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친구와 있어도 불편할까? - 누구에게나 대인불안이 있다
에노모토 히로아키 지음, 조경자 옮김 / 상상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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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눈치 보느라 내 마음은 뒷전인 당신에게

책제목을 읽고 나서 쉽게 공감을 하지 못하고 갸우뚱했다. 함께 있어도 불편하다면 과연 친구일까? 왜 불편하다고 느낄까?하는 궁금증을 갖고 책을 읽었다.
대화 중 자꾸 친구의 반응을 살피게 된다면?!
동의하지 않는 말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 편이라면?!
어색한 침묵이 싫어서 아무말 대잔치를 한다면?!
하나씩 뜨끔거리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나역시 어색한 침묵이 정말 불편하다^^;

"인간은 일어난 일이 아니라
일어난 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때문에 불안해진다."
에픽테로스(로마의 철학자)

대인불안은, 상대방에게 잘 보이고 싶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커진 나머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기 전 지나치게 불안해하는 감정이다. 대화가 끊기거나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서 억지로 떠들다보면 하지 않아도 되는 말까지 해서 후회하는 순간도 겪는다. 남들을 위해 분위기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지나친 수다를 떨다보면 졸지에 오히려 가벼운 사람으로 오해받거나, 실없는 농담을 잘하는 사람으로 각인되기 십상이다.
일본의 소설가 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에는 이런 인물이 극단적인 형태로 묘사되어 있다.

학교 바로 옆에 살면서도 아침 종이 울리는 것을 듣고 나서야 뛰어서 등교할 정도로 어지간히 게으른 중학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익살로 나날이 반에서 인기를 얻어 갔습니다. (...)연기력은 실로 숙쑥 늘어서 늘 반 친구들을 웃겼습니다. 선생님도 이 반은 오바만 없다면 참 좋은 반인데, 라고 말로는 탄식하시면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으셨습니다. ---소설<인간실격>중에서

풍경에도, 스쳐지나가는 사람에게도 눈을 떼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의식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었숩니다. 함께 인생길을 걸어가면서 이 사람운 '보는 사람'이 아니라 '보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내가 쓴 <회상 다자이 오사무> 에세이 중에서

내가 거절한다고해서 무조건 상대방이 상처받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상대방이 거절한다고 해서 그게 내가 싫어서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거절을 잘 못했던 나는 힘들어도 부탁을 들어주는 편이었다. 단호한 거절도 필요한 법을 배우고 난 뒤에는 적당히 둘러대기도 하고 안된다는 말을 제대로 하는 연습을 한다. 이것이 관계를 해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도 나와 같이 대인불안울 품고 있다. 서로의 불안을 진정시키고 싶다면 용기를 내보자. 용기나 시도는 대개는 보답을 받게 된다. 마음이 더욱 편해지고 좀 더 즐거운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됨은 물론이다.
대인불안에도 나름의 장점이 있다. 불안함을 느끼는 덕분에 신중해져서 실례가 되는 말과 행동을 하는 경우가 적어지고, 상대의 모습도 제대로 관찰할 수 있으므로 사람들과 좀 더 잘 지낼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을 너무 드러내도 주변에서 공격당하기 쉽고, 자신을 너무 숨겨도 수근거린다. 자신을 적당히 잘 드러내면서 주위 사람과 무난하게 어울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좋은 점은 이런 쓸데없는 일에 쉽게 흔들리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남들의 시선을 덜 의식하고 살아가는 현명해지는 법을 배워간다. 너무 남의 시선에 상관없이 살아도 문제이지만, 너무 주위를 의식하고 살아도 예민해진다.

동양의 문화가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양보와 배려, 그리고 '관계의 문화'때문인데 대개 나보다 남을 곤란하게 만들면 안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내가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상대의 의도나 입장까지 배려하여 판단하게 된다.
예를 들어 식사메뉴를 고를 때 내가 먹고 싶은 것을 고르는게 편치않다. 함께 나눠 먹을 수 있는 것을 고르거나 상대에게 메뉴 결정을 양보한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른 것은 아니지만 내가 우선인지 상대가 우선인지에 따른 관점에서 늘 피해를 본다면 자기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타인의 시선에 불안해하지 않고 나 자신을 지켜가는 방법들을 알기 쉽게 풀어놓은 심리학책이며, 남의 눈치보지 않고 나를 챙길 수 있는 마음 사용 설명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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