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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그 섬에서
다이애나 마컴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8월
평점 :
내용을그리움이 시작되는 열 번째 섬,
아조레스!
퓰리처상 수상자
다이애나 마컴의 자전적 에세이
그 여름, 그 섬에서
-다이애나 마컴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라는 작가의 타이틀이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다이애나 마컴은 <로스엔젤레스 타임즈>의 취재기자이고, 캘리포니아주 샌트럴밸리의 가뭄으로 고통받는 지역농부의 삶을 취재한 특집 기사로 2015년도 특집 기사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기자의 약력으로 다가선 에세이인지라 세밀하고 소설처럼 묘사가 뛰어나 빠져 읽었다.
신문 기자인 그녀가 캘리포니아에서 아조레스 출신을 만나고, 그들이 왜 여름이면 이 섬을 방문하는지 알고 싶어 간 첫 방문 이후 몇 년이 흘렀다. 시간이 지난 후 재방문에서 단순히 아조레스 섬과 섬사람들만 다루지 않고 그가 만나고 사랑하고 기자로 경험했던 일도 같이 풀어놓았다. 대서양 외딴섬 아조레스에서 보낸 여름의 기록들이 펼쳐진다.
겉표지를 벗기니 연보랏빛 수국이 드러난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곳, 아조레스
그 곳에서 마주한 나의 모든 것
대서양 한복판의 신비한 아홉 개의 섬, 아조레스 제도. 한여름 투우와 축제가 끊임없이 열리고 연보랏빛 수국 덤불과 푸른 초원, 바다가 펼쳐진 아름다운 섬이자 떠나온 사람들과 남아있는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가 살아 숨쉬며 이야기가 넘쳐 흐르는 곳. 오랫동안 개인적인 상실의 슬픔을 가슴 속에 묻어왔던 다이애나는 자신도 모르게 이 섬에 깊이 빠져든다.
노인들은 옛날 일이 생각나서 눈물을 흘리고, 다른 사람들은 우리도 정확히 모르는 뭔가를 그리워하는 마음 때문에 눈물 흘리는 것 같아요
p.24
사람들은 훌쩍 떠나고싶을 때 여행을 간다. 작가는 늘 섬을 동경해왔다고한다. 스스로 늘 섬 같다는 생각을 하며... 덩그라니 동떨어져 있는 섬이라니. 왠지 울적해진다.
나도 예전엔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요즘은 섬도 다리로 이어져서 사람들의 왕래도 잦다~^^ 외롭지 않은 섬들도 있다는 이야기다. 외로운 사람들이 조금 덜 외로워지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도 더불어 적어본다.
열번째 섬이 어떤 장소나 특정 무리인 줄 알았던거죠?
알베르투가 놀리듯 내게 물었다.
열번째 섬은 마음 속에 지니고 다니는 것이라오. 모든게 떨어져 나간 뒤에도 남아있는 것이죠. 두 세상을 오가며 산 우리 같은 사람들은 열번째 섬을 조금 더 잘 이해한다오. 어디에 살든 우리는 우리 섬을 떠난 적이 단 한번도 없소
p.63
어디에 살든 떠난 적이 없는 섬.나만의 열번째 섬이라는 개념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진기한 이론들이 재밌어서 기억에 남는다.
빈둥거림의 중요성 이론
낭비하는 시간만큼 소중한 시간이 없다는 주장을 담고 있는 이론이다. 가장 흥미로운 것들은 보이지 않는 빈틈에 숨어 있다가 꾸물꾸물 빈둥거리며 침대에 누워 있을 때 발견되기 때문이다. 이 때 발견되는 것이야말로 진정 우리 자신의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p.78
어쩌면 바쁘게 보내는 일상보다 느긋한 시간 속에서 생각할 여유와 비판적 사고가 움튼다는 것일까.
심미적 기쁨과 심력을 가장 완벽하게 느끼기 위한 지침을 따르고 싶어졌다.
작가는 아버지의 폐암선고 이후 막대한 병원비에 치여 살던 청년 시절을 지나왔다. 그리고 아버지를 데려간 하늘의 광할함을 느끼며 미약한 자신이 살아있음이 떠오름과 동시에 우주 속에 미약한 존재임을 생각했다.
보통사람들의 생각과는 일찌기 다른 감각적인 기자로서의 능력이 있었던게 아닐까싶은 대목이다.
섬을 떠났다가 돌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면 깊은 그리움 정도가 비슷할 '사우다지'는 이 섬사람들에게 아주 중요한 감정이다.
우리 나라 이민자들이 '아리랑'을 떠올리는 것과 비슷한 "한"의 정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섬에서 뜻밖의 사랑까지 찾으니 얼마나 아름답게 기억될 섬일까.
얼마전 읽었던 책의 페로제도가 떠올랐다. 사진이 없어서 상상만으로 펼치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입력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