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콩"의 원작자! 추리소설의 명장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책이다. 에드거 월리스는 처음이지만 워낙 전작들이 히트를 친 작품들이 많은 작가였다. 다른 작품은 읽지 않아서 모르지만 '킹콩'이라는 영화의 원작자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읽을 가치는 충분해 보였다.
공포의 천사
-에드거 월리스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사형을 언도받은 제임스 메레디스. 메레디스의 아버지는 아들이 서른 살까지 결혼을 하지 않으면 여동생에게 전 재산을 물려주기로 유언을 한다. 다음주 월요일까지 결혼하지 않으면 전재산은 진 브리거랜드 앞으로 돌아간다.
메레디스의 절친이자 변호사 잭 글로버는 이 모든 음모를 메레디스의 전 약혼자이자 천사같은 미모의 진 브리거랜드가 꾸몄다고 굳게 믿는다. 진의 음모를 알고 메레디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리디아 베일을 찾아가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리디아는 한 번도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두려움도 활기도 없는 결혼, 작은 떨림조차 없는 결혼, 그리고 구제의 손길로 받아들인 이런 결혼은 더더군다나 말이다. 명목상으로만 아내가 된다는 사실도, 그리고 심지어 자신의 남펀이 될 사람이 앞으로 20년이나 감옥에 갇혀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슬프거나 무섭지 않았다.
p.39
의도치않은 법정에서의 판결과 납치 그리고 결혼 등의 이야기 전개가 빠르고 흥미진진하다. 모든 사건의 진위를 추정하고 천사의 모습을 한 진과 같은 범죄적 두뇌를 가진 잭과의 추리전도 재미있게 빠져들었다. 적재적소에 나타나 곤경에 빠진 리디아를 구해주는 재그스와 그의 정체도 반전의 묘미가 있었다. 읽다보니 끝까지 책장을 넘기게 되는 순삭도서였다^^
리디아는 이 말을 듣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혼란스러움 속에서 전에는 보지 못했던 사실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진 브리거랜드는 잭 글로버에 대해 어떠한 나쁜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젊은 남자가 잭 글로버에 대한 분노를 갖게 하는데 성공했다. 리디아는 자신이 잭 글로버에게 나쁜 감정을 갖게 된 것도 모두 진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새삼 놀랐다. 진은 달콤하고 상냥한 말들을 늘어놓았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p.140
천사의 모습을 한 채 상냥한 태도의 진을 적의없이 대하는 리디아의 순수한 태도들이 답답하기도 했고 사람을 쉽게 이용하는 진의 두 얼굴이 공포스러웠다.
"너는 죽음이 두렵지 않단 말이냐" 아버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저는 돈없는 삶이 더 두려워요." 진이 조용하게 말했다. "저는 냉담하고 심술궂은 고용주를 위해 일해야 하는 긴 나날들이 두려워요. 붐비는 기차에 손잡이를 간신히 잡고 서서 초라한 내 방에 있는 전날 먹다 남은 식은 양고기가 기다리는 그런 집에 돌아오는게 두려워요."
p.164
범죄를 꾸미는 사람들의 두뇌는 보통 사람들의 머리보다 비상한 것 같다. 일을 계획하고 사람을 고용해서 어떤 질문과 결과에도 타당한 이유를 댈 수 있도록 치밀하게 작전을 짠다. 물론 그런 완벽한 계획에도 실수나 의외의 변수는 작용하기에 더욱 오싹하고 짜릿한 묘미가 있는 것이지만...
잭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나는 진 브리거랜드와 똑같은 범죄자의 심리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내겐 법을 향한 건전한 존경심이 있고 옳고 그름에 대한 건강한 감각도 있습니다.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갖게 되면 행복할 수 없는 부류가 있는 반면, 그것이 진짜 돈이기만 하면 돈을 많이 가진 것을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나는 전자에 속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브리거랜드 양은, 글쎄, 과연 무엇에 행복해하는지를 잘 모르겠단 말입니다.
p.218
아름다운 모습으로 범죄를 하고 재산을 노리는 천사와 순진하게 겉모습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믿는 리디아. 그리고 그녀들을 사랑하는 남자들이 각자 다른 모습으로 범죄를 막아내고 사랑하는 여자를 지켜가는 모습이 스릴러 추리소설이지만 로맨틱한 분위기도 배어있다. 범죄심리학. 미스터리 소설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는데 읽다보니 추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에드거 월리스라는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될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