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친구와 있어도 불편할까? - 누구에게나 대인불안이 있다
에노모토 히로아키 지음, 조경자 옮김 / 상상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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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눈치 보느라 내 마음은 뒷전인 당신에게

책제목을 읽고 나서 쉽게 공감을 하지 못하고 갸우뚱했다. 함께 있어도 불편하다면 과연 친구일까? 왜 불편하다고 느낄까?하는 궁금증을 갖고 책을 읽었다.
대화 중 자꾸 친구의 반응을 살피게 된다면?!
동의하지 않는 말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 편이라면?!
어색한 침묵이 싫어서 아무말 대잔치를 한다면?!
하나씩 뜨끔거리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나역시 어색한 침묵이 정말 불편하다^^;

"인간은 일어난 일이 아니라
일어난 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때문에 불안해진다."
에픽테로스(로마의 철학자)

대인불안은, 상대방에게 잘 보이고 싶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커진 나머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기 전 지나치게 불안해하는 감정이다. 대화가 끊기거나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서 억지로 떠들다보면 하지 않아도 되는 말까지 해서 후회하는 순간도 겪는다. 남들을 위해 분위기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지나친 수다를 떨다보면 졸지에 오히려 가벼운 사람으로 오해받거나, 실없는 농담을 잘하는 사람으로 각인되기 십상이다.
일본의 소설가 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에는 이런 인물이 극단적인 형태로 묘사되어 있다.

학교 바로 옆에 살면서도 아침 종이 울리는 것을 듣고 나서야 뛰어서 등교할 정도로 어지간히 게으른 중학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익살로 나날이 반에서 인기를 얻어 갔습니다. (...)연기력은 실로 숙쑥 늘어서 늘 반 친구들을 웃겼습니다. 선생님도 이 반은 오바만 없다면 참 좋은 반인데, 라고 말로는 탄식하시면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으셨습니다. ---소설<인간실격>중에서

풍경에도, 스쳐지나가는 사람에게도 눈을 떼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의식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었숩니다. 함께 인생길을 걸어가면서 이 사람운 '보는 사람'이 아니라 '보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내가 쓴 <회상 다자이 오사무> 에세이 중에서

내가 거절한다고해서 무조건 상대방이 상처받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상대방이 거절한다고 해서 그게 내가 싫어서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거절을 잘 못했던 나는 힘들어도 부탁을 들어주는 편이었다. 단호한 거절도 필요한 법을 배우고 난 뒤에는 적당히 둘러대기도 하고 안된다는 말을 제대로 하는 연습을 한다. 이것이 관계를 해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도 나와 같이 대인불안울 품고 있다. 서로의 불안을 진정시키고 싶다면 용기를 내보자. 용기나 시도는 대개는 보답을 받게 된다. 마음이 더욱 편해지고 좀 더 즐거운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됨은 물론이다.
대인불안에도 나름의 장점이 있다. 불안함을 느끼는 덕분에 신중해져서 실례가 되는 말과 행동을 하는 경우가 적어지고, 상대의 모습도 제대로 관찰할 수 있으므로 사람들과 좀 더 잘 지낼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을 너무 드러내도 주변에서 공격당하기 쉽고, 자신을 너무 숨겨도 수근거린다. 자신을 적당히 잘 드러내면서 주위 사람과 무난하게 어울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좋은 점은 이런 쓸데없는 일에 쉽게 흔들리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남들의 시선을 덜 의식하고 살아가는 현명해지는 법을 배워간다. 너무 남의 시선에 상관없이 살아도 문제이지만, 너무 주위를 의식하고 살아도 예민해진다.

동양의 문화가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양보와 배려, 그리고 '관계의 문화'때문인데 대개 나보다 남을 곤란하게 만들면 안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내가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상대의 의도나 입장까지 배려하여 판단하게 된다.
예를 들어 식사메뉴를 고를 때 내가 먹고 싶은 것을 고르는게 편치않다. 함께 나눠 먹을 수 있는 것을 고르거나 상대에게 메뉴 결정을 양보한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른 것은 아니지만 내가 우선인지 상대가 우선인지에 따른 관점에서 늘 피해를 본다면 자기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타인의 시선에 불안해하지 않고 나 자신을 지켜가는 방법들을 알기 쉽게 풀어놓은 심리학책이며, 남의 눈치보지 않고 나를 챙길 수 있는 마음 사용 설명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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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과 탄광
진 필립스 지음, 조혜연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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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읽으면서 추억을 떠올리는 일은 즐겁다.
다소 충격적인 사건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찾는 미스터리함과 동사에 색다른 인간미가 있다. 가족간의 따스함이 곳곳에 숨어 있고 사람냄새 풍기는 평범한 주말 드라마 같았다. 우물과 탄광이 어떤 맥락으로 얽히는지 궁금해서 문학동네 출간 이벤트에 신청했던 책이다. 집마다 없으면 안되는 식수의 근원지였던 우물의 주변은 딸 테스가 좋아하는 공간이기도하다. 탄광은 그 일대 주민들이 일하는 장소로 소설의 배경이 된다.

"어떤 여자가 우물 안으로 아기를 던져 버렸어."

하얀 목화밭과 검은 광산이 공존하는
1930년대 미국의 탄광 마을이 배경이다.
우물물처럼 잔잔한 가족의 일상에
균열을 일으킨 미스터리.

책 표지가 이뻐서 여러번 찍었다.
띠지를 벗겨내면 잡지화보같은 느낌이다.
우물과 탄광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처럼
어두운 표지가 아니라서 좋았다.

이 소설은 친절하다. 시점이 바뀔 때마다 말하는 주인공을 다르게 내세워 이야기를 한다. 누가 하는 이야기인지 정확히 알고 읽을 수 있고 진솔한 서술을 통해 마음을 드러낸다. 아마도 이 책의 주인공은 한 사람이 아니라 1인칭으로 서술하는 모든 사람들이 되는 것 같다.

한 사건을 직접 보게 된 아이의 입장에서 밤마다 악몽을 꾸며 그런 일을 누가 왜 하게 되었는지 의문을 갖는 테스, 그리고 그의 언니 버지, 남동생 잭과 아이들의 변화를 시시때때로 감지하고 걱정하며 사랑으로 양육하는 부부 리타와 앨버트.

사건을 둘러싼 이야기들 뿐 아니라 앨버트가 관리자로 일하는 탄광의 이야기 속에는 백인과 흑인의 인종차별도 다루고, 가족과 고향, 참된 노동의 가치 등을 마을과 구성원들의 삶 속에서 그려낸다. 큰 여운보다는 잔잔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이 소설은 평화로운 일상의 일면 속에 등재하는 두려움과 언제든 덮치는 가족이나 이웃의 비극적인 일은 언제나 우리 주위에도 도사리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 같다.

내 인생 중 절반을 땅 속에서 무언가를 끄집어내는 일에 썼다면, 나머지 절반은 땅 속에 무언가를 심는 일에 썼다. 탄광 아래로 계속 길을 파고 들어가면서도 무사히 땅 위로 올라갈 수 있기를 기도했다.
집 근처의 땅뙈기에는 우리가 직접 농사를 지었다. 촉촉한 땅의 냄새은 온통 검은 바위뿐인 척박한 땅의 냄새와 달랐다. 싱그러운 녹색 식물들이 쑥쑥 자라나는 냄새를 가슴 가득 들이마시면 기분이 무척 좋았다. 늘 질식할 것 같은 상태에서 유독가스나 질식가스 사이로 들이마실 공기가 남아 있는지 조심스레 조금씩 호흡하다가 콩과 호박, 그리고 흙의 냄새를 가득 마실 수 있는 이 때가 정말 행복했다. 콩을 따느라 여전히 허리를 굽혀야 했지만 그래도 여기선 내가 원할 때 펼 수 있었다. 그 작은 자유가 통증을 잊게 했다.
p.64

광부들은 아침에 커피 한잔 마시는 일만큼 일터에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탄광사고로 이미 몸이 성치않은 앨버트지만 관리자로서 책임감과 인종에 대한 차별없이 직원들을 돌볼 뿐 아니라 자식들을 가르침에 있어서도 선한 본보기를 보이는 멋진 아빠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불현듯 추억속의 어떤 부분들이 떠오르곤 했는데 이 부분에서는 <젊은이의 양지>라는 오래된 드라마가 한몫했다. 이종원, 하희라, 배용준, 전도연, 허준호 등이 나오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였는데 강원도 탄광촌이 배경이었다. 탄광굴로 들어가는 선로도 기억나고 얼굴에 검은 가루를 묻혀가며 눈만 반짝이며 석탄을 캐내던 광부들도 떠올랐다. 깊은 굴로 들어가 탄가루를 마신다고 생각하니 내 호흡이 블편해지는 기분까지 들었다. 그렇게 가족을 지켜내던 광부들이 삶이 드러나는 문장을 한참 읽었다. 땅도 같은 땅의 느낌이 아니었던 것이다.

" 엄마는 가끔 그랬다. 다친 곳을 어루만져 주다가도 그 상처를 전보다 더 아프게 건드렸다. 엄마는 우리 중 누구에게도 화를 내지 않았지만 엄마의 실망한 모습을 보는 건 아빠에게 열 두번을 매맞는 일보다, 심지어 벨트로 맞는 일보다 우리를 더 아프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엄마가 말을 멈출 때까지 잭은 계속 눈물울 흘렸다. 엄마는 잭을 안아올리고 그 무게 때문에 살짝 끙하는 소리를 내며 침대로 데려다 주었다. 그러고선 이불을 덮어준 뒤 이마에 뽀뽀룰 해 주고 잭이 울음을 그치고 잠들 때까지 지켜보았다."

엄마 리타의 훈육은 아빠의 그것과 다르다. 일관성있는 엄격함과 단호함 속에 사랑이라는 근간이 있어야 가능한 꾸지람이지만 아직 어린 테스나 잭에게는 그저 무섭고 아픈 잔소리일 뿐이다. 아이들을 혼내는 기준과 정도를 일관되게 하는 것이 참 어렵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상처를 서로 덜 주고 받으며 해결하고 싶지만 애매한 말로 오히려 상처가 될 때가 있다. 마음의 아픈 상처가 오래 남지 않기를 바라지만 아이들은 좋은 기억보다 아픈 가억을 오래 갖고가기 마련인가보다.

우리 집에는 화초를 좋아하시는 아빠 덕분에 화단에 꽃나무가 많았다. 특히 5월이면 덩쿨장미가 담장 밖에까지 뻗어나가서 멀리서 골목으로 보이는 우리집을 알 수 있었다. 장미가 울타리 너머 보이는 우리집이 아빠의 정성으로 가꾸어진 뜰이었음을 나이들면서 알게 되었다.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나 당연하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

"아빠에게 선함이란 손으로 잡을 수 있을만큼 아주 구체적인 것이었다. 석탄 암석처럼 단단하고 확실한 무엇, 무게를 달고 길이를 재보고 처음과 끝을 구분할 수도 있는 것. 아빠에게 누구든지 사람을 혐오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른들에게 대답할 때 우리는 공손해야했다. 엄마가 부탁하지 않아도 먼저 돕는게 원칙이었다.
이런 확실한 도덕적 관점은 아빠가 우리에게 어떤 것을 원하고 기대하는지, 그리고 어떻게하면 실망할지를 알게 한다는 점에서 좋았다. 하지만 자신의 도덕적 관점이 확실한 대신 남의 도덕적 관점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에 아빠와는 그 어떤 의견 조율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아빠는 스스로에게 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댔다."

"가끔 아빠와 엄마를 보면 석탄 대신 용광로에 들어가도 그 안에서 타버리는 것 대신 오히려 더 단단하고 강해져 절대 흔들림없는 무언가가 될 것 같았다."

"잭은 병원 침대에 누워서도 늘 활짝 웃었고 깁스와 멍자국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겼다. 내가 아이를 그렇게 만든 것이다. 고통이 영광의 트로피라도 되는 듯, 가까운 친구라도 되는 듯 그렇게 생각하도록.
언젠가는 나도 일 앞에서 무릎을 꿇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튼튼해 보이지만 허약하고 지긋지긋하지만 그래도 소중한 이 몸이 언젠가는 고삐에서 벗어날 날이 올 것이다. 내 삽으로 미끄러져 들어오는 이 석탄들처럼 무너지고 타버릴 것이다.
탄광에서는 내내 추웠다. 등이 땅에 흠뻑 젖었어도 몸은 늘 부들부들 떨렸다. 하지만 나는 계속 일했다. "

우물에 버려진 아이를 둘러싼 사건으로 시작해서 사춘기 두 자매의 엉뚱한 상상력과 가족을 위해 탄광에서 일하는 가장의 삶, 어린 동생이지만 탄광에서 사고로 다친 아버지를 대신해 가장이 될 마음의 준비를 하는 속깊은 꼬마 동생 잭. 그리고 묵묵히 가정을 꾸리는 사랑받는 엄마 리타. 주변의 동네이야기들과 사회의 주변 문제들을 가족사에 녹여냈다. 각자의 다른 생각들이 다양한 시선들을 담아 서로의 입장을 좀 더 즉각적으로 알 수 있다. 사건으로 인해 서서히 벌어지는 가족 간의 균열도 보이지만 그냥 가족끼리 둘러앉아 서로의 얘기도 듣는 기분이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잘 지켜내고 온힘을 다해 버티며 살고 있는 모습은 흡사 우리의 가족들과 비슷했다.
어떤 기억들은 우리 마음 어느 창고 속에 저장되어 있다가 이렇게 하나씩 서랍을 열고 나오듯 툭툭 올라온다.

"잭은 나보다 더 일찍
그 사실을 알아챈 모양이다.
정답이 동시에 여러 개일 수 있다는
삶의 진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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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세계사 - 세상을 뒤흔든 역사 속 28가지 스캔들 현대지성 테마 세계사 3
그레이엄 도널드 지음, 이영진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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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세계사에 그리 해박한 지식이나 관심을 갖고 있는 편이 아니다.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부족한 세계사에 관심을 갖고 싶었던 것 같다. 세상을 뒤흔든 역사 속 중요한 사건과 인물에 얽힌 미스터리를 다루었다는 책 소개에 솔깃했다. 우리가 친숙하게 알고 있는 많은 것들이 실은 허위와 날조된 것들과 수많은 의혹 투성이라는 점에 호기심이 생겼다.

제대로 기록되고 해석된 기록으로서의 역사일까? 궁금한 이야기들을 한데 엮어 흥미롭게 풀어냈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가짜 이야기로 의심을 받게 되었는지 반대 의견들도 여러 저서들과 비교하고 점검하며 이야기의 신빙성을 높였다. 던져진 화두들 중에 절반 가량은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의 역사적 사실이라서 접근이 쉽지 않다.
조금 얄팍하게나마 알고 있는 내용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갖고 읽게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학창시절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영화를 본 기억이 있다. 모차르트를 죽인 것이 라이벌이자 친구같은 살리에리로 추정되는 것으로 끝이 난다. 많은 사람들이 질투에 눈이 멀어 작곡의 능력이 뛰어난 천재 모차르트를 살리에리가 독살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이미 모차르트는 여러 질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의 부인이 아들을 맡겨 음악 공부를 시킬 정도로 믿는다는 것으로 살인 의혹에서 먼 사람임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갖 소문에 의해 정신이 쇠약해져 우울증으로 고생하다가 치매를 앓게 되었다.

진실과 마주하지 못하고 오해가 만들어 낸 사회적 비난은 한 사람의 인생을 피폐하게 만든다. 2인자의 대명사로 떠오르는 살리에리가 억울하게 살인자의 오명을 갖게 된 것이 안타깝다. 역사적으로나 현재를 보나 떠도는 근거없는 소문들은 진실이 무엇인지 알아보기도 전에 빠르게 전파해 나가는 무서운 사회의 맹독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체적으로 건강하지 않았던 모차르트는 이미 매독, 장티푸스,천연두, 폐렴, 기관지염, 세 차례의 류마티즘 열병을 겪다가 1791년 11월에 들어 급작스럽게 쇠락해졌다. 당시 겨우 35세였다. 실은 병석에 눕기 시작할 때부터 자기 아내 콘스탄체에게 횡설수설하며 스스로 독살설 루머를 퍼뜨리기 시작했다.

살리에리는 자신을 살인자로 낙인찍은 악의적인 소문에 정신적으로 짓눌려 지냈고, 그의 음악도 뒤에서 몰래 비웃는 이들로 인해 발목이 붙잡혔다.

많은 이들이 고대 세계의 7대 불가사의 중 가장 오래된 피라미드를 보기 위해 이집트로 여행을 간다. 그 곳의 건축물 피라미드에 대한 여러 가지 의문점을 풀어내는 내용은 공부하듯이 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그 이전에 이집트에 딱딱한 화강암을 자를 수 있는 철기는 없었다. 기껏해야 구리 뿐이었는데 정교하게 벽돌을 자를 수 는 없었다. 여기에서 역사를 연구하는 여러 학자들의 다양한 논쟁이 오간다. 어쩌면 딱딱한 화강암같은 자연석이 아니라 석회암이나 응회암 종류를 반죽한 인조석에 관심을 두고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그가 다음 단계로 발견한 것은 나무틀의 내용물을 누르고 있는 모습이 나오는 벽화에 쓰여있는 '액체돌'이라는 상형문자였다.
그래서 그는 다시 대피라미드를 구성하고 있는 벽돌들에 관심을 돌렸고 석회암에서 매우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패석 침전물들이 자연 퇴적물처럼 가지런하게 놓여 있지 않고 액체 안에서 뒤섞인 것처럼 뒤죽박죽 돼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이 석회암 벽돌이 사실은 인조석이었다는 것인가?

따라서 증거에 따르면, 기저 피라미드들을 건설한 이들은 헌신적이고 자유로운 이집트 노동자들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다비도비추 교수가 맞다면 그들은 석회석 가루로 만든 자신들의 '레고' 벽돌을 점점 수를 줄여가며 구조물을 높여갔다.

스톤헨지에 관련한 내용은 흥미롭기도 했지만 잘 몰라서 인터넷을 참고했다. 고시대의 유물격인 스톤헨지는 지붕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원형의 구조물이라고한다. 지금 보이는 것은 구석기시대의 고인돌 느낌이다. 해가 뜨는 시간에 따라 광경이 다르게 보이는 멋진 곳이었다.

디양한 인물과 사건들을 다루는 세계의 미스터리들을 접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학교 교과사에서 배웠던 고루한 역사에서 벗어나 진짜 역사의 생생함 속으로 들어가보는 기분이 들었다. 과연 이것은 진실일까?
역사는 의심해 본 적이 없는 사실 그대로를 믿고 배워왔는데 이렇게 다양한 시선을 통해 토론하고 의문을 파헤쳐간다면 얼마나 호기심을 자극하고 생생한 체험공부를 하게 될까.
세계와 우리나라 역사와 유적들에 관심을 갖게되고 숨겨진 진실들을 만나보는 미스터리 세계사 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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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은 펭귄의 길을 간다 - 수십 번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면 그만
이원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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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을 떠올리면 뒤뚱거리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짧은 날개와 다리로 둥근 몸을 지탱하며 위태하게 서 있는 펭귄은 사실상 걷기 힘든 몸의 구조를 가졌다. 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자신의길을 가며 이웃과 함께 어우러져 살고 있는 모습이 감동적이고 사랑스럽다. 
겨울 눈을 보기 힘들었는데 남극 펭귄 덕분에 남극의 눈을 실컷 보게 되었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지만
펭귄은 결국 바다를 건널테니까"
펭귄은 펭귄의 길을 간다​-이원영 글•사진

 눈을 살짝 위로 부릅뜬 펭귄모습은 
심술부리는 모습같아 너무 귀엽다. 어쩔?^^;;;
집에 오는 아이들이랑 딸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함께 많이도 웃은 사진 중의 하나~~
이건 어디에서 뿜어져 나오는 당당함일까?

이 사진은 마치 춤이라도 추는 듯한 느낌이다. 
뭔가 기분 좋은 일이 생겼니??^^
룰루랄라~~♬♪♪
 
보기만해도 시원한 눈밭이 펼쳐진다. 
거기에 시원한 남극의 바닷 속으로 풍덩~~!!
우왕..부럽당^^

 이 아이들 어쩔거냐며..ㅎ
어느 것이 눈이고 어느 것이 펭귄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온통 희고 하얀 풍경 속이다. 
다들 같은 포즈로 어디를 가는거니??^^

남극에서 극지 동물의 생태를 연구하는 직업이라면 어떨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잠시동안 바라보는 일이라면 흥미롭고 경이롭겠지만, 추운 남국에서 온통 눈밭과 펭귄과 물범 뿐인 세상이라면 문득 외로움에 젖어들 것 같다. 작가는 펭귄과 물범 등을 관찰하면서 처음에는 잘 그려진 풍경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한다. 정말 나 같아도 처음에는 흠뻑 빠져 들었을 것 같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막막할 땐 펭귄을 떠올린다. 하루하루 묵묵히 걷고 또 걷다보면 어딘가에 다다르는 날이 오겠지. 그러다보면 뭐라도 되어있지 않을까 싶다."

펭귄은 대체로 암수의 외형이 비슷하다고 한다. 겉으로 봐서는 알을 품고 있는 녀석이 엄마인지 아빠인지 구분은 잘되지 않지만 흰 가슴에 잔뜩 묻은 얼룩으로 보아 꽤 오랫동안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었다고 짐작할 뿐이다. 알을 낳는 건 엄마지만, 그 뒤로 알을 품는 일은 엄마와 아빠가 교대로 한다. 참 따뜻해 보이고 묵묵하고 믿음직한 책임감이 느껴진다.

"사람들은 동물에게서 보고 싶은 면만을 골라서 본다. 그리고 인간의 관점에서 그럴 듯한 의미를 찾는다. 하지만 동물은 사람에게 교훈을 줄 생각 따위는 없다. 그저 자기들의 방식으로 살아갈 뿐이다."

얼마 전 극장에서 <해치지않아>라는 가족 영화를 딸과 함께 보았다. 그 곳에서 갇혀 지낸 북극곰을 캐나다의 좋은 환경으로 보내주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실내체험 동물원이라는 명목으로 각종 희귀 야생동물을 가둬두는 것도 모자라 만지고 품에 안고 사진을 찍는 체험을 한다. 실제로 서울의 한 쇼핑몰에 칠레나 페루 해안에 서식하는 홈볼트 펭귄이 갇혀 있다고 한다. 어쩌다가 한국에까지 오게 되었을까? 우리도 펭귄을 원래 살던 환경과 비슷한 곳으로 돌려 보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하지 않을까?

올 겨울은 유난히 따뜻하다. 이제는 점점 이런 겨울이 더 많아질텐데 남극의 겨울 눈도 얼마나 지켜낼 수 있을지 갑자기 걱정이 된다.

최승호 시인의 시집 <펭귄> 중에서 [벌]이라는 동시의 구절을 함께 나누고 싶다.

손 들어!
손이 없는데요.
그럼 날개 들어!
알았습니다. 선생님

펭귄의 짧막한 손은 팔일까 날개일까?^^
지느러미일까?^^
신체적 특징을 잘 나타낸 귀여운 시에 싱글벙글 미소가 만개한다. 
펭귄이 실제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이 아니니 날개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해 보인다. 
물 속에서 만큼은 신나게 날듯이 헤엄을 칠수 있으니 지느러미 팔일까?
날개지느러미일까?^^

펭귄의 삶을 보며 쉬엄쉬엄 걷기도 하고 때론 멈춰서 눈보라를 피하기도 하고 스윽 지나치는 펭귄의 모습. 쉬지 않고 길을 가는 펭귄에게 삶의 묵묵함을 배운다는 작가의 말처럼 눈밭에  쓰러지더라도 다시 일어나는 힘을 펭귄에게서 얻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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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함께 읽는 셰익스피어 20 - 4대비극, 5대희극 수록 현대지성 클래식 4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저, 찰스 램.메리 램 엮음, 김기찬 옮김, 존 에버렛 밀레이 외 그림 / 현대지성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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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글밥이 많고 흑백의 삽화가 들어간 현대지성 클래식도서를 읽었다면, 이번 책은 셰익스피어 비극과 희극을 포함한 대표작 20편이 컬러풀한 명화와 함께 곁들여져서 눈이 즐거운 책이었다. 줄거리를 알고 있지만 어렴풋한 기억이 맴도는 내용도 다시 읽으니 재미가 배가되고 새로웠다. 책 표지는 명작 중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이다.

셰익스피어의 초상화로 시작해서 다양한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세계적인 극작가의 작품을 한데 모아놓은 책이라 더욱 흥미로웠다. 드라마도 새드 앤딩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처럼 4대비극이 더 오래 기억되는 내용이 많았다. 그 외 대표작으로 말미에 수록된 <로미오와 줄리엣>이 왜 4대 비극에 들어가지 않는지 의아할 정도로 내게는 너무도 비극적이고 슬펐다. 아마도 원수지간이었던 두 가문이 자녀들의 사랑으로 인한 죽음 앞에서 결국 화해를 했기 때문일까.

4대비극
<햄릿><오셀로><리어왕><맥베스>

그를 가장 괴롭게 한 것은 아버지의 석연치 않은 죽음이었다.
그가 보았던 아버지의 유령은 계속 그의 상상 세계에 출몰했고, 살인자에게 복수하라는 신성한 명령을 이루기까지 그는 쉬지 못했다. 복수가 연기되는 모든 시간이 일종의 죄를 짓는 것처럼 느껴졌고, 아버지의 명령을 어기는 처사로 생각되었다.---햄릿

햄릿은 배신 행위를 알아채고 문을 닫으라고 명령했고, 그러면서 원인을 찾았다. 레어티즈는 그에게 자신이 배신자라고 자백했다. 그리고 햄릿이 자기에게 상처를 입혀 목숨이 얼마남지 않은 것을 느끼고 자신의 배신 행위를 고백하고, 어떻게해서 음모의 희생자가 되었는지를 고백했다. --햄릿

이아고는 교활했고 인간 본성을 깊이 연구한 터라 사람의 마음을 괴롭히는 모든 고통 가운데 (신체의 고통을 훨씬 초월하는) 질투의 고통이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이며 가장 매서운 가시를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오셀로

공기처럼 가벼운 사소한 일이 질투 어린 증거가 되면 성경처럼 강력한 법으로 변한다. 아내의 손수건을 카시오가 들고 있었다는 사실은 기만당한 오셀로에게 어떻게해서 카시오가 그것을 얻게 되었는지를 한번 알아보지도 않고서 두 사람에게 사향선고를 내리게 만들 정도로 충분한 이유였다.---오셀로

권력이 아첨에 넘어갈 때 명예는 평범해진다. 리어왕이 아무리 위협한들 이미 목숨을 그의 처분에 맡긴 켄트에게 두려운 일이 무엇이겠는가? 분명 위협은 직언의 의무를 가로막지 못했다.---리어왕

허위와 위선이 선한 태도와 타협할 수 없는 것처럼 참된 사랑과 절개는 악한 태도로도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다. ----리어왕

5대희극
<베니스의 상인><말괄량이 길들이기>
<한여름 밤의 꿈><뜻대로 하세요>
<십이야>

안토니오, 나는 생명만큼 소중한 아내와 결혼했네. 그러나 나의 아내와 온 세상이 내게는 자네 생명보다 귀하지 않네. 자네를 구할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잃어버려도, 여기 악마에게 주어버려도 좋겠네. ---베니스의 상인

하지만 이젠 삶이 변해 버렸어. 사랑을 비난했던 일을 참으로 반성했다네. 사랑을 조롱한 복수로, 사랑이 내 매혹된 눈에서 잠을 쫓아내 버렸네. 프로테우스. 사랑은 강력한 군주로서 나를 매우 겸손하게 만들었네. 고백하건대 사랑의 징계만큼 비통한 일이 없고, 그에게 봉사하는 것만한 기쁨이 없다네.----베로나의 두 신사

작품 속에 사랑과 이별, 욕망과 배신 그리고 질투과 용서가 반복되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인간의 사랑이란 얼마나 초라하고 볼품없는지 망연자실한 기분이 들었다. 아버지의 사랑이라고는 아첨하는 딸들에게 속는 것이고, 막내 딸의 진심어린 사랑을 모르는 <리어왕>을 시작으로 가문의 몰락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선왕을 죽이고 그의 형제와 결혼한 부도덕한 햄릿의 어머니, 유약한 <햄릿>의 이야기는 정말 비극의 정수같았다.

<오셀로>는 사랑하는 부부사이에 질투라는 감정을 매개로 이간질하는 자의 계략으로 부인을 의심과 부도덕함으로 몰아 결국 죽음을 보고나서야 진실을 알고 후회를 한다. 어리석고 부질없는 사랑의 형상들에 화가 나고 답답했다. 비극을 지나 희극을 읽으며 한결 분위기가 밝아졌지만 <말괄량이 길들이기> 굳이 아내 카타리나를 길들여 순종하는 여자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불편했다. 현대소설이 아닌 고전이니 어쩔 수 없는 시대였겠거니 하면서도 속에서 작은 반항심이 꿈틀거렸다. 반면에 사랑의 확신과 기쁨으로 가득찬 작품을 읽을 때는 함께 행복이 가득 피어오르는 기분이 들었으니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소설화되고 영화로 재탄생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비극들과 다른 성격의 희극이라하지만, 갈등도 심각하고 음울한 느낌의 희극이었다.

뭐니뭐니해도 역시 <로미오와 줄리엣>이 가장 서정적이면서 애처로웠다.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게 맞는 말인가보다. 죽음을 위장했다는 소식을 전해듣지 못하므로 인해 서로의 운명을 갈라놓아 죽음을 맞는 서사는 셰익스피어 작품의 백미이지만 사랑하는 두 연인에게 너무 가혹했다. 그래서 더 아름다운 사랑으로, 이룰 수 없음에 마음아픈 사랑의 대명사로 오래도록 남아있는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천천히 읽어 볼 기회가 생겨서 너무 행복하고 뜻깊은 시간으로 남게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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