진진하다. 각 도시국가마다 특성이 있고 장점과 단점이 있는데 마치 전략게임을 하듯 보는 재미가 있다.
사실 역사적 사실만 읽었을 때는 수긍하는 것 이외에 달리 얻는 것이 없다. 그런데 이 책은 저자의 상세한 설명이 뒷받침 되기 때문에 얻는 것이 많다. 정신없는 전쟁 속에서도 왜 이런 전략을 구사했는지, 어떤 식으로 물리쳤는지 친절하게 알려주기 때문에 나처럼 지식이 짧아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것이다.

4장 페르시아전쟁 이후
가끔 델로스동맹과 펠레폰네소스동맹을 헷갈릴 때가 있었다. 이 장에서 확실하게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페르시아와 전쟁은 끝났지만 아테네, 스파르타, 페르시아 간의 정치적 밀당이 흥미롭다. 책은 테미스토클레스의 죽음으로 마무리된다.

 

책의 마무리가 특히 마음에 와닿는다. 멋진 마무리와 함께 그리스인이야기2편은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 된다.

 

 인간이란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는 한편으로 어처구니없이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는 생물이기도 하다. 이렇게 성가신 생물인 인간에게 이성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철학'이다. 반대로 인간의 현명함과 어리석음을 일괄해서 그 모든 것을 써가는 것이 '역사'다.
이 두 가지를 그리스인이 창조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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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로 간 소신
이낙진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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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동화에 나올 법한 환상적인 표지에 이끌려 책장을 넘겼다.
다시는 이런 비슷한 책을 쓰지 않겠다며 양해를 구하는 저자의 머리말을 보고 책 내용이 더욱 궁금해졌다. 책을 읽는 내내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볼 때 느꼈던 감정을 이 책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저자의 소소한 일상이 그려지면서 은근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저자의 삶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상황이 나와 비슷한 부분은 그 때의 나를 떠올리게 했고 가족을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다.

총 15가지 주제마다 앞부분은 2007년 가을, 뒷부분은 2018년 봄에 쓴 글이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읽는 재미가 있다. 누구나 겪었을 법한, 겪을 수 있는 평범하고 소소한 이야기라 부담스럽지 않다.

14번째 편지 라는 주제를 읽을 때 주제는 편지인데 왠 일기가 쓰여 있을까 싶었다.
저자는 편지쓰는 방식도 독특하다 생각했다. 이 장은 저자의 연애에서 결혼까지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데 잊고 있던 편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직도 일본은 편지나 연하장을 주고 받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나의 편지는 초등학교 때 쓴 것이 마지막인 듯 하다. 편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엽서나 연하장을 주고 받는 문화가 있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나도 한 15년동안 매년 다이어리를 구매해서 일기를 쓰고 있다. 단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쓴 해는 없지만, 그래도 나름 열심히 쓰고 모아놓았다.
달나라로 간 소신을 읽으면서 내가 그동안 썼던 일기를 돌아보게 되었다.
저자처럼 나 역시 20대에 썼던 일기는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라 차마 끝까지 읽기는 힘들었지만...
조금 더 다듬고 주제별로 엮어놓으면 책 한 권 분량은 거뜬히 나올 것 같다.
물론 나혼자만 보는 책으로 말이다.

가족의 소중함과 일상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 책이다.
일상이 지겹다고 느껴 삶에 활력이 필요한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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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춤추고 싶다 - 좋은 리듬을 만드는 춤의 과학
장동선.줄리아 크리스텐슨 지음, 염정용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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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애청자라 장동선 박사님의 신간이라서 눈길을 끌었고 뇌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에 대한 책인가 싶어 흥미가 생겼다. 책 표지를 보고도 설마 진짜 춤추는 행위를 말하는 건가 의심스러웠다. 의도치않게 나에게 꼭 필요한, 진작 출간되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만나서 정말 반가웠던 책!

어릴 때 취미로 시작했던 춤을 대학교가서 본격적으로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되었다.(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대학교가서 춤춘 기억밖에...;;;) 나름 노력파라 안되는 몸뚱이를 밤낮으로 흔들어 대니 겨우 흉내낼 정도는 되어 공연도 꽤 여러번 하게 되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체중관리를 위해 에어로빅강사 자격증을 따서 부업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춤과 밀접한 생활을 하다가 요근래는 귀찮기도 하고 몸도 점점 불어 감당이 되지 않아 춤추기를 그만 두었다.

이 책은 장동선, 줄리아 F.크리스텐슨 두 분이 함께 쓴 책이다.
줄리아 역시 심리학을 공부하기 전에 발레리나로 꿈을 키웠으나 불의의 사고로 꿈을 접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두 사람은 한 학술대회에서 만나 서로 관심분야를 통해 대화를 나누고 연구한 내용을 이 책으로 출간하게 된 것이다.

춤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책이 될 것이다. 400페이지 분량이지만 목차를 보고 필요한 부분만 골라보면 된다.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보라색 글씨로 구분되어 있어 함께 읽으면 지루함을 덜할 수 있고 따로 읽으면 더 빠르게 책을 읽을 수 있다.
춤이 우리에게 주는 신체적, 정신적 장점뿐만 아니라 춤의 종류, 춤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 나에게 맞는 춤 등 춤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춤은 잘추고 못추고 상관없이 리듬에 맞춰 흔들 수 있는 걸로 충분하다. 물론 멋진 스텝을 배워서 뽐내는 것은 말할 나위 없이 훌륭한 경험이 될 것이다.

특히 이 책에서 도움되었던 부분은 6장 힐링을 위해 춤추기 였다.
신체의 건강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두려움과 불안, 우울에 결핍까지 춤을 통해 날려버릴 수 있다니!
이 부분을 읽고 몸이 아팠던 대학 시절 춤만큼은 열정적으로 임했던 나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시절 갖은 병마로 (스트레스로 걸릴 수 있는 병은 다 걸림...) 정신못차리고 있을 때 춤출 정신있는게 뭘 아프다고 하냐며 부모님께 핀잔듣기 일쑤였다. 나도 이렇게 아픈데 왜 그렇게 연습을 했는지, 그 때는 그저 좋아서 하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복부를 절개하여 걷는 것도 제대로 못 걸으면서 그 와중에 연습실에 가 이효리언니의 춤을 추곤 했다. 그 때 찍은 동영상을 보면 진짜 아픈 사람이 맞나 싶다.
이 현상을 이 책을 통해 단박에 이해할 수 있고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그 때 그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좀 더 객관적인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어 기쁘다!

춤 실력도 상관없지만 나이 또한 전혀 상관이 없다. 종종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도 엑소 춤이며 방탄소년단의 춤을 기억하고 따라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HOT 춤을 몸이 기억하는 걸 보면 더 나이가 들어도 분명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몸이 따라줄지 의문이다.

춤을 추다보면 기억력도 좋아진다고 한다. 사실 춤을 추는 행동에 장점이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모두 소개하기 힘들지만 기억력만큼은 이야기하고 싶다.

"춤을 즐기며 늙어 가는 것, 이것은 아주 멋진 일이다. .....중략......
이 연구소는 노인들이 예술·음악·춤을 통해 더 나은 삶의 질과 기쁨을 누리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위에서 말한 세 여성들은 모두 적어도 20년은 더 젊어 보인다!"

실제로 댄스동아리 선배들을 보면 춤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분들이 늙지도 않는다. 1년에 한번씩 전기수모임을 하는데 해마다 느끼는 거지만 우리 동아리 사람들은 20년이 지나도 늙지도 않는다는 말을 이젠 식상해서 하지도 않는다. 어릴 때처럼 멋있고 절도있지는 않아도 음악에 맞춰 흔드는 것만으로 추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모두 즐거워진다.
이제는 이런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으니 멋지지 않은가!

책을 읽고 갑자기 춤이 추고 싶어졌다. 예전처럼 공연에 압박받을 필요도 없고 잘 해야한다는 강박도 없는 지금, 그저 음악에 몸을 맡기고 흔들~ 흔들~ 추는 춤 말이다.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가볍게 춤출 수 있는 행사가 많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좋은 장점이 많은 춤인데 왜 다들 점잔빼고 앉아있는가! 있는 자리에서 엉덩이만 씰룩씰룩 해도 엔돌핀이 솟아오른다.
더 즐겁고 건강한 삶을 위해 <뇌는 춤추고 싶다>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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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갈 수 있는 배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윤희 옮김 / 살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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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편의점 인간>의 저자 무라타 사야카의 신작.
세 여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성 정체성으로 혼란을 겪는 리호,
자신을 별의 한 조각이라 여기는 우주적 세계관의 소유자 치카코,
천상 여자라 리호와 대립하는 츠바키.

첫 장부터 출발이 쉽지 않았다.
'일본은 성문화가 개방적이라더니 고등학생이 벌써...'
이 엉뚱한 생각에 꽂혀버리자 책 내용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리호가 평범한 학생인지, 문제아인지를 밝히는 게 나에겐 더 시급한 문제였다. 여자로 태어났지만 자신이 남자일지 모른다는, 남자이길 바라는 것 같은 리호를 보며 참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고 생각했다. 결국은 내가 얼마나 고리타분한 사람인가 확인만 하는 꼴이 되었지만......

리호보다 열살은 더 많은 치카코와 츠바키가 나의 또래지만 난 도통 그들의 대화에는 낄 수 없다. 그만큼 나 자신의 성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여성으로 태어나 생겨난 불편함도 당연스레 받아들이고 살고 있었다. 하나 깨달은 것이 바로 이것이다. 여성인 나조차도 여성스러움에 갇혀 스스로 억압하고 살고 있었다는 것. 집에 있을 때는 절대 하지 않는 화장을 나갈 때는 덕지덕지 바르고 나가야 예의라고 생각하고, 지하철처럼 사람이 부대끼는 곳은 되도록 가지 않는다. 누굴 위해 평생 다이어트를 하는건지, 내 목소리는 저음인데 사람을 대할 때는 '솔~~~' 톤으로 맞아야 하는지... 나의 삶을 돌아보니 완전... 여성 코스프레도 이렇게 억지스러운게 없다. 차츰 이런 문제에 눈을 뜨게 되자 세 여자의 이야기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에게 성과 관련된 이야기는 지금까지 금기하고 있는 분야이다. 리호, 치카코, 츠바키 이 세 여자는 독서실에서 만난 짧은 인연으로 이런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나는 20년지기 친구들과 만나도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가족도 마찬가지이다. 리호와 같은 어린 친구에게 이 분야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에 잠시 멍....해졌다. 나라는 인간은... 괜찮은 건가....
곰곰히 생각해보았으나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결론으로 이 분야는 접어두기로 했다.

오히려 정신세계가 4차원이 아닐까 의심스러운 치카코에게 관심이 갔다. 치카코가 어릴 때 할아버지가 들려주신 이야기가 무척 환상적으로 들렸다. 치카코와 같은 우주적 세계관을 가진다면 세상에 힘들고 괴로운 일도 없을 것 같다. 세 인물 중 그나마 관심이 가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치카코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렵다. 아무리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아도 아동기에서 멈춰버린 나의 상상력으론 그녀의 행동이 뭘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나는 이 책을 너무 일찍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이 책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여기며 넓은 의미로 이해해보기로 했다. 그녀들의 소소한 고민은 공감하지 못하지만 여성으로 태어나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차별하고 있었다는 점, 이 사실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어느 순간 <멀리 갈 수 있는 배> 표지를 보며 "아!" 하고 깨우침의 환호성을 지를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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