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멋 - 통합형 논술 대비 교과서 예술
최순자.큰나무뿌리 엮음, 임두빈 감수 / 삐아제어린이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 속에 녹아있는 조선시대의 삶>

 나는 책을 읽고 나서 덮을 때 표지를 다시 한 번 더 꼼꼼히 살펴보는 편이다. 이 책이 나의 기억의 서랍 속에 어떤 모습으로 저장이 될 지 생각을 한다. [한국의 멋]을 읽고 나서 나는 어지러운 서랍에서 클립을 찾는 것 같은 혼란이 일었다. 이렇게 좋은 책이 '통합형 논술 대비'라는 작은 제목을 달고 나와 한정된 독자를 만드는 것도 그렇고 그림을 통해 조선시대의 화가를 알아가는 멋진 책이 "한국의 멋"이라는 큰 제목으로 애매함을 준 것이 아쉬웠다.

  요즘은 대세가 논술과 학습이라서 많은 아이들의 학부모는 '논술' 또는 '교과서'라는 글자가 박혀야 눈길이라도 줄 형편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논술이 아니더라도 아이를 박물관이나 전시회에 데리고 다니면서 그냥  멀뚱히 서 있거나 아는 척한 부모라면 먼저 읽어보셨으면 한다. 또 따라 다니느라 피곤하고 알 수도 없는 그림을 보고 감동을 받으라는 강요를 받은 아이들이라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도 그랬다. 박물관에 가서 유식한 엄마가 되기위해 준비를 한답시고 여러 곳에서 자료를 찾지만 그림만은 중고등학교의 역사시간에 배운 내용이 전부였다.  전시관 앞의 설명은 왜 그리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많은지 내가 먼저 지쳤다. 포기를 하면 무관심만 남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국의 멋]은 조선시대의  멋진 6분의 화가들이 펼친 그림과 그들의 일생의 관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다.  안견, 신사임당, 정선, 김홍도, 신윤복, 장승업 등 모두 분명 들어본 적이 있고 대표작을 한 번씩은 보았다. 신사임당은 위인전으로 알려지고 김홍도, 신윤복 등은 그림책으로 많이 나와 있는 편이다. 그러나 막연히 위대하다거나 좋은 그림이라는 평가는 분명 식상하고 올바른 평가라고 할 수 없다.

 안견의 <몽유도원도>에 담긴 안평 대군의 꿈과 그의 사상이 아련히 떠오르고 사흘동안 그림을 그리는 안견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또한 아쉽게도 우리 곁이 아닌 일본에 존재한다는 말에 시름도 느꼈다. 비록 색채가 바래도 예술가의 혼이 아직도 살아 숨쉬는 것 같았다.

 작년에 가족들이랑 오죽헌에 있는 박물관에서 본 초충도를 보기 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아이들이랑 좀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을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신사임당 뿐만 아니라 딸과 아들의 이야기와 현재 오천 원권에 나온 그림 설명까지 새책의 멋까지 유감없이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다고 하지만 결코 어린이적이지 않다. 쉽게 쓰여져 있기에 누구나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제목처럼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알아야 우리 그림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정선의 "진경산수화"라는 말이 나에게 이처럼 쉽게 다가온 적은 없었다. 또한 그림제목의 원제를 풀어주는 것은 한글세대인 어른에게도 매우 유용하였다.  이제서야 이런 서비스정신을 가진 책이 나왔다는 게 무척 고마웠다.

 영화로 만나고 그리고 잊어버렸던 장승업을 다시 만났다. 술에 취하여 살아간 천재 화가라는 인간적 관점의 영화를 봤는데 책에서는 작가로서 오원을 느끼게 되었고 그의 자유로움과 호탕함을 작품을 통하여 보고 느끼면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나는 아이들에게 그림에 대하여 감상을 강요적으로 요구한 적은 없었다. 나는 역사 유물에 관한 한 "아는만큼 보인다."는 진실을 믿는다. [한국의 멋]은 분명 우리가 알아야 할 그림의 대가들이다. 멋진 작품을 보고 알아주는 것은 멋진 우리 후손들이 해야 할 의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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